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케밥에도토리'님 번역
안녕하세요. 드디어 완결입니다.
기다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갑자기 일이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도저히 시간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약간 월급 루팡 모드로 번역하고 있는 바람에, 퀄리티가 좀 떨어질 수도 있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글의 분위기 만큼은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으니, 다 읽은 여러분들에게 소름이 조금이라도 돋는다면 그거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요.
본편으로 들어가기 전에, 전편에 댓글로 많은 분들께서 이야기가 갑자기 오컬트로 넘어가서 긴장감이 좀 풀렸다는 피드백을 봤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이해를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서 약간의 문화적 배경을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왜냐면 이 얘기는 영미권에서는 굉장히 현실감각이 있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거든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영미권에 비해 어린 아이의 야경증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편이지요. 그건 우리나라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생활하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영미권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와 따로 떨어져서 생활하는 시간이 깁니다. 사정이 허락하는 한 아이를 위한 방을 따로 마련해주고, 태어나자마자 잠도 혼자 잡니다. (요즘은 안그런 사람들도 꽤 있지만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혼자 밤을 보내는 어린아이가 야경증을 겪는 일이 많은데요, 즉 아이가 침대 밑이나 벽장 속에 괴물이 산다고 상상해서 무서워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거죠. 이런 문화는 “몬스터 주식회사”같은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미드나 헐리우드 영화에 자주 나오는 ‘혼자 자던 아기가 실종된다’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본 이야기는 그런 아이들의 공포증에 만약 실존하는 괴물이 관여한다면? 그리고 그 괴물이 타겟이 가장 무서워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라는 데서 모티브를 따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우리식으로 예를 들자면, “장산범이 실존한다면? 그리고 현대까지 살아남아 사람들 사이에 버젓이 함께 살고 있다면?”과 비슷한 느낌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즉 오컬트지만, 현실에 상당히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그런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겁니다. 자 설명충은 이정도로 물러나도록 하고,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릴 차례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요. 그때까지 모두 안녕~
여러분 모두 좋은 꿈 꾸세요. Sweet dreams…
자 여러분,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요. 내가 지난 10년 간 숨겨왔던, 그리고 나로 하여금 의학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만들 뻔 했던 그 이야기의 마지막 결말을 말할 차례가 드리어 왔어. 사실 난 전체 이야기 중에서 이 마지막 부분이 이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안나서 정말 고생하면서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은 덕분인지, 이걸 쓰게 되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자 이제 더 이상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이 이야기의 끝을 보자구.
내가 그 충격적인 발견을 한 후 몇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어. 난 Martha에게, 약간 건성으로 경찰을 부르는게 좋겠다고 얘기했지만, 그녀는 너무 충격을 받아 내가 하는 얘기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 어찌 되었든, 나는 더 이상 이 집에서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게 됐다고 느껴졌지. 아무래도 내가 언젠가는 자기 아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던 그녀의 희망을 산산 조각낸 장본인이 된거나 마찬가지였을 뿐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병원비를 내고 병원에 가둬 둔 ‘그것’이 무엇인지 온갖 불편한 의문점을 발생시킨 사람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겠지. 지금 상황에서 나한테 심리치료 상담을 받고 싶을리도 만무했기 때문에, 나는 먼저 일어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내 차로 향했어.
내가 그 집을 떠났던 건 아마 오후 4시쯤이었을꺼야. 손에는 소방 도끼를 든 채 바로 차를 몰아서 병원으로 출발했어. 하지만 바로 병원으로 운전한 것은 아니었어. 만에 하나 내가 그 괴물과의 결판을 내는 도중 그 놈의 자백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면, 난 그 자백을 활용할 생각이었지. 그래서 나는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작은 Radio Shack(하이마트 같은 곳입니다, 역자주)에 들러 소형 테이프 레코더와 공 테이프를 샀어. 그 놈이 내가 레코더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면 실수로 쓸데 없는 이야기를 흘려서 내게 증거를 잡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 후, 나는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어.
나는 오후 5시 45분쯤 병원에 도착해서 차에서 소방도끼를 꺼내려고 하던 순간, 병원 운영절차가 생각이 나서 멈칫했어. 지금 소방도끼를 가지고 병원 내를 활보하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들어갔다가는 내가 오히려 체포될 수도 있었지.
