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七十古來稀(인생에서 나이 70은 고래로 드문 일이다)라는 말은 두보의 <曲江二首>라는 詩에 처음 나온다. '曲江에서 봄옷을 저당 잡혀 술빚은 항상 많지만, 인생살이 70년은 예부터 드문 일이다' 라고 했다. 지금이 아무리 百歲 시대라 하지만, 올해 5월 16일에 인생 80을 넘긴 황혼의 우리 동기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고향 다녀온 것은 더 희귀한 일이 아니었을까. 양재동에서 대절 버스 오르니 고속도로 주변 산야에 5월의 하얀 아카시아꽃이 눈을 싱그럽게 한다. 이정수 장군이 첫 마이크 잡고 미국 경찰과 교통위반한 한국인 사이에 오간 코믹한 콩그리시를 소개했다. 한국 운전자가 미국 경찰보고 'small see me'(좀 봐도라)라고 하자, 미국 경찰 대답도 걸작이다. 'today no soup'(오늘은 국물도 없다)라고 하더란다. 그 다음 이종규 장군 차례로 제목은 손자의 '안녕하세요'다. 어느 날 아침 손자가 할애비 보고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했더니 할애비가 죽었단다. 다음 날 할머니 보고 '할머니 안녕하세요' 했더니 할머니도 죽었단다. 그런데 다음 날 손자가 아버질 보고 '아버지 안녕하세요' 했더니 이웃집 남자가 죽더란다. 손자의 진짜 아버지는 이웃집 남자였던 것이다. 마이크 넘기자 전영숙 박사가 스마트폰에 뜨는 로브트 사용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리고 60령 턴널 지나고 서상 서하 지나가자 앞에 진양호 푸른 물결이 보인다. 아! 기러기떼 였던가. 우리는 60년 전에 이 고향의 호수를 떠나 한양으로 날라갔다가 이제 호호야 백발이 되어 단체로 고향으로 날라온 것이다. 진양호는 경호강 덕천강 두 강물을 모아 스위스 레만호처럼 푸르고 아름답게 보인다. 타향에서 흘러간 세월이 60년을 넘어 그런 심회가 되는지 모른다. 잠시후 촉석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니, 우릴 안내하기 위해 나온 진주 동창회 총무 박원우 주름진 얼굴이 가슴을 뭉컬하게 만든다. 세월이 많이 흘러간 흔적이다. 유정 장어집에서 진주 동기회장 심재문과 박간건, 강용태, 오태식, 성혜근, 윤종철, 정영채, 윤우진, 장정식 등 30여 친구 만났다. 떠난 친구를 위한 묵념 올린 후 장어를 안주로 잔을 교환했다. 진주 친구들이 마련해준 200만원 상당의 오찬 자리가 시작되었다.
피차 스물에 헤어져 팔순에 만났으니, 상대를 알아보기 힘든다. 옥경이는 아니지만, '서로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이름도 물어보고, 손도 잡아보았다. 어떤 친구는 이름은 기억나고 얼굴은 모르겠고, 어떤 친구는 얼굴은 안면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식사 후 우리는 힘차게 진주고 교가를 합창했다. '지리산 높이 솟아 우리의 기상. 흐르는 남강물은 맑고 푸르다. 역사 깊은 진양성 굽어보며는 사나이 젊은 피가 솟아오른다. 진고 진고 높은 이상을 영원히 영원히 지켜가자 우리 진고!' 서울 조현건 회장이 진주 대표에게 금일봉 전한 후 같이 모교를 방문했다. 우리는 중학교는 9회, 고등학교 11회 졸업생이다. 교장실에 가서 고등학교는 1000만원, 중학교는 500만원을 기증했다. 서울의 사업가 김경옥 친구가 기탁해준 돈이다. 전춘식 친구는 우리가 내려갈 때 버스로 전화해서 백만원을 약속했고, 정순석 친구는 미리 금일봉을 보냈다. 중고 양쪽 교장실에 가서 만들어간 기념패 전달했는데, 중학 방문 때가 더 인상적이었다. 우리 보다 한참 어린 교장선생님이 선배님 오셨다고 교정에 선배님 모교방문이란 프랭카드를 걸어놓고, 직접 운동장까지 따라와서 자기 손으로 단체 사진을 찍어주고 갔다. 세월은 남강물처럼 흘러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후배의 정은 영원히 흐른다 싶다.
