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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06 - 엇갈린 만남 (下)
1. S# 나이트클럽 전용출구 앞.
태희, 주르르 눈물을 흘린다.
선우, 멈칫.. 본다. 어쩌지? 하면서 보다가 천천히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선우 : 저기요.. 괜찮으세요?
태희 : ...
선우 : 어디 다치신 거예요? 네?
태희 : (천천히 시선을 들어 선우를 본다)
선우 : (어색하게 베식 웃어 보이면)
태희 : (말없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뒤 그대로 선우 앞을 스쳐 지나온다)
그렇게 타인처럼 모르는 얼굴로 윤희 앞을 스쳐 지나오는 태희.
그런 태희를 걱정스럽게 돌아보는 선우의 얼굴에서 천천히 fade-out.
2. S# 평창동 집 전경 (밤)
3. S# 거실.
프레임-인 되는 서준의 얼굴.
서준 : 네? 누나 혼자요?
예산댁 : 으응. 나가면서 서준이 들어오면 여기루 갔다구 전해 달라구.. (메모 전해주면)
서준 : (받아들고) 누나 나간 게 언젠데요?
예산댁 : 꽤 됐어. 두 시간두 넘었지 아마.
서준 : 그 뒤로 연락 없었구요?
예산댁 : 없었는데..
서준 : (걱정스럽게 보는데)
김필중 : 무슨 소란이야 밤늦게. (가운을 입고 나오면)
서준 : 누나가 흥신소사람 만나러 간 모양입니다. 윤희랑 비슷한 사람을 찾은 거 같다구 연락이 왔었대요.
김필중 : 그래서 태희 혼자 나갔단 말이냐. 이 밤중에?
서준 : 어디루 갔는지 메모 남겨뒀습니다.
김필중 : (못마땅해서) 넌 대체 어딨었던 게야 이 시간까지? 흥신소 직원 상대하는 거 너한테 맡으라 그랬잖아.
그렇게 누누이 일렀건만 왜 밤늦게 태희 누나 혼자 나가게 만들어.
서준 : (대답 못한 채 시선 떨구는데)
현자 : 서준이두 지 사업하는 애예요 아버지. (나이트가운을 걸친 채 방에서 나오며) 태희가 어디 한두 살 먹은 어린애예요?
지 멋대루 혼자 나다니는 걸, 서준이가 무슨 재주로 막아요?
서준 : 아니예요. 사무실에 있었으면 전화 받을 수 있었을 거예요. 제가 비워두는 바람에 연락 못 받은 겁니다. 제 잘못이예요.
현자 : 넌 태희 전화만 기다리며 대기하는 사람이니?
김필중 : (엄한 시선으로 현자를 보면)
현자 : 아줌마. 대체 흥신소 직원한테 연락 온 게 몇 시예요?
예산댁 : 저녁 늦게요. 10시 가까이..
현자 : 시간 늦은 거 뻔히 알면서 내일 날 밝었을 때 약속을 잡을 것이지.
서준 : 됐어요, 그만하세요. (김필중 보며)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메모에 장소 남겨뒀으니까 제가 가보겠습니다.
(다시 외투 걸쳐 입자)
현자 : 이건 사촌지간인지 머슴살일 하는 건지 모르겠네.
김필중 : 너 그 입 다물지 못하겠니?
현자 : (찔끔.. 시선을 내리까는데)
E 초인종 소리.
예산댁 : 태희 양이예요 회장님.
김필중, 서준, 동시에 돌아본다.
예산댁 문 열어주면.
현자 : 나타나두 꼭 극적인 순간에 나타나시지.
김필중 : 입 다물라 그랬다.
현자 : 아버진 언제나 태희만 옳다시니까.
김필중 : 너!
현자 : (다시 찔끔.. 입을 다문 채 시선 외로 꼬면)
현관으로 들어서는 태희, 무척 피곤하고 지친 모습. 들어서다가 식구들 모두 나와 있는 걸 보고.
태희 : 할아버지.. (다들 보며) 왜들 다 나와 계세요?
현자 : 몰라서 묻니?
서준 : 누나 혼자 밤늦게 나갔다구 할아버지가 걱정하셔서.
태희 : (김필중 보며) 걱정하셨어요? 죄송해요.
김필중 : 나갔던 일은 어찌됐냐.
태희 : 잘.. 안됐어요. 잘못 안 거였어요. 윤희가 아니드라구요.
현자 : 그런 걸 가지구 괜히 온 집안 발칵 뒤집어 놓구, 엄한 남의 아들만 잡지.
서준 : (못마땅해 현자를 돌아보면)
김필중 : (태희를 안쓰럽게 보더니) 됐다. 그만 올라가 쉬어라.
태희 : 먼저 들어가세요.
김필중 : (잠시 보더니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면)
태희 : (돌아서서 이층으로 올라가려는데)
현자 : 여기 너 혼자 사는 집이니? 너 하나 때문에 이게 뭐야? 온 식구가 너 하나 때문에 밤늦도록 잠도 못 자구.
할아버진 니 편이니 그렇다 쳐. 나하구 서준인 번번히 무슨 벌이냐구 이게?
태희 : (본다) 죄송해요. 주의할께요. (다시 돌아서서 올라가려는데)
현자 : (소파로 와서 앉으며) 암튼 재주구나.
태희 : (다시 멈칫.. 멈춰서면)
현자 : (책 아무거나 들어 건성으로 들척이며) 잊구 지낼만하면 잃어버린 동생 들먹거려 온 집안 벌집 쑤셔놓듯 쑤셔 놓구,
할아버지한테 불쌍하게 보여 동정표까지 따내구. 그것두 꼭 서너 달 간격으루다 한번씩.. 꼭 짜구 연극하는 거 같잖어.
서준 : 엄마.
현자 : 대체 십 육년 전에 잃어버린 애를 무슨 수로 찾아. 무슨 수로.
태희 : 찾아요. 찾을 거예요. 찾을 수 있어요!
현자 : (흘끗 보면)
태희 : 다른 건 뭐라셔두 참겠지만 윤희일 만큼은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제 동생이예요. 아셨어요?
현자 : 무섭구나. 벌벌 떨려죽겠어 아주.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올라가버린다)
현자 : 시건방진 것.
서준 : 엄마! 누나한테 제발 그러지 좀 말아요. 네? 엄마 그럴 때마다 유치하구 창피해요.
쥐구멍에 들어가 버리구 싶다구요. 알아요? (그러더니 따라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현자 : (흘겨보며) 벨두 없는 자식. 뭐? 쥐구멍? 유치하구 창피해? (보는데서)
4. S# 김필중의 방.
뒷짐 진채 서서 문 쪽을 돌아보는 김필중. 심기가 불편한 듯.. 시선을 돌리면.
5. S# 이층 복도.
올라온 서준, 태희의 방 문 앞에 서서 노크한다. 대답 없다.
서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서준 : 누나 미안해. 엄마대신 내가 사과할께요.
태희 : (대답 없다)
서준 : 잘 자요 그럼. (씁쓸하게 돌아서서 반대편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면)
6. S# 태희의 방.
어두운 방안에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고.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는 태희. 아버지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천천히 무릎을 세우며 두 팔에 얼굴을 묻는다. OL.
7. S# 나이트클럽 출구 앞. (밤)
앞씬의 태희와 OL. 쭈그려 앉은 채 두 팔에 얼굴을 묻고 있던 선우, 천천히 고개를 든다.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면.