하지만 당장 Joe를 그 자리에서 죽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당장 물어봐야만 할 것들이 있었어. 아무리 무시무시한 괴물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 만큼은 병실에 안에 갖힌 죄수의 신세였고, 그 감옥의 열쇠를 가진건 바로 나였지. 나는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가 단숨에 그 저주받은 짐승의 은신처 앞에 도착했어. 병실 문 바로 앞에서, 나는 레코더 안에 테이프를 밀어 넣고 “녹음” 버튼을 누르고는 내 의사 가운 주머니 깊숙히 그 레코드를 숨겼어. 그 후, 나는 열쇠를 병실 문에 밀어넣고, 앞으로 마주할 미지의 공포에 대한 공포를 넘어서는 넘쳐흐르는 분노를 느끼며 문을 거칠게 열었어.
“Joe” 방에 들어서는 것이 나임을 본 Joe 예의 그 비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마치 우리의 탈출계획이 실패했던 때부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은 것 처럼 얘기하기 시작했어. 그의 목소리는 그가 정상인 척 하던 때와 같은 거칠고 쉰 듯한 목소리였지.
“이게 누구신가, 오랜만입니다, 의사선생.”
“ 집어치워,” 난 화를 내며 말했어. “너의 정체는 대체 뭐냐? 당장 말해.”
“내 정체가 뭐냐구요? 이것 참, 당신, 그녀한테 제대로 세뇌당하셨구만? 내가 말했잖아요, 난 돈에 눈이 먼 그놈들 때문에 여기 갖혀 있는 불쌍한—”
“하, 그딴 한마디만 더 지껄여봐,” 난 으르렁거리듯 말했어. “내가 방금 어디 갔다 온 줄 알아? 바로 진짜 Joe의 집에서 바로 오는 길이야. 그리고 그 애 방 벽에 뭐가 묻혀 있는지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오는 길이란 말이지. 그래서 난 네가 인간이 아니라는걸 똑똑히 알고 있어. 그러니 다시 한번 묻지, 네 정체는 대체 뭐야?”
이 다음에 일어난 일은 내가 기억하는대로 기술하기 정말 꺼려지는데, 아마 여러분들도 읽는 즉시 내가 왜 그렇게 주저했는지 알 수 있을꺼야. 적어도 지난 수 년간 정신의학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근거를 끌어오며 고민한 결과, 모든 것이 나의 상상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렸어.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경험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변함 없이 내 머리 속에 남아있어. 그러니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미리 주의를 주고, 내 기억을 믿고 기억하는 그대로의 일들은 그대로 이 모든 것을 털어 놓아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어. 설사 내가 당시 잠깐 정신을 놓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를 해하지말라” (Primum non nocere; first, do no harm, 역자주)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다면 그정도는 감수해야겠지. 아무리 내가 보고 겪은 것이 진짜 사실일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말이야. 자, 이쯤하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Joe”는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노려보고 서있었어. 아무래도 그는 내가 그렇게 많은 것을 알아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모양이야. 그 때 순간, 그의 미소가 찢어지듯 길어지더니, 정말로 입꼬리가 볼을 넘어 귀 밑까지 피를 흘리면서 찢어져 나갔어. 동시에 그의 이마를 덮고 있던 살갗이 벗겨져나가면서 얼굴을 타고 선혈이 왈칵 흘러 그의 머리를 적셔 나갔고, 노출된 두개골은 뭔가에 얻어맞은 듯 움푹 패여 들어갔어. 그건 바로 내가 봤던 강에서 건져냈던 나의 죽은 개 Marty의 마지막 모습과 같은 몰골이었어.
Joe인척 해왔던 그 괴물은 다시 입을 벌려서, 노출된 잇몸들에서 피가 뚝뚝 떨어뜨리며 내 악몽과 똑같이 축축하고 썩는 듯한 쇳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어. 내 척추를 타고 소름이 흘렀지만, 난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 그 웃음의 의도는 명백했지: 자기가 Marty를 죽였다고 주장하는 거였어. 나는 그 괴물이 원하는 대로 공포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간신히 힘을 내서 분노를
장전해 맞서싸웠어.
“ 까고 있네!” 난 그 괴물을 향해 소리질렀어. “넌 단지 내가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니가 Marty를 죽였다고 하는 것 뿐이지. 마치 거대한 벌레인 척 해서 진짜 Joe를 겁줬던 것 처럼 말이야.”
괴물은 대답하지 않고 난도질된 입에서 피를 계속해서 뿜어내고 있었어. 하지만 마치 나에게 뭔가 할말이 있다는 듯, 그 괴물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왔어. 난 그 면상을 주먹으로 갈겨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실 그자리에서 꼼짝할 수도 없었어. 다행히도 그 괴물의 움직임은 날 공격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 그 괴물은 천천히 한 손을 들어 내가 테이프 레코더를 숨긴 주머니를 천천히 찔렀어. 그리고 또 한번의 습기찬 웃음소리와 함께 날 비웃는 듯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어. 또 한번, 그 움직임이 의미하는 것은 뻔했지:
그건 아무런 도움이 안될꺼야.
