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의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

강 지 훈
제주의대 교수
제주대병원 신경과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을 보이는 대표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으로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며, 안정떨림(resting tremor), 경직(rigidity), 운동완만(bradykinesia) 및 자세불안정(postural instability) 같은 운동증상을 보이는 것이 임상적 특징이다.
파킨슨병은 치료에 앞서 우선 가능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확한 진단은 치료방법의 결정과 예후를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신중한 병력청취와 신경학적 검사소견을 통해 임상적으로도 충분히 진단 가능하지만, 유사한 임상증상을 보이는 이차성 파킨슨병이나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과의 감별을 위해 MRI 이상소견과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노인 환자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화기계 약물(levosulpiride 등)이나 항정신성 약물도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문진도 필수적이다.
파킨슨병은 만성 퇴행성 질환이므로 평생 계속되는 치료를 요하며, 병의 경과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고 약물의 부작용이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남에 따라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변화시키거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증상, 장애 정도, 운동능력과 일상생활의 평가, 약물에 대한 반응성, 그리고 예상되는 예후 등을 고려하여 환자 개개인마다 다르게 치료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치료의 목표는 정상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부작용 내에서 환자의 움직임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한다.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증상 이외에도 다양한 비운동(non-motor)증상을 보이지만 이에 대한 치료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1. 약물치료
파킨슨병의 약물치료는 크게 대증적 요법과 신경보호요법으로 구분한다. 대증적 치료약물로는 레보도파(levodopa), 도파민 작용제, 항콜린제제, COMT 억제제, 아만타딘(amantadine) 등이 있으며, 신경보호요법으로는 항산화제, MAO-B 억제제, 비타민(vitamin C, E) 등 여러 약제가 시도되었으나 현재 신경보호효과가 뚜렷이 입증된 약물은 없다<표>.

레보도파는 도파민의 전구물질로 체내에서 도파민으로 대사되어 작용하므로 그 기전상 환자의 운동증상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이다.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는 레보도파 제제는 말초에서 대사되는 것을 막는 효소억제제(dopa decarboxylase inhibitor)가 포함된 복합제 형태이다. Sinemet®(carbidopa/levodopa), Madopar®(benserazide/levodopa) 등의 표준형 제제와 Sinemet CR®, Madopar HBS® 등의 서방형 제제가 있으며, 흡수시간을 단축시킨 Madopar dispersible®과 같은 확산정이 있다. 도파민 작용제는 도파민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는 약물로서 Mirapex®(pramipexole), Requip®(ropinirole) 등이 흔히 사용되며 레보도파보다 작용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작용시간이 훨씬 길어 1일 1회 투약할 수 있는 Requip PD®도 사용되고 있다. COMT 억제제인 Comtan®(entacapone)은 흡수된 레보도파가 혈액에서 COMT에 의해 대사되는 것을 차단하여 레보도파의 효과와 작용 시간을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레보도파와 같이 투여하여야 효과가 있으므로 간편한 복용을 위해 Sinemet®과 Comtan®의 복합제인 Stalevo®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MAO 억제제인 Jumex®(selegiline)는 MAO에 의한 도파민의 분해를 억제하여 도파민의 작용 항진 및 항산화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보다 더 강한 효과를 보이는 Azilect®(rasagiline)가 개발되었으나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항콜린제는 환자의 떨림(tremor)에 효과가 있으며, 아만타딘은 신경말단에서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여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고 글루탐산염 길항제(glutamate antagonist)로 작용하여 레보도파-유발 이상운동증(levodopa-induced dyskinesia)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 초기의 레보도파 또는 도파민 작용제의 용량은 부작용의 발생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용량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증량하며, 적절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가장 낮은 농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레보도파가 병의 진행을 막지는 못하므로 레보도파나 도파민 작용제의 용량은 병의 진행에 따라 점차 증가한다.
1-1. 초기 파킨슨병
파킨슨병으로 진단한 후 대증적 치료가 필요한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치료의 시작은 증상의 심각성과 그 증상이 환자의 사회생활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레보도파나 다른 항파킨슨 약물을 굳이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레보도파의 장기간 사용 시 합병증의 가능성이 많아지고, 논란중이긴 하지만 파킨슨병의 진행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뚜렷이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신경보호작용을 보인다고 알려진 MAO-B 억제제(selegiline)는 부분적인 증상개선효과도 있으므로 경미한 증상을 가진 환자에서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 시작하였다면 증상에 대한 치료를 시작한다. 레보도파를 사용할지 레보도파 외의 약물을 사용할지에 대한 선택은, 환자의 주된 증상, 중증도,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증상의 중증도가 심하지 않다면 일단 레보도파 외의 약물을 사용하여 증상호전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파민 작용제는 레보도파 다음으로 증상치료에 큰 효과를 보이는 약물로, 단독으로 투여하면 장기 투여 시에도 이상운동과 약효 감퇴 같은 부작용이 적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어 파킨슨병의 1차 치료약물로 권장되고 있다.
항콜린제제는 항파킨슨효과는 약하지만 떨림을 경감시킬 수 있으므로 떨림이 주증상인 경우에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레보도파 또는 도파민 작용제에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아만타딘도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되므로 병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파킨슨병이라 할지라도 파킨슨 증상으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직업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거나 낙상의 위험이 있어 빠르게 증상을 호전시켜야 하는 경우에는 레보도파를 바로 투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약간의 인지기능저하가 있는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의 경우는 레보도파를 바로 투여하는 편이 좋다.
이 나이에는 레보도파의 장기투여에 따른 문제를 걱정할 필요성이 적고, 도파민 작용제를 포함한 다른 약물에 더 민감하여 혼돈, 환시, 졸림 등의 부작용이 호발하므로 오히려 레보도파가 안정성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그림>.

