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비가 새도 밥만 먹이겠다’는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 예산 확대…교실 보수 88%, 학력지도 74% 감액
예고된 2차 총파업…교총, “학생 볼모 파업 정당화 안 돼”
‘학교 비정규직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마라.”
6일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도내 학교에 내려 보낸 공문의 내용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1일 교육지원청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관련 유의사항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고, 9일 총파업에 앞서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로 이 같은 공문을 내린 것이다.
공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기도교육청의 이런 행태를 비난하는 글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번지고 있다. 요지는 김상곤 교육감의 업적이자 역점사업인 무상급식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학교가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9일 전국 초·중·고교 비정규직 근로자가 가입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총파업을 벌였고, 수십 종에 달하는 학교회계직 중에서도 학교급식 조리종사원들이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일선 고교 교장출신인 황영남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장은 “이미 예견된 사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황 소장은 “무상급삭 도입 당시부터 미국 등의 사례를 들며 반대를 주장했으나, 보편적 복지 목소리에 묻혀버린 것이 안타깝다”면서 “일부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파업을 무기로 교장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조리장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소득층 자녀의 낙인효과를 들먹이며 보편적 복지를 전면에 내새웠지만 결국 목표는 ‘노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무상급식을 하려면 조리종사원 등을 고용해야 하고 이들이 학교별로 비정규직 급식노조를 결성해 마음만 먹으면 파업을 무기로 학교행정을 마비시키고, 정치판에 끼어들 수 있는, 빌미를 스스로 내준 꼴”이라며 “2년의 세월을 지나 지금 이렇게 현실이 되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이 6일 발표한 2013 예산을 보면, 현재 유치원 만5세와 모든 초등생, 중2~3학년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무상급식을 내년 중1과 유치원 만 3~4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보다 29.9%(893억원) 늘어난 3875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반면 교실 증·개축 시설비는 올해 본예산 57억원에서 내년 6억7000만원으로 무려 88.2% 줄였고, 교육격차해소 사업비도 87억원에서 79억원으로, 교육환경개선 여건격차해소 사업비는 57억원에서 50억원으로, 기초학력책임지도제 운영비는 85억원에서 22억원으로 74.1%(63억원) 감액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무상급식예산 때문에 교실, 화장실 등 학교시설개선 예산을 대폭 깎았다. 올해 1383억원이었던 무상급식 예산이 내년 2282억원으로 대폭 늘어나는 탓이다.
경기도의 한 교장은 “비새는 교실, 열악한 화장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란 생각밖엔 없는 것 같다”면서 “이게 바로 직선 교육감의 수준이자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뒤에 업고 무상급식을 볼모로 파업까지 벌이는 이들을 비호하는 공문이나 내리는 교육청을 믿고 어떻게 교육을 하겠냐”면서 “기만도 이런 기만극이 따로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의 한 중등 교감은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약속하면서 이들의 기대심리를 높여 놓았지만 현실이 따르지 않아 상황이 이렇게 악화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학교비정규직노조 측은 9일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11월 중 2차 파업을 예고해 급식중단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교과부 역시 파업참가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고 관계자는 행정조치 및 형사고발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엄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양측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학교비정규직 명칭도 학교직원으로 바꿨으며, 9월부터 1563억원을 투입해 가족수당, 자녀 보조금, 교통보조비 등 7개의 수당을 신설해 인건비를 인상했다”면서 “직종․근무기간별 보수체계 개편과 2014년까지 상시․지속근무 학교직원 전원의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도 지난달 발표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9일 “극단적 선택과 행동에 앞서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을 볼모로 한 파업은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도 성명을 통해 “이번 파업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현실화 됐다”며 “학교를 정치장화하는 무상급식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