다시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 난 그 사인을 최대한 무시하며 말했어.
“네 정체가 뭐냐?” 난 최대한 강렬한 어조로 물어봤어. “난 알아야만 되겠어.”
그 괴물의 턱이 갈라지며 벌어지더니, 이번에는 단어를 간간히 섞어가며 눅눅하고 썩는 듯한 목소리를 만들어냈어.
“뭐…라고…생각…해?”
함정 질문이었지. 괴물은 나에게서 새로운 형태를 뽑아내려고 하고 있었어. 내가 당할리가 없지.
“내 생각에 너는 귀엽고 작은 털복숭이 토끼인거 같은데,” 난 비웃는 목소리로 말했어. “아무래도 난 널 몽실이라고 불러야겠어.”
그 괴물은 다시 끔찍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웃었어.
“그건…네…”
괴물의 입에서 더 많은 피가 왈칵 흘러 넘쳤기 때문에 조금 오랜 시간 말을 멈추고 있었어.
“…진심이…아니지.”
난 그것을 노려보며 얘기했어.
“그게 내 진심이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절대로 너에게 새로운 형태를 주지 않을꺼야. 내가 니 수법에 넘어갈 줄 알아?” 내가 말했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게 뭔지는 네게 알려주지. 넌 Joe 를 죽였어. 넌 Joe를 죽이고 그의 인생을 빼앗았어.”
그 괴물은 대답하지 않았어. 약 몇초간 아무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 괴물은, 다시 피에 적셔진 목소리로 낄낄대며, 맞다는 듯이 머리를 아래위로 격력하게 끄덕였어. 난 몸서리를 겨우 참았어.
“왜 그랬어?” 나는 정말 궁금하다기 보다는 반사적으로 물어봤어.
그 괴물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더니, 내 질문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 했어. 그 괴물이 갑자기 내 몸 가까이 몸을 기울이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그 썩는 듯한 입냄새에 숨이 막히는 듯 했지.
“나…같은…건…지금까지…기회가…없었다…”
“인간이 될 기회?” 난 공포에 질린듯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어. 괴물은 나를 향해 다시 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며 머리를 과장된 액션으로 가로저었어.
“사냥감…이 되어 볼…기회…” 그 괴물은 “사냥감”을 강조하듯 말했어.
속이 뒤집어 지는 듯 했지만, 난 최대한 무심하려고 노력하면서 그 상황을 정면으로 맞서려고 했어. 괴물은 날 도발하고 있는게 명백했지만, 적어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
“그렇다면 넌 왜 이곳에 계속 남아있는거야?” 난 최대한 무심한 듯한 의사의 목소리로 물어봤어. “네놈은 언제든지 떠날 수도 있었잖아. 여기 갇혀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었을텐데. 왜 여기서 그렇게 오랜 시간 남아있었지?”
“사냥감…되는…법…몰랐다…,” 그 괴물이 쉬익거리는 소리를 냈어. “여기…먹이 많다. 여기…안전. 나…여기서…사냥감이…생각 하는 법…배운다.”
괴물은 손가락을 펴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어.
“궁금했다…,” 그것은 쌕쌕거리며 말했어. “마치…너처럼.”
나는 괴물이 하는 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져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쳤어.
“난 너와 완전히 달라… 니 정체가 뭐든지 간에!” 난 나도 모르게 호통을 쳤어. 그 괴물의 웃음은 짜증나게 나의 귓 속에서 울려댔어.
“아냐…너와…나…같다,” 그것이 거친 소리를 냈어. “타인의…불행…기대어…산다. 너…돈번다. 나…먹는다.”
“입 닥쳐.” 난 소리치고 싶었지만, 나온 것은 떨리는 공허한 목소리 뿐이었어. 그 괴물은 이제 내 쪽으로 완전히 몸을 기울이고 있어서, 뭔가 그로테스크한 친밀함이 느껴질 정도였어.
“도와…줄게. 내가…다른 사냥감들…무서워하는 거…가르쳐…줄 수 있다.”
난 너무나도 심한 구역질을 느끼며 벽에 기대섰지만, 여기서 굴복할 수는 없었어. 난 마지막 남은 용기를 짜내서 그 괴물에 맞섰어.
“거절하지,” 내가 말했어. “네 수는 뻔히 보인다. 넌 내 최악의 공포가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 넌 지금 다시 네가 날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좌절시켜서 또 내 절망을 먹을 속셈이지.”
그 괴물의 난도질된 얼굴에 표정이라는게 있을지 모르지만, 있다면 순간 어두워 지는 것을 볼 수 있었어. 내가 놈의 계략을 간파해서 화가 났을테지. 하지만 이내 그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더니 입에서 위액을 폭포처럼 흘리며 웃기 시작했어.
