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스 에너지 전략 연구소
파키스탄은 현재 폭풍 전야에 처해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파키스탄 관련 소식만 봐도 그렇다. 파키스탄내 탈레반 통치가 행해지는 '스와트 밸리'에 대한 것이나 파키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 수도 외곽까지 진출했다는 보도가 이미 나왔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에 위치한 파키스탄 부족들의 자치 지역(Federally Administered Tribal Areas :FATA)에 대한 미군의 폭격도 자주 보도된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들은 파키스탄을 둘러싼 여러가지 혼란과 미국의 개입을 두고 '반테러 전쟁'의 확산이라는 전제에서만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현재 파키스탄이 보여주고 있는 혼란을 이해하고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파키스탄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런 전혀 다른 시각의 중심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파키스탄내 탈레반의 거점이라는 '스와트 밸리'나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의 부족 자치 지역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발루치스탄이다. 파키스탄에서 발생하는 모든 혼란은 바로 이 발루치스탄(Balochistan)이란 지역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지금 벌어지는 파키스탄 사태는 이 발루치스탄으로 향하는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을 갖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발루치스탄'이란 어떤 곳이며, 왜 이곳이 파키스탄 사태의 핵심이 되는 것일까? 우선 이 지역이 어디인지부터 파악을 해야겠다.
다음의 파키스탄 지도를 한번 보자.
위 지도에서 파키스탄 서부 지역의 점선안이 바로 발루치스탄 지역이다. 이 지역은 파키스탄 영토의 48%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파키스탄 총 인구 대비 4%에 불과하다. (파키스탄의 총인구는 1억 7천만 명이다) 지역의 상당부분이 사막인 이 지역의 주도는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가까운 퀘타(Quetta)이다. 민족적 분포로는 발로치 족(Balochs)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 뒤를 파슈툰(Pashtuns)족이 차지하고 있으며 더 소규모의 부족들이 존재한다. 다음의 발루치스탄 지형도와 민족 분포도를 참고해보자. (특히 민족 분포는 나중에 발루치스탄 분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므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루치스탄 지형 분포도
파키스탄 주변 민족 분포도
물론 위의 민족 분포도는 파키스탄 전체를 전제해놓고 상정한 것인데, 발루치스탄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발로치족들이 파키스탄내의 발루치스탄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 서쪽의 이란과 북쪽의 아프가니스탄에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키스탄 내 발루치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사이의 국경은 연보라색 발루치스탄 영역 내의 점선으로 표시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지역은 어떤 중요성을 가지는 것일까? 세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1. 이 지역은 파키스탄내에서도 자원이 가장 풍부하게 매장된 곳이다.
이 지역엔 우라늄과 구리가 풍부하고, 파키스탄 전체가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1/3 이상을 생산할 정도로 천연가스가 풍부하다. (석유가 매장되 있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이 생산하는 천연가스는 파키스탄 중앙 정부로서는 아주 중요한 대상이다. 세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A. 천연가스는 파키스탄이 소비하는 에너지원의 50 %를 차지하는 주요한 자원이다. 파키스탄 경제는 현재 세계에서 천연가스 의존 비중이 높은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B.파키스탄에 매장이 되있는 것으로 확인된 천연가스는 2006년 현재 28 조 cubic feet (tcf)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19 조 tcf 가 발루치스탄에 묻혀있다. 이는 파키스탄 전체 천연가스 매장량의 68 %에 이른다.
C. 파키스탄이 소비하는 연간 가스 소비량은 1조 cubic feet 에 이르는데,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하는 반면에 천연가스 매장량은 점점 작아지고 있어 발루치스탄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발루치스탄이 파키스탄에서 분리해 나갈 경우, 파키스탄 정부가 현저하게 약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이 지역은 중앙 아시아나 이란으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에너지가 수송되는 길목이다.
이 지역을 둘러싸고 두 개의 주요한 천연가스 운송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의 참고 지도를 보자.
