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785
신심명-013
동봉
제3칙
제1장 지도至道
제2절
만에하나 털끝만치 차이를두면
하늘땅이 다르듯이 벌어지는법
두눈앞에 드러나길 진정바라면
따르거나 거슬림을 버릴지어다
호리유차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顯隔
욕득현전欲得現前
막존순역莫存順逆
-----♡-----
'호리毫釐'하니까
할푼리割分釐가 떠오른다
이른바 수의 단위다
야구에서 타율을 얘기할 때
몇 할 몇 푼 몇 리라 한다
이 할푼리의 리에서
다시 열로 나눈 그 조각을
모毛로써 표현한다
분分을 푼이라 읽는 것은
우리 고유언어에서 가져왔는데
비율, 길이, 무게, 돈을 세는 단위다
그러니까 1을 기본으로 본다면
0.1은 할割이고
0.01은 푼/분分이고
0.011은 리釐/厘고
0.0111은 모毛/호毫며
0.01111은 사糸/絲며
0.011111은 홀忽이며
0.0111111은 미微며
0.01111111은 섬纖이며
0.011111111은 사沙며
0.0111111111은 진塵이다
이렇게 알고 보면
호리毫釐가 가늘고 작지만
사홀미섬糸忽微纖이나
사沙와 진塵에 비하면 굵고 크다
아무튼 호리毫釐에서
리釐가 1의 천 분의 1이라면
호毫는 1의 만 분의 1이다
호는 터럭 호毫 자인데
털毛에서도 특히 가는 쪽
끄트머리高를 표현한 것이다
호리를 손가락을 표현할 때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모아
하트 표시를 하곤 하는 데
그 작은 벌임새가 1이라 한다면
리釐/厘는 천 분의 1이고
호毫/毛는 만 분의 1이다
하트 모양의 벌임새가 크지 않다
이들 벌임새의 1/1,000과
1/10,000이면 작은 게 아닐까
우리말에 애매曖昧가 있고
모호模湖/糢糊가 있는데
이들은 호리보다 훨씬 작은 단위다
애매와 모호보다 더 작은 단위
준순逡巡과 수유須臾
순식瞬息과 탄지彈指
찰나刹那와 육덕六德
허공虛空과 청정淸淨이 있다
해탈주에서는 허공 공덕 청정이다
그런데 수數의 단위에서는
공덕功德이란 말을 쓰지 않고
육덕六德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찰나라는 시간의 개념과
허공이라는 공간의 개념 사이에서
허공 공간으로 이어지기 전
공간 덕을 여섯으로 설정한 것이다
시간이 실낱처럼 이어짐이라면
공간은 주사위처럼 보았고
육면 안쪽 공간의 덕이 육덕이다
금강경 제4 묘행무주분에서
허공을 표현할 때
동서남북과 네 간방을 들고
바닥과 천장처럼 위아래를 드는데
불설아미타경에서는
동서남북과 아래위로서
주사위 형태 공간을 그려낸다
금강경의 허공 표현에서 본을 떠
팔면체 연등을 개발했다면
글쎄, 맞는 말이라 할까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하면
표현에 애매설曖昧說이란 게 있다
이는 19세기 프랑스의
탐미파 작가들이 주장한 학설이다
다시 말해 언어라 하는 것은
본디 애매한 것이므로
자기들이 생각한 깊은 사상과
예술의 복잡한 느낌 세계를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설이다
어쩌면 선禪과 일치한다고 할 만하다
나는 사사오송으로 옮기며
만에하나 털끝만치 차이를두면
하늘땅이 다르듯이 벌어지는법
이라고 풀어가긴 했는데
신심명 선시禪詩를 읽을 때마다
늘 심리학 용어 하나가 떠오른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다
보통 '나비 효과'라고 하면
위협색威脅色을 먼저 생각한다
개념의 역사가 빠른 까닭이다
동물은 몸의 빛깔을
이상한 무늬나
빛깔을 띰으로써
포식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는 효과를 곧잘 드러낸다
나비나 나방 등 날개에서
자주 보는 무늬가 있다
크게 부릅뜬 눈알 모양인데
우리가 봐도 섬뜩한 느낌을 준다
한데 내가 말하려는 나비효과는
위협색과는 거리가 멀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나비효과란 기상학 표현이다
초기의 미세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으로
이제 겨우 56년 전인 1963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뉴욕과학아카데미에 제출한 논문에서다
처음에는 같매기 날갯짓이었는데
나중에 나비의 날갯짓으로
예를 든 주어가 바뀐다
곧 브라질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고 했다
그게 1972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모임에서다
갈매기가 나비로 바뀌었다면
선진국 과학자라 하더라도
비유의 과장효과를 알고 있었을까
이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인데
썽찬대사 명시집 신심명信心銘
지도장至道章에서 노래한
호리유차毫釐有差가 선배다
선배도 한두 해가 아니다
자그마치 1,400년을 훌쩍 넘는다
이 썽찬의 호리유차야 말로
카오스 이론의 발표자다
만에 하나 털끝만치 차이를 두면
하늘 땅이 다르듯이 벌어지는 법이란다
'나비효과'는 영화로도 나왔는데
내가 아프리카에 나가던 해
곧 2004년 11월에 개봉되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온 뒤(2009)에야
나비효과를 인터넷에서 보고
다운로드받아 보았는데
나름 꽤 괜찮은 영화였던 듯싶다
인생이나 인연법을 놓고
너무 운명 위주로 이끌어간 게
흠이라면 흠이며 재미이기도 하다
오래간만에 딸꾹질도 멈추고
건강도 좀 회복한 듯싶어
모처럼 긴 글을 쓴다
워낙 긴 글을 매일같이 쓰다보니까
짐작한 것보다 글이 짧아지고
시 위주의 글을 쓰면
페이스북 밴드 카톡 벗님들이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 하고 걱정한다
늘 마음 써 준 벗님들 염려에
고마운 마음을 슬그머니 곁들인다
-----♡-----
참고자료1
Daum 블로그 수의 단위
http://m.blog.daum.net/_blog/_m/articleView.do?blogid=06rJF&articleno=13411698
참고자료2
나비효과 영화-나무위키
https://namu.wiki/w/%EB%82%98%EB%B9%84%ED%9A%A8%EA%B3%BC(%EC%98%81%ED%99%94)
-----♡-----
오래간만에 티쿱 스토어에 들러 한 컷
-----♡-----
12/04/2019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