“너…할 수…있는 거…없다…” 괴물은 끔찍한 두꺼비 같은 소리로 다시 말했어. “멍청한 사냥감. 너…나한테…안돼…”
“멍청한 건 네놈이다,” 내 목소리에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말했어.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게 어느쪽인데 그런 소리를 해? 니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재주를 부려서 사람들을 겁주는 것 뿐이지. 그걸 할 수 없게 된다면, 넌 끝이야.”
“그럼…날…지금…바로 죽여…” 그 괴물이 조롱하듯 말했어. “가서…도끼…가져와. 어서. 여기…가만히…있을테니.”
난 그 괴물의 협박 아닌 협박에 점차 겁을 먹으며 잠시 할 말을 잃고 서 있었어. 순간, 내 머리속에서 한가지 생각이 번뜩이며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어. 나는 그 괴물에 맞서 비웃는 듯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지.
“내가 내 손으로 널 직접 죽일 필요는 없지,” 난 부드럽게 말했어. “단지 내가 모든 사람들에게 주의를 줘서 아무도 너에게 신경쓰지 않도록 하기만 해도 충분해. 난 니가 Joe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든 것을 직접 본 목격자니까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넌 진짜로 죽게 될거야, 그렇지? 간수, 간호사, 그리고 의사, 그 누구도 너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넌 사냥감이 없어질테지. 그렇게 이제 넌 여기서 굶어죽는거다. 이 빌어먹을 기생충 같은 새끼야, 지금 내 머리속에 있는 나쁜 생각이나 잘 줏어먹어라. 왜냐면 넌 오늘부로 먹을게 없어 굶어죽게 될 테니까. 그건 내가 장담하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고 돌아서서 방에서 나가려던 순간, 그 괴물이 Joe의 평범한 목소리로 다시 내개 말을 건냈어. 그 목소리는 나에게는 오히려 괴물의 목소리보다 귀에 거슬리게 들렸지.
“의사선생? 녹음 테이프 꼭 들어봐요. 무슨 일을 저지르기 전에 그렇게 하시는게 본인한테도 도움이 될거니까.”
난 나도 모르게 돌아봤어. 그곳에는 더 이상 피범벅의 괴물의 모습이 아닌, 말끔한 옷차림을 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Joe의 모습이 있었어. 난 그 모습이 오히려 소름끼쳐서 바로 병실문을 열고 나와 문을 잠그고 분노에 차 병원 밖으로 빠져나왔어. 난 차에 타자마자 녹음기를 꺼내 테이프를 되감아 꺼내고, 차를 몰아 집으로 출발하면서 자동차 오디오에 녹음 테이프를 재생시켰어.
사실 이쯤되면 녹음기에 뭐가 녹음됐을지는 당연히 예상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당시의 나는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를 하나라도 확보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멀어있었나봐.
다들 예상했겠지만, 테이프에 녹음된 건 내 목소리 뿐이었어: 분노에 찬 나의 목소리 만큼은 독똑히 녹음되어 있었지. 하지만 Joe인 척 하던 그 괴물이 날 비웃으며 했던 말들은 전혀 들리지 않았지.
대신, 테이프에는 예의 낮고 가늘지만, 완전히 제정신으로 들리는 Joe가 겁에 질려 애원하는 목소리만이 남아있었지.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망치로 그 녹음 테이프를 박살내버려서 내다 버렸어. 하지만 이제 마지막 남아있던 증거도 사라진 마당에, 내가 알게 된 것을 누구에게 가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 증거가 없으니 다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테니까. 솔직히 말해, 나도 내가 제정신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으니까.
이게 만약 영화였다면, 바로 여기서 주인공이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자신을 Joe라고 부르는 괴물을 다시 찾아가 도끼날을 머리에다가 쑤셔박거나 했을거야. 분명 이 이야기에 헐리우드 스타일의 공포 스릴러 같은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말은 절대 그렇지 못했지.
난 그날 밤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어. 사실, 내가 Joe의 방에 다시는 돌아간 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말을 못하겠어. 그 이유는 여러분들이 쉽사리 생각 하지 못할거야.
왜 내가 확실하게 말을 못하겠다고 하냐면, 사실 그게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불가사의한 부분이야.
내가 Joe의 껍데기를 쓰고 있던 괴물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집에서 내 약혼녀가 날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는 날 보자마자, 뭔가 나쁜일이 있었지만 내가 거기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술을 한잔 가득 따라주고, 그 외… 뭐 여러가지 방법으로 날 위로해 주어서 날 잠들게 만들어버렸어.
