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魚友야담] 사랑인줄 알았건만 부정맥[아무튼, 주말]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카카오톡 사용법을 최근에야 익힌 팔순 노모(老母)로부터 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일본 노인 요양원 협회가 공모했다는 ‘하이쿠 우수작’ 꼬리표가 붙어 있더군요.
‘나는 연상이 이상형인데 더 이상 없어’ ‘전철 개찰구 안 열려 봤더니 이건 진찰권’ ‘LED 전구 내 남은 수명으론 쓰지도 못해’ ‘도쿄올림픽 어디서 보려나 하늘인가 땅인가’ ‘이 생의 미련 없다고 하지만, 지진에는 도망 가’ ‘느낌 있는 글씨체라고 칭찬받은 수전증’ ‘펜과 종이 찾는 도중에 쓸 문장 까먹어’ ‘세 시간 기다려 진찰받은 병명, 노환’ ‘만보계 절반 이상이 물건 찾느라’ ‘사랑인 줄 알았건만 부정맥’… 일본어 17자에 담은 노년의 촌철살인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카톡을 받았을 때 이 이야기의 미국 버전을 읽고 있었죠.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이었는데, 제목은 ‘6단어 회고록에 담은 감염병’. 한 재기발랄한 작가가 코로나 시대 가장 힘들거나 즐거웠던 순간을 6단어로 담아보자는 제안을 했더군요. ‘Not a criminal, but running masked’(범인도 아닌데, 마스크 쓰고 달리네) ‘I regret saying, I hate school’(학교 가기 싫다고 말했던 걸 후회합니다) 'Hallway hike, bathtub swim, Pandora concert(복도에서 하이킹, 욕조에서 수영, 그리고 콘서트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판도라로)… 그중 제 마음을 크게 흔든 건 이 6단어. ‘Avoiding death, but certainly not living’(안 죽기 위해서라지만, 이건 살아도 사는게 아니야).
글쓰기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치유와 화해입니다. 점점 심해지는 ‘코로나 블루’. 어쩌면 이 짧은 글쓰기도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마침 이번 주 복간돼 나온 ‘바쇼의 하이쿠’(민음사 刊)가 이런 생각을 부추겼는지도 모릅니다. 영어와 일본어처럼, 최소한의 한국어와 여백으로 당신도 무한의 우주를 창조해보시기를.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일 수도 있겠지만, 부정맥인 줄 알았는데 사랑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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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칠우
2020.09.20 18:31:27
독약도 잘 쓰면 명약, 코로나도 잘 쓰면 대깨문보다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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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숙
2020.09.20 14:38:58
재미있는 글입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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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기
2020.09.20 09:52:23
문재인 정권아래에서 살아가는 삶이 정말 재미없다.. 살다보면 나아진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을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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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상
2020.09.19 11:45:26
코로나를 즐기는 두 종류 인간이 있네요. 한국 종북주사파와 중국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