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 봄 자연속학교
1. 4년 동안 묵었던 수만리 들국화마을을 떠나 이서면 야사리 이서커뮤니티센터에서 다섯 밤을 보내고,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고 돌아왔다. 선생들이 답사를 가서 찾은 자연속학교 잠집인데 운동장에 크게 서 있던 400년 된 쌍 느티나무가 수만리 들국화마을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광을 대신하며 아이들을 넉넉히 품어줬다. 이서적벽으로 유명한 마을인데 누룩빵집으로 꽤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4년 전 화순 자연속학교 잠집을 찾으러 갔을 때 찾아갔던 빵집 주인과 인사를 나눈 기억이 있어 빵집 앞에 있던 작은 학교를 다시 고친 건물이 떠올랐더랬다. 마을에는 방과후학교를 꾸리는 마을사람들이 있는데 시골에서 공동체를 가꾸며 영농조합도 꾸리고 교육으로 마을을 되살리려는 계획이 있다. 3월에 선생들이 답사를 가서 다시 확인했다. 자연속학교 잠집을 찾을 때 어린이들 먹고 자고 씻기에 알맞은지, 안전하게 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같은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을 반기고 넉넉하게 품어주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왔기에 자연속학교 잠집으로 충분했다. 덕분에 대안학교 처지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작두콩 텃밭 일을 맡기며 새참과 넉넉한 마을 인심으로 아이들과 고기라도 사먹으라며 봉투를 건네신 문병기 농부님을 만나기도 했다. 귀한 인연이 이어지리라 믿는다. 마지막 날 12시에 마을 아이들이 노래공연을 하는 잔치를 하는데 과천가는 버스를 11시 전에 타기로 해서 함께 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또한 화순에 가면 늘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5년째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수육을 안겨준 동무 양승오가 있었다. 우리를 기억해주는 화순 오일장 호떡가게 부부도 있다. 잠깐 들렸지만 4년 동안 인연을 맺은 수만리들국화마을 분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지난해 숲 속 밧줄놀이로 어린이들을 이끌어준 고대승 선생 부부는 뵙지 못했지만 화순에 갈 때마다 떠오르는 분들이다. 우리 아이들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자연속학교가 풍요롭다.
2. 자연속학교는 자기 앞가림 공부와 함께 살기가 큰 공부 목표이다. 학교에서 늘 실천하는 공부를 자연 속에서 그대로 이어 하는 것이지만 함께 잠을 자는 기숙학교이니 밥 먹고 잠을 잘 때 서로 살펴야 할 것도 많다. 집을 떠나 왔으니 스스로 청소하고 밥을 해야 함께 지낼 수 있고, 같이 잠을 자니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 화순 자연속학교는 역사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지역이라 올 때마다 바깥 활동으로 고인돌 유적지와 천불천탑 운주사를 가고, 국립5.18민주묘지를 간다. 일 년에 한 번 화순에 오지만 나흘째 오후, 석기시대 고인돌 군락지 길을 따라 걸으며 찔레순과 칡 순을 따 먹으며 봄을 찾고, 고인돌 뒤에 숨는 숨바꼭질을 하며 석기시대를 느낀다. 물론 남방식과 북방식 고인돌 차이도 알아가고 고인돌의 쓰임새와 만드는 과정도 활동 앞뒤에 다시 배운다. 이틀째 오후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에서는 고려시대 석탑과 마애여래좌상을 만났다.<1942년까지는 석불 213좌와 석탑 30기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석탑 12기와 석불 70기만 남아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절 왼쪽 오른쪽 산등성이에 1,000개의 석불과 석탑이 있다고 쓰여 있으며 1980년 6월에는 절 둘레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고 쓰여있다. 산의 빛깔이 가장 아름다운 때라 운주사를 거닐고 운주사를 내려다보는 마음이 평화로웠다. 닷새째 오후, 5.18민주묘지에서는 가슴 아픈 민주주의 역사를 알고 참배를 하며, 5.18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생각해봤다. 법으로 제정하고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아직도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제 나라 국민을 총칼로 죽이고 대통령이 됐던 전두환씨는 5.18 살인을 부정하며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어느 몹쓸 당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형편없는 정치인들이 있다. 전시관에 쓰여 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민주주의를 지켜 온 4.19, 5.18, 6월 항쟁, 촛불의 역사는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전쟁과 희생자가 있는 역사를 가르칠 때는 충분한 살핌과 교육 활동이 알맞게 구성되어야 한다. 