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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아프리카를 위시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일자리 창출 속도가 근로연령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겪어 왔고, 여러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청년층의 실업 및 불완전고용을 국가 개발의 주요 장애물로 지목한다1). 케냐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난 20년간 경제 성장률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고 각국 정부가 여러 정책적 개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문제의 해소는 여전히 요원한 과제로 남아있다.
케냐의 청년실업 위기
케냐 통계청(KNBS, Kenya National Bureau of Statistics)의 2019년도 인구·주택조사 통계에 의하면 케냐 총인구 4,760만 명 중 15~34세 인구 비중은 36.1%, 이 중 미성년자를 제외한 18~34세 청년층 비중은 29%로 나타난다. 하지만 숫자로 1,400만 명에 달하는 케냐의 18~34세 인구 중 최대 35%(약 450만 명 이상 )가 실업 혹은 불완전고용 상태에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국가 전체 실업률 10%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 통계는 케냐의 청년취업률이 역내 최저 수준임과 동시에 청년층과 장년층 이상 인구 사이의 취업률 격차도 최대 규모에 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케냐의 청년 인구 중 공식 경제 부문에서 취업에 성공하는 이들의 비율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공식 부문 채용 기회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이들에게만 한정되고, 실제 기업이 고용을 필요로 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어 취업 문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케냐의 경제는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이 병존하는 이중 구조를 띠고, 이 중에서 비공식 부문이 규모와 성장 속도 모두에서 공식 부문을 앞선다. KNBS가 제공하는 최신 자료인 2020년도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케냐의 비공식 경제 부문은 국가 전체 고용 건수의 83%,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하지만 비공식 부문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소득 안정성이 부족하고 금융 서비스 접근성도 떨어지는 등 여러 단점을 지닌다.
한편 지역별 통계를 살펴보면 케냐 도시 지역의 청년실업률은 35~60%를 기록해 촌락 지역의 20~25%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인구의 절대적 수는 반대로 촌락 지역이 더 많고, 불완전고용률도 계절형 일자리와 생계형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촌락 지역에서 더 높게 잡힌다.
아울러 케냐 여성의 실업과 불완전고용 문제가 남성에 비해 더욱 심각하고, 이 경향이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케냐의 여성 실업률 평균은 남성에 비해 10%p 이상 높고, 15~25세 여성의 실업률은 거의 50%에 육박해 30% 남짓인 동일 연령대 남성의 실업률과 큰 격차를 보인다. 여기에서 바람직한 일자리 정책이 갖춰야 할 양성간 고용 기회 균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아울러 케냐 여성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남성의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고용 불평등 문제 심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2).
한편 케냐 일자리 시장의 고용 형태 변화를 분석해 보면 비정규직·계약직·임시직의 비중이 늘고 작업 외주화 및 하청화가 이전보다 빈번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현대에 나타나는 여타 고용 형태에 비해 근로자의 기본 권리 보장에 취약한 면모를 보이는데, 예를 들어 비정규직 근로자는 결사권과 단체교섭권, 유급휴가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케냐의 사회보장기금(NSSF, National Social Security Fund)이나 병원비보험기금(NHIF, National Hospital Insurance Fund)이 제공하는 사회적 보호로부터도 소외된다. 비록 NSSF와 NHIF의 적용 대상이 다양한 근로 형태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이들 제도에 실제로 가입해 혜택을 누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많지 않다. 적절한 규제 없는 비정규직 근로 형태 확산은 노사관계 왜곡과 근로자 보호 약화라는 결과로 이어지며, 원래라면 노동조합에서 담당하는 권익 보호나 직업 안정성 보장, 임금 협상 책임도 근로자 개개인에게 전가된다. 이 모두는 생산성 하락, 국가 경쟁력 저하, 일자리 창출 감소라는 악영향을 초래하는 요소이기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
케냐 청년실업 문제의 원인
독립 이후 케냐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중에서 중·단기적 조치의 사례로는 다양한 공공사업, 청년 일자리 확충 계획, 청년 해외취업 전략(YESA, Youth Employment Scheme Abroad) 입안, 청년 기업개발 기금(YEDF, Youth Enterprise Development Fund) 신설, 케냐 청년 역량신장 프로그램(KYEP, Kenya Youth Empowerment Programme) 시행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원의 조치는 경제 발전 속도가 교육을 마친 신규 노동력의 배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다루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케냐 청년실업 문제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1963년 독립 이래 국가 경제가 안정적 고성장 가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이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표 1>에 나타나 있다.