IPI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도
위에 표시된 적색 점선은 소위 'IPI 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지역을 나타낸 것이다. IPI라는 명칭은 이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국가들의 머릿 글자(이란과 파키스탄, 인도)를 따서 지은 것이다. 이 파이프라인의 길이는 약 2,700 킬로미터에 이르며, 이란의 South Pars 지대를 출발해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지역을 경유하도록 되있다. 하루 수송량은 28억 cubic feet (bcf)에 이르며, 건설비용으로 초기엔 약 40억 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었으나, 좀 더 최근에는 약 7억 불에서 9억 불 정도가 예상되고 있다. 애초 이 계획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왔지만 그동안 가다서다를 반복해왔다. 그나마 지난 2004년부터 이 계획은 다시 힘을 얻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간에 이루어진 평화협정 무드에 힘입은 바가 크다. 어쨌든 이 계획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명목상으로는' 관련된 세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미국에 의해 국제적 고립상태에 있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지난 1996년 부과한 경제 제재 법안을 피해 필사적으로 해외로 자신의 상품(여기선 석유와 천연가스)을 팔고 지역에서 동맹을 만들어야 할 입장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06년 미 의회가 다시 갱신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두 나라 모두 국내 천연가스 소비 증가율에 비해 공급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인도는 당장 가용 가능한 천연가스 매장지가 없는 관계로 이란이나 중앙 아시아로부터 천연 가스를 들여와 할 절박한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애도 만만치 않아서 이 계획이 과연 실현될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는게 사실이다. 이 계획의 장애요인으로 다음의 몇가지를 들 수 있다.
A. 점점 증가하는 막대한 건설 비용과 관련된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
B. 파키스탄이 인도로 넘어가는 천연가스량에 대해 부과할 관세와 통과세의 가격. 지난 2007년 7월 세나라가 가격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이란내에서 파키스탄과 인도에게 30%나 값을 깎아서 공급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제기되어 한달 뒤 이란이 이를 번복한 적이 있다. (물론 이란이 이런 입장 번복을 하게 된 데에는 미국이 이란령 발루치스탄에서 벌이는 비밀 활동에 파키스탄이 지원을 제공한 문제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C. 인도 벵골만에 위치한 크리쉬나 고다바리(Krishna Godavari) 의 천연가스 개발에 성공할 경우, 가격이 더 싸다는 점이다.
D. 미국이 이 계획에 반대한다. 미국은 이란을 더욱 더 압박해야하는 처지인데다가, 만약 이런 파이프 라인이 현실화되면 미국이 이들 국가들 사이에 가지고 있던 지렛대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도와 파키스탄, 이란 각국이 서로를 견제하게 하면서 미국이 거두던 이 지역의 전략적 이익이 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반대를 파키스탄과 인도가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인도가 그러한데, 인도는 미국의 이런 요구를 무시할 경우, 지난 2005년 7월에 미국과 맺은 민간 원자력 협력이 자칫 무산될까 우려한다. 당시 미국은 세부적인 협정을 통해 인도가 미국의 핵 원료와 장비들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당근을 제기한 바 있다. 가까이는 파키스탄, 더 나아가 중국과 핵 경쟁을 벌여야하는 인도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미국은 지난 2007년 3월에 에너지부 장관인 사무엘 보드맨(Samuel Bodman)을 인도로 급파해 이 파이프라인 건설에 인도가 참여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종용했다. 파키스탄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 댓가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
E.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국가 에너지원 공급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와 관련해서 인도가 적성국 파키스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깊은 불신이다.
IPI와 TAPI 가스 파이프 라인 건설 계획도
이에 반해 다른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도 존재한다. 이것은 소위 'TAPI 노선'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마찬가지로 이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국가들(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의 머릿 글자를 딴 것이다. 중앙 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의 다울레타바드(Dauletabad) 지대에서 출발하여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파키스탄의 발로치스탄을 경유, 인도로 이어지게 계획되어 있다. 1,680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노선의 건설 비용은 현재 33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하루 수송량은 3.2 bcf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계획은 미국이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을 방해하는 요인이 IPI 노선 못지 않게 많다. 우선, 협상 상대자가 4개국이라는 점이 협상을 한층 더 어렵다. 게다가 이들 국가들 가운데 두 나라의 정국이 매우 불안정하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이들 국가인데, 전체 파이프 라인 가운데 1,200 킬로미터가 이 두나라를 지나간다. (전체 파이프 라인의 58 %)
어느 쪽이던 이 모든 파이프 라인 건설 경로에는 발루치스탄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TAPI도 그렇지만, IPI의 경우, 약 760 킬로미터 구간이 이 발루치스탄 지역을 지나가는데, 이는 총 구간의 28 %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 새롭게 헤게모니를 획득하려 애쓰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파이프 라인 건설 시도를 저지하고, TAPI 노선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도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파키스탄내 발루치스탄 지역에 대한 '정치적 확보'가 시급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3. 이 지역 해안가의 항구는 에너지원 적재, 운송 및 수출의 허브가 될 잠재력이 큰 곳이다.
