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직후 방한”… 정부, 미중관계 등 상황 주시
[미중 갈등]
국회의장 회담… 尹과 회동은 힘들 듯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직후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미중 관계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미 입법부 수장이자, 대통령·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고위 인사의 방문인 만큼 “정중하게 대우하고, 필요한 게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펠로시 의장 방한 중 대만 문제 등이 공개적으로 거론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방한 공식 일정은 4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만남이다. 양국 의장은 국회에서 50여 분간 회담을 갖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 기후위기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만남은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이고, 박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캄보디아로 출국했기 때문. 펠로시 의장은 2015년 방한했을 때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정의화 국회의장 등을 만난 바 있다.
2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미 관계 강화를 기조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대중(對中) 관계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우리 메시지 등을 최종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리 기자
펠로시, 中항모 뜬 남중국해 우회… 전세계 30만명 항로 지켜봐
[미중 갈등]
대만 TSMC회장 “中 침공땐 모두 패자”
충돌 치닫는 美-中 갈등에 우려 커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탄 전용기는 2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해 남중국해를 거치는 짧은 항로 대신 필리핀을 우회하는 긴 항로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중국해에 떠 있는 중국 항공모함 등을 의식해 두 시간가량 더 걸리는 항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눈은 펠로시 의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기 C-40C(호출부호 SPAR19)의 항적에 집중됐다. 항공기 항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이트에는 이례적으로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SPAR19편의 운항 정보를 지켜봤다. 이날 스웨덴의 항공기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측은 트위터를 통해 “전례 없는 접속량 폭증 때문에 접속 장애가 벌어지고 있다.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이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류더인 회장이 1일(현지 시간) 미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해 전쟁이 벌어진다면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더 이상 반도체칩이 아니다. 세계 질서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나면 반도체 10%를 TSMC에 의존하는 중국의 경제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TSMC가 중국에 넘어가면 아시아 유럽 미국 협력사들이 거래를 끊어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과 중국의 악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1991년 중국 방문 때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에게’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이후에도 인권 탄압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등 대중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1일 펠로시 의장을 “무모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두둔하고 중국을 더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톰 미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베이징 지부장은 “시진핑 주석도 이번 사건을 별것 아니라며 무시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쳐 버렸다”며 “세계 최강국을 상대할 준비가 됐는가. 시 주석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