더 기적적으로, 난 Marty의 악몽을 전혀 꾸지 않았어. 하지만 그때 Marty의 악몽 대신 꾸었던 꿈은, 그 어떤 다른 악몽보다 지금까지 내 머리 속에 남아 날 잠못자게 만들고 있어.
꿈속에서, 난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는데, 평소의 병원과는 완전히 달랐어. 사방이 시커먼 어둠속에 쌓여 있었고, 꿈 속이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한 느낌으로 그 칠흑 같은 어둠속을 헤쳐나가고 있었어. 게다가 난 병원의 메인 출입구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듯한 비상구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묘하게도 그 비상구는 열려있었지. 만약 현실이었다면 난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사방에 부딪혀가면서 구르고 있었겠지만, 꿈속에서는 마치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 처럼 거침없이 나아갔지.
예상했겠지만, 내 목적지는 자기가 Joe라고 주장하는 괴물이 있는 병실이었어.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전혀 현실같지 않았어. 아마 내가 맨발로 걷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바닥이 너무 미끄럽기도 했어. 마치 청소부가 방금 물걸레질을 해둔 것 같았지. 하지만 꿈처럼 느껴진 게 그것 뿐이진 않았지. 내가 Joe의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문이 철컥 소리를 내더니 저절로 열렸어.
그리고 내가 미처 어떻게 대처하기도 전에 그 병실 문이 왈칵 열리더니, 안에서 몇 년은 고여있었던 듯 이끼와 흙냄새가 진동하는 더러운 물이 쏟아져나와 날 휘감았어. 마치 수족관이 열린 것 처럼, 그 물은 방 안에서 거칠게 쏟아져나와 날 휩싸고 흘러나가기 시작했지. 그리고 멀어져가는 물 소리 사이로 습하고 썩는 듯한 웃음이 메아리치며 들려왔어. 꿈에 다른 내용도 있었던 거 같은데, 살갗으로 느껴지는 그 차가운 물의 감촉이 너무 생생해서, 난 소스라쳐 꿈에서 깨어났지. 약혼녀가 날 정신없이 흔들어 깨우고 있는 중이더라구. 그녀 말로는 내가 마치 물에 빠진 듯한 목소리로 쉴새없이 중얼거려서 걱정이 되서 깨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군. 게다가 완전히 진땀을 흘리면서 자고 있었나봐, 일어났을 때 잠옷이 물에 빠졌던 것처럼 푹 젖어 있더라구. 난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잠옷이 젖은 건 땀이 분명하다고 자위했어.
다음 날, 내가 병원에 돌아가서 병원 앞에 전기수리공의 차와 함께 경찰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난 바로 간수 중 한 명에게서 어제밤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어. 어제 밤 이유를 알수 없는 정전사태가 벌어졌고, 그 와중에 누군가가 병원으로 침입해서 환자 한명이 도망가도록 도와줬다는 거야. 난 그 도망친 환자가 누군지 바로 확신했지만, Dr. G로부터 더 이상 Joe를 담당하지 않아도 좋다는 메모를 받았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놀란 척을 할 수 밖에 없었지. 두 말할 것 없이 전날 밤 Joe가 도망갔기 때문이었지. 나는 바로 경찰에게 제 1 용의자로서 심문을 받았지만, 내 약혼녀가 전날 밤 내내 나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용의선상에서 제외될 수있었어. 병원의 간수들, 특히 날 감시하던 두 간수들은 내 결백을 믿기 힘들어 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더라구.
난 그 후로 몇 번이고 Dr. G를 만나서 내가 알아낸 사실을 알리려고 노렸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가 그녀를 만나려고 할 때마다 그녀는 자리에 없거나 미팅에 들어가있거나, 무슨 이유를 들어서든지 날 피하려고 하는게 느껴졌어. 나도 이해해. 그녀도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서 거론하고 싶지 않았겠지. 이런 현상은 Dr. A가 가택침입을 당한 직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더 심해졌어. 물론 나는 Dr. A의 집에 침입한 사람이 누군지 바로 확신이 섰지만, 증명할 방법은 없었지. Dr. A의 최악의 공포가 Joe를 격리하는데 실패하는 것이었다면, Joe가 병실을 탈출해서 자기 집에 침입한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괴물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테지.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봤지만, 한가지 의문 만큼은 해소가 되질 않더라구. 왜 그때 도망을 쳤지? 그 괴물은 수십년간 그 병원에서 편하게 살고 있었고, 내가 보여준 패는 전부 무효로 돌려놨었는데. 왜 갑자기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모험을 한거지?
