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쓰레기처리 정책’ 어떻게 세워야할까
고양신문 이명혜 기자 입력 2024.02.01 11:24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시민토론회
토론에 앞서 김현수 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생태건축연구단장의 발제로 쓰레기 문제 공론화가 시작됐다.
[고양신문] 고양시 쓰레기소각장은 ‘어디에’, ‘어떻게’ 지어야할까. 고양시는 올해 안에 쓰레기소각장 부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 2차 부지공모에 신청자가 없자 신청조건을 변경해 3차 공모를 진행했다. ‘신청부지 경계 300m 내 세대주 동의율 80%’ 조항을 삭제하고 ‘토지소유주 50% 동의’로 변경하자 13곳의 후보지 신청이 들어왔다. 후보지는 벽제동, 대자동, 내곡동, 지영동, 문봉동 등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주민동의없는 소각장 건설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은 고양시 쓰레기처리문제에 관한 정책모색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열고 공론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9일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주민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김영식 고양시의회의장은 “백석동 소각장은 내구연한이 3년 남았다. 신규소각장을 지어야 하는데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반드시 체육·문화시설을 묶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박평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소각장 문제는 객관적으로 이야기해도 욕먹기 쉬운 주제”라며 “공동의 문제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의견을 나눠보자”며 토론회를 시작했다.
토론에 앞서 김현수 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생태건축연구단장이 ‘자원순환과 waste to energy’를 주제로 발제를 했다. 토론은 최창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고, 박평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 유미정 고양동 주민자치회장, 김현수 단장,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발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자원순환과 waste to energy’
김현수 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생태건축연구단장
우리가 지향해야할 도시는 ‘기후중립도시’다. 자연은 순환하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한다.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 분산·자립·순환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순환하려면 프로세스가 달라져야 한다. 공간적 위계에 맞게 처리시스템을 갖춰야 효율이 높아진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조금더 확대된 구역, 그다음은 시 전체로 확산되는 처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님비*가 핌피**로 변하게끔 솔루션을 제시해야만 폐기물 문제가 해결된다. 그 해답은 순환시스템에 있다.
고양시는 2030년 114만 명 인구를 기준으로 1일 630톤 규모의 생활쓰레기 소각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생활쓰레기 성상을 살펴보면 종이, 비닐, 플라스틱이 혼입되고 있다. 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유화장치는 회수율이 70% 넘는다. 선진국에서는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우리도 도입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바이오매스(biomass)를 바이오차(biochar)로 전환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는 350℃이상의 열에서 숯이 된다. 토양을 개선하고 CO2를 고정하는 효과가 있다. 자원순환에서 에너지순환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왼쪽부터) 박평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 유미정 고양동 주민자치회장, 최창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 김현수 박사,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주민의견수렴, 기후위기대응 순환시스템에 맞나 살펴야
최창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
고양시 소각장 설치와 관련해 1, 2차 부지공모가 무산되고 입지선정위원회가 조건을 수정해 3차 부지공모를 시행해 13곳 후보지가 들어왔다. 올해 4월 선정위를 거쳐 부지를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견수렴 등 과정이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순환시스템에 맞는 것인가 살펴보고 논의가 필요하다.
3가지 이유에서 다시 검토해야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소각장은 지어야하지만 기피시설이다. 불가피한 시설이라면 주민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선 하루 630톤 소각을 생각해보자. 기후위기시대에 자원화, 순환화가 필요하다. 쓰레기 목표 수치에 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쓰레기 줄이기를 위한 시민참여를 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목표치로 잡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지역주민 동의를 빼버린 것이 이해 안 된다. 반경 300m이내 토지주 동의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소각장 문제는 그 지역주민만의 문제도 아니다. 세 번째, 한두 곳을 지을지, 분산해야하는지 원칙을 정해야 한다. 시에 소각장이 한군데라면 거기까지 운반하느라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짓더라도 원칙을 갖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유미정 고양동주민자치회장, 고양동범대책위원회 위원장
고양동의 현실을 말하러 왔다. 해마다 기피시설 문제가 하나씩 터진다. 균형발전의 의미가 무엇인가. 고양동 관산동은 고양시가 아닌가. 13곳 신청지 중 9곳이 고양동이다. 토지주가 왜 그렇게 많이 신청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동물화장장 문제 때 고양시에서 고양동은 바람의 흐름상 화장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런 마을에 하루 630톤 규모의 소각장은 불가능하다. 주민의 건강권과 도로 여건 등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환경정의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박평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
소각장 간접영향권이 5㎞다. 현재 백석동 소각장 굴뚝의 높이는 100m다. 일산병원의 높이와 바람의 흐름을 계산해서 나온 결과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정으로 굴뚝보다 높은 Y시티가 들어섰고 표를 의식해서 선거 때마다 소각장 이전과 관련한 공약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각장 문제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각장 문제는 환경정의의 문제에서 바라봐야 한다. 입지조건에 맞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바람길을 보고, 교통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이후 참가자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쓰레기 ‘소각장’ 문제는 ‘쓰레기의 양’, ‘환경정의’의 문제라는 관점에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경애 고양YWCA 사무총장은 “어디에 짓느냐를 논의하지만 어떻게 짓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사회의 쓰레기처리는 매우 부정의하다. 인구밀도 높은 곳에서 소비하고, 인구밀도 낮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현수 소장은 “배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계획이 필요하다. 쓰레기양을 줄이지 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마을마다 폐자원 허브를 만들어 도시광업으로 돈이 되게 하면 민간기업이 달려들 것이다. 도시의 20~30년을 내다보는 큰 플랜 속에서 정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최창의 공동대표는 “고양시 쓰레기 관련한 정책제안 토론은 오늘이 시작이다. 앞으로 다양한 공론의 자리가 있을 것”이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참고: 2023년 고양시 종량제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연간 11만2107톤, 하루 평균 약 307톤이다. 이 중 39%(4만4633톤)는 백석동 고양환경에너지시설에서 소각하고, 나머지 61%(6만7474톤)는 인천 소재의 수도권 매립지로 옮겨 매립해왔다. 2021년 7월 폐기물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2026년부터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