인도나 파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의 생산과 가공, 분배를 둘러싸고 자신들이 이 지역에서 거래의 중심으로 부상하려 애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들은 도로나 철도, 비행장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을 통해 이러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략적으로 보면, 발루치스탄은 매우 중요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발루치스탄은 이란의 동쪽이며, 아프가니스탄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원을 해양으로 빼올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또한, 석유지대인 걸프만으로 통하는 호르무즈 해협 언저리에 중요한 항구들을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지난 2007년 3월 출범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해안가의 가다르(Gwadar)항구이다. 이 가다르 항구는 중국이 건설한 곳으로, 발루치스탄을 둘러싼 주변국들간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핵심적인 곳이다.
파키스탄령 발루치스탄 해안가-이란령 발루치스탄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가다르 항구가 보인다.
파키스탄 정부는 가다르 항구에 주변국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 비행장을 건설할 예정이고, LNG 터미널이나 제철소, 자동차 공장, 시멘트 공장, 석유 정제소도 건설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인프라 시설을 갖추게 되면 가다르 항구는 단박에 아라비아 해와 오만 해, 걸프만, 호르무즈 해협 등 인도양 전체에서 각종 물류와 에너지 교환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게 된다. 더구나 이 항구를 중심으로 주변국으로 확장될 다양한 교통망은 중동과 중앙 아시아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파키스탄에게 안겨줄 것이다. 이미 이러한 발전은 가시화되고 있는데, 가다르 항은 건설이 시작된 지난 2001년 주민수가 5,000 명에 불과한 빈곤한 어촌이었으나, 지금은 125,00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다. 또한, 이러한 프로젝트가 중국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이러한 추세가 발전하면, 파키스탄이 중국 중심의 지역 질서에 흡수되는 것이 가속화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강화될 것이다. 군사적으로 발루치스탄 해안의 가다르 항이 장차 군항으로 발전할 경우, 인도가 이 지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제해권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가다르 항구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관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본 연구소의 다음 글을 참조: 중국 군함을 인도 잠수함이 추격한 이유 http://blog.daum.net/sibad/13
아프간 주변 도로
파키스탄의 지역 패권 장악 시도에 맞서 인도 또한 자체적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에 영향력을 강화하려 부심하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축출된 뒤 반탈레반 성향의 북부동맹이 중심을 이뤄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구성하자, 인도는 이란의 협조하에 아프가니스탄에 218 킬로미터에 이르는 자란지 델라람(Zaranj-Delaram) 고속도로 건설을 지원했다. 이 도로는 아프가니스탄 남서부와 접경한 이란 동부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내부 순환도로와 연결되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아프가니스탄 서남부의 화살표로 표시된 점선이다) 거기서 아프가니스탄 내부 순환도로를 이용하여 멀게는 아프가니스탄 북동쪽의 페이자바드(Feyzabad)까지 갈 수 있다. (페이자드는 위 그림에서 아프가니스탄 동북쪽 끝의 화살표 지점) 인도는 이 루트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접촉하려 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정학인 이유탓에 적성국인 파키스탄을 경유하지 않고는 중앙 아시아에 접근할 수 없었던 인도로서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이용해 중앙 아시아에 접근하는 상업적 운송망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또한, 이 도로는 이란쪽으로 새로운 철도와 접목되어 종국적으로 이란이 인도의 도움으로 야심차게 개발중인 차바하르(Chabahar) 항구로 연결된다. 이 항구는 이란령 발루치스탄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파키스탄령 발루치스탄의 가다르 항구와는 이란과 파키스탄의 국경을 넘어 불과 160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앞서 제시한 <파키스탄 주변 민족 분포도>를 살펴보면 이란 동남부 해안가의 파키스탄 국경 근처에 이 항구가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항구는 파키스탄의 가다르 항구와는 경쟁관계다. 가다르 항구와 지척에 있는 이란의 차바하르 항구가 에너지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되면, 가다르 항구를 지역의 중심으로 부상시키려던 파키스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버린다. 내륙국인 아프가니스탄의 입장에서는 파키스탄을 통하여 바다에 접근했던 것보다 더 단축된 노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파키스탄이든 인도이든, 이란이든-각 국의 지역 패권 확보 야심이 모두 발루치스탄을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인도와 이란은 이란의 발루치스탄 지역(시스탄)의 차바하르 항구를 통해, 파키스탄은 파키스탄령 발루치스탄 지역의 가다르 항구를 통해서 말이다. 위에서 상술한 발루치스탄의 중요성에 관한 세가지 고찰을 모두 종합해보면, 공통적으로 발루치스탄이 지역 세력 균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발루치스탄 지역의 주민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