책으로만 배우지 않고, 유적지와 박물관에서 살아있는 공부를 해야 하고, 발달 단계에 맞는 말과 글, 영상도 필요하다. 어린이들에게 슬프고 아픈 진실의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챙길 게 많다. 높은 학년만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만화영상을 봤는데, 한두 어린이가 만화영상 말고 다큐멘타리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늘 보던 대로 만화영상을 봤다. 하기야 12세 이상이라는 ‘엔드게임’ 같은 영화를 더 낮은 연령대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일상에서 사람을 죽이는 전쟁과 폭력같은 잔인한 영상물이 노출되어 있는 시대에 만화영상을 자신들이 보기에 수준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독일에 갔을 때 추악한 나찌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시내 인도에도 표시가 되어있고, 유태인수용소를 방문하면 자연스레 역사 교육이 되도록 교육활동이 구성되어 있던 게 떠올랐다. 지금도 희생자를 찾고 희생자들을 죽인 나찌부역자들을 찾아 처벌하는 활동이 줄곧 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학살의 주범이 줄곧 자신의 죄를 부정하는 활동을 방조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어 유가족들을 욕보이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일제부역자가 되어 제 나라 민족을 배신하고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하고 죽였던 사람들을 찾아 처벌하려는 노력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해설사 안내로 생명의 씨앗을 감싸 안은 탑 아래에서 참배를 하고 민주묘지에 묻힌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민주주의 역사를 배우고 참배곡으로 나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보았다.
3. 자연속학교에서는 일놀이 공부가 많다. 청소와 밥 짓기, 상차리기, 설거지, 빨래 같은 자기앞가림 공부가 많으니 일놀이가 더 늘어난다. 때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마음내서 신발을 정리하기도 하고, 설거지를 더 해주며 칭찬을 받고 마음을 키우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엿새째 되는 날, 5학년은 아침 6시에 일어나 무등산 자락 머위를 잘라서 껍질을 벗겨 자람여행비를 벌기 위해 장아찌를 담을 채비를 했다. 형들을 돕는 동생들이 있어 금세 끝이 났다. 이번에는 주도리 작은 텃밭 일 말고도 특별하게 넓은 텃밭 일을 했다. 화순 봄 자연속학교(자연속여행기숙학교) 나흘째, 마을에서 일손을 보태달라고 해서 비닐 씌우는 일을 해드렸다. 새참도 가득주고 아이들에게 일을 주는 마을 어른이 있어 자연속학교가 살아난다. 시원한 얼음과자가 있어 일하는 즐거움을 찾는다. 그런데 아이들 일 잘한다면서 아이들과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봉투를 건네셔서 모두가 괜찮다며 안 받으려는데 끝내 봉투를 안기신다. 일도 주고 새참도 주고 봉투까지 주시니 고맙기만 하다. 오일장날 맛있는 새참을 정말 배부르게 사먹었다.
그런데 선생은 어린이들과 일할 때는 일하기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조금 하고 쉬고 다시 조금씩 하고 적당한 시간에 모두 일을 마치고, 그리고 스스로 더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낸 어린이들과 선생들이 일을 더해 1000평 넘는 밭 이랑 비닐을 씌우고 보람을 담았다. 이오덕 선생님이 말한 일하기 원칙이 다섯 가지가 제대로 구현된 날인데, 내 생각에 일놀이 원칙에 두 가지 더 더할 원칙을 꼽아봤다.
여섯째, 일이 즐거운 놀이가 되도록 끊임없이 잘한다 칭찬과 격려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일할 맛이 나도록 애써야 하며, 다 함께 힘을 합쳐 일하도록 하되 일하는 기운을 보장해야 한다.
일곱째, 새참은 넉넉하게 챙기고, 계절마다 일하는 날에 맞게 입이 즐겁고 일할 맛이 나는 새참을 먹도록 해야 한다.
-------------------------------------------------------------
<일하기 교육의 원칙(이오덕)
일하기를 가르침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이 다 해야 한다. 한 사람도 빠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 학급을 단위로 하는 교육이라면 그 학급 어린이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둘째, 학습하는 사람의 힘에 맞게 해야 한다. 나이(학년)에 따라, 때로는 남녀와 개인별 신체 조건까지도 생각해서 일의 양이나 내용이나 정도를 달리 할 수 있어야 한다. 결코 힘에 넘치는 일을 하도록 할 것이 아니다.