8. S# 국밥집 앞. (밤)
터벅터벅 힘 빠져서 걸어오는 선우.
그 때 그 옆으로 좁은 시장골목을 지나오는 택시 한 대. 선우를 지나쳐 오더니 국밥집 앞에 멈춰 선다.
선우 ?해서 걸음을 멈추고 보면 안에서 내려서는 승희와 수탁, 그리고 철웅. 택시 떠나는 뒤로.
승희 : 오빠 오늘 재밌었어?
수탁 : 저두 재밌었어요. 승희 씨 덕분에. (웃으면)
철웅 : 가라. (돌아서서 걸어온다)
승희 : 그냥 갈려구? 오빠 잠깐마안.. (따라오는데)
멈칫.. 철웅 걸음을 멈추고 본다. 그 앞에 서 있는 선우.
승희도 선우를 알아보고 우뚝 걸음을 멈춘다.
선우, 철웅와 수탁을 지나쳐 승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철웅, ? 돌아보면.
선우 :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게) 너 지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승희 : (시선 못 맞춘다) 그건 왜? 니가 알아 뭐하게?
선우 : 말해. 어디 갔다 오냐구 묻잖아.
승희 : 춤추러 갔었다 왜?
선우 : 너.. 머리두 새루 했구나?
승희 : (빠글빠글한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했어 그래.
선우 : 돈이 어디서 났어?
승희 : 무슨 말이야?
선우 : 무슨 돈으로 머리두 하구 춤까지 추러 갔었냐구.
철웅 : (뒤에서 승희와 선우를 보면)
승희 : (철웅의 시선을 의식하더니 이내 뻔뻔스럽게) 근데 너.. 왜 갑자기 그런 걸 꼬치꼬치 캐 묻구 그래?
내가 무슨 돈으로 뭘 하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선우 : 너 내 돈 만졌지?
승희 : 뭐?
선우 : 선반 안에 내가 모아둔 돈.. 니가 가져갔지? 그렇지?
승희 : 기막혀. 너 지금 잠꼬대 하니? 대체 내가 무슨 돈을 가져갔다는 거야 지금?
선우 : 가져갔잖아 너!
승희 : 웃긴다 증말. 이게 어디서 생사람을 잡아? 야! 번지수 틀렸어. 딴 데 가서 알아봐! (그러면서 홱 돌아서는데)
선우 : (확! 승희의 긴 머리를 잡아당긴다)
승희 : 아야! (홱 돌아보더니) 이게 근데 야! (선우한테 달려든다)
엉켜 붙는 승희와 선우.
동시에 달려와 말리는 철웅과 수탁. 철웅, 선우를 잡아당기고 수탁 승희를 잡아당긴다.
승희 : 이 나쁜 년! 너 죽었어! 일루와! 일루 안와!
계속 발길질하며 달려드는 승희, 수탁이 겨우 막는다.
선우도 거칠게 뿌리치며 덤벼들려는 걸 철웅이 겨우 잡고 있다.
선우 : 놔! 이거 놔! (그러면서 철웅을 때리고 밀친다)
철웅 : (한대 얼굴을 맞더니 턱! 선우의 팔을 잡는다)
선우 : (멈칫.. 본다. 보면)
철웅 : 너 손버릇이 아주 고약하구나.
선우 : 놔 이거. 좋은 말루 할 때 놔!
철웅 : (놓아주지 않은 채 바라보며) 주먹 자랑 철없는 애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싸움난거 구경만 하구 안 말리게 더 나쁜 놈이라며? 니가 나한테 그랬지?
선우 : (씩씩거리며 본다. 순간 두 눈 가득 글썽.. 고이는 눈물)
철웅 : (멈칫.. 여자의 눈물에 약한 그. 순간 방심해서 보는데)
선우, 냅다 철웅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 버린다. 철웅, 멈칫해서 돌아본다.
승희를 말리던 수탁도 돌아보고 씩씩거리던 승희도 돌아보면.
철웅, 선우의 뒤를 쫒아간다.
승희 : 오빠! 철웅 오빠아!!! (보면)
9. S# 시장터 골목.
달리는 선우, 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어딘가로 마구 달려간다.
흐르고.. 또 흐르는 눈물..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선우의 얼굴.
그 뒤로 빠르게 쫒아오는 철웅, 끝까지 쫒아간다.
10. S# 의상실 앞.
헉헉 숨을 몰아쉬며 프레임-인 되는 철웅, 고개 들어 한쪽을 바라보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선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불 꺼진 의상실 앞에 서서 옷을 바라보고 서 있다.
철웅, 본다. 시선에서.
(경과)
의상실 앞에 두 무릎을 모은 채 쭈그리고 앉아있는 선우.
그 옆으로 일 미터 쯤 간격을 두고 앉아 있는 철웅. 흘끗 선우를 본다.
철웅 : 너.. 집에 안 들어 가냐? 두시도 넘었어.
선우 : (꼭 웅크린 채 앉아있으면)
철웅 : (본다. 안쓰러웠던지 쟈켓을 벗어 멋없이 쓱 내민다) 야.
선우 : (흘끗 본다)
철웅 : (받으라는 듯 더 내밀면)
선우 : (말없이 다른 쪽으로 시선 돌린다)
철웅 : 거 참, 말 되게 안 듣네. (그러더니 다가앉으며 쟈켓을 어깨에 아무렇게나 덮어준다. 주고)
골질 하는 거 대충하구 그만 들어가라. 여자가 밤늦게 다니면 집에서 걱정하잖아. (그러면서 담배를 입에 무는데)
선우 : 이 옷을 사고 싶었어.
철웅 : 응? (불을 붙이지 않은 채 돌아보면)
선우 : 여기 걸려 있는 옷 말야. 이걸 사고 싶었다구.
철웅 : (흘끗 선우 뒤에 있는 투피스를 본다. 다시 선우를 보면)
선우 : 사뒀다가... 이 다음에 좋은 회사 취직하면 그 때 입고 다닐려구 했어. 그래서 돈 생길 때마다 유리병에 모아둔거야.
나는... 회사원 되는 게 꿈이거든.
철웅 : ...
선우 : 다른 사람처럼 출근도 하고 퇴근도 하구 열심히 일해서 능력도 인정 받구.. 따뜻한 집에 돌아오면 마음 편히 쉴 수 있구..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꿈꿔오던 생활이었어.
철웅 : (순간 마음 한구석이 강하게 저려온다. 바라보면)
선우 : (속에서부터 나오는 깊은 한숨.. 그러더니) 이젠 됐어. 옷을 못 사게 된 건 아깝지만.. 괜찮아. 돈은 다시 모으면 되지 뭐.
(그러더니 일어서며 잠바를 철웅에게 준다)
철웅 : (받으며 따라 일어서서) 들어갈래?
선우 : 낼 새벽 장에 나가봐야 해. 김치꺼리 다 떨어졌거든.
철웅 : 야. 이럴 땐 그냥 제껴 버리는 거야. 기분두 꿀꿀한데 김치는 무슨..
선우 : 그렇다구 할 일을 안 해버리면 더 우울하구 꿀꿀해. 누가 대신 해줄 사람이 있는 것두 아니구..
이럴 땐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야. 몸이 고되면 우울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곯아떨어지거든.
