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다족류 / 정선
슬픔을 무엇으로 부를까 당신의 슬픔을 수염이라고 부르자 수염은 땅속 깊이 뿌리를 뻗었다 당신의 슬픔을 낙지라고 부르자 심장에 달라불어 피를 빨아먹었다 슬픔에는 왜 그리 다리가 많은지 애인은 다리 많은 벌레는 질색이었다 당신의 슬픔을 깃털이라 부르기로 했다 너는 하얀 깃털이야 어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슬픔은 단번에 다리를 잘랐다 굴뚝을 기어가던 연기가 참견을 했다 슬픔은 첼로 소리 같아 우아한 슬픔 속에는 청동빛 스토리가 빛나지 슬픔은 탄성이 생겨 구르고 또 굴렀다 생채기투성이 슬픔이 두루뭉술해졌다 둥그런 몸에 날개가 돋아 나방이 되었다 저녁 들판에 웃음이 번졌고 밤하늘에는 별똥별이 쏟아졌다 날개가 부서지도록 나방은 궁륭 속을 푸르게 날았다
- 시집 『나는 부적절한 빛』(시인의 일요일, 2026) -----------------------------------
* 정선 시인 시집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나는 부적절한 빛』 포토 시집 『마추픽추에서 띄우는 엽서』 에세이집 『내 몸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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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다족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슬픔으로 이렇게도 아파하고 저렇게도 아파합니다. 또한 다양한 슬픔이 우리에게 한꺼번에 와 닿을 때, 마음속에서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 아프다는 아프다는 소리가 가슴에서부터 울려 입 밖으로 튀어 나오기도 합니다.
아! 슬픔이 깃털처럼 가벼울 수 있다면, 약한 바람에도 훌쩍 날아가 버릴텐데요, 어떤 슬픔은 다족류이기도 하지만, 어떤 슬픔은 진드기 같아서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저 슬픔이 나를 살게 하는 양분이 되게 하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것은 슬픔이기보다 그리움이겠습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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