발루치스탄의 주도인 퀘타(Quetta) 시내
발루치스탄은 부족 자치지역인 FATA 지역과 마찬가지로 종족 중심적인 사회다. 이 지역을 통제하는 집단은 부족장들인데, 이들은 현재 파키스탄 탈레반이 통제하는 스와트 계곡(Swat valley) 만큼이나 전근대적인 사회양식을 유지하려 한다. 문제는 반세기동안 파키스탄 중앙정부가 이 지역을 홀대해왔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이 지역 개발에 관심을 두지 않은 관계로 발루치스탄은 파키스탄의 여러 지방들에 비해 심각하게 뒤쳐저 있다. 정부에 의해 지출되는 지역 발전 재정도 빈약하다. 이 때문에 타 지방에 비해 문맹률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또한, 발루치스탄은 파키스탄의 천연가스 생산의 1/3을 담당하고 있으나, 실제 소비는 17%밖에는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발루치스탄은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에 지불되는 로열티의 1/5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발루치스탄 천연가스 생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수이(Sui) 가스 지대다. 이 지역은 IPI 파이프 라인이 지나가는 경로에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발루치스탄에서 생산활동을 진행 중인 천연 가스 산업에 고용되어 일하는 보수좋은 관리자나 기술자들은 거의 대부분 발루치스탄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며, 지역 주민들은 일일 잡부 정도로나 고용되어 근근히 일하고 있다. (이조차 얻기 힘든 일자리다.) 파키스탄 정부는 발루치스탄인의 기술력 향상을 위한 훈련센타를 건립하는 등의 노력들도 해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발루치스탄인들은 파키스탄 중앙정부가 자신들의 자원을 부당하게 약탈하고 있다며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만탓에 지난 7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중앙정부에 대항한 봉기가 발생했고, 전투적인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은 파키스탄 중앙정부로부터의 자치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분리 독립까지도 주장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강력하게 대변하는 곳은 발루치스탄 지역 가운데서도 부그티(Bugti) 부족이 통치하는 지역이다. (앞서 언급한 수이 가스 지대가 위치한 곳이 바로 이 부족 지역이다.) 이런 발루치스탄의 움직임에 대해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그동안 파키스탄 군대를 동원하여 이들의 저항을 가혹하게 진압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에 맞서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은 파키스탄 정부가 중요시 여기는 천연가스 시설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맞대응해왔다. 문제는 부그티 지역의 수이(Sui) 남부 가스회사가 관장해야하는 파이프라인 배분 네트워크만해도 신드(Sindh)주와 발루치스탄(Balochistan)주에 걸쳐 무려 27,542 킬로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긴 파이프라인 전체를 감독하고 보안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루치스탄 지역의 역사적 변천과정
워싱턴에 소재한 제임스 타운 재단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의 공격과 폭력 사태는 지난 2002년 이래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ISN Security Watch> 2006년 1월 보고서를 보면 그 추세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데, 발루치스탄에서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이 일으킨 공격 사례 843건 가운데, 54건은 파키스탄 법 집행당국, 31건이 가스 파이프 라인, 417건이 기타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었고, 291건이 지뢰 매설, 50건이 납치라고 한다. 총 166건의 폭력사태가 보고된 콜루(Kohlu) 지구의 경우, 45건이 폭발 사고이고, 110건이 로켓 공격사례라고 한다. 실제 2006년 5월, 푼잡으로 향하는 두 개의 가스 파이프 라인이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폭파되어 가스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은 가다르 항구 뿐 아니라 파키스탄 정부와의 협조하에 이 지역에 다양한 투자를 한 중국을 겨냥한 테러 활동을 벌이기도 하는데, 최근 몇년간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중국인 공격 가운데 세 건이 발루치스탄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 두 명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07년 가다르 항구 출범식 당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전 대통령은 이 지역의 "극단적인 요소들이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해당 지역에서 일소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이런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루치스탄 주민들을 억압해왔고, 2006년 8월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페르베즈 무샤라프의 명령하에 파키스탄군이 발루치스탄 전 주지사이자 유명한 지역 지도자였던 나와브 아크바르 부그티(Nawab Akbar Bugti)를 살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루치스탄의 민족주의자들 가운데 최근에 발루치스탄 해방군(Balochistan Liberation Army:BLA)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 그룹은 파키스탄과 오랫동안 동맹관계였던 미국과 영국이 공히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지정했던 단체다.) BLA측은 자신들이 발루치스탄 전체 주민 가운데 70% 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키스탄으로부터 좀 더 많은 자치와 더 나아가 분리 독립까지 바라고 있다. 