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시인 김 삿갓/ 기발한 한시(漢詩)
영월 시내에서 단양 방면으로 약 20km쯤 깊은 계곡 속으로 달려가면 김 삿갓 계곡이 나온다.
너무나 맑고 청정한 계곡이라 묻혀서 살고 싶은 충동을 금할 수가 없다.
난고 김 삿갓(김 병연)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어린 시절 집안의 내력을 모르고 자라온 김 병연이 홍경래의 난 때 항복한 조부 김 익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꾸짖는 글로 장원 급제를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집안의 내력을 듣고는 하늘을 보기 민망한
죄인이 되어, 삿갓으로 하늘을 가리고 방랑 생활을 하며 한 잔 술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 삿갓의
외로운 한평생을 살게 되었다.
그 시대를 꼬집는 시와 해학적인 시를 많이 남겼다. 과연 시대가 만들어낸 시선(詩仙) 이다.
어쩌면 타고난 역마살로 항상 방랑하고 싶은 우리네 생활을 대변해 주는 듯하기도 하다.
지날 때마다 나무로 참 정교하게 조각해 놓았다고 느꼈던 삿갓 할아버지가 입구에 서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김 삿갓이 여러 고을을 방랑하던 중 한 서당에 도착하게 되어 물이나 한 모금 얻어 마실까 하였는데,
훈장이 김 삿갓의 용모를 보고 대꾸도 안 하고 서당 훈장에게 박대를 받자 즉석에서 걸쭉한 육담 시를
지어, 훈장을 조롱한 시를 보면 얼마나 한문을 자유로이 다루었는지 짐작이 간다.
서당 욕설 시(詩)
書堂來早知(서당 내 조지) : 서당에 일찍 와서 보니 <書堂來早至 로 된 것도 있음)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 방안에는 모두 존귀한 분들만 있고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는데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 훈장은 나와 보지도 않더라.
김 삿갓 비아그라 칠 언 시(七言 詩)
知未時八 安逝眠 (지미시팔 안 서면) : 아침 8시 전에 편안히 죽은 듯 잠자고 있으면
自知主人 何利吾 (자지주인 하리오) : 스스로 대접받는 주인 노릇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하느니.
女人思郞 一切到 (여인사랑 일체도) : 여인이 남정 네 사모하면, 모든 것 오나니
絶頂滿喫 慾中慾 (절정만끽 욕중욕) : 절정의 순간을 만끽하는데 이르니, 욕망 중에 으뜸이니라
男子道理 無言歌 (남자도리 무언가) : 도시 남자의 도리란 말없이 행위로 보여야 하거늘,
於理下與 八字歌 (어이하여 팔자가) : 순리에 따른다면 팔자타령으로 그만이지만
岸西面逝 世又旅 (안 서면서 세우려) : 해지는 서녘 바다 떠나야 할 때 이 속세 여정 다시 걷고파
飛我巨裸 王中王 (비아거라 왕중왕) : 모든 것 벗어버리고 날아가니, 왕중왕이 되었도다.
김 삿갓(1807~1863)의 본명인 김 병연이 양주에서 출생 다섯 살 때 홍 경래의 난이 일어났고,
당시 선천 부사였던 그의 조부 김 익순은 홍 경래 군에게 항복하였고 이듬해 난이 평정된 후
김 익순은 처형당하고 그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영월 군 와석 리 깊은 산 중에 숨어 살게 되었다.
김 병연이 20세 되던 해인 1827년 영월 동헌에서 열린 백일 장에서 할아버지의 행적을 모르고 있던 그는
김 익순의 죄상을 비난하는 글을 지어 장원 급제를 하게 된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로부터 숨겨왔던 집안 내력을 듣게 되었고 역적의 자손이라는 것과 조부를 비판하는
시를 지어 상을 탄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하늘이 부끄러워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던 그는
아내와 아이와 어머니를 가슴 아픈 눈물로 뒤로 하고 22세에 방랑의 길을 떠났으니...
삿갓으로 하늘을 가린 채 세상을 비웃고 인간사를 꼬집으며 정처 없이 방랑하던 그는 57세 때
전남 화순 땅에서 객사하여 차남이 이곳 영월 와석리 노루목에 모셨다 한다.
漂浪一生嘆 (표랑일생탄)
조소수혈개유거 상(鳥巢獸穴皆有居 )
새도 집이 있고 짐승도 집이 있어 모두 거처가 있건 만
고아평생아자상(顧我平生我自傷)
거처도 없는 내 평생을 회고해 보니 이내 마음 한 없이 서글프구나
망해죽장로천리(芒鞋竹杖路千里)
짚신 신고 죽장 짚고 가는 초라한 나의 인생여정 천리길 머나 먼데
수성운심가사방(水性雲心家四方)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었다.
각박한 인심을 풍자하며 파격적인 한시를 쓴 그는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이십수하 삼십객(二十樹下三十客 )
스무(二十) 나무 아래 서러운(←설흔) 나그네
사십 가 중 소입식(四十家中五十食)
망할(←마흔)놈의 집에서 쉰(五十) 밥을 먹는구나,
인간 이유 칠십사(人間豈有七十事)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일흔) 일이 있는가.
불여귀가 삼립식(不如歸家三十食)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설은(←서른) 밥을 먹으리
김 삿갓 묘소로 들어가는 계곡 길가 구절 초 꽃밭에 구절 초가 피기 시작하여
자신들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계곡이 크지는 않지만 절벽처럼 높이 솟은 바위 산과 맑은 물로 마음을 잡았다.
아향청산 거(我向靑山去) : 내 청산을 향해 가거늘
녹수이하래(綠水爾何來) : 녹수 야. 너는 어디서 오느냐.
파격 시(破格詩)
天長去無執 (천 장거무집) : 천장엔 거미집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 (화로첩불래) : 화로에 곁불 내
꽃은 시들어 나비는 오지 않네
菊樹寒沙發 (국수 한 사발) : 국수 한 사발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枝影半從池 (지영반종지) : 지렁이 반 종지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 : 강정 빈 사과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大醉伏松下 (대취복숭아) : 대추 복숭아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月移山影改 (월이산영계) : 워리 사냥개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通市求利來 (통시 구리래) : 통시엔 구린내
시장을 통해 이익을 챙겨 오네.
뜻으로 보면 자연을 누비던 자신이 술에 취해 있는 것을 읊은 것이지만,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으면 돈이 없어 세상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가난'의 참상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竹詩(죽 시)
此竹彼竹化去竹(차죽피죽화거죽) :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風吹之竹浪打竹(풍취지죽랑타죽) : 바람 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반반죽죽생차죽) :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며
是是非非付彼粥(시시비비부피죽) : 옳은 것 옳다 그른 것 그르다 저대로 부치세.
賓客接待家勢竹(빈객접대가세죽) : 손님 접대는 가세(家勢)대로 하고
市井賣買歲月竹(시정매매세월죽) : 시정(市井) 매매는 시세대로 하세,
萬事不如吾心竹(만사불여오심죽) :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然然然世過然竹(연연연세과연죽) : 그러면 그렇지 그런 세상 그렇게 지나가네.
삿갓을 보면 쓰고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만 그런가~계곡 주변에는 김 삿갓 시비가 많이 있다.
난고 김 삿갓의 묘소 김 삿갓 문학관 전경
김 삿갓 문학 관에 전시되어 있는 난고의 유품들이다.
<다음 검색창에서 모은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