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자
시들했던 국화들이
살아나고 있다.
쌀쌀해진 골목길이
데워지고 있다
ㅡ박해경
쪽수필/오정순
우리 시대 군것질을 호출하면 국화빵, 붕어빵, 옥수수빵, 찐빵, 만두, 팥빵, 소보로빵이 떼지어 달려올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국화빵과 붕어빵은 1, 2위를 다투며 앞장서 올 것이란 걸 가을 초입 디카시에서 확인한다. 새삼스럽게 추억은 왜 아름다운가 물으면서 입맛을 다신다. 어려서 국화빵을 먹으면, 가을마다 마음에서 따뜻한 국화가 핀다고 우겨야지.
마주 보는 집에서 살던 유년의 내 친구네는 국화빵틀이 있어서 비가 오거나 추운 날이면 국화빵을 구웠다. 나는 그 친구네 국화빵 굽는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감지한다. 당시에 아버지가 여자 몸에서 냄새 나면 안 된다고 바닐라 향을 향주머니에 담아 윗주머니에 넣어주셨다. 상당수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비스켓 냄새가 난다고 킁킁거렸다. 어느 날 맛난 냄새가 나는 그 알갱이를 친구네 국화빵 반죽에 넣자 맛이 한결 달라졌다. 그 이유로 국화빵 몇 개가 내 입으로 들어왔고 나는 호시탐탐 국화빵 굽는 날을 기다리다가 생과자를 가지고 가서 바꾸어 먹자고 졸랐다. 친구네 엄마는 얼마나 난처했을까. 먹고 싶은 데는 눈치코치도 없어지는 어린 날이 있어 이런 글도 쓴다.
따뜻한 국화가 피어서. 내 마음의 골목이 다 환해진다.
첫댓글 따듯해지는 글이네요
어른이 된다는 건 미안한 일을 저질렀다고 알아차리고
어린이를 이해한다는 것
그래서 너그러워지고 괜찮다는 말이 늘어난다는 것 같지요
환하게 핀 국화가
빵으로도 피고
추억 속 이야기로도 피어
따스하고 달콤합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에피소드로 피어나는 국화빵틀이
불꽃 피우는 19공탄 처럼 따뜻해요
따뜻한 디카시
맛있는 수필에
기분좋은 포만감이 입니다.^^
마음 채워주는 글 만나면 행복하지요
오정순선생님 많이 감사합니다
좋은 글에 감사하지요
국화가 피는
맛있는 골목
글꽃도 향기롭고 환합니다
네모난 틀보다는
두레상 같은 느낌도 참 좋습니다
화면 속으로 자꾸 손이 가네요.
팥맛이 느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