철웅 : (보면)
선우 : 걱정 마. 난.. 괜찮다고 생각하면 금방 괜찮아지는 애니까. (웃음. 돌아서서 가는데 뒤에서)
철웅 : 야.
선우 : ? (돌아보면)
철웅 : 잘 가라.
선우 : (싱겁긴. 다시 가려는데)
철웅 : 야.
선우 : ? (다시 돌아본다)
철웅 : 저기.. (흠.. 헛기침 한번 하고) 난 박철웅이야. 넌?
선우 : (잠시 간격을 두고 본다. 보더니 씩 웃음) 선우야. 이선우.
옅은 미소로 본 뒤 돌아서서 간다.
순간 째지게 씩 웃는 철웅. 선우가 이름 말해준 게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본다. 보더니.
철웅 : 됐다. 그만 나와라.
그러자 뒷 쪽 어둠에서 나타나는 수탁. 팔짱을 낀 채 콧물을 들이마시며 옆으로 다가선다.
수탁 : 엇 추워. 추워서 얼어 죽는 줄 알았네. 열 셀 동안 형 안 일어나면 정말루 혼자 갈라 그랬어요.
철웅 : (픽 웃더니 다시 선우 간 쪽을 보며) 수탁아. 나 말야. 드디어 내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
수탁 : 인생의 목표요? 그게 뭔데요?
철웅 : 이선우.
수탁 : 누구요?
철웅 : 저 애..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금방 또 울어 버릴 거야. 그래서 결정했다. 이제부터 내가 돌봐주기루.
수탁 : 예에? 아니.. 형! (놀라서 보면)
철웅 : (잠바를 입더니 돌아서서 간다)
수탁 : 혀엉! (따라가며)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위로.
수탁 : 형 잠깐만요. 술 아직 덜 깼어요? 누가 인생의 목표라구요?
철웅 : (일부러) 어! 밤 날씨 춥다아! (깃을 세우며 걸어간다)
수탁 : (따라가며) 다시 말해보라니까요. 형. 혀엉..
어둠속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11. S# 다락방안.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어두운 다락방 안엔 낮은 채도의 스탠드만 켜져 있다.
승희는 벌써 이불을 뒤집어쓴 채 뒤돌아 자고 있다. 사실은 자는척하고 있을 뿐.
선우, 천천히 다가와 승희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승희, 짐짓 눈을 감은척하며 선우가 어떻게 하나 두근두근 기다리는데
선우 삐뚤어진 베게를 승희 머리에 제대로 베어준 뒤 책상 앞에 앉는다.
승희, 슬그머니 눈을 뜨고 안도의 표정.
책상 앞에 돌아앉은 선우, 목에 걸린 반지를 꺼내 잠시 바라본다.
선우 : 괜찮아. 난 괜찮아...
반지를 꼭 쥐며 나즈막히 한숨을 내쉰다. 시선에서.
12. S# 김포공항전경.
착륙하는 비행기 그림에서.
13. S# 김포공항 출국게이트.
쏟아져 나오는 여행객들.. 그 뒤로 모습을 나타나는 재혁(30대 초반)과 오한영(20대 후반).
재혁,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오한영 : 선배.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재혁 : (짐짓. 미소 비슷한 것을 짓더니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한영 : (따른다)
14. S# 회사전경.
15. S# 로비.
들어서는 재혁과 오한영. (서류가방은 오한영이 들고 있을 것) 에스칼레이터로 올라서면.
16. S# 회장실.
업무를 보고 있는 김필중. 똑똑 노크하는 소리.
김필중 : 들어와.
진상만 : (들어서며) 회장님. 장재혁 씨 도착했습니다.
김필중 : (고개 들어 본다)
진상만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서면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김필중을 보더니 정중하게 인사한다.
김필중, 천천히 돋보기를 벗으며 보면.
재혁 : 돌아왔습니다, 회장님. (시선에서)
17. S# 비서실.
회장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는 진실장. 잠시, 회장실 쪽을 돌아보더니 자리로 돌아오다가 멈칫..
보면 한쪽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있는 오한영. 무릎위에 서류가방을 올려놓은 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있다.
진실장 : 장재혁씨하구 같이 미국에서 오셨다구요.
오한영 : (본다. 일어서며 악수하듯 손을 내민다) 안녕하십니까. 오한영입니다. 장선배하구 뉴욕에서 쭉 같이 있었습니다.
진실장 : 아 그렇군요. (얼떨결에 악수하며) 커피 한잔 하겠습니까?
오한영 : 디 카페인으로 주십쇼.
진실장 : ? (보면)
오한영 : 없으면 오렌지 쥬스로 하겠습니다. 전 카페인 들어간 건 마시지 않거든요.
진실장 : (어이없어 하면서) 미스 송. 이 분께 쥬스 좀.
여비서 : 네 실장님. (한쪽으로 들어가면)
오한영 : 감사합니다.
그러더니 도로 의자에 앉더니 아까와 똑같이 서류가방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등을 꼿꼿히 편다.
진실장, 희한하게 보는 표정에서.
18. S# 회장실 안.
김필중 : 이게 얼마만이지?
재혁 : 십육 년입니다.
김필중 : 그새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잠시 재혁의 얼굴을 응시하며) 자넨 아주 많이 달라졌구만.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재혁 : 다 회장님께서 돌봐주신 덕분입니다.
김필중 :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소문 들었어. 이번에 월가에서 크게 한건 했다지? 엠엔에이 쪽에 소질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재혁 : 심심풀이로 한번 해본 겁니다. 저는 사고파는 쪽보단 경영에 더 흥미가 많습니다.
김필중 : 그래. 기억나는군. 자넨 돈과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랬지 아마.
재혁 : 지난 십육 년 동안 회장님과 한 약속.. 한 번도 잊은 적 없었습니다.
김필중 : 그런가? 그렇다면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돌아왔겠군.
재혁 : (보면)
김필중 : (한쪽에서 서류를 꺼내 재혁 앞으로 내민다)
재혁 : ?
김필중 : 제하통신에 관한 업무보고서야.
재혁 : (서류를 들춰본다. 대충 훑어보는 위로)
김필중 : 상황이 별로 안 좋아. 그나마 적자를 줄이려면 이쯤에서 두 손 들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가
임원 단에서 심각하게 검토 중이지. (보며) 어떤가. 한번 맡아보겠나?
재혁 : (본다.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잠시 담담하게 보더니) 시간은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김필중 : 삼 개월.
재혁 : (너무 짧다)
김필중 : 흑자를 내란 소리가 아니야. 최소한 곤두박질치는 것만 막아봐.
기사회생의 가능성만 보여준다면 삼 개월 더 시간을 주지.
재혁 : (얼핏 웃음) 여전히 엄격하시군요.
김필중 : 힘들겠나?
재혁 : 해보겠습니다.
김필중 : 실패하면 엉덩일 걷어차서 도로 미국으로 내쫒아 버릴 거야.
재혁 : (웃음)
김필중 : 농으루 하는 말 아니야. 새겨들어.
재혁 : 압니다. 회장님은 한다면 하시는 분이니까요. 맡겨주십쇼. 해보겠습니다.
김필중 : 좋아. 한번 속아보지. (일어선다)
재혁 : (따라 일어서며 본다. 시선에서)
19. S# 재혁의 고급 오피스텔.
프레임-인 되는 재혁, 안을 둘러보면. 가구며 책상 같은 것들이 오크로 되어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
침대 옆엔 트렁크가 놓여져 있고. 테이블 위엔 과일바구니가 하나 놓여져 있다.
