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여자 / 최창균
그의 슬픔이 걷는다
슬픔이 아주 긴 종아리의 그,
먼 계곡에서 물 길어올리는지
저물녘 자작나무숲
더욱더 하얘진 종아리 걸어가고 걸어온다
그가 인 물동이 찔끔,
저 엎질러지는 생각이 자욱 종아리 적신다
웃자라는 생각을 다 걷지 못하는
종아리의 슬픔이 너무나 눈부실 때
그도 검은 땅 털썩 주저앉고 싶었을 게다
생의 횃대에 아주 오르고 싶었을 게다
참았던 숲살이 벗어나기 위해
또는 흰 새가 나는 달빛의 길을 걸어는 보려
하얀 침묵의 껍질 한꺼풀씩 벗기는,
그도 누군가에게 기대어보듯 종아리 올려놓은 밤
거기 외려 잠들지 못하는 어둠
그의 종아리께 환하게 먹기름으로 탄다
그래, 그래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종아리가 슬픈 여자,
그 흰 종아리의 슬픔이 다시 길게 걷는다
감상
1. 주제
주제는 삶의 고단함과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자작나무 여자"**는 고난과 슬픔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하얀 침묵과 순백의 모습을 유지하며 길을 걸어가는 존재로 묘사
**"흰 종아리의 슬픔"**은 그녀의 고단한 생을 상징하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걸어가는 인간의 끈기를 나타냄
2. 시의 구성
초반: "그의 슬픔이 걷는다"는 문장은 슬픔이 그녀의 존재 전체를 장악한 모습을 암시하며 시를 시작
중반: 삶의 무게와 고단함을 상징하는 "물동이," "찔끔 엎질러지는 생각" 등의 구체적 묘사를 통해 그녀의 고난을 강조
후반: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는 삶의 이상과 평화, 고난을 초월한 영원의 공간을 향한 열망을 나타냄
3. 숲을 벗어나려는 욕구의 불가능성으로 자신의 공간을 수용하고 초월하려는 의지
숲을 벗어나려는 욕망과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라는 결심 사이에는 명확한 연결고리가 부족한 듯 보일 수 있음.
초반부에서 **"참았던 숲살이를 벗어나기 위해"**라는 구절은 숲이 억압과 고단함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암시.
숲은 그녀가 처한 현실의 무게, 고독, 반복적인 고단함을 상징하며, 그녀는 이곳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자 함
**"흰 새가 나는 달빛의 길을 걸어는 보려"**는 숲 밖에 존재하는 자유와 이상을 추구하는 욕망을 드러냄
즉, 숲은 고난과 구속의 공간이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내면의 해방감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음
이상향으로서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고수라기보다는, 숲 속에서 고난과 슬픔을 감내하며 의미를 발견하는 내면적 전환을 의미
시는 그녀가 숲을 떠나고자 했지만, 결국 숲 안에서 자신의 고통을 수용하고 이를 초월하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