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문정현 신부님)
반가운 비가 옵니다.
이 빗속을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용산참사는 실로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무시무시한 물리력을 동원한 탄압만 계속됩니다.
지난 주에는 순천향병원 3층 로비에까지 경찰병력이 올라와 수배자를 찾는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머지않아 우리가 상상하는 때가 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추모미사를 지내며
참사에 희생되신 고인들과, 속이 새까맣에 숯검정이 되어버리신 유가족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박종철열사의 형님을 비롯한 많은 열사의 가족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천주교회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입니다.
이 자리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하는 이유를 우리는 모두 잘 압니다.
억울하게 희생되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며,
천주교회의 성직자와 수도자,평신도 등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과연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기 위한 것입니다.
2000년 전 나자렛마을의 예수님은 30여년을 살면서 3년간의 공생활을 하셨습니다.
그 3년간의 사회생활이란 다름아닌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위로하신 시간이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의심하며 먹보며 술보라고 누명까지 씌워
신성모독죄로 사형을 시켜야 했을만큼 예수님의 생활은
지도자들에겐 못견디게 자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지도층과 권력층은 사회를 교란시키고 어지럽힌다고 예수님을 비난했고,
예수만 제거하면 자신들이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빗나갔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거룩하고 의로운 하느님의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고 고백하는 자들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고백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예수님처럼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거짓을 따르지 않으며
가난하고, 억눌리고,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생겼고, 제자들은 순교로 지켜냈습니다.
신자들은 예수님의 삶을 살면서
'죽어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난다'는 신념으로 살아야 합니다.
7,80 년대를 지나오며 수많은 열사들이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목숨을 바쳤습니다. 자신을 위한 죽음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분들을 열사라 부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영정사진으로 함께 하신 열사들 중 매우 특별한 인연을 소개합니다.
나는 조성만(요셉/1888년 당시 24세) 열사의 선생이었습니다.
천주교회에 입교와 영세를 시켰습니다.
아주 잘 생긴 미남에 착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 학생이 나자렛 예수님의 삶을 살고저 아까운 목숨을 버렸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88올림픽은 남북합동으로 치뤄야 한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자 할복을 하고 명동성당 교육관 3층에서 투신을 하였습니다.
이것을 자살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신앙의 이름으로 한 행동,
그런 기막힌 인연이 있는 열사를 생각하면.......( 신부님께서 끝내 울음을....)
정권은 용산참사의 진실을 감추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곳 열사들의 영정을 무서워하고, 유가족들의 상복만 봐도 무서워 떨고,
고인들에게 바쳐진 꽃만 봐도 무서워서 꽃받침대를 몽땅 빼앗아 가는 것을 보면
진실이 드러날까, 거짓이 탄로날까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너댓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서려고만 해도 막아서는 경찰,
나가서 세상에 이 용산을 알릴까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림만 걸려고 해도 수많은 겅찰병력이 와서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해를 가릴 파라솔을 쳐도 미친 개처럼 뜯어갔습니다.
정갱이와 팔꿈치가 모두 벗겨지고 멍들었습니다.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용산을 무서워합니다.
병원 영안실까지 철통처럼 지킵니다.
굉장히 무서운 공권력입니다.
10,000쪽 분량의 수사기록 중 3,000쪽을 감추고 내어주질 않습니다.
진실이 드러날까봐 두려운 것입니다.
재판장이 내어 놓으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주 무서운 공권력입니다.
어이없는 용산경찰서는 늘 공갈과 협박을 합니다.
용산서의 누구다...큰소리 치며 경찰에게 손만 대도 징역 7 년 반, 모욕하는 소리는 징역 4 년 반...
불법.....운운 하며 연일 공갈 협박입니다.
나를 잡아가라고 해도 절대로 잡아가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이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모여야 합니다.
무척 힘들고 지치지만 이곳에 모여야 하는 이유는
이곳처럼 아픈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섯 사람이 죽어서 내려왔습니다.
유가족들은 산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믿습니다.
경찰도 죽었습니다.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일들입니다.
이 사회의 아픔입니다.
온 국민이 받았을 그 상처를 회복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모이면 저들은 속이 탈 것입니다.
속이 타서 새까맣게 만들어야 진실이 드러납니다.
이곳 열사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어선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통해 의인이 되신 것 처럼 열사들도 우리를 대신해 죽으신 순교자들입니다.
물리적으로 탄압하고 연행하고 투옥하겠지만
우리의 마음을 빼앗을 순 없습니다.
마음이 있는 한 진실은 드러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려면 반드시 용산참사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것은 그냥 넘어가선 안 되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진달래님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