셋째, 앞에서도 말한 바이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 결코 어떤 결과를 얻기에 바빠서는 안 된다.
넷째,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일에 지쳐 있거나 일하기가 지겨운 상태에 되었으면 곧 그만두는 것이 좋다.
다섯째,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마땅히 어릴 때부터 일을 하게 해야 하고,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손발을 적당히 움직여 일을 함으로써 몸이 자라나게 하고, 지혜가 늘도록 하고, 세상을 알게 해야 한다. 이것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고, 참교육이다.>
------------------------------------------------------------
4. 화순 봄 자연속학교(자연속여행기숙학교)에서 어린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놀고 놀았다. 혼자서 놀고, 함께 모여 놀고, 쉴 때마다 제 기운껏 놀고 쉬었다. 한국 교육은 아이들에게 실컷 놀고, 일하고, 쉴 수 있는 여유, 뒹굴거릴 수 있는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 나흘째 오후 텃밭 일을 하고 점심 먹고 쉬는데 윤태와 영호가 날이 좋아서 따사로운 햇볕아래 잠을 자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더랬다. 잠을 자도 꼭 떨어질 듯한 다리 구조물 위에서 여유를 누리는 풍경이 예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자연속학교에 오면 안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어린이들이 많고, 넓은 운동장에서는 야구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어린이들 틈에 끼여 야구를 하고, 어린이들과 뛰고 달리며, 400년 된 느티나무 아래 햇살을 맞으며 졸기도 하는 여유를 같이 누린다. 그래서 자연속학교는 선생들도 어린이들과 자연 속에 푹 빠져 함께 자란다. 틈만 나면 쌍느티나무 아래서 뛰어놀던 아이들 풍경, 고깔콘 모양의 주차금지표지판을 들고 마이크 놀이를 하던 모습, 선생 무릎에 앉거나 선생에게 업혀 놀던 어린이들, 마을잔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덩실덩실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던 어린이들, 아주 넓은 텃밭 일을 더 많이 하겠다던 모습, 서석대를 내려오며 얼마나 뿌듯해하던지 무등산 자락과 정말 잘 어울리던 어린이들, 부모님 사랑처럼 새참과 먹을거리에 집중하던 어린이들, 동생들을 위해 스스로 마음을 키워 설거지를 줄곧 하던 어린이들, 찔레순과 칡순을 먹으며 고인돌 군락지를 걷고 숨바꼭질 하던 모습, 천불석탑 아래 부처님 표정을 짓던 모습, 망월동민주묘지에서의 진지하던 어린이들 모습, 청소를 하고 상을 차리며 설거지를 하며 자기 앞가림 하는 힘을 기르며 함께 살기를 실천한 자연속학교 삶이 모두 아른거린다. 우리 모두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잘 자랐다.
-부모 품을 떠나 먼 곳에서 내 공간보다는 다 함께 사는 것을 익히는 기숙학교에서 불편함과 낮섬은 그 자체가 배움이며 귀한 경험이다. 어린 시절 부모 품을 벗어나 동무들과 형 동생과 함께 자고 먹고 뭔가를 하는 것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큰 도전이자 두려움을 넘어 훌쩍 자라는 기회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익숙한 여행이라도 갈 때마다 새로움과 어려움을 예상하며 준비할 몫이 선생들에게 있다. 1학년들이 첫 자연속학교를 더 짧게 가는 까닭도 그러한 역사와 실천의 교훈을 살핀 결과이다. 이틀 더 늦게 내려온 많은 1학년 동생들을 만나서 좋아하며 돕고 챙기는 높은 학년들 모습에서 우리가 한 식구임을 깨닫는다. 내게도 그렇게 아래 위가 섞이고 따라 배우며 사는 게 동네 일상이며 어린 시절 마을이었다. 그것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여전히 없다. 다 함께 늘 애쓰는 <서로 돕고 함께 살자>, <말하는 사람 눈을 보고 귀 기울여 듣고 뚜렷하게 부드럽게 말하자>,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속학교 동안 줄곧 실천했다.