이번 여행 전반부 하이라이트는 모교 방문이었고, 후반부 백미는 진양호 레이크 사이드 호텔 하위수 회장이 만든 만찬이었다. 그는 아예 호텔 별관 하나를 통채로 비워놓았다. 만찬장 앞에 만장같이 드넓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 있고, 뒤에는 60명 분 부페 음식이 차려져 있고, 품위있는 호텔 여종업원들은 팔순의 호텔 회장 친구들을 정중히 보살펴주었다. 또 악사들은 처음에는 크라식 음악을 연주하다가, 나중에는 '애수의 소야곡'과 '추억의 소야곡'도 들려준다. 이처럼 멋진 팔순 기념 파티가 세상에 어디 있나. 해외 여행 경험 많은 이종규 이정수 두 장군이 여길 이태리 싼타루치아, 남프랑스, 스위스 호숫가 호텔들 보다 운치가 있다고 말하자 거사 천전 초등 동기 하위수도 응답한다. 한 병에 150만원 한다는 바렌타인 30년 짜리를 위시한 고급 양주 무한 리필해준다. 어부인도 참석해 곱게 인사를 했고, 본인도 세 곡이나 노랠 불렀다. 일행 중에 이종해 김화홍 권재상이 밴드마스터에게 금일봉을 건네줬고, 조현건 회장이 식당 대표에게 금일봉 건네줬다. 모두가 뒤집어지도록 잘 기획된 만찬이었다. 만찬은 명작/명품 만찬이었다. 하나 아쉽던 건 이 만찬에 진주 친구 일부만 참석하여 서울 친구들 섭섭하게 한 점이다. 끝까지 함께 해준 진주 박간건 윤종철 오태식 성혜근 강대윤 친구 고마웠다. 헤어질 때 박간건 사장이 서울팀에 건네준 타올엔 진주중고 933회 모교 방문이란 자수가 놓여있었다. 아마 호텔 만찬 예산이 5백만원 쯤 나왔을 것이다. 상경 버스에서 하회장한테 감사패를 보내야 한다. 아니다. 서울로 초청을 해야 한다는 둥 의견 있었다. 모든게 참 아름다웠다. 노란 금계국 심어진 진양호반 드라이브 길이 그리 아름답고 이국적 일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다. 너무 아름다워서 한편으로 쓸쓸한 생각도 들었다. 조동석 친구, 전수웅 친구가 생각났다. 동석이는 몸이 불편해 같이 버스를 타지못하고 승용차로 따로 내려와 오찬과 만찬 참석하고 올라갔다. 수웅이는 몸이 불편하면서도 여행에 동참했다. 그 이유가 뭘까. 호수를 바라보니, 밀려오고가는 아름다운 진양호 물결이 쓸쓸한 노래를 불러준다. '인생은 슬픔과 기쁨이 물결처럼 교직되는 호수예요' 내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잠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팬션에서 자고 아침 해장은 팬션 옆 식당에서 했다. 분재처럼 잘 생긴 커다란 부사 사과나무가 앞에 서있던 그 식당에서 나온 붕어탕은 명품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산초가루 방아가루 넣고 먹으니 작취미성의 위장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함께 나온 죽순요리는 진주에 흔한 대밭을 연상시켜준다. 자짜 이상 붕어는 맛도 맛이지만 보약이라고 낚시꾼들은 흔히 말한다. 그 붕어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남강에서 맘껒 헤엄치고 돌아다니던 고향 붕어이다. 언론인 출신 김 모씨는 붕어탕 먹고 즉각 화장실에 가서 뭘 확인해보니 빳빳하더라고 탕을 제공한 거사한테 웃으며 알려주었다.
. . 버스가 지리산 화개 장터에 도착하니 장터에선 벚굴이란 걸 팔고 있다. 그 굴은 한국에서 가장 물이 맑은 섬진강과 남해 바다가 만나는 광양만 기수지역에 서식하는 굴로 벛꽃 피는 철에만 먹는다고 이름이 벚굴이다. 주막에 척 걸터앉아 잘 익힌 벚굴을 초장에 찍어 한 점씩 나눠먹었는데, 천리법향 가득한 쌍계사가 바로 지척 아닌가. 그래 쌍계사 참배한 후 남원으로 갔으니, 거긴 국창 안숙선의 고향이자, 최상호 박사 처갓집 동네다. 상호가 예약해놓은 명품 두부 전골 안주 삼아 일잔하고 광한루 옆 안숙선 기념관 둘러보았으니, 안숙선은 국창이자 인간문화재로 한국 국악계의 전설적인 거목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가서 판소리 읊어주었고, 대통령 일행과 북한에도 다녀왔다.
이후 광한루 대형 잉어 구경하고 상경 버스에 올랐는데, 스케쥴 잘 만들어 노인들이 불편하지 않았고, 동행들도 이해심이 많아 여행이 시종 화기애애하였다. 천만원 백만원 단위로 여행에 찬조한 친구들, 그리고 수고한 회장단에 고마움을 표한다. 여러 사유로 참석 못한 친구들에게 보고 삼아 이 글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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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