이들은 또한 이란령 발로치족과의 통합도 원한다. 반면에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이들이 이 지역에서 받는 지지라고는 발루치스탄 전체 인구의 10%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최근에 발루치스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너지 지정학적 변화가 작게는 발루치스탄, 더 넓게는 파키스탄 중앙정부에 대해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이 가지는 협상력과 지렛대를 과거 어느 때보다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된 관계는 관련국들이 발루치스탄 민족주의 운동에 대해 이전과 달리 더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게 되는 동기를 제공했다. 그럼 관련국들은 발루치스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자.
발루치스탄 해방군(Balochistan Liberation Army:BLA)
미국
<한겨레 신문>을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샐리그 해리슨 우드로 윌슨연구소 연구원은 이미 1981년에 출판된 <In Afghanistan’s Shadow>라는 책에서 발루치스탄이 가지는 중요성을 지적했다. 샐리그 해리슨은 이 책에서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구 소련이 파키스탄 건너 아라비아 해로 나갈 수 있는 부동항을 얻으려 파키스탄내의 분리주의 운동을 이용할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도를 보면, 전략적 위치에 놓인 발루치스탄과 해당 지역의 5백만 인구가 왜 수퍼 파워들간의 갈등에서 촛점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잘 알 수 있다"라고 하면서 “만약 발루치스탄의 전략적 위치와 이 지역이 보유한 풍부한 석유와 우라늄, 기타 다른 자원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황량하고 황폐화되었으며, 접근하기 어려운 땅을 둘러싸고 누군가 쟁투를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기술했다. 가다르 항구를 통해 이란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송을 확보하고 인도양에 대한 미국의 제해권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대해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차단하려 하고 있다. 또한, IPI 파이프라인 건설을 막고, 발루치스탄을 이용하여 이란에 대한 비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이 가다르 항구를 통제하게 되면, 발루치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 서남부에 위치한 헬만드(Helmand)와 님루즈(Nimruz), 칸다하르(Kandahar)로 이어지는 육상로가 열린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잇는 보급로인 키베르 통로(Khyber Pass)가 탈레반에 의해 파괴당한 후, 미국과 나토는 대체 보급루트를 찾던 차였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잇는 보급로인 키베르 통로(Khyber Pass) 파괴에 대해서는 본 연구소의 글, <러시아 vs 미국-위험한 판돈 늘리기>를 참조 http://blog.daum.net/sibad/24
여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파키스탄령 발루치스탄 사이의 텅빈 국경을 넘어 이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장악을 감행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남붕서 미국은 파키스탄 내 탈레반 추적과 마약 거래 차단이란 명목하에 미군을 파키스탄 내 발로치스탄 지역으로 투입할 수도 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미 마약 거래 소탕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Helmand)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서남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발로치족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님루즈 지방에서도 자신의 거점을 만들려하고 있다. 두번째는 발루치스탄 분리주의를 고취하여 파키스탄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다. 특히 두번째 방법은 미국으로서는 낯선 방법이 아니다. 이미 지난 1990년대 초중반 미국은 이런 방식을 이용해 구 유고슬라비아를 여러 국가(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등)로 쪼개는데 개입한 적이 있다. 이 결과 구 유고에서는 피비린내나는 유혈내전과 인종청소가 진행되었다. 이미 랠프 피터 대령(Col Ralph Peter)이란 사람은 <The Armed Forces Journal> 2006년 6월호에서 파키스탄의 '발칸화'를 제안했었는데, 그는 자신의 글에서 유고슬라비아에 대해 미국이 취했던 정책처럼 파키스탄도 인종적, 민족적 분리선을 따라 분할하자고 제안했다. 공교롭게도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의 지도자인 브라함다그 부그티(Brahamdagh Bugti)도 파키스탄 티비(AAJ TVm) 와의 인터뷰에서 BLA는 발루치스탄내에서 발로치족이 아닌 집단들에 대해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이 발루치스탄 해방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영국 정보기관들도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에게 은밀한 지원을 제공해왔다고 의심받고 있다. 