진짜 이유는 절대로 알 수 없겠지만, 내게 한가지 가설은 있어, 그리고 그 가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죄책감에 휩싸여서 견딜수가 없게되지. 그 괴물과 한 마지막 대화를 곱씹어보면, 그 괴물이 병원에 계속 남아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사냥감이 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사냥감은 사람이겠지. 그리고 “넌 귀엽고 작은 털복숭이 토끼다”고 말했던 내 도발은 그게 “내 진심이 아니기” 때문에 그 괴물이 무시할 수 있었어. 더욱이, 그 괴물이 피해자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는 수법은, 어떻게 하는지 그 원리는 알 수 없지만, 그 행위 자체는 그 괴물이 사람이라 치더라도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란 말이야. 그 말인 즉슨, 병원 관계자 모두가 그 괴물이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한, 그 괴물은 그 사람들의 사고 내에서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의미가 되지.
그러니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는 불쌍한 Joe가 그 괴물이 자기 모습으로 있도록 만들어서 그 괴물을 병원에 가두게 된 것일 수도 있을꺼야. 비록 환자 중 한 명이 그 괴물을 “빌어먹을 괴물새끼”라고 부른 적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변신수 같은 괴물을 진심으로 의미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 환자도 Joe의 탈을 쓴 괴물이 사람이라고 믿는 부분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 괴물은 여전히 사람의 형태에 묶여있었던 거지. 그리고 누군가 나서서 그 고정관념을 깨주지 않는 이상, 그 괴물은 Joe의 껍질안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었던거야.
그런데 거기서, 내가 나타나서 그 괴물에게, 난 네가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 것 뿐 아니라 네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버린거지. 즉, 나는 그 괴물로 하여금 인간의 껍질을 깨고 나와 가장 효과적인 새로운 형상을 할 수 있도록 풀어줘버린거야: 그 형태가 괴물이든, 사람이든, 아니면 내가 꿈속에서 본 것 같은 고여서 썩은 강물이든지 말이야. 그놈이 Marty를 죽인 강물의 목소리만 흉내내던 것을 넘어서 그 강의 형상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은 것 같았어. 그러니 더 이상 병원 관계자들의 생각 범위 내에 한정되어 있을 이유는 없던거지.
적어도 그게 내 가설이야.
하지만 그런 생각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어도, 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 내 생각엔 병원 관계자들도 내가 모든 것을 극복해냈다고 생각했었나봐. 마지막 남은 몇 달간의 레지던트 기간은 아무런 사건 없이 지나갔어. 난 그동안 여러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고, 그 중 몇 명은 내 사수도 극찬해줄 정도였지. 거기 더해서 Joe를 치료하고 난 후 미치지 않았던 유일한 의사로서 유명세도 좀 생겼어.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나의 신화는 다른 의미로 더 길게 남겨질 수 있었겠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 난 사람들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산재해 있었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나는 레지던트 기간 후에 병원에 남고 싶다면 자리를 보장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어. 하지만 나는, 여러분들의 예상대로 그 제안을 거절했지. 오히려, 내가 레지던트 근무를 일찍 종료할 핑계가 생기자마자 난 레지던트를 바로 그만둬버렸어. 그때 내 약혼녀가 새 학기 시작의 스트레스로 심각하게 괴로워하고 있었거든. 조금 지켜본 결과, 그녀가 마지막 학기를 문제 없이 끝낼 수 있도록 내가 좀 시간을 내서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그 생각의 결정타가 된 사건은 아마도, 그녀가 학교를 마치고 아예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날이었을꺼야. 난 당황해서 급하게 그녀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자주 어울리던 곳이 어디인지 물어봤어. 혹시 그녀가 만취해서 집에 오지 않은 것 뿐 실종된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옆 동네의 술집이란 술집은 다 뒤지고 다니던 중에, 난 겨우 그녀를 찾을 수 있었지. 그녀는 완전히 만취해서 술집 뒷골목에 꼬꾸라져있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금발머리는 완전히 헝클어져있고 옷은 얼룩 투성이었어. 그녀가 얼마나 취해있었는지, 내가 몇번이나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깨워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더라구. 하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날 알아보는 것 같더라. 다음 날 나는 바로 그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최대한 추천서를 많이 챙긴 후에, 나에게 더 맞을 법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어.
그 뒤로 몇 년간, 나는 훨씬 좋은 병원에서 수많은 똑똑한 정신과 의사들과 일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커져갔지. 난 내가 타인의 불행에 기대서 살고 있다던 그 괴물의 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 그 고민은 계속 커져서 의사를 관둘뻔 했지. 이 글의 제목처럼 말이야.