(“축 환영” - 제하통신(JTF) 라는 구태의연한 리본이 묶여있고..)
재혁, 픽 웃으면서 보다가 과일바구니 안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 쓱쓱 문질러 한입 베어 문다.
그 옆으로 서류를 들춰보며 와서 앉는 오한영.
오한영 : 그 영감님 대단하군요. 비행기에서 내린지 한 시간 밖에 안 된 사람한테 곧 문 닫게 될 회사를 떠넘기다니 말입니다.
재혁 : 날 시험하고 싶으신 거야. 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오한영 : 그래서 맡으실 겁니까?
재혁 : 그러기로 했어.
오한영 : 잘못하다간 선배 혼자 책임을 뒤집어쓸지도 모릅니다.
재혁 :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맡으라는 거야. 모르겠어?
오한영 : (보면)
재혁 : (일순 조용하고 냉정하게) 둘 중에 하나야. 인정받으면 김회장의 신임을 얻게 되는 거구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추방이지.
싫든 좋든 이 일은 내가 해내야만 해. 안 그러면.. 진짜 내가 원하는 건 시도도 못해보고 끝나는 수가 있어.
오한영 : (보면)
재혁 : (이내 표정 풀어지며 웃음) 너무 긴장할건 없어. 내가 하잔 대로만 하면 돼. 긴장풀라구.
(그러면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가면)
오한영 : (뒤에서 일어나 재혁 쪽을 보며) 어차피 선배한테 모든 걸 걸고 서울까지 따라왔습니다.
선배가 하자면 하는 거죠. 이의 없습니다.
재혁 : (짐짓 웃음.. 바깥을 내다보며) 우선 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만나봐야 할 사람이 하나 있어.
오한영 : (보면)
재혁 : (표정 없이 창밖을 내다본다. 시선에서)
20. S# 스쿼시룸.
탕! 탕! 벽에 공을 치며 빠르게 이쪽저쪽 움직이는 태희. 땀에 흥건히 젖은 채 끝까지 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 다니다
쿵! 벽에 부딪히며 멈춰서는 태희. 거칠게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얼굴에서.
21. S# 청담동 디자이너 샵. (밤)
화려한 조명등이 켜져 있는 샵 안. 소파에 앉아있는 태희 앞으로 줄줄이 신상품 소개하는 디자이너.
태희, 특별히 좋거나 맘에 드는 기색 없이 몇 개를 고른다.
거울 앞으로 프레임- 인 되는 태희 쟈켓을 입은 모습을 살핀다.
디자이너 : 태희 씨. 봄두 됐는데 블라우스 하나 더 하지 그래요?
태희 : (거울을 보며) 가져와 보세요.
디자이너 : 잠깐만요. (프레임-아웃 되면)
태희 : (별로 맘에 안 드는 듯 쟈켓을 벗는데)
울리는 전화벨. 태희, 핸드폰을 꺼내 받아든다.
태희 : 네. (듣다가) 아 네. 그래요? 그럼 내일 아침 증시 문 여는 대루 곧바로 내놓으세요. 네. 전부 다 파세요.
그리구 저번에 말씀 하셨던 벤처회사 있죠? (옷을 골라가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투자하고 싶어요.
그럴려면 저한테 확신이 필요한데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네. 부탁드릴께요.
(그러면서 핸드폰 접더니 점원을 향해 자기가 고른 옷을 내밀며) 이것두 싸주세요.
22. S# 샵앞. (밤)
커다란 옷가방을 서너 개 들고 나오는 태희. 세워둔 차 쪽으로 다가서는데 멈칫..
차 본넷 위에 붉은색 장미꽃 한 다발이 흰 종이에 둘둘 말린 채 놓여져 있다.
이게 뭐지? 태희, 일단 주위를 둘러본 뒤 장미꽃다발을 들어본다.
그 때 차 건너편으로 프레임-인 되는 뒷모습.
태희 ?해서 고개를 들면 차 맞은편에 서서 태희를 바라보는 재혁.
태희,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보더니..
태희 : 장.. 재혁?
재혁 : (씩 웃는다) 잘 있었니?
태희 :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본다)
환한 샵의 불빛아래 차를 가운데 두고 마주선 두 사람의 모습에서.
23. S# 카페.
마주앉아 있는 태희와 재혁.
재혁 : (차를 마시며) 처음엔 워싱턴에서 공부하다가 대학을 뉴욕 쪽으로 옮겼어.
태희 : (본다)
재혁 : 햄버거 가게 점원에서부터 피자 딜리버리, 가전제품 세일즈에 택시운전까지 안 해본 게 없었어.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세상을 좀 빨리 배웠지.
태희 : 계속 편지했었어. 왜 한 번도 답장 안했니?
재혁 : 열 시간은 공부하구 열 시간은 일하면서 살았어.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본적 없었어.
태희 : 전화 한번쯤 해줄 수도 있었잖아.
재혁 : 일불 오십 센트를 아낄려구 지하철도 안타고 걸어 다녔어. 햄버거 값 아낄려구 물로 배를 채운적도 있었구.
태희 : 서울에서 보내주는 돈 있었잖아. 그걸로 모자랐니?
재혁 : 사내자식이 되서 후원금만 믿고 앉아 있는 건 못할 짓이야.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어.
태희 : 그래서. 결과는? 결과가 어떤데?
재혁 : 어때 보이니?
태희 : (본다. 찬찬히 보며) 솔직히 말하자면 멋있어. 훌륭해. 햄버거 값 아낄려구 물로 배 채우며 산 사람 같지 않아 도저히.
월가에서 몇 백 만 불짜리 연봉 받아가며, 한 끼에 몇 백 불씩하는 스테이크만 먹고 산 사람 같애.
그 정도로 근사하고 멋져 보여.
재혁 : (웃음)
태희 : 왜? 내 말이 웃겼니?
재혁 : (본다. 잠시 태희를 바라보더니) 보고 싶었어. 하루도 니 생각 안한 적 없었어.
태희 : (음미하듯 바라본다) 지금 그 말.. 한번만 더 해줄래?
재혁 : 보고 싶었어. 하루도 니 생각.. 안한 적 없었어.
태희 : (본다. 그제야 처음으로 미소 짓는다. 시선에서)
24. S#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김필중. 현자와 예산댁 인사를 한다.
현자 : 오셨어요.
김필중 : 그래. (들어오다가) 태희는.
현자 : 아직이예요. 친구 만나 좀 늦는다구 연락 왔어요.
김필중 :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면)
현자 : (혼잣말) 그저 눈에 태희 뿐이 안보이시지. (보면)
25. S# 방 안.
넥타이를 풀고 옷을 갈아입는 김필중. 시선에서.
26. S# 집 앞.
다가와 멈춰서는 태희의 차.
운전하고 있는 재혁, 내려서면 태희도 내려선다. 재혁, 열쇠를 돌려주면.
태희 : 차 가지구 가. 택시 잡으려면 한참 내려가야 해.
재혁 : 됐어. 갈 수 있어. (열쇠 손에 쥐어준 뒤) 들어가.
태희 : 앞으론 할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거니?
재혁 : 그렇게 될 거야. 정식 임명은 다음 주에 난다드라.
태희 : 그럼 회사에서 자주 보겠구나.
