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 김정일
생일 축하 불꽃놀이에만 60억 주민의 피눈물로 빚은 우상화
김정일 생일 기념일 지정 과정 권력 승계와 밀접한 관계
‘소련→백두산’ 출생지 조작…김정은까지 백두혈통 강조
김정일 사망 다음해 70회 생일잔치…세습 굳히기 이벤트


2013년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평양의 한 온실에서 북한주민이 '김정일화'를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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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생일 광명성절
북한에서 2월 16일은 광명성절이다. 이날은 김정일의 생일로 광명성(光明星)이란 김정일을 상징하는 별을 말한다. 김정일은 1942년 2월 16일 출생했다. 그러니까 올해는 73회 생일인 것이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김정일이 사망한 다음 해이자 70회 생일을 앞둔 2012년 1월 김정일의 생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했다.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북한사전에는 광명성에 대해 ‘환하게 빛나는 별’, ‘높이 우러를 만한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을 광명성으로 부르는 것은 김정일이 백두산 밀영(密營)에서 태어났을 때 광명성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선전한다. 북한은 자신들이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인공위성에도 광명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북한은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16)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15), 국제노동자절(5.1), 조국해방기념일(8.15), 정권수립일(9.9), 당 창건일(10.10), 헌법절(12.27)을 사회주의 7대 명절로 부르며 공휴일로 정해 놓았다.

2014년 김정일 생일 당시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화’ 전시회.

2011년 김정일 생일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수중발레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생일 날짜인 '2.16'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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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생일과 북한정치
북한에서 김정일 생일이 기념일로 정해진 과정은 김정일이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김정일은 1964년 6월부터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1974년 2월 13일에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5기 8차 전원회의에서 당내 핵심권력기구인 정치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후계자로 지명됐다. 이때부터 북한 언론은 김정일을 ‘당중앙’으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김정일 생일을 기념일로 정한 것도 후계자로 지명된 다음해인 1975년 생일부터다.
이후 김정일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에서 공식 후계자가 됐다. 이에 맞춰 북한은 2년 뒤인 1982년 40회 생일 때부터 김정일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김정일의 북한 내 권력이 증대되는 것에 맞춰 생일의 ‘격’도 함께 높아진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우상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그의 출생지도 조작했다. 북한은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출생했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양강도 삼지연군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그곳에는 ‘빨치산 비밀 은거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곳을 혁명사적지로 정하고 성역화했다. 1988년에는 이곳 근처의 장수봉의 이름을 정일봉(正日峰)으로 바꾸고 이름도 새겨 넣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태어난 곳은 소련 연해주 하바롭스크 근처의 브야츠크 야영지라고 주장한다. 당시 그의 이름 또한 ‘유라’라는 러시아식 이름이었다. 김정일이 태어난 1942년에 김일성과 김정숙은 한반도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의 출생연도도 1942년이 아니라 1941년이라고 주장한다. 1912년생인 김일성과 30년 차이를 맞추기 위해 출생연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통일부 인물자료에는 김정일이 1942년 2월 16일 소련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난 것으로 돼 있다.
북한이 김정일의 출생지를 조작한 것은 ‘민족적 지도자’로 선전하는 김정일이 소련에서 출생한 것이 여러모로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출생지를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으로 조작해 ‘다목적’으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이것은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뿐만 아니라 현재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김정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식량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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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의 생일에 천문학적 비용 지출
북한은 김정일 생일을 맞아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중앙보고대회를 비롯해 김정일을 상징한다는 이른바 김정일화(花) 전시회,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인 백두산상(賞) 대회를 개최한다. 이 밖에도 해외친북인사 초청, 영화상영, 미술전시회, 중앙연구토론회, 불꽃놀이, 얼음조각 전시회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주민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민심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국제기구에서 원조 받은 물자가 생일선물로 둔갑되기도 한다. 2012년 생일에는 김정일 생일 선물을 서해안의 한 섬으로 운반하던 헬기가 추락해 탑승하고 있던 상업상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생일 행사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까? 이에 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물론 없다. 북한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들은 김일성 부자의 생일과 동상 건립, 시신 유지 등 우상화 비용에 수천억 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김정일 생일 축하 불꽃놀이에만 60억 원가량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의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김 부자의 우상화를 위해 1억 달러를 목표로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모집한다고 한다. 이것은 주민들과 해외 친북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모금’이지만 ‘모금액수는 충성심의 잣대’라며 모금을 강권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모금액은 목표액에 크게 못 미친다. 한 방송은 북한이 조총련에 김정일 생일 행사 비용 1억 엔을 강제 할당해 조총련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부진한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 유인책도 쓰고 있다. 기금을 낸 해외 친북인사들에게 기부증서 교부, 명예기금 이사장직 부여, 출판물에 이름 표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시 우대 등이 그것이다. 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헌화용 꽃다발을 강매하거나 김 부자 생일에 맞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북한 여행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 생일잔치의 최대 수혜자는 김정은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다음해인 2012년 김정일의 70회 생일 행사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성대히 치렀다.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백두산에 당·정·군 간부들을 모아놓고 충성결의대회도 했고,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병식도 거행했다. 김일성 훈장과 함께 북한 최고훈장이라는 김정일 훈장도 이때 제정됐다.
주민들은 굶어 죽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죽은 자를 위한 생일잔치’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김일성 부자의 생일행사를 통해 이들의 업적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김정은 등장에 대한 당위성과 충성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행사는 3대 세습 만들기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며, 그것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김정은 본인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를 중단하기는 힘든 것이다.
앞으로의 관심은 김정은의 생일(1.8)이 언제쯤 기념일이 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이제 집권 4년차를 맞이하고 있지만 2015년 북한 달력에는 아직 김정은 생일은 표시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아직 어리기에 본인의 생일을 기념일로 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김정은의 생일도 기념일로 지정될 것이고, 주민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주에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정일 생일에 가려 설날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오늘의 북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이신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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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한민국에 태어난 행운이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