-또 자연속학교 갈 때마다 자기 목표와 모두가 애쓸 목표를 정하곤 하는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애를 쓰다 자기 과제를 안고 돌아오기도 한다. 자연속학교에서는 학년 통합으로 지내니 선생 모두가 아이들을 만난다. 하루 24시간을 함께 지내는 기간이 엿새 쯤 되면 아이들 관계와 기운이 더 들어오고, 서로 다툼의 형태와 말들, 저마다 버릇과 함께 사는데 필요한 자세들이 한 눈에 보이는 법이다. 동무처럼 함께 노는 선생이 되다가, 안전하게 지켜주고 챙겨주는 부모로, 도전과 과제를 던지며 함께 자라게 하는 이끔이 노릇을 번갈아 하며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푹 빠져 살기에 선생들에게 아이들은 훨씬 여유롭고 넉넉하게 다가온다. 올해도 그 맛을 고스란히 느낀 자연속학교였다.
5. 자연속학교에서 날마다 어린이들과 크게 외친 게 있다. “사고는 순간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내 몸은 내가 지키고, 서로 안전을 살피자.” 바깥활동 때마다 확인하는 거지만 이번에는 더 다가온 외침이다. 자연속학기 오기 전 산 오르기 활동에서 한 어린이가 다쳤기 때문이다. 자연속학교 모든 활동은 먹고 자기 위한 활동 빼고는 밖에서 이뤄진다. 그렇기에 더욱 긴장해서 아이들을 살피게 되고, 행여나 아이들이 눈 밖에서 다칠까 되도록 곳곳에서 아이들 곁에 가있곤 했다. 운동장 놀이 할 때, 건물 안에서 층계를 오르내릴 때, 텃밭 일을 할 때, 놀이 구조물에서 놀 때, 산에 오를 때, 음식을 할 때, 씻을 때조차 미끄러질 까봐, 곳곳에서 안전을 살필 게 많아 집중을 줄곧 외친다. 활동마다 구체 안전 규칙이 있고, 활동 때마다 살피고 확인하지만 언제나 사고는 순간이고, 아무리 눈길이 많아도 사고는 날 수 있다. 위험과 도전이 오히려 안전을 기르는 힘이 있다지만 언제까지나 교육활동은 안전을 확인하는 큰 테두리 안에서 위험과 도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등산에 오르며 더 바짝 긴장을 했다. 낮은 학년은 입석대까지만 가고, 높은 학년은 서석대까지 가기로 했다. 낮은 학년은 저마다 선택으로 서석대까지 가고 싶은 어린이만 같이 갔다. 2학년과 3학년 가운데 네 어린이가 함께 오르며 뿌듯해 했다. 무등산에서 어린이들과 길동무를 하며 들은 이야기가 그대로 시가 되기도 했다.
민주: 무서운 이야기 해줘.
나: 안돼. 무서워서 잠 못 자.
민주: 괜찮아. 내 가슴 속에는 어머니가 있으니까.
선율: 선생님 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은 쉬워요.
나: 그렇지. 그런데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돼.
선율: 산은 처음에는 가기 싫은데, 올라가다 보면 괜찮고, 꼭대기에서는 기분이 좋아요.
나: 맞아 맞아.