1-2. 중기 파킨슨병
레보도파 이외의 약물에 의해 파킨슨 증상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레보도파를 투여한다. 초기에 수년간은 1일 3회 정도의 레보도파 복용에 의해 환자의 증상이 안정적으로 호전된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서 레보도파의 작용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약효소진(wearing-off) 증상이나 레보도파-유발 이상운동증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혈중 도파민 농도를 치료농도 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며, 레보도파의 서방형 제제를 사용하거나, 도파민 작용제, COMT 억제제, MAO-B 억제제 등을 함께 사용하거나 약을 소량씩 자주 복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1-3. 진행된 파킨슨병
병이 진행함에 따라 레보도파 투여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심하여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자세불안정의 악화 또는 보행동결 등으로 넘어질 위험이 증가한다. 운동변동(motor fluctuation) 증상도 심해져서, 레보도파의 효과가 없는 off 시간에는 움직이기가 힘들고 때로는 통증을 수반하는 off-이긴장증(off dystonia)을 동반하기도 하며, 레보도파 효과가 있는 on 시간에는 이상운동증을 보이는, 이런 on-off를 번갈아 자주 겪게 된다.
레보도파 단일 사용만으로는 증상 조절이 어려우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여러 약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적은 용량의 표준형 레보도파 제제를 자주 사용하면서 서방형 레보도파 제제나 도파민 작용제를 병용해 볼 수 있다. COMT 억제제나 MAO-B 억제제와의 병용은 레보도파의 지속시간을 다소 늘려주며, 아만타딘의 병용 투여는 이상운동증의 발생빈도와 정도를 줄여준다.
운동변동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도파민 작용제를 주 치료약으로 사용하고 레보도파를 보조 약물로 사용하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고, 일반적인 도파민 작용제에 비해 하루종일 약효가 지속되는 지속성 도파민 작용제가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레보도파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저단백 혹은 무단백 식이법을 사용하거나 식전인 빈 속에 레보도파를 복용토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는 진행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며, 레보도파나 도파민 효능제에 반응이 있으나 운동변동, 이상운동증이 심하여 약물만으로는 조절이 어렵거나 약물부작용 때문에 충분한 용량의 약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수술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 70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인지기능저하 혹은 심각한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는 수술의 적응이 되지 않으며,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을 포함하여 약물에 대한 반응이 뚜렷하지 않은 환자도 반드시 수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환자는 수술 후에도 도파민성 약물은 계속 복용하여야 하며, 수술적 치료가 off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지만 레보도파에 의해 호전되는 수준 이상으로는 좋아지지 않는다. 수술의 효과는 5년 이상 지속될 수 있지만 보행이나 자세불안정 등의 일부 증세의 호전은 1년 넘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은 창백핵절단술(pallidotomy)과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이다. 과거에는 조직을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창백핵절단술이 시행되었으나, 요즘에는 특정 표적 부위(시상밑핵, 안쪽창백핵, 시상 등)에 고주파전기자극(high frequency electrical stimulation)을 함으로써 조직파괴술과 비슷한 효과를 얻으면서도 가역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뇌심부자극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파킨슨병의 원인인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을 보충시키기 위해 도파민성 세포나 줄기세포를 렌즈핵에 이식시키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실험단계 중으로 치료에 활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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