하지만 난 그만두지 않았어. 반대로, 난 내가 그 괴물에게서 알아낸 지식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하기로 했지. 난 개인 병원을 열어서 편집적 망상이나 다른 공포증에 고생하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시작했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반적인 케이스였지만, 가끔 타인과 망상을 공유하는 듯한 환자들도 있었어. 예를 들어, 한 소년을 데려온 부모는 그가, 유산했던 누나의 유령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아주 가끔, 밤에 잠들지 못하도록 괴롭히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환자가 있어. 그 괴물은 벽에서 나타나기도하고, 벽장, 또는 침대 밑에서 나타나기도 하지. 어디서 나타나든 간에, 그 괴물은 환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형태를 가지고 나타난다고 해. 하지만 여기에 한가지 더해진 내용이 있었어, 그리고 난 이 생각을 할 때마다 잠이 안와: 가끔, 그 괴물이 환자에게 자기가 원래 인간 아이였는데 괴물로 변해버렸다고 말하면서, 자기도 인간이라고 말해서 다시 인간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괴롭힌다는거야. 거기다 더해서, 난 그런 이야기를 하는 환자가 정말 나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건지, 아니면 자기 정체를 알 단 한사람 앞에 와서 Joe에게 배운 수법을 자랑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거야. 가끔 그 순수하고 겁먹은 아이들의 눈 뒤로, 무언가 숨어서 날 비웃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어.
하지만 이 아이들이 왜 나에게 와서 밤에 잠못들게 하는 괴물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든지, 그리고 그 아이들의 정체가 괴물이든지 간에, 그 중에는 진짜 사람이 있다는게 중요한거야. 그리고 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난 계속 의사로 일을 하고 있어. 왜냐면 다른 의사들과 달리, 난 그 케이스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위험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내가 너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난 Joe의 껍데기를 쓰고 있던 그 괴물과의 대화를 똑똑히 기억해. 그 괴물이 “나 같은 건 지금까지 사냥감이 되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보면, “나 같은 거”라는 말은, Joe의 정체가 뭐든지 간에, 한마리만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해. 그의 동족들은 지금껏 우리 모르게 숨어살고 있었을테지만, 이제 숨을 필요 없이 인간들과 함께 살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된거 같아.
적어도 나는 절대로 그 괴물들이 한 명의 아이라도 더 해치지 못하도록 노력할꺼야. 그리고 내 우려는 대부분 맞았던 거 같아. 내가 그런 종류의 야경증에 시달리는 아동을 치료하고 나면, 그 애들의 대부분의 경우 다시 치료가 필요해지는 경우는 없었어.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아는 것은 내 아내뿐이었어. 그리고 내가 말한 적이 있듯이, 그녀는 내 말을 믿어줬어. 여러분들이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나도 내 말을 믿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데 뭐. 가끔 이 모든게 내 정신병력의 일부에 불과하고, 언젠가 내가 내 환자들처럼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되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 하지만 당신이 한 아이의 부모거나, 정신과 의사거나, 아니면 주변에 Joe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부모나 아이가 있다면, 난 의사로서, 그리고 인도주의적으로 이 말 만큼은 꼭 당부하고 싶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보고 그 괴물이 자기 상상에 불과하다고는 말하지마. 왜냐면 아이가 하는 말이 조금이라도 사실인 경우에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 아이와 주변 사람들의 사망선고를 내리게 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야. 최악인건,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당신은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지. 이제 그 괴물들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 독심술 능력을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는데만 사용하는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마음 속에서 생각하는 그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읽어내 흉내내는데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야. 혹시 모르지, 그 괴물들 한테는, 그렇게 공을 들여놓는게 나중에 주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르는 일이지.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다 한거 같은데,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내가 이 사건에 대해서 가능하면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내 글을 여기에 올리고 코멘트를 관리하는 일은 내 아내에게 부탁하고 있었거든. 여러분처럼 호의적인 관객을 찾아서 Joe와 같은 괴물들의 음모를 막고자 하는 내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은 수 있던 것도 결국은 다 내 아내가 애써준 덕분이니, 이 글의 마지막은 그녀에게 맡기는게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지.
모두 정말 고마워. 난 여기쯤에서 물러나고 이제 내 아내에게 넘길께.
모두 잘 있어, Parker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흑막 뒤에서 있다가 마침내 이렇게 여러분들을 직접 대하게 되니 정말 반가워요. 여러분들이 Parker의 이야기에 보여주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고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사실, 이 이야기를 공유하자는건 Parker가 제게 이 이야기를 처음 얘기해줬을 때 생각해냈어요.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게 그이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거니와, 그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거든요. 그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를 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리고 과연 누가 자기를 믿어줄지 몰라서 고민하더군요. 나도 그이를 돕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이가 괜한 이야기를 해서 곤경에 빠지길 원치는 않았기 때문에, 좀 조사를 해보고 이 게시판을 찾아낸거에요. 그 후에, 나는 그이가 적어주는 내용을 게시판에 옮겨주고 당신들이 올리는 코멘트를 걸러서 그이에게 전달해주었지요. 제가 꽤 잘하고 있었나봐요, 누군가 자기 말을 믿어준다는 걸 알고는 남편이 정말 기뻐했거든요. 사실, 여러분들처럼 마음이 열린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건 나에게도 상당히 희망적인 얘기거든요.