일례로, <Press Trust of India>지 2006년 8월 9일 자에 따르면, 파키스탄 상원 국방 위원회가 영국 정보기관들이 "이란과 접경한 지역에서 봉기를 사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보, 국방관련 기관들이 관련 미, 영 기관들과 역사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파키스탄측의 이러한 비난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란 정부도 파키스탄령 발루치스탄에서 침투한 미 중앙정보국 요원들이 이란 동남부의 이란령 발루치스탄 지역에까지 들어와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란측의 이런 주장은 지난 2007년 4월 미국 ABC 뉴스 보도에서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국 중앙정보국과 긴밀한 협조하에 있는 발루치스탄 테러리스트 조직인 쟌둘라(Jandullah)가 이란을 상대로 한 각종 전복, 테러 활동을 하도록 조언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러한 작전이 미국측 입장에서 용이한 이유는 지난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반테러 전쟁을 지원할 목적으로 미국이 발루치스탄에 소재한 달반딘(Dalbandin)과 판유구르(Panjgur) 공군기지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루치스탄 해방군의 행보도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들이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에 협조한 쿠르드족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아시프 알리 자르다니 파키스탄 현 정부하에서 눈에 띄게 재규합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일례로 이들의 활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 조직의 지도자인 브라함다그 부그티(Brahamdagh Bugti)가 발루치스탄의 주도인 퀘타(Quetta)에서 국경을 넘어 불과 두 시간 거리인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Kandahar)에서 활동하는 점을 문제삼는다. 그가 인도측으로부터 재정과 병참, 무기들을 지원받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심지어는 현 발루치스탄 총리인 나와브 라이사니(Nawab Raisani)가 실은 CIA측 현지 정보 제공자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발루치스탄 해방군의 정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 지역의 분리독립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이러한 사태 전개가 가능하려면, 파키스탄의 국가적, 지정학적 약화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하고 결과 또한 마찬가지다.
발루치스탄이 분리 독립 및 주변국으로 확대했을 때를 가정한 지정학 변화
인도
인도는 파키스탄과 세번에 걸친 유혈낭자한 전쟁을 치룰 정도로 숙적 중의 숙적이다. 인도는 현재 이 지역에서 미국의 첫번째 동맹국인데, 인도는 파키스탄이 분열 직전에 있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중앙 아시아와 이란,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독립된 발루치스탄 국가는 이란과 인도, 아프가니스탄의 통제하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도의 입장은 바라트 베르마라는 사람이 인도의 <Indian Deffence Review>라는 한 국방관련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글에서 베르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파키스탄의 안정이 인도의 이해에 부합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주장은 잘못된 가정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1947년 이래로 파키스탄은 인도에겐 악재였다. 파키스탄 정부가 거대한 내부 및 외부 모순 탓에 붕괴한다면, 파키스탄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파키스탄의 종말로부터 인도는 여러가지 차원에서 수혜를 거둘 것이다......인도 서부에 존재하는 파키스탄이라는 핵심적인 위협으로부터 인도를 지키기 위해서 인도는 자신의 영향력을....중앙아시아로 확대해야한다. 국가로서 파키스탄이 사라지게 되면, 이러한 인도의 중요한 국가적 목표가 전진하게 되는 것이다. 파키스탄이 취하게 될 자기파괴적인 행로는 파키스탄 국가를 여러 조각으로 분열시키거나 서서히 약화하게 만들 것이다. 어느 경우이던 발루치스탄은 독립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가다르 항구가 중국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기회를 인도가 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미국과 인도의 정치적 목표 사이에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강조는 연구소]
인도는 탈레반이 무너지고 파키스탄이 약화된 틈을 타 파키스탄의 배후지 역할을 했던 아프가니스탄내에 자신의 전략적 거점을 마련했는데, 인도는 이곳에서도 발루치스탄에 대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 정치 외교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 외교(대외)관계협의회(CFR)의 잡지인 <Foreign Affairs> 지에 실린 한 기사는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드러내고 있다. http://www.carnegieendowment.org/publications/index.cfm?fa=view&id=22925&prog=zgp&proj=zsa,zusr [편집자 주: 기사는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에 재게재 된 것을 링크로 걸었다.]