-선생들은 날마다 아이들이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 싸는 것까지 살피며 아이들 건강과 안전을 들여다본다. 생활에서 아이들 기운과 호흡을 조절하고 쉴 때와 놀 때를 깊이 살피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러 바깥 활동과 산에 오르거나 물놀이 할 때는 반드시 안전 규칙을 살피고, 높은 학년과 낮은 학년, 선생들이 고루 섞여 활동을 한다. 날마다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가장 먼저고. 바깥 활동을 할 때 집중과 긴장의 힘을 더 기르고, 때마다 계획을 세워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유형마다 더 세밀한 안전 교육 활동을 늘리고, 아이들과 선생들이 위축되지 않고 안전의 기본을 지키며 놀이와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6. 부모이자 선생이 되고, 서로 한 식구가 되어 함께 살았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 자연속학교를 열 수 있는 힘은 아이들 자람과 배움을 위해 온 힘을 다해 24시간 기숙학교를 여는 선생들, 선생들과 아이들을 믿고 기숙학교를 뒷받침하는 부모님들(아이들 먹은 반찬을 만들고, 차를 빌려주고, 차를 운전해주고, 하루를 내어 먼 화순까지 아이들을 태워다 주고, 따듯하게 맞아주는 부모님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자연과 시골 어른들, 세상 곳곳에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함을 잊지 않는다. 자연속학교에서 선생들 몸놀림과 호흡은 언제나 자랑스럽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함께 사는 선생들은 자연 속 학교에서 거의 초인이 된다. 왜 우리는 과천을 떠나 먼 남쪽에 내려와 이렇게 힘든 기숙학교를 여는가? 우리 아이들 삶이 행복하기 때문이며 주인으로 더불어 살기 위함이다. 아이들과 선생이 자라기 위함이다. 자연 속 학교가 우리 아이들을 크게 자라고 하고 일놀이 교육을 실천하기에 학교 교육 정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긴다. 자연속학교에서 초인이 돼야 하는 선생들은 어떤가? 선생들은 엄청난 집중력과 부지런함으로 어린이와 함께 놀고 일해야 하니 기운이 많이 필요하다. 때마다 스스로 몸을 살피고 전체가 체력을 관리해야 자연 속 학교 끝나고 쓰러지는 일이 없다. 교사 집중 연수가 이뤄지니 아이들과 선생들이 함께 자라는 자연 속 학교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이끌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는 자연속학교를 꿈꾸지만 현실은 선생들이 준비하고 계획한 흐름과 공부로 자연속학교는 구성된다. 청소년 과정이라도 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여행과 국토순례는 모두 선생들이 구성하고 계획한다. 안전과 건강, 잠집과 여러 시설 살피기가 가장 큰 까닭이다. 물론 학생들이 모든 공부에서 이끌고 참여하고 함께 준비하고 마무리 짓는 힘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큰 테두리를 교육과정이 잡아준다면 내용은 학생들이 채워간다는 뜻이다.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자고, 일하는 기숙학교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을 위한 기숙학교는 사실 선생이 부모 노릇을 하면서 선생 노릇도 한다. 먹고 자고 누는 것 까지 살펴서 살아야 하고, 실수로 오줌과 똥을 눈 어린이들 속옷과 이불을 빨고 씻기는 일이 늘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긴장은 어마어마하다. 행여나 다칠까 아플까 살피고 살펴도 사고는 순간이다. 감기에 걸리면 날마다 병원에 가고, 부모가 보고 싶은 밤에는 껴안고 자고, 죽을 써서 먹이고, 곁에서 물수건을 얹으며, 잠자리에 들 때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산다. 그러니 자연 속 기숙학교를 어린이들과 여는 것은 그만한 교육 성과와 교육에 대한 확신이 있는 선생들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초인이 되어 부모와 선생 노릇을 같이 하며 24시간 어린이들과 살아가는 선생들을 보고 부모들은 아이들 맡긴다. 믿음은 함께 살아봐야 진짜로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에게 자연속학교 자원교사로 참여해 볼 것을 제안하곤 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살아본 부모와 잠깐 며칠을 보낸 부모는 또 다르고, 하루 살고 간 사람은 또 다르다. 다녀 간 자연속학교에서 모든 어린이들이 보이고, 어린이들과 어울려 사는 힘을 확인하고, 선생들의 애씀을 보며, 어른으로서 삶을 되돌아보고, 우리 자식들이 훌쩍 자라는 현장을 보고, 자연속학교 힘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힘들어한 어린이 말만 믿고 그렇게 온 몸과 마음을 내 살고 온 선생들에게 내 자식 더 살펴주지 않았다고 행여나 늘 그런 건 아닌지 의심하며 서운해 하는 부모도 있고, 며칠 자원교사로 살아보고 안전과 건강을 염려하며 여러 가지 부족한 사항을 지적하며 오히려 선생과 자연속학교에 대한 신뢰를 거두어들이는 분도 있다. 하기야 찾아보면 참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은 교육 활동이다. 그래서 그 부족함을 자연이 대신하고, 자연의 힘으로, 함께 사는 힘으로 넘으려 부단히 애써온 게 자연속학교 역사다. 언제나 정성을 다하지만 언제나 부족함이 보이는 곳이니 언제나 다시 성찰한다.
6. 지난해 겨울 자연속학교를 마치고 쓴 자연 속 여행 기숙학교 글 속에 자연속학교가 담겨있다.
