거짓말을 자주 하면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신용이 그만큼 폭락한 것이다. 어느 날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다. 거짓말 같은 참말에 오히려 의아해한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과 같아진다. 사소한 약속이라고 얕잡아 보면 안 된다. 한 번 두 번 어기다 보면 당연한 것처럼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고 되레 화를 낸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꼬여온 것일까. 돈이 들면 없어 그렇다 치고 힘들면 힘이 없어서 그렇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다. 사회의 규범이나 규칙도 하나의 약속이다. 약속은 요령이 아니다. 단순한 반칙이다. 반칙이 날개를 달고 판친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티브이를 시청하고 신문을 들추면 참으로 별별 일이 다 많아 마치 깜짝 쇼라도 하는 듯싶다. 어찌 보면 기발한 일도 같으면서 무감각해졌다. 때도 시도 없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반칙이다. 그만큼 면역이 생겼을 것이다. 정치판이 앞장서서 기네스북에라도 올려보려고 기록경신에 전력투구하는 사람들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런가 하면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가정사까지 낱낱이 까발리면서 공공연하게 즐기고 있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탁탁 털어보면 더한 사람들이 뒤에서 낄낄거리고 있다. 참으로 꼴불견이다. 말짱한 사람이 없다. 흠집 없는 사람이 없다. 홀라당 벗겨놓고 맞을 뭇매가 무서워 선뜻 나서질 못한다고 한다. 음주운전에 담배꽁초며 성추행이며 어린이 학대에 노인 학대다. 교수는 조수를 선머슴처럼 여기고 교사는 시험지를 빼돌려 성적을 조작하고 경찰은 단속정보를 누설하고 군 장성은 불량무기를 구매하는데 방조하는 등 손가락을 수없이 펴고 꼽아도 부족하고 입이 아프다. 한겨울에 눈 아닌 비가 자주 내린다. 외국은 홍수에 가뭄에 무더워 해변으로 달려간다고 한다. 온난화에 따른 이변이라고 한다. 요즘은 사람의 세상이 아닌 자연의 세계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어쨌거나 반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