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
- 안병철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 주제였다. 그러므로 하느님 나라의 이미지는 예수님의 사명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느님의 나라는 서로 다른 여러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성경에서 볼 때 하느님 나라의 첫 번째 개념은 하느님께서 왕권을 행사하신다는 것이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은 왕권과 주권을 지니고 세상을 통치하는 분이시며 훗날 세상을 다스리러 오실 분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주적이고 영원히 지속되며 영광과 권능과 광채가 넘쳐나는 나라이다. 신약 성경에서 가르치는 하느님 나라의 개념은 구약 성경에서 그토록 강조한 하느님의 주권에 토대를 두고 있다.
구약 성경에서는 다윗의 옥좌를 하느님의 나라로 언급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다윗 왕국은 하느님의 왕권이 구체적으로 행사되는 나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하느님의 통치는 종말론적인 성격을 띠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끊임없이 하느님께서 지상에 세우실 미래의 왕국을 예견해 주었다.
구약 시대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올 하느님의 나라는 악이 완전히 극복된 곳으로서 그곳에는 행복과 평화와 기쁨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한편 이스라엘 백성들은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의 멸망과 바빌론 유배라는 고통을 겪은 후, 하느님께서 다스리는 나라와는 거리가 먼 자기들의 현실 때문에 하느님의 나라라는 개념을 영적인 실재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하느님의 나라는 신약 성경의 중심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 주시고 그것의 신비에 관해서 말씀하셨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씨 뿌리는 사람, 겨자씨, 누룩, 보물, 진주상인, 그물, 포도밭 주인,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 종에게 재산을 맡기는 주인, 저절로 자라는 씨앗 등에 비유하여 설명해 주셨다.
이러한 비유들을 통해 말씀하고자 하셨던 것은 하느님의 통치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예수님께서는 다가올 하느님의 나라를 맞이하는 데 필요한 삶의 자세와 그 나라와의 관계 형성을 강조하기도 하셨다. 또한 성장하는 하늘나라와 완성을 향한 과정으로서의 하늘나라 그리고 어느 것보다 우선하는 가장 고귀한 가치로서의 하늘나라의 성격에 관해서도 분명하게 밝혀 주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제자들과 초대 교회가 선포했던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와 있는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것이기도 한 이중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우선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인격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와 있다고 선포했다 . 예수님께서도 같은 형태의 메시지를 되풀이해 전해 주셨지만 , 거기서 멈추지 않으시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느님의 나라가 당신이 수행하고 계시는 사명 안에 이미 현존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셨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권능의 행위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현존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들이었던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인격과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의 권능과 회개하고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의 믿음의 응답 안에서 찾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 헌신하는 사람들이 그분의 권위에 복종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상태를 이미 와 있는 하느님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느님의 나라는 아직은 오지 않았지만 미래에 올 것으로서 종말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위들 안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온전하게 실현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그 어떤 차별 없이 하느님의 나라에 초대를 받고 있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부와 명예, 지위 같은 것들은 결코 필요치 않다. 종교 지도자, 부자, 권력자라고 해서 특별하게 대접을 받거나 환영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겸손한 사람들이라야 참으로 그 나라를 차지할 수가 있다. 그런데 믿는 이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다음과 같은 행위들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즉 회개하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믿어야 하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 나라를 우선적으로 찾고 구하여야 하며 그 나라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속의 가치를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하고 하느님의 뜻과 사랑을 실천하는 가운데 그 나라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출처: 신약성경 용어사전
첫댓글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