자연속학교는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일하고 노는 여행 기숙학교다. 날마다 학교에서 살 때와 달리 온 종일 함께 지내니 평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서로에게 배우고, 느끼고, 싸우고, 웃는다. 일주일을 함께 지내니 저마다 개성이 듬뿍 묻어나오고, 부모와 떨어져 낮설고 집보다 불편한 곳에서 살다보니 힘듦과 짜증을 내는 것도 자연스럽다. 자신을 위한 잠자리와 익숙해서 편한 화장실,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있고, 자신의 기운과 호흡대로 자유롭게 쉬고 놀 수 있는 집을 떠나 다 함께 살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함께 사는 규칙이다. 옛말에 집 떠나면 고생이라 하지 않았던가.
밥 먹을 때도 모둠단위로 밥을 받고, 날마다 어울려 노는 즐거움도 있지만 서로 자꾸 다투는 일도 생기고, 순간 못된 마음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자신의 욕구를 더 드러내며 다른 사람의 몫을 생각하지 않는 때도 있고,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어린이들이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 날마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누군가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함께 살기는 배우는 게 많지만 힘들기도 하다.
어린이들에게 집은 부모이고 곧 사랑이다. 부모가 있는 집을 떠나 사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며 용기이다.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함께 사는 어린이들과 선생들, 자연에게 있다. 지금이 소중한 어린이들이니 날마다 하는 활동에 온 힘을 다하고, 저녁이면 보고 싶은 부모님 대신 정겨운 어린이들과 선생들을 보며 순간 힘든 것들을 참아낸다.
사실 서로 어울려 살아가며 배우고 놀고 재미난 게 많지만 본능에 해당하는 먹고 자고 누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 무엇보다 선생들은 어린이들이 낮선 곳에서 살다보니 익숙한 생리현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든 경우가 참 미안하다. 마음같이 잘 누기가 어렵고, 잠이 안 와 힘들어하는 때 여러 가지 도울 방도를 찾고 더 알뜰하게 살피지만 단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어렵다. 자연속학교 때마다 한두 어린이가 꼭 자고 누는 게 어려워 많은 보살핌을 받는다.
함께 놀다보면 다툼은 자연스럽다. 협력해서 노는 놀이를 하다가도 서로 다름을 확인하는 게다. 안에서는 공기놀이와 카드놀이를 하고, 밖에서는 축구와 야구, 그물침대를 타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날마다 여러 어린이들이 서로 속상 한 걸 경험하고 선생에게 알려온다. 보통 놀림말, 거친 말과 거친 몸짓, 놀이하다 속상한 게 많다. 형 언니 동생 사이라서 속상한 게 나오고, 자주 어울려 몰려다니다가도 속상하고, 둘레를 생각해 맞춰 살다 지쳐서 속상한 경우도 있다. 싫어하는 행동을 해도 너무하는 어린이도 있고, 자꾸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어린이도 있다. 한바탕 선생에게 털어놓고 마음이 편해지는 어린이도 있고, 선생의 도움으로 규칙을 배우는 어린이도 있다. 선생이 지나치게 개입해서 안 되는 일도 많고, 적당한 거리에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 할 때도 있다. 부모의 잔소리가 듣지 않아 자연속학교가 좋다는 어린이도 있지만, 자연속학교에서는 날마다 선생들과 다른 어린이들에게 잔소리와 도움말을 들으며 자란다.
많은 것을 겪지만 즐거움이 없으면 견딜 수 없는 게 자연속학교다. 함께 수다를 떨어줘서 고맙고, 서로 놀아줘서 고맙고, 설거지를 해줘서 고맙고, 도와줘서 고맙고, 날마다 고마운 이야기가 넘쳐난다. 마침회 때 고마운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린이들이 어디에서 힘을 받고 고마워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고마운 이야기를 할 때면 당연한 건 없다는 걸 자꾸 말하곤 한다. 부모님이라서 선생님이라서 형 언니라서 동생이라서 나를 돕고 챙겨주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서로 알게 모르게 자신과 우리를 돕는 것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기르는 게 자연속학교에서 아주 중요하다 여긴다. 그러니 모든 것이 고마운 것 투성이다. 부모와 집을 떠나 살아보니 부모와 집이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고, 익숙한 게 얼마나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지 알게 되는 이치다.
그러니 어린이들에게 잠깐의 여행 기숙학교는 한 식구가 되어가는 것이고, 마음을 부쩍 자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