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축구 대표팀에 끼치는 영향
문.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는 총 139명이다. 어떤 달에 월드컵 대표가 가장 많이 태어났을까.
답. 3월이다. 전체 월드컵 대표 가운데 13.7%(19명)가 3월생이었다. 만약 월드컵 대표가 열두 달 동안 골고루 태어났다면 이 비율은 8.3%가 된다. 3월에는 월드컵 대표가 1.6배 많이 태어난 셈이다.
문. 한국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야구 1군 경기에 한 번이라도 출전한 선수는 지난해 기준 총 2583명이다. 몇 월에 프로야구 선수가 가장 많이 태어났을까.
답. 이번에도 3월이다. 전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11.6%(300명)가 3월에 태어났다. 투수 1145명만 따지면 3월생 비율은 12.5%(143명)로 올라간다. 보통 어릴 때 야구를 제일 잘한 선수가 나중에 투수가 된다.
문. 왜 하필 3월에 스포츠 선수가 가장 많이 태어난 걸까.
답. 예전에는 3월생을 기준으로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정했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1일생은 2002년 2월 28일생보다 사실상 한 살이 더 많지만 보통 같은 날 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니 3월생이 체격도 크고 ‘운동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확률도 그만큼 높다.
문. 2003년생부터는 1월생부터 입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면 이 월별 확률이 달라졌나.
답. 그렇다. 만 14세 이하 축구 대표팀에 뽑힌 적이 있는 1999∼2002년생 106명 가운데는 3월생이 18.9%(20명)로 가장 많았던 반면 2003∼2006년생 100명 가운데는 1월생이 21%(21명)로 최다였다. 연령별 대표팀은 1월 1일이 나이 기준일이다. 그러니 1월생이 많은 게 유리한데도 그 전에는 입학 시기 때문에 3월생이 많았던 거다.
문. 혹시 공부도 이런 영향을 받나.
답. 물론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팀은 2007년 중학교 2학년 수학·과학성취도를 분석해 3월생과 이듬해 2월생 사이에 영역별 성적 차가 평균 10점 정도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노동경제논집 2011년 게재 논문 ‘초등학교 취학 나이가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만 5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기입학자는 ‘첫 입시’에서 4년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21.5% 낮았다.
문. 그렇다면 정부에서 2019∼2021년 출생자는 만 5, 6세를 동시에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한 건 문제 아닌가.
답. 만 6세 기준으로 1월생은 12월생보다 성장 발달 시간이 20% 정도 더 길었다. 만 5세를 기준으로 하면 이 차이는 25%로 벌어진다. 늦게 태어난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뒤처질 우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문. 요즘 아이들은 성장 발달 속도가 빨라서 그래도 괜찮지 않나.
답. 이 질문에는 이 열한 글자로 답할 수밖에 없다. ‘어디 한번 직접 키워 보시라.’ 만 5세가 코앞인 쌍둥이 아들이 화장실에서 “다했어요∼”라고 아빠를 애타게 찾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