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핀란드 교육인가?
새로운 한국 교육을 꿈꾸는 사람들이 만난 국가경쟁력 1위 핀란드의 교육 현장!
최근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핀란드 교육 붐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줄 책 『핀란드 교육혁명』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핀란드 교육에 대한 열풍이 뜨거웠지만, 아쉽게도 핀란드 교육을 우리의 시각에서 살피고 소개하는 국내 저서가 없었다. 일본인이 일본의 시각에서 정리한 핀란드 교육에 대한 번역서 몇 권으로 핀란드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탐구심을 채우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렇기에 탐방 보고서와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담은 글들로 이루어진 『핀란드 교육혁명』의 역할이 자못 크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에서 가장 높은 성취를 보여주고 있으며, 부패수치는 가장 낮고, 복지에 투자하는 비율이 우리의 두 배 가까이 되는 핀란드는 우리에게 더 이상 숲과 호수와 섬의 나라, 산타클로스와 요정의 나라가 아니다. 이제 우리가 가장 가까이하고 배워야 할 나라, '환상적인 사회복지와 신비롭기까지 한 교육복지를 이루어낸 나라!', ‘교육개혁에 성공한 나라!’, '교육혁명의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은 2009년 1월, 핀란드와 스웨덴 교육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2009 교육희망 찾기 북유럽 교육탐방단'-교육운동가, 교사, 교육학자, 교육위원, 교육·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시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39명의 탐방단-이 진지한 발걸음을 내디딘 결과물이다.
필자들이 집중했던 주제는 크게 보아, ‘북유럽 교육이 우리 교육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우리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데 북유럽 교육 모형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라는 문제였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우리 교육에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1부는 탐방단이 느꼈던 감동과 소회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아는 걸 다시 배우는 게 아니라/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열의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므로/배워야 할 목표도 책상마다 다르고/아이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도종환 시인은 이렇듯 감성적인 언어로 핀란드 교육의 모든 것을 들려주고 있다.
또한 탐방단 6인의 좌담은 이 책이 다룬 거의 모든 이야기들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북유럽에선 학교가 교육의 본질적 역할에 충실했다. 거기에선 수월성과 형평성, 자율성과 책무성이 대립 개념이 아니라 조화를 이룬다.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가적 책무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시스템 속에 녹아 있다.”
“공교육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교육으로 정의하고 기초단계에서는 한 사람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사람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주기 위해 노력하며 고등학교 이상 단계에서는 다양성을 기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공교육 중심인데도 관료주의가 없고 정직하고 투명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교육에 관련된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학교의 역할과 책임을 세분화하고 명료화할 필요를 느꼈다.”
“교육이 변화하려면 사회가 함께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교육은 정치권력에 따라 변해왔다. 북유럽과 가장 대비되는 점이다. 핀란드, 스웨덴은 교육개혁이 있어도 그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모두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 민주적 가치 추구를 이야기한다.”
“학생들에게 학습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핀란드 고등학교에선 수많은 예체능 과목이 특성화 과정으로 개설돼 있고 그것이 학교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핀란드를 디자인 강국으로 만든 힘이 아닌가? 핀란드의 경우, 아이들이 학습 내용뿐 아니라 학습 속도까지 선택 가능하다. 우리도 학습 자율화 다양화를 위한 모델들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이냐, 협력이냐-PISA 결과를 둘러싼 해석
그렇다면 한국과 핀란드 모두 학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국식 교육을 무분별하게 추종해온 결과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경쟁교육의 나라, 공ㆍ사교육비 합쳐 최고의 교육비를 지불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한국.
"한국 교육의 성취는 경쟁의 결과이고 핀란드 교육은 협력의 결과"라는 PISA 관계자의 말이 그 핵심일 것이다. 한국은 가장 공부를 많이 해서 얻은 학력이고 핀란드는 공부에 목을 매지 않고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해 얻은 결과였다는 것이다.
핀란드 교민 곽수현 씨가 들려주는 가정교육 이야기는 더욱 구체적인 핀란드 교육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아이를 낳아 교육하는 데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는 부러운 교육환경, 겨울에도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아이를 밖에서 재우며, 눈비가 내려도 아이들을 하루에 두 번씩 밖에서 놀게 하는 창의력과 지구력을 길러주는 ‘장화와 우의를 입는 아이들의 문화’, 모국어를 잘해야 영어도 잘한다고 확신하며 학원이 없는 나라, 아이들의 건강한 수면습관을 위해 잠자는 학교에 동행하는 부모들…….
다양성과 배려, 소통의 아름다움이 교육철학으로 이어지다
2부는 핀란드 교육의 모든 것에 대한 탐방기이다. 핀란드 교육제도를 유치원에서 종합학교, 고등학교, 대학의 단계별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각 학교들을 방문해 실감나는 교육 체험을 한다.
무학년제 수업을 하고 학교 건물에조차 미래의 교육을 담아내는 등 통합교육에 성공한 라또까르따노 종합학교를 방문한다. 또한 학생회, 청소년의회, 어린이국회 등 활발한 자치활동 모습을 살펴보고, 직업교육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옴니아 직업학교를 찾아 직접 집을 지어 파는 조경학과 학생을 만나는 등 맞춤형 직업교육의 장점을 최대한 느껴본다. 작은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특수성이 조화된 거대 학교도 찾아가본다.
그리고 가장 부러운 점 중의 하나-지방자치단체가 건강과 교육을 책임지는 복지천국의 실상도 둘러보고,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회관을 지어 18세까지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예술교육에 앞장서는 모습, 무민 동화의 다양성과 배려, 소통의 아름다움이 교육철학으로 이어지는 유아교육의 현장도 놓치지 않고 있다.
3부는 핀란드 교육이 성공하기까지의 교육개혁 흐름과 내용을 사회문화적·역사적 배경과 조건을 통해서 살펴본 논문들을 엮었다.
4부는 성공적인 핀란드 교육을 다양한 영역과 관점(신뢰, 돌봄, 통합, 자율)으로 평가하고 우리 교육에서 시사점을 찾으려고 시도한 글들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필자들이 핀란드 교육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교육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핀란드 교육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는 물론 새로운 교육을 위한 풍부한 상상력과 영감을 얻었다는 데 있다. 그것이 짧은 기간 동안에 제한된 학교와 기관을 방문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들의 기록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역할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