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동안 비행기를 다섯번 타는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이번주 화요일 부터 주말 까지
여기 하노이 부터 남쪽으로 쭈욱 훑어 내려 가는 출장투어를 계획했었는데
월요일 오후에 다낭의 거래처에서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하루를 앞당겨 월요일 오후에 하노이를 떠나게 됐는데
공항으로 가다 보니 급히 챙기느라 여권을 두고 나온게 생각나
차를 돌려 집으로 갔다.
여긴 외국인에 대한 통제가 심하기 때문에
여권이 없으면 비행기는 물론 호텔 투숙 조차도 안된다.
5시 비행기를 도저히 탈 수 없을 것 같아 공항으로 전화를 해서 사정을 했더니
출발시간 30분 전에 마감을 하지만
(정말 베트남은 국내선도 30분에 냉정하게 짤라 버리는걸 나는 안다)
4시 45분 까지 도착하면 받아 주겠다고 한다.
오토바이의 물결을 헤치고 공항에 도착하니 4시 48분....
파란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항공 직원아가씨가
내 boarding ticket을 손에 들고 기다리고 서있다가
헐레벌떡 달려 오는 나를 보고 아유 미스터박? 하면서 표를 내민다.
....베트남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뽀뽀라도 한번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만 참아야지.
다낭.
30년전 청룡부대가 주둔하던 지역이다.
우리가 어릴때 극장에 가면 대한뉴스라는게 있었고
중간에 항상 월남소식~ 하면서 짜안짠 하는 음악 기억이 나는지?
그때 항상 단골로 나오던 지명들이
다낭, 싸이공, 나트랑, 퀴논...등등이었지.
물론 그때는 지금 내가 사는 하노이는 악의 축, 폭격의 대상이었고....
지금도 다낭 외곽에는 청룡부대가 닦았다는 포장도로가 앙상하게 남아 있다.
다낭 남쪽으로는 호이안이라는 옛도시가 유명하고
북쪽으로는 하이방고개라는 큰 고개가 있는데
지금은 몇킬로에 이르는 관통터널이 생겨 교통이 많이 좋아졌다.
몇년 전에
여기 터널공사에 사용하는 케이블을 내가 팔아 억었는데
절연이 시원찮았는지 전류누설이 생긴다고 해서 엄청 애를 먹었었다.
다낭에서 1박 후 아침 일찍 호치민으로...
싸이공과 호치민에 대해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데
두가지는 같은 곳을 말한다.
원래 남쪽 베트남의 수도가 saigon 이었지만
북쪽 공산정권 베트남이 전쟁에 이기면서
그들의 지도자였던 hochiminh 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지명을 바꾼 것인데
지금은 혼용해서 사용한다.
호치민은 너무 어수선하고 정신도 없고
내게는 여~엉~ 아닌 도시다.
미안하다. 허백.
네가 사는 곳을 나쁘게 말해서...
지난 8월에 호치민에서 만나 저녁 잘 얻어 먹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시간이 되질 않아 연락도 못했다.
하노이에 오면 꼭 연락 바란다.
호치민에서 하루를 머물고
아침 일찍 냣짱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냣짱(Nah trang)은 전에 우리가 나트랑이라고 부르던
아름다운 해변의 휴양도시인데 여기 말로는 냣짱이 정확한 발음이다.
호치민 공항에서 ticketing을 하는데
창가쪽 아니면 통로쪽 좌석을 원하냐고 묻길래 농담삼아
beatiful lady 옆자리였으면 좋겠다고 하고 무심코 표를 받았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가 멀쩡하게 생긴 비행기들은 모두 지나쳐서
활주로를 한참 달려 가더니
아~아~
껍데기를 누덕누덕 기운
봉고차 보다 조금 더 큰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 앞에 멎는다.
아마 30년전쯤 만든 러시아제 일루신 비행기가 아닌가 싶다.
고개를 숙이고 기어 들어가서 내 좌석을 찾으니
앗~
미니스커트 아래 날씬한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얼굴로 봐서는
일본인 같기도 하고 중국인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옆에 앉았다.
자세히 보니 좀 늙수구레??
늙은 아가씨인지 젊은 아줌마인지 잘 모르겠지만
낫짱의 일본계 4 star hotel에서 일하는 부지배인(vice general manager)인데
막 일본의 본사 출장에서 돌아 오는 베트남인이다.
게다가 내가 사는 하노이가 고향이고
하노이에서 대학을 나와 냐짱으로 가서 산다고 하니
고향사람 아이가?
그 아가씨 호텔에서 50% 디스카운트를 받기로 하고 예약했던 호텔은 취소.
그 다음은?
묻지 말라.
다음날 다시 다낭으로...
다낭의 거래처에서 자기네 회사가 호텔도 소유하고 있으니
거기로 방을 준비해 준다길래 오케이 했었는데 가서 보니 이건...
여인숙이다.
퀴퀴한 냄새에
요즘은 보기 힘든 벽에 설치하는 궤짝처럼 생긴 덜덜거리는 에어콘...
물론 돌리는 손잡이 꼭지는 다빠져 나가고 한개도 없다.
오직 끄고 켜는것만 가능하다.
그리고 오랫만에 보는 시퍼런 모기장...
창문에 설치된 방범 철망은 내가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밤새 불어대는 비바람과 창문 덜컹거리는 소리....악몽의 하루를 보내고
다시 하노이로 돌아 왔다.
역시 하노이가 내겐 아늑하다.
하노이는 河內...다시 말해 강의 안쪽이란 뜻인데
홍강(song hong)이 하노이시 전체를 감싸듯 돌아 안고 흐른다.
song은 江이란 뜻이고 hong은 붉을 紅....
붉은 황토색 흙물이 흘러서 붙여진 이름이 홍강이니
이 얼마나 친근한가....
나는 하노이가 좋다.
첫댓글 홍순이너 솔직이 이실직고해라 하노이보다 낫쨩이 훨낫쟈? 아님 문을 잠구고잤냐? ㅎㅎㅎ
홍순이 잼있는 글 잘 읽었다. 근디 할 말과 쓸 글이 여기에 올려진 것보다 더 깊이 있을 듯 싶네. 병훈이도 느끼었듯이.. 감사 감사
"묻지 말라~" 요게 홍순이 성격,요즘처지...등등 재구성하며 상상으로 흥미있게하네... ㅎㅎ
글쎄...자세히 봤을까? 아마도 곁눈질로 슬금거리며 훔쳤을끼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