재혁 : 어디서 근무하는데?
태희 : 곧 들어갈 거야. 물론 합격이 되야겠지만.
재혁 : 합격?
태희 : 응. 신입사원으로 들어갈 거야.
재혁 : 회장님께서 널 제대로 가르치실 모양이구나.
태희 : 내가 제대로 배우고 싶은 거야. 만약 내 상사 되면 잘 봐주라. 너무 부려먹지 말구.
재혁 : (웃음)
태희 : 들어갈게. (돌아서서 들어가는데)
재혁 : 태희야.
태희 : (? 돌아보면)
재혁 : (다가선다. 조용히 꼭 안아준다)
태희 : (안긴 채) 돌아와 줘서 기뻐. 숨이 막힐 정도로.. 그렇게 기뻐.
재혁 : 돌아온다고 했잖아. 난.. 내가 한 약속은 절대 잊지 않아.
태희 : (웃음. 꼭 안으면)
재혁 : (그러나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시선에서)
27. S# 거실.
뒷짐진채 밖을 내다보고 있는 김필중, 천천히 돌아와 소파에 앉아 신문을 펼쳐든다.
간격을 두고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태희 : 다녀왔습니다.
김필중 : (일부러 무심하게) 늦었구나.
태희 : 친구 좀 만나느라 구요. (이층으로 올라가려다 김필중을 돌아본다. 다가와서) 할아버지.
김필중 : 말해라.
태희 : 저.. 결정했어요. 할아버지 회사 시험 보기루.
그 때 마침 뒤로 부엌에서 쥬스 컵을 들고 나오던 현자, 멈칫해서 보는 위로 계속.
태희 : 입사원서 내구 객관적인 평가 받은 다음 당당히 들어가 보이겠어요.
김필중 : (시선 들어 본다)
현자 : (놀라서 보면)
태희 : (자신만만한 웃음으로 본다. 시선에서)
28. S# 오산댁 국밥집.
손님들한테 국밥 내주고 다 먹은 국밥그릇 치우느라 정신이 없는 선우.
오산댁은 카운터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 때 드륵 문이 열리는 소리.
오산댁 : (짐짓 깨서 얼떨결에) 어서 오세요.
선우 : 어서 오세요! (힘차게 외치며 돌아보면)
길여옥 : 나다.
선우 : 할머니.
오산댁 : 아니.. 길여사님이 어쩐 일이세요? (보면)
길여옥 : 선우 나 좀 잠깐 보자.
오산댁 : ?
선우 : (무슨 일이지 하고 보는 시선에서)
29. S# 칼국수집 앞.
화면으로 쑥 내밀어지는 누런 서류봉투.
선우 ?해서 길여옥을 보면
길여옥 : 애비가 갖다 준 거야. 그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나. 선우도 한번 시험 치러 보라구.
선우 : (감격해서 받아들다가) 근데 그런 큰 회사에서 저 같은 사람도 받아줄까요?
길여옥 : 선우처럼 성실하구 착실한 사람 안 뽑으면 누굴 뽑아?
선우 : 그래두 전.. 야간대학밖에 못나왔잖아요.
길여옥 : 야간대학 이래두 엄연한 4년젠데 뭐가 문제야?
선우 : (입사원서 봉투를 내려다보면)
길여옥 : 되고 안 되고는 나중 문제야. 떨어질 까봐 무서워서 시작도 못해보면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니.
선우 : (보면)
길여옥 : 너무 걱정하지 말구. 한번 갖다내 봐. 알겠니?
선우 : (본다. 시선에서)
30. S# 국밥집 안.
빈손으로 들어서는 선우.
오산댁, 쭉 훑어본 뒤.
오산댁 : 뭐야? 옆집 할망구가 왜 너 불러낸 거야?
선우 : 그냥요. 별거 아니예요. (그러면서 슬그머니 주방 쪽 들어가면)
오산댁 : (왠지 미심쩍게 보더니) 야! 나 잠깐 안에 들어가 누워 있을 테니까 빈 그릇 갖다 치워!
선우 : (안쪽에서) 네!
오산댁 : (흘끗 보더니 안쪽으로 들어간다)
31. S# 주방안.
한쪽에 기대서는 선우. 한숨.. 웃옷 밑에 감춰둔 원서봉투를 끄집어내서 본다.
그러다 선반에서 유리병을 꺼내 보면 그 안에 다시 모으기 시작한 얼마 안 되는 동전들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선우, 유리병을 내려놓고 작게 한숨 내쉬면..
32. S# 방안.
한쪽에서 멍하니 넋을 잃고 TV를 보고 있는 승희. 완전히 푹 빠진 표정이다.
그 뒤로 화투장을 치고 있는 황국도. 그 옆으로 오산댁 들어와 드러누우며.
오산댁 : 아이고고.. 허리 좀 피자. 아이구 허리야.
황국도 : 뭔 중노동을 했다구 그렇게 앓는 소리여?
오산댁 : 하루 종일 카운터에 앉아 전화 받구 주문 받구.. (한숨 섞여) 또 계산하고 또 주문 받구..
황국도 : 체..
오산댁 : 남들은 봄 됐다고 산에 들에 놀러두 잘 가드만. 이 놈에 팔잔 일 년 열두 달 맨날 똑같이
하꼬짱 같은 가게 안에 틀어박혀 국밥 끓는 냄새만 맡구 앉었으니. 어이구 내 신세..
승희 : 팔자타령 그만해. 내가 있잖아. 엄마 신세는 우승희가 쫙 펴준다니까 글쎄.
오산댁 : 니가 스팀다리미냐? 쫙 펴주게?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엄마 신세는 무슨 수로 펴줘?
승희 : (답답하다는 듯 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32, 24, 34. 신체 건강하지, 얼굴 예쁘지, 몸매 받쳐주지.
거기다 오드리 햅번도 울고 갈 이 매력적인 웃음! (하면서 최대한 쎅시하게 씩 웃으면)
오산댁 : 저 기집애가 저녁 먹은 게 얹혔나? 왜 저 지랄이래?
황국도 : 아까 콩나물 반찬이 약간 맛이 갔드라구. 암만 해두 그걸 잘못 먹은 겨.
승희 : 글쎄 나중에 두고 보자니까요. 언젠간 내 얼굴 한번 쳐다 보기두 힘들 날 올 테니까.
그렇게만 돼봐. 엄마두 아저씨두 나한테 쩔쩔매게 될 걸?
오산댁 : 바퀴벌레 콩 까먹는 소리하구 앉었네.
승희 :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하라구. 괜히 나중에 구박당하지 싫음.
오산댁 : 시끄러 이년아. 쉰 소리 그만하구 니 방으루 올라가. 꼴 보기 싫어 그냥.
승희 : 다른 집 엄마들은 딸이 배우 하겠다. 그럼 집까지 팔아서 옷두 사주구 피부미용두 시켜 주구, 감독들 만나 술두 사주구,
있는 대루 팍팍 밀어준대. 알어?
오산댁 : 골들이 비었지. 딸년 배우질 하는데 집은 왜 팔어 집은. 그리구 내가 팔 집이 어딨어?
승희 : (흘겨보면)
오산댁 : 이년아. 그렇게 부러우면 그런 엄마 밑에 가서 살어. 난 죽었다 깨나두 그렇게 못해주니까는.