어쨌든, 이 이야기를 모두 들어줘서 고마워요. 여러분들이 전체 얘기를 기다리느라 엄청나게 긴 시간을 기다렸다는거 알아요. 그건 Parker가 글을 천천히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가 일부러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여러분들에게 이 얘기를 나눠서 공유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전체 이야기를 한번에 공유하면 이렇게까지 우리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뭐, 솔직히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는게 즐겁기도 했지만요. 만약 Parker가 이 게시물의 내용 전체를 읽어봤더라면, 그이는 여러분들이 제시했던 이론들을 전부 모아서 책을 한권 쓸 수도 있었을거에요. 여러분들 중에는 심지어 댓글에 본인의 공포증에 대한 얘기도 공유해주신 사람도 있는데, 그게 얼마나 개인적인 이야기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저도 여러분들께 약간이나마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게 공평하지 않겠어요?
먼저, 이 일을 글로 옮기는 것 이전에 다시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남편은 많이 괴로워 했어요, 저도 완전히 이해되죠. 저도 이 모든 사건을 남편 곁에서 같이 겪었고, 이 이야기를 기록하는데 일조 했으니까요. 아마 제 남편은 평생 이 일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테지만, 전 그의 옆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괜찮아요. 하지만 그이가 저지른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가지만큼은 변하지 않아요: Parker는 좋은 사람이에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끔찍히도 아끼는 사람이죠. 제 남편은 언제나 제게 잘 해주고, 우리 가족도 모두 제 남편을 사랑하죠. 곧 제가 밝힐 이유를 위해서라도, 전 그의 이런 장점을 여기서 좀 확실하게 강조하고 싶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을 가장 큰 질문부터 대답하도록 하죠: 제가 제 남편이 미쳤다고 생각하냐구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혹시 미쳤다고 하더라도, 전 신경 안써요. 그리고 그가 어디에 감금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아요. Parker는 제게 일어났던 최고의 선물이에요. 난 그의 곁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움을 느끼거든요. 그가 그 날 밤 술집 뒷골목에서 절 발견해주었을 때는 정말 제 인생의 최하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내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만족하며 살고 있고, 내 남편과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더욱 더 제 존재에 대한 자신감이 강력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거기다, 우린 꽤나 서로 닮았거든요. 보통 커플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서로 닮는 법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우린 진짜 그래요. 거기다 우린 이렇게나 힘든 일을 함께 겪어 왔으니, 난 남편이 자기가 내 인생에 들어온게 내게 얼마나 멋진 일이었는지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더욱이, 난 이제와서 그를 잃어버릴 수 없어요. 그게 바로 제가 남편에게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연재하도록 종요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실, 전 임신중이거든요. 아직 남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전에 그이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아이들을 열과성을 다해 보호해왔는지 먼저 확인시켜 주고 싶었어요. 특히나 저의 엄마로서 직감에 따르면 우리 아이는 나보다는 남편을 더 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제 남편처럼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우리 애가 제 어떤점을 닮은 건지 분명히 발견하게 되겠지만요.
이쯤되면 여러분들은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겠죠. 음~ 제가 좀 감상적인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제 남편의 괴로운 기억을 여러분께 터놓고 나니, 여러분들이 마치 가족처럼 느껴져서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Parker를 대신해 이야기를 연재하고 여러분의 궁금증에 대답을 달고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아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침내 여러분께 이렇게 직접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니 참 기분이 좋네요.
아, 그러고 보니, Parker가 몇 번이고 저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한번도 제 이름을 이야기한 적이 없네요. 뭐,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그이가 겪고 있던 마음 속 고통을 생각하면 용서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제 이름을 모를 필요는 없지요. 그리고 전 제 남편이랑은 다르게, 굳이 가명으로 제 이름을 숨기지 않으려구요.
그러니 다시 한번 인사 드려요, 제 이름은 Jocelyn이라고 해요. 사실 Parker도 제 이름을 애칭으로 불러주질 않거든요. 뭐 별로 신경 쓰이는건 아니지만, 좀 너무 정중해 보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이 글을 읽어 준 독자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기도 했고 이미 Parker와 나에 대해 워낙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으니까, 굳이 서먹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 부디, Jo 라고 불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