<표 1> 독립 이래 케냐의 경제성장률 추이(단위: %)
*자료: KNBS 경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재구성
케냐는 독립 직후 약 25년간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는 성장이 점차 정체되었는데, 그 원인으로 1980년대 초반의 세계적 경기 침체, 1990년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당시 구조조정에 따라 이루어진 정부 지출 삭감, 공공 부문 축소, 민영화 추진, 일부 민간 기업 해체와 기타 기업의 노동 긴축 기조 돌입은 케냐 공공 부문의 고용 창출을 더디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다만 <표 1>에 나타나 있듯 2000년대 초반부터는 케냐의 경제성장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선거조작 의혹으로 촉발된 2007~2008년의 위기나 2020년의 코로나19 팬데믹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성장 추세가 대체로 유지되었다. 특히 2013~2016년 성장률은 5.4%, 2017~2019년 성장률이 5.5%를 기록한 점은 케냐 경제의 성장 가속화 추세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비록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케냐도 0.3%의 역(-) 성장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재차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3).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성장 추세가 생산성 높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케냐가 직면한 큰 문제이다. 케냐에서 해마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청년들은 약 80만 명에 달하는데, KNBS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간 신규 일자리 수는 차례로 52만 개, 76만 2,200개, 84만 6,300개에 불과하다(KNBS, 2020). 따라서 2022년과 같은 성장률(예상치 5.3%)이 최근의 경제 활황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업 및 불완전고용 상태에 있는 케냐 청년 450만 명을 모두 구제하기에는 새로운 일자리 수가 너무 적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지난 2년간의 세계 경기 침체 및 봉쇄 조치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될 무렵인 2020년 3월 1,780만 명이었던 고용인구는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불과 6개월 만인 2020년 9월 1,59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케냐의 청년실업 해소 정책 제언
케냐가 겪는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계획을 바탕으로 치밀한 구조를 갖춘 정책을 입안해 관련 사안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케냐 정부가 장기적·포괄적 계획 없이 피상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를 제기하기도 한다. 케냐 청년들의 취직 기회 마련을 위해서는 경제성장 가속화, 시장 주도형 교육 확대, 직업훈련 및 생활기법 전수 등 여러 방면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며, 이러한 노력은 충분한 수의 일자리를 공급함과 동시에 이들 일자리의 질도 함께 보장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지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케냐의 공식 경제 부문은 급여 수준, 근로 시간, 정부의 노동시장 규제 법령이 보장하는 혜택 등의 측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 반면 비공식 경제 부문에서는 직업 안정성 결여,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 기준 임금에도 미달하는 급여, 의료보험이나 퇴직연금 등 혜택 부재와 같은 특징이 나타나기에 일자리의 질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케냐의 실업 대책은 단순히 경제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일자리가 최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한다.
먼저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케냐가 노력해야 할 분야로는 정책 환경의 예측가능성 보장, 그리고 투자자들이 선거에 따른 정권 교체와는 무관하게 장기적 투자를 안심하고 진행할 수 있는 정치 환경 조성이 있다. 이처럼 케냐가 안전한 장기 투자처라는 인식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는다면 케냐로 더욱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범죄 횡행과 치안 부재, 잦은 정전, 뇌물 관행, 수송 체계 미비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가 초래하는 비용이 케냐의 사업 수익 중 최대 20%를 깎아 먹을 정도로 크다는 점은 케냐의 투자 유치 노력을 저해하는 주요 장애물이며, 이 20%라는 수치는 동아프리카 지역 최고 수준임과 동시에 남아프리카 지역에 비해서는 6배나 높은 것이다.