승희 : (흘낏 째려보더니 툴툴거리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오산댁 : 말만한 기집애가 지 밥벌이 해먹을 생각은 안하구 그저 머릿속에 똥물만 가득해 갖구는.
공부 쪽으루 선우 반만이래두 쫒아 가면 좀 좋아?
황국도 : 공부하는 머리두 유전이라드만.
오산댁 : (짹 째려보면)
황국도 : 어이구.. 나는 화장실이나 갔다 와야 쓰겄네. (슬그머니 일어나 나간다)
오산댁 : (불끈해서 보더니 화투장 담요를 홱 뒤집어버린다)
33. S# 주방안.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주방 쪽을 살피는 황국도.
안에서 팔을 걷어 부친 채 설거지를 하는 선우. 돌아서다가 깜짝 놀라 그릇을 떨어뜨린다. 쨍그랑! 동시에.
오산댁E : 야! 또 깨먹었냐? 또? 아주 살림 다 해먹어라! 다 해먹어!
선우 : (여전히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아저씨.. 왜 거기 서 계세요? 놀랬잖아요.
황국도 : 이? 이이. 화장실 가는 길에 너 뭣허나 하고.. (그러더니 괜히 헛기침 하며 지나가면)
선우 : (? 본다)
34. S# 화장실 일각.
주방을 지나쳐 온 황국도. 흘끗 돌아보더니.
황국도 : 어따 미치겄네. 어째 저것이 자꾸 눈앞에 삼삼하니 어른 거린댜? (다시 한 번 돌아보면)
35. S# 주방안.
깨진 그릇을 줍는 선우의 모습, 아무래도 꺼림칙해 고개 들어 본다.
보더니 안 되겠는지 선반 안에 넣어뒀던 원서서류를 옷 속에 도로 감춘다.
흘끗 눈치 보며 다시 깨진 그릇을 쓸어 담는 모습에서.
36. S# 시장통. (밤)
슬리퍼 찍찍 끌며 걸어오는 승희. 기분이 좀 우울한 듯 걸어오다가 저만치 보일러가게 앞에 서 있는 철웅과 수탁을 발견한다.
순간 활짝 밝아지는 승희의 얼굴. 다가서는데
보일러가게 안에서 나오는 연웅, 철웅에게 다가간다.
승희 ?해서 보면.
연웅, 손등으로 철웅의 가슴을 툭툭 쳐가며 무슨 말인가를 한다. 어딘지 다정해 보이는 모습.
순간 불같이 일어나는 질투심. 승희, 그 앞으로 다가선다.
승희 : 철웅오빠!
철웅 : ?
연웅과 수탁도 같이 돌아본다.
승희, 철웅 옆에 바싹 달라붙더니 연웅을 째려본다.
승희 : 이 기집애 누구야? 어?
철웅 : 야. 니가 또 여긴 왠일이야?
승희 : 이 기집애 누구냐니까?
연웅 : (어이없이 보며 퉁명스레) 그러는 넌 누구냐?
승희 : 나? (갑자기 철웅의 팔짱을 탁 끼더니) 철웅 오빠 여자 친구다 왜?
철웅 : (어이없이 보면)
연웅 : 아아. 이선우 씨? 난 박연웅이예요. 철웅 오빠 여동생이요. 누군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승희 : 무슨 말이야? 이선우라니?
수탁 : 아니야, 연웅아. (이선우 아니야. 눈짓주면)
연웅 : 아니야? (철웅 보며) 이 여자 이선우 아니야?
철웅 : 아니야.
연웅 : 그래? 어쩐지. 난 또 설마설마 했네. 오빠가 한눈에 뻑 갔다는 여자가 이렇게 후질 리 없잖아. 안 그래?
승희 : 뭐..어? 후져?
연웅 : 오빠.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와라. 엄마 제산 거 알지? 나 이것만 배달해주고 들어갈 거니까 오빠두 곧장 들어가.
철웅 : 알았다.
연웅 : (무시하듯 승희를 지나치더니 트럭에 올라탄다)
연웅, 보일러 트럭을 몰고 프레임-아웃 되면 승희 철웅을 향해 홱 돌아선다.
승희 : 무슨 말이야? 철웅 오빠가 한눈에 뻑 간 여자라니? 그게.. 그게 선우 기집애란 말야? 우리 집 부엌데기 그 선우?
철웅 : (본다.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승희 : (막는다) 대답해 오빠. 알아야겠어.
철웅 : 니가 그걸 왜 알아야하는데?
승희 : 철웅 오빤 내가 먼저 찍었어. 누구보다 철웅 오빨 좋아해. 사랑한다구. 나 알 권리 있어. 말해줘.
철웅 : 너 가서 냉수 좀 마셔야겠다. 정신 차리게.
승희 : 말해 오빠. 정말 선우 좋아해? 좋아하는 거야? 어?
철웅 : 그래. 좋아해. 그러니까 그만 좀 귀찮게 해. 알았어?
승희 : !
철웅 : (그대로 가버린다)
수탁 : (흘끗 승희를 보더니 따라간다)
충격으로 멍하니 서 있는 승희. 일순 질투와 분노로 고개 돌려 쳐다보는 시선에서.
37. S# 다락방.
책상위에 원서를 올려놓고 들여다보는 선우. 쳐다보며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볼펜을 집어 들고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이선우..
그 때 쿵쿵 다락방으로 올라오는 승희의 소리.
선우, 얼른 원서 쓰던 걸 감추고 책으로 덮는다.
위로 올라온 승희, 선우를 내려다본다.
선우 : (흘끗 보며) 왠일이야? 이렇게 일찍 들어오구? (하는데)
갑자기 승희, 미친 듯이 선우의 책들을 책꽂이에서 꺼내 내동댕이치기 시작한다.
선우, 놀라서 돌아보면 승희, 광분한 듯 책을 집어던지고 찢고, 선우의 소지품들을 꺼내 바닥에 내팽개치고.
선우 : 우승희! 너 왜 이래! 지금 뭐하는 거야 너!
승희 : (씩씩거리며 보더니) 나쁜 년.
선우 : 뭐?
승희 : 나가.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아!!!
선우 : (차분하다) 너 또 왜 이래? 대체 뭐가 불만이야 또?
승희 : 너 때문에 난 되는 게 하나두 없어.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니가 우리 집에 들어오면서 나는 줄줄이 꼬이기만 했어.
학교에서두 너랑 비교당해 나만 항상 문제아로 찍혔구 이사 가는 데마다 사람들한테 나만 나쁜 년 취급당했어.
이젠.. 철웅 오빠까지 니가 좋대.
선우 : (그 말에 멈칫.. 보면)
승희 : 뭐가 불만이냐구? 말해줄까? 니가 싫어. 니가 내 옆에 있는 게 싫어. 내 인생에 니가 자꾸 끼어드는 게 싫어어!!
그러니까 나가! 당장 이 집에서 나가아!!!
발악하듯 선우에게 책이며 바닥에 내 팽개진 잡동산이들을 집어던진다.
순간 날카로운 것에 탁! 얼굴을 맞는 선우. 얼굴에 상처와 함께 주르르 피가 흐른다.
선우, 손으로 상처를 감싸며 승희를 본다.
승희, 질투와 분노로 터질듯 씩씩거리며 선우를 노려본다.
그 때 뛰어올라오는 오산댁.
오산댁 : 왜 또 그래 늬들!
