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6일, 승리가 ‘성접대’에 이용한 법인카드가 YG명의였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양현석 대표가 동남아시아의 남성 재력가인 조 로우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후 YG가 마약의 온상지로 기능해왔다는 보도가 잇따름에 따라 양현석 대표는 사퇴했으나, 여전히 YG의 최대 주주이기에 실상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했습니다.
자산총계가 3조 7천억 원에 달하는 한국 거대 기획사의 대표인 양현석, 그러한 양현석에게 조 로우를 소개한 ‘한류스타’ 싸이, 민갑룡 경찰청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규근 총경. 버닝썬 게이트에 관계된 인물들의 사회적 지위 및 제기된 의혹들의 심각성에도 불구,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성매매 알선은 무혐의에 구속 영장도 기각된 승리는 입영 연기 기한이 만료되었다며 군대로 도피할 예정에 있고, 윤규근 총경은 부정청탁방지법 위반과 뇌물죄 등, 관련 혐의들에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뒤 언론이 묻은 지 오래입니다. 양현석에 대하여 추가적인 성접대 의혹에 관해 수사 예정이라고는 하나, 진술서를 다 볼 수 있다고 밝힌 그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가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스너프 필름 촬영 현장에 있었다는 VVIP 6인과 직접적으로 실명이 거론된 모 정계 남성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는 채 2019년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밝혀진 클럽들의 참혹한 실상 및 범죄들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흐지부지 되는 것은, 여성을 물화 및 대상화하며 착취 가능한 재화로 여기는 가부장제와 강간 문화가 그 근본 원인입니다. 어디에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커피 전문점보다도 더 흔하게 널려 있는 페이강간‘업소’는 한국에서 우리 여성이 어떤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지를 반증합니다.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알탕 카르텔은 오랜 기간 여성을 재화로 격하시키며 획득 및 유지해온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여성들이 구조의 문제를 깨닫고 반격에 나서는 순간, 그들이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렸던 권력의 기반이 위태로워질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남성들은 교묘하고 치밀하게 여성착취적 구조를 은폐하려 합니다. 이러한 가부장제의 의지는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검경 및 정부의 적극적 무관심을 통해 구현됩니다. 남초 언론 역시 재벌가의 아들들을 비롯한 남성들의 여성 착취가 버닝썬 게이트의 본질임에도 불구, 사건의 초점이 마약 범죄인 것마냥 호도하는 것도 모자라 실명까지 거론해가며 ‘여성 가해자’를 대두시키고 있습니다. 언론이 무수한 가해 남성들은 숨기고 여성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동안, 일반 남성들은 버닝썬 게이트를 희화화하며 여성들이 입은 피해를 조롱합니다. 가해 주체는 여자로 둔갑시키는 동시에 여성의 피해 사실은 없거나 없는 것 취급해도 무방한 것으로 치부함으로써 그들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남성 질서를 공고화합니다.
클럽 근방을 지나가신 분이라면 누구나 그 앞의 ‘여성 입장 무료’ 현수막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일견 우리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는 없습니다. 영화 ‘걸캅스’에서 나왔듯, 남자와 달리 여자는 ‘어리고’ ‘예뻐야만’ 입장 자격을 얻습니다. 남자는 구매자로서 선택권을 가졌으나 여자는 ‘초이스’ 당하는 재화일 뿐, 동등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클럽 등지의 여성 착취적 구조가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클럽들은 여전히 밤거리를 밝히며 성행 중입니다. 스너프 필름 촬영 사실이 밝혀진 아레나마저도 이름을 바꿔 영업을 재개한 지 오래입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여성 입장 무료’ 현수막을 내걸며 여성을 꾀어낼 것이고, 여태까지 그랬듯이 남성들이 ‘유희’를 위해 자행하는 범죄를 묵인 및 방조하며 자본을 축적할 것입니다.
버닝썬 게이트에 얽힌 극악한 범죄들에도 불구하고 관련 남성들에 대한 처벌은 고사하고 공론화마저 더딘 현실에 분노한 스탭진은, 2차 시위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게이트의 실상을 알리고 관계자들의 도피 및 범죄 은닉을 방조, 방관하는 수사 당국 및 정부를 압박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참여자 분들의 안전에 치명적인 현장 및 의료 인원이 크게 모자랐습니다. 한여름에 행진까지 겹쳐 어떤 안전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위를 강행할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고, 잠정 종료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본 시위는 잠정 종료되지만, 버닝썬 게이트가 이대로 묻히지 않도록, 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이 사회적 측면과 법적 측면 양면으로 합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여성에게 행하는 범죄는 곧 인간에게 행하는 범죄이며 범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당연한 사실을 가해 남성들에게 명징히 주지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혹여 막막함에 전부 내려놓고 싶으실 때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회색, 그 회색 옷을 입고 모였던 자매들을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스탭진 역시 클럽 불매나 시위 참여를 비롯하여 알탕 카르텔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여성 착취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해나가겠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규탄하기 위해, 여성이 남성 지배 질서를 떠받치기 위한 재화로만 소비되는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함께 모여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년 6월 30일
버닝썬 게이트 규탄 시위 스탭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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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짜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상상을 뛰어넘게 기괴한 현실에 막막한 한편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야한다는 생각이 듦
돈때문에.... 누군가는 돈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