이외에 비공식 경제 부문의 양성화를 촉진하는 유인책 신설도 고용 기회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현대 케냐 일자리의 80%를 창출하는 비공식 부문은 그 특성상 재원 수급이 어렵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받지 못한다는 취약점을 지닌다. 하지만 조세 절차 간소화를 통해 여러 기업을 조세 기반으로 편입하고 이들의 활동을 양성화할 수 있다면 이 부문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의 범위를 늘리고 신규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케냐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으로는 기존 농업 부문의 기업화 수준 향상이 있으며, 이는 촌락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이촌향도 현상을 완화함으로써 도시 지역의 실업률 통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업 부문이 지금보다 발전하게 되면 농업에서 파생되는 전방·후방 산업도 함께 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식량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케냐의 기아와 영양부족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산업 다변화를 통해 고용 기회를 늘린다는 차원에서는 면, 국화, 담배 재배업 등 과거에 이미 붕괴한 산업이나 커피, 사탕수수 재배업 등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산업의 부활을 케냐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치가 높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단순히 농장 단위에서 특정 작물 재배를 재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 창출액도 함께 늘려 가치 사슬 전반이 더욱 발전하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산업화 또한 케냐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 차원에서는 특히 케냐의 지자체가 각 지역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가내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유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 혜택으로는 지역별 실업 문제 완화가 있고, 많은 지역에서 유사한 정책이 성과를 거두면 국가적 실업 문제 완화라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자영업이나 공식 부문 취직에 알맞은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개혁도 케냐 정부의 중점 정책으로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조치로는 교육과정 현대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모든 교육기관에 대한 적정 설비 및 장비 제공, 그리고 졸업생들이 경제의 생산적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충분한 교육 인력 확보 등이 있다. 이에 더해 기술의 진보를 십분 활용해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기존의 교육 개념을 확대하는 혁신 방안도 큰 잠재력을 지닌다. 이에 더해 케냐 정부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졸업생들이 특정 분야에서 인력난을 겪는 타국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인력 수출 기회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이미 다수의 케냐인 간호사들이 영국에 진출해 있고, 여타 전문직 종사자들이 개인적으로 채용 기회를 잡아 아랍에미리트, 르완다, 미국 등지로 건너간 사례도 많으며, 공식 정부 정책으로 이 추세를 더욱 확대·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결론
청년실업 문제는 케냐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종의 시한폭탄으로 볼 수 있고 ,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방위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실업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청년 일부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범죄 활동에 종사하거나 각종 범죄·테러집단의 주요 포섭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청년실업이 치안과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게다가 국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청년층이 생산적 경제 활동에서 배제되면 결국 케냐의 경제적 잠재력도 저해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점도 자명하다.
케냐의 실업 문제가 심화되면서 일종의 위기로까지 비화한 상황에서 이 문제의 해소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부문, 그리고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경험을 지닌 다양한 비국가 주체가 모두 관여하는 다차원적 접근법을 강구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케냐 청년층의 고용 기회를 충분히 늘리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는 ▲국가적 산업 기반 확대 ▲농업을 비롯한 핵심 부문의 부가가치 증대 ▲비공식 경제 부문의 양성화 ▲정치적 리스크 경감을 통한 외국인 등의 장기 투자 장려 등이 있다. 물론 개별 사안에 대한 케냐 정부의 단기적 개입도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처럼 제한적인 대책만으로는 장기적 차원에서의 실업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각주
1) Maisiba & Gongera, 2013; Mbaye et al., 2019
2) Omolo, 2011
3) KNB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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