승희 : (순간 주저앉으며 큰소리로 울어댄다)
오산댁 : 승희야! 어머 너 왜 그래? 왜 우냐니까? (선우 보더니) 너 또 무슨 짓 한 거야? 승희한테 무슨 짓 했길래 얘가 이래?
선우 : 저 아무 짓도 안했어요. 아줌마도 아시잖아요.
오산댁 : (순간 콱! 쥐어박으며) 이 노무 기집애가 어디서 눈 시퍼렇게 뜨구 말대답이야?
니가 아무 짓도 안했는데 승희가 왜 울어? 뭐야? 무슨 일이야? 대답 안 해!
선우 : (본다. 속상해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오산댁 : 근데 저 노무 기집애가? (보면)
승희 : (서럽게) 우앙! 철웅 오빠아...
오산댁 : ? (내려다보면)
38. S# 개수대. (밤)
물을 틀어놓고 상처를 닦아내는 선우. 자꾸만 눈물이 고인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다가.. 아예 세수를 해버리는 선우. 물로 눈물을 닦고 또 닦고.. 코까지 흥 풀어 버린다.
얼굴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선우 : 괜찮아. 괜찮아.. 회사에 취직만 되면 여기서 나갈 거니까. 괜찮아..
(그러면서도 벌겋게 고이는 눈물, 쓱 문질러 닦는다. 시선에서)
39. S# 사진관 앞.
화면위로 프레임-인 되는 원서서류. 사진란만 비어있고 다 채워 넣은 상태.
선우, 서류를 집어넣으며 사진관을 올려다 본다.
승희 때문에 한쪽에 붉게 상처 난 얼굴에 울어서 퉁퉁 부은 눈. 푸석푸석한 게 좀 웃긴 몰골이다.
선우, 개의치 않는 듯 당당하게 사진관 안으로 들어서면.
40. S# 사진관 안.
선우 : 입사원서에 붙힐 거거든요. 잘 좀 찍어주세요.
사진사 : (선우의 얼굴을 본다)
의자에 앉는 선우. 사진사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움직이고, 사진을 정면으로 본다.
사진사 : 거 아무래도 얼굴 상처는 안 가려지겠는데요.
선우 : 할 수 없죠 뭐. 그냥 찍어주세요.
사진사 : 자 그럼 찍습니다. 얼굴 쪼끔 오른쪽으로.. 좋아요. 그대로 웃으세요.
선우 : (어색하게 베식 웃으면)
펑! 플랫쉬 터진다.
(경과)
사진사 : 내일 일찍 찾으러 오세요.
선우 : 오늘 안에는 안돼요?
사진사 : 그럼 이천 원이 더 비싼데. 왜.. 급한 거예요?
선우 : 네. 오늘이 입사원서 마감이거든요. 늦어두 여섯시까진 원서 갖다 내야해요.
아저씨 천원만 깍아 주시구 오늘 안에 해주세요. 네?
사진사 : (시계 보더니) 네 시까지 찾으러 와요 그럼.
선우 : 깍아 주시는 거예요?
사진사 : 그렇다니까. 늦지나 말아요.
선우 : (밝아지며) 감사합니다. (꾸뻑 인사하다가 이마를 찧는다. 아픈 표정.. 애써 웃으며) 감사합니다, 아저씨.
(이마를 쓱쓱 문지르며 씩 웃는 얼굴에서)
오산댁E : 너 또 어디서 농땡이 부리다 오는 거야?
41. S# 국밥집.
안으로 들어서던 선우, 오산댁을 보더니.
선우 : 잠깐 볼일 있어서요. (지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오산댁 앞에 서더니) 아줌마 저 이따가 두 시간만 나갔다 오면 안 돼요?
여섯시 전까지 꼭 올께요.
오산댁 : 얘가 정신이 나갔나? 저녁장사 준비 안 하구 나가긴 어딜 나가?
선우 :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오산댁 : 너한테 중요한 일이 뭐냐구 글쎄.
선우 : (본다. 보다가) 제하그룹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대요. 거기에 원서를 내볼려구요.
오산댁 : 뭐? 제... 어디?
선우 : 제하그룹이요. 오늘이 마감이라서 저녁때까진 입사원서 내야하거든요.
오산댁 : 이년아. 주제를 알어. 니가 무슨 재주루 그런 큰 회사에 들어가? 일류대 나온 애들두 뚝뚝 떨어져나가는 판에
고작 야간대학 나온 게 어디서 언감생심 가당키나 해?
선우 : 알아요. 알지만.. 그래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오산댁 : 도전 좋아 하구 앉았네.
선우 : 갖다 올께요. 보내주세요 아줌마. 네?
오산댁 : 누가 니 발목 붙잡구 있냐? 보내 주구 말구 하게?
선우 : 가두 돼요 그럼?
오산댁 : 아이구 몰라. 나 목욕탕가야 돼. 엊그제부터 찌뿌드드한 게 탕에 가서 푹 좀 담궜다 와야겠다.
내가 목욕탕 갔다 오거든 그 때 다녀오든가 말든가. (그러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선우 : (표정 밝아지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줌마. (그러더니 씩씩하게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하면)
오산댁 : (안으로 들어가기 전 흘끗 돌아본다. 시선에서)
시계 오후 한시에서 디졸브. 네 시를 넘어서고 있다.
틸-다운 하면 시계를 올려다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선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돌아보면.
42. S# 시장통 젓갈집.
아줌마들끼리 모여앉아 화투를 치고 있다.
그 무리에 끼어있는 오산댁. 한쪽에 목욕바구니가 놓여져 있고 머리가 물기에 젖은 채 화투를 치는데 여념이 없다.
43. S# 국밥집 안.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선우. 점점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면.
44. S# 국밥집 앞.
칼국수가게에서 나오던 길여옥, 국밥집 앞에 나와 서성이고 있는 선우를 본다.
선우, 목을 길게 빼고 오산댁이 오는지 양쪽 길을 돌아보고 있다.
길여옥 : 얘. 선우야 뭐하구 있니?
선우 : 아줌마 기다리구 있어요.
길여옥 : ?
선우 : 오늘 입사원서 마감일이거든요. 여섯시까지 갖다내야 하는데.. 아줌마가 목욕탕가서 아직 안 오시네요.
길여옥 : (잠시 보더니) 얘야. 할미가 가게 봐 줄 테니까 갔다 와.
선우 : 안돼요. 가게 비우고 간 거 알면 화내실 거예요.
길여옥 : 글쎄 내 말 들어. 그 심술통 분명히 시간 맞춰 안 오니까 기다리지 말구 빨리 가서 원서내구 와.
선우 : (보면)
길여옥 : (칼국수가게 안쪽에 대고) 나 선우네 가게 좀 보고 있을 테니까 수원댁이 수고 좀 하구 있어.
(하더니 선우 보며) 뭐하구 섰어? 어서 빨리 가지 않구.
선우 : 그럼 부탁드릴께요.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움직여 출발하다가) 저기 할머니.
길여옥 : ?
선우 : 사진 값 좀 빌려주실래요?
길여옥 : 얼마냐?
45. S# 사진관.
천 원짜리 다섯 장을 내밀면 그 옆으로 내밀어지는 사진. 상처에 푸석푸석한 얼굴에 어색한 미소까지 지은 얼굴 사진.
선우, 그 중에 하나를 원서위에 턱! 하니 붙힌다. 만족한 미소로 보는 선우의 얼굴에서.
