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서울 상암에서 케이팝 공연을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어떻게 이동할 건데? 이번에 이동할 때 보니까 대형버스 1000대 정도 동원했다는데...
그것도 혼돈 그 자체 였다던데. 전북, 충북, 경기, 서울 각지에서 줄발한 버스들이 와서
공연이 끝나면 다시 숙소로 데려다 주기까지. 이 정부의 능력으로 볼때 과연 안전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제는 게다가 태풍이 온단다.
며칠 사이에 대형 공연을 준비하는 것도 그렇고...
손민호
10시간 ·
여행기자로서 잼버리 사건을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뉴스를 보면서 정말 부들부들 떨렸다.
요 며칠 페북이 온통 잼버리를 질타하는 글로 도배됐을 때 나도 여러 번 글을 썼었다. 그러나
다 지우고 말았다. 너무 화가 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겨우 3만4000명 오는 행사를 말아먹었다. 금요일 K콘서트를 열겠다는 상암구장 절반 정도 들어가는 숫자다.
뭔 말이 그리 많은가. 여가부 장관은 뭘 잘했다고 브리핑마다 고개 바짝 들고 변명을 해대는가.
잼버리가 원래 고난을 극복하는 거라고? 스카우트가 영국에서 시작됐다. 그 영국이 맨 먼저 짐 싸고 나가버렸다.
스카우트 정신을 몰라서 나갔겠는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판단해서 나갔던 거다. 그런데 여가부 국장 출신
조직위 사무총장은 ”폭염 등의 이유로” 영국이 나갔다며 제 잘못은 끝까지 숨기더라. 어찌 그리 뻔뻔할 수 있는가.
잼버리는 세계 스카우트연맹 행사다. 주최가 세계 연맹이다. 한국 카운터파트는 한국 스카우트연맹이다.
이 조직의 총재가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이다. 청계천에서 등산화 만들다 돈벼락 맞은 강 회장이
스카우트연맹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언론에 나오기 좋아했던 강 회장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 왜 얼굴 한번 안 비치는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정말 꼴보기 싫다. 조세 전공 경제학 교수가 대선 캠프 뛴 공로로 여가부 장관이 됐다.
캠핑을 뭘 알고, 스카우트를 뭘 알겠는가. 현지 시찰 나갔어도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알았던 거다.
전라북도와 부안군 공무원들. 눈 먼 돈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여태 정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을 늘 그딴 식으로
써왔으니. 뒤늦게라도 손 벌리면 돈이 또 내려올 줄 알았던 거다. 1100억원으로 모자라 160억인가 더 요청했다가
까였다며 억울하단다. 그래 많이도 억울하겠다.
30만명도 아니고 3만명 오는 행사 뒤치닥거리에 온 나라가 동원되고 있다. 흡사 전시 상황 같다. 군인이, 기업이,
시민단체가, 서울 수도권의 호텔과 대학 기숙사가, 전국의 온갖 관광 인프라가 동원되고 있다. 이제는 K팝
스타들이 징용되듯이 끌려나와야 할 판이다. 군대 간 방탄을 불러내야 한다고? 진이와 호비는 연예 병사도 아니다.
신병교육대 조교다. 예비군도 병과대로 소집된다. 뭐하자는 건가.
급작스런 K팝 콘서트 일정에 프로축구 일정도 엉클어졌다. 전북 현대는 예정된 경기를 못 치르게 됐고,
서울 상암구장 잔디는 공연 준비로 쑥대밭이 될 참이다. 온 나라가 왜 이 난리를 치러야 하는가?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사소한 희생은 감소하라고? 그렇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를
정치학에서 전체주의라고 부른다.
꾹꾹 참다가 오늘에야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금요일에 상암에서 하겠다는 K 콘서트는 안전할까 걱정이
들어서다. 사나흘 준비해서 뚝딱 대형콘서트를 치르겠다는 건데... 정말 괜찮을까? 1100억 들여 6년을
준비했다는 행사도 그렇게 말아먹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난다. 폭염 때문이고 태풍 때문이었다고? 폭염 때문에 영국과 미국이 철수했고,
태풍 때문에 참가자 전원이 새만금을 떠났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왜 온 나라가 뒤치닥거리에 동원되어야 하는가.
8월 4-6일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방탄 슈가 오빠 단독 콘서트가 있었다. 콘서트는 체조경기장에서 열렸지만,
슈가는 체조경기장 옆 펜싱경기장을 따로 빌렸다. 여기에서 티켓팅을 하고 굿즈를 팔았다. 뙤약볕 아래에서
아미들이 고생할까 염려해서였다. 콘서트도 이 정도는 한다. 일말의 염치라도 있으면 죄송한 척이라도 해라.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방문객 3000만 명 유치가 목표라고 내걸었다. 3만명도 감당 못하는데,
그 1000배를 불러오겠단다. 아서라. 이미 충분히 창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