"이란의 자헤단(Zahedan)에 있는 인도측 외교공관을 방문해보면, 확실히 이들의 주요활동은 비자 발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인도는 아프가니스탄의 마자르(Mazar)에 있는 외교공관에서도 작전을 수행 중인데,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따라 있는 잘랄라바드나 칸다하르에 있는 다른 영사관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도 관리들은 나에게 자신들이 발루치스탄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귀뜸해주었다........또한, 인도는 파키스탄측의 부족 지대인 바자우르(Bajaur) 와 마주한 국경 근처인 쿠나르(Kunar)의 민감한 부분에 학교들을 짓고 있다."[강조는 연구소]
어쨌든 인도는 향후 '독립 발루치스탄 국가' 창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서 여기에 모든 패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이란
이란은 전략적으로 봤을 때, 해당 지역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세력균형을 유지하려 애썼다.
우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이란과는 앙숙인데, 현재 탈레반은 다시금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 유지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도는 이란의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는 등, 이란과의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인도는 이란과는 동맹이지만 인도는 파키스탄의 숙적이다. 인도는 파키스탄의 약화를 틈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관계속에서 이란은 파키스탄의 지역적 지위가 지금보다 더 감소되어야 자신의 국가 이해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이란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이란의 차바하르(Chabahar) 항구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항구는 파키스탄의 가다르 항구와 경쟁관계이다. 이란은 가다르 항구가 번성해져서 자신의 항구가 주변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란이 미국과 서방의 제재 때문에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최근에 이란과 미국이 무대 뒷편에서 외교적 협상을 벌이는 대상 중 하나는 나토와 미군의 군수물자를 파키스탄의 카라치보다는 이란의 차바하르(Chabahar)를 경유하여 통과하는 것을 둘러싼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아프가니스탄 전쟁 지원과 관련하여 이란의 차바하르 항구 사용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협상이 이루어지면, 이란은 미국의 묵인하에 일정정도 제재를 피하여 해외로 에너지원을 수출하거나 궁극적으로 고립을 탈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 계산했을 수 있다. 미국을 끌어들이면, 지역에서 파키스탄의 가다르 항구를 제치고 이란의 차바하르 항구가 가장 중심적인 에너지 물류 관련 항구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가지고있는 미국과 하는 협상이다. 따라서, 이란에게는 양날의 칼의 성격을 가진 것일 수 있다. 이란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현재로서는 속단 할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이 지난 1947년 독립한 이래로 파키스탄내의 정정 불안을 유도하는 기지로 활용되온 측면이 있다. 일례로 파키스탄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BLA가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를 거점삼아 활동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친 파키스탄 입장을 견지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을 때였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을 때,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내에서 활동하던 인도와 이란의 정보 조직들을 파괴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인도와 이란이 탈레반 통치에 반대하는 군벌들의 동맹인 북부동맹을 지지한게 우연은 아니다.)
결국 파키스탄을 둘러싼 최근의 어지러운 혼란들의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에너지 수송과 해당 지역의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경쟁이 그 밑바탕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파키스탄 국가는 약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국가 분열로 발전하여 발루치스탄 지역의 분리 독립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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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비스 에너지 전략 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IBIS-ENER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