46. S# 거리.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선우. 사람과 자전거를 피해 정신없이 자전거를 달린다.
시계를 흘낏 들여다보는데서.
47. S#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내려서는 재혁. 커피 잔과 서류 가방 등등을 들고 한손엔 핸드폰.
재혁 : 아니. 시장조사 내가 직접할거야. 대리점 현황도 직접 체크할 거구. 지금 출발하니까 십 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그래. 거기서 보자구.
시계를 보며 차에 올라타는 재혁, 시동을 걸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한손으로 차를 출발시키면.
48. S# 대리점.
재혁, 대리점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대리점 지점장한테 몇 가지 설명을 듣고 있다.
오한영, 따로 떨어져 이것저것 살펴보는 모습에서.
49. S# 대리점 앞 큰도로.
대리점에서는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활동 중. 바글바글 모인 손님들로 꽉 찬 가운데
재혁, 한쪽에서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그 앞으로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선우. (선우와 재혁의 스침..!)
50. S# 신호등 앞.
선우, 대리점을 얼마쯤 지나쳐 와 신호등 앞에 선다. 시계를 보며 파란불이 켜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소매치기야!! 소매치기 잡아라아!!!!” 하는 아줌마의 외침!
돌아보는 선우. 동시에 사람들 무리에서 이쪽으로 뛰어오는 소매치기가 보인다.
재혁 들고 있던 가방을 턱! 오한영한테 던지더니 재빨리 소매치기를 따라 뛰기 시작한다.
(대리점 직원과 아줌마 등등 같이 뒤쫒아 달려가면)
소매치기 빠르게 뛰어 선우 바로 앞으로 지나가 버린다.
순간 띠리리리 파란불이 켜지는 소리. 선우, 돌아본다. 시계를 흘낏 보면서 잠시 갈등.
그러더니 순간 자전거에 올라타고 소매치기를 쫒기 시작한다.
간격을 두고 달려오는 재혁, 소매치기의 방향을 보더니 재빨리 지름길로 빠져나간다.
51. S# 거리 일각.
뛰어오는 소매치기와 그 뒤로 자전거를 타고 쫒아오는 선우. 그 한참 뒤로 쫒아오는 대리점 직원들과 아줌마의 모습이 보이고.
선우 : 야! 거기서어!!
소매치기 선우가 쫒아오지 못하게 길거리에 세워진 박스 같은 것들을 길바닥에 넘어뜨린다.
선우, 용케 피해 전력질주. 소매치기를 따라잡아 홱 방향을 틀며 소매치기를 가로 막아선다.
순간 전력질주 하던 소매치기, 관성으로 멈추지 못한 채 그대로 쿵! 선우와 부딪히며 넘어 진다.
순식간에 소매치기와 한데 엉켜 넘어지는 선우.
소매치기 재빨리 일어나려고 하는데 턱 발이 걸린다. 돌아보면 선우, 넘어진 와중에도 소매치기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다.
그 때 골목에서 나타난 재혁, 재빨리 소매치기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반항하는 소매치기를 한순간에 제압해버리는 재혁. 선우 쪽으로 시선을 준다.
재혁 : (헉헉.. 숨을 몰아쉬며 선우를 내려다본다)
선우 : (헉헉.. 숨을 몰아쉬며 올려다본다. 그러다 베식 먼저 웃는다)
재혁 : (숨을 몰아쉬며 웃는다) 괜찮아요?
선우 : 네. (후유.. 숨을 몰아쉰다)
뒤늦게 도착한 대리점 직원들, 재혁에게서 소매치기를 인수받고.
재혁,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서는 선우를 본다. 그러자 뒤 쫒아온 아줌마, 쪼르르 달려오더니.
아줌마 : 아이구. 고마워요 아가씨. 아가씨, 덕분에 잡았네. 어쩜 아가씨가 그렇게 자전거를 잘 타나 그래?
선우 : (어색하게 웃으며 시계를 본다. 시간은 점점 가는데)
아줌마 : (계속 붙잡고) 너무 고마워. 너무.
그러더니 소매치기한테서 가방을 도로 뺏는 아줌마. 가방으로 소매치기를 몇 대 패줘버린다.
선우, 픽 웃으며 돌아서다가 아픈 듯 팔꿈치를 잡는다. 구멍이 뚫린 옷. 어? 선우 구멍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데.
재혁 : 많이 다쳤어요?
선우 : (돌아본다. 얼른 구멍 난 옷을 손으로 가리며) 아뇨. 그냥 좀 긁힌 거예요.
재혁 : 잠깐.. 여기 얼굴도 다친 거 같은데.. (하면서 선우 얼굴에 난 상처를 손으로 만진다)
선우 : (손이 닿자 자기도 모르게 움찔.. 물러서서 본다)
재혁 : ?
선우 : (순간 얼굴에 빨개져서 시선 황급히 돌리며) 아니예요. 이건.. 다른데서 다친 거예요.
(하더니 얼른 고개 숙이며 자전거를 일으킨다)
재혁 : 정말 병원에 안 가 봐도 되겠어요?
선우 : 이딴 걸루 병원 가는 사람이 어딨어요? 괜찮아요. 끄떡없어요. 아픈데 있으면 나중에 파스 바르면 돼요.
재혁 : (보면)
선우 : (시계 흘끗 보더니) 그럼.. 안녕히 계세요. (꾸뻑 인사하더니 절뚝거리며 돌아선다)
선우, 가면서 흘끔 돌아보다가 재혁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자전거에 올라타고 가버린다.
재혁 어이없이 보다가 픽.. 웃음. 별난 여자 다 보겠다. 그러면서 돌아서다가 문득 한쪽에 떨어져 있는 누런 봉투를 발견한다.
재혁, 주워들어 안을 보면 선우의 이상한 얼굴사진이 붙어있는 입사원서.
재혁 : 이..선우? (하고 보면 제하그룹의 신입사원 원서다)
재혁 돌아보면 선우, 벌써 자전거에 올라타서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다.
재혁, 바라보는 시선에서.
52. S# 제하빌딩 전경.
틸-다운 하면 그 앞으로 자전거를 빠르게 몰고 들어오는 선우.
한쪽에 자전거를 거의 내팽개다시피 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53. S# 빌딩 로비.
원서 접수를 하고 있는 곳. 그 앞에 원서를 내미는 손. 접수원 고개 들어 보면 태희다.
접수원, 원서를 대충 훑어보더니 한쪽으로 옮겨놓는다.
돌아서서 나오는 태희.
그 때 급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선우와 그만 살짝 어깨를 부딪힌다. 그 바람에 가방을 떨어뜨리는 태희.
태희 선우를 보면 선우, 정신없이 가다가 돌아보더니 재빨리 가방을 주워주며.
선우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태희 : (본다. 가방을 받아들고 돌아서서 나간다)
선우 : (순간 다시 태희를 쳐다본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그러면서도 마음이 급한지라 원서접수처로 간다. 다가서면서 가방을 열고 원서를 찾다가 멈칫..
가방 안에 있어야 할 입사원서가 없다.
선우 : 어? 어디 갔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옷 안이며 여기저기 뒤적거리다가 멈칫..)
flash-back> 아까 소매치기랑 부딪히면서 넘어지는 장면.
선우, 사색이 된 얼굴로 돌아본다. 시선에서 스틸.
<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