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거침없이 흐르다 보니
어느덧 내 나이 70을 헤아리고
신이사도 그 세월 속에서 폭삭 늙었다.
그 팽팽하고 활기차고 윤기 흐르던
모습에 지금은 앝게나마 어둠이 깃들고 주름도
많이 늘어난 얼굴을 대하며 새삼 빠르디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 남겨 둔 흔적을 목도하였다.
203호에서 심야 온수보일러의 이상을 신고하자 마자
온수조절 증기토출구 센서의 이상을 짐작하여 발견 즉시
수리 요청한 결과, 때마침 서탄에 와서 노가구의 심야보일러를
수리하고 있던 신이사가 즉시 달려와 부품을 교체해 준 것인데,
오랜 세월 거래를 통하여 쌓인 신뢰에 친근함이 우러나 저절로
호의를 보이는 모습에 나 또한 반갑기 짝이 없었다.
내가 표현하건 말건 내 의도에 상관없이 인격적으로 배려하며
상대방에게 성실한 태도로 응대하다 보면 반복되는 거래를 통하여
절로 신뢰와 우의가 쌓이면서 원만한 관계가 형성됨을 느낀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상호간에 인격을 존중하면서 배려하다 보면
저절로 신뢰와 우의가 증진되는 것임을 예전엔 몰랐을까?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주려는
마음자세로 함껏 겸손하게 나를 낮추며 진심으로 대하는 것..
그것은 마음 깊은 곳으로 부터 절로 우러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나의 내면을 깨끗하고 정결하게 닦아내는
삶이 우선돼야 하며, 언젠가는 사랑이 충만한 가슴으로 부터
절로 사랑이 뿜어져 나와 주변을 훈훈하고 부드럽게 바뀌도록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님을 닮으려고 꾸준한 감사와 기도 속에서 나날이 힘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비숫하게 변모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