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골프장 싸움은 사회 정의를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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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회 후 미산 골프장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강정근 신부 |
ⓒ 정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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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10시,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는 미산골프장 백지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린다. 미산골프장은 지난 6년 동안 골프장 건설 여부를 놓고, 끊임없는 논쟁이 있던 사업이다. 산림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산지전용허가를 받기 위해 실시하는 입목축적(나무밀도)의 축소 의혹, 녹지자연도가 축소되고 멸종위기종이 누락된 사전환경성 검토서 등등. 골프장 부지로 허가받기 위해 추진하는 다양한 생태환경조사가 부실 투성이며, 오히려 사업에 면죄부만 주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사업자간의 뇌물수수의혹을 제기하여 안성시장이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말로 혹은 추측으로만 오고갔던 사업자와 행정간의 비리, 골프 행정의 전모를 드러낸 셈이다.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지난 1월 16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협의하였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심의과정에서 정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가 아닌 사업자측 자료를 근거로 협의하였다. 결국, 더 많은 의혹과 문제를 남긴 셈이다. 도시관리계획 결정 이후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님들을 중심으로 경기도청 앞에는 미산골프장 백지화를 위한 농성장이 차려졌다.
농성 30일째 되는 지난 12일, 6년간 미산 골프장 반대운동을 해 오신 미리내성당 강정근 신부님을 만났다. 강 신부님과의 짧은 대화에서 골프장 건설이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개발사업의 전모를 볼 수 있는 사업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골프장 싸움은 환경문제를 넘어 사회정의를 위한 싸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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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산골프장 예정지에서 발견된 흰목물떼새 |
ⓒ 정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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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에 대한 강 신부님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미산골프장 반대운동에 언제부터 참여하게 되었나? 계기는?
"2003년도 5월에 처음 알게 되었다. 2002년 말 안성시청에서 경기도에 도시관리계획변경 신청을 했다. 2003년 5월에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에 대해 반대가 있었는데 그 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골프장이 건설되면 환경파괴 등을 우려해서 반대했다. 과정에서 사업자가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다. 6억4천만원을 40가구에게 주겠다고 농협에 공탁을 했다. 지금도 공탁중이다."
- 미산 골프장 입목축적조사 축소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어떤 문제인가?
"사업자가 2007년 3월에 입목축적조사서를 제출했다. 안성시에서는 국비를 들여 직권으로 골프장 예정지에 2002년, 2004년도 두 차례에 걸쳐 간벌(솎아베기)를 실시했다. [농림사업시행지침서]에는 '타용도로 전용할 임지는 국고를 이용해 간벌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몰랐다'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환경파괴의 전형이다. 입목축적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전체산림을 대표할 만한 곳에서 표준지를 선정하여야 한다. 표준지 선정과정에서 2002년 간벌지를 46.3%나 포함했다. 표준지를 불공정하게 선정해 측정한 결과 입목축적이 120%에 불과했다. 표준지를 공정하게 선정했다면 150%가 넘는다(150% 이상의 경우 사업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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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시는 2002년, 2004년 두차례에 걸쳐 미산골프장 예정지를 국비로 간벌했다. |
ⓒ 천주교생명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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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산 골프장도 사전환경성검토가 부실하게 작성되었다는데.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녹지자연도 8등급 지역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조사한 결과 8등급지가 세 곳이나 나왔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도 다수 발견되었다.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꼬마잠자리,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991년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2명이 사망했던 곳으로 산사태 위험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지만 ‘사전재해영향검토서’에는 모두 누락되었다. 이런데도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사업자가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협의했다."
- 미산골프장 반대운동 진행과정에서 느낀 점은?
"처음에는 환경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진행하다보니 이게 사회정의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개발사업의 단면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미산골프장이 허가가 안나니 회사에 내분이 생겨 고발사건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5명을 구속했다. 사업자인 S건설 대표자, 안성시 비서실장, 시장 측근 등등. 검찰조사결과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골프장 사업자와 지자체가 뇌물과 비리로 얼룩져있었다. 우리나라 골프행정의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공무원은 개발업자의 편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 그대로 처리할 수밖에. 이게 미산골프장만 그러겠냐. 전국의 골프장, 개발사업이 비슷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미산골프장 계획이 결국에는 백지화될 것이라 믿는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근거가 된 자료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에 사업인가가 나고, 공사가 진행된다면, 사업자가 제대로 녹지축 확보 등등 규정을 지키면서 하는지 끝까지 감시할 것이다. 사업 허가과정에서 이렇게 많은 불법이 진행되었는데, 공사 중에는 오죽 할 것인가."
- 전국적으로 골프장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주민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골프장이 들어서는 곳은 대부분 자연부락이다. 미산골프장 예정지의 경우에도 골짜기에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침 먹고 나와 점심, 저녁 같이 해먹으며 지낸다. 그런데 골프장 이야기 나오면서 지역주민들이 모두 갈라졌다. 지금은 말도 안한다.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등지고 갈라지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이해하고, 용서하고, 함께 가야한다. 반대운동하는 사람들은 너무 약하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도 모두 용두사미가 된다. 애당초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자. 쌓이고 쌓여 세월이 가면 우리 사회가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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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산골프장 예정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맹꽁이 |
ⓒ 천주교생명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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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