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알바’가 오프라인에 떴다 |
‘사이버본부 총괄팀장’으로 활약하던 ‘테무진’ 총선 출마,
‘친이명박’ 댓글 알바 고용주는 기소 |
“저는 한나라당 댓글 알바생입니다.”
»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한나라당 여론조작팀장이 총선 출마합니다” 게시물. 글에서 지목한 대로 명박연합 본부장 ‘테무진’은 진주시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동철 후보(얼굴 사진)였다. |
대선 열기가 후끈했던 지난해 12월, <한겨레> 온라인 토론방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사는 26살 휴학생’이라는 그는 “최근 몇 달간 ‘알바일’을 해왔다”며 “저도 나쁜 놈이지만 이 바닥은 정말 더럽다”고 털어놨다. “예전엔 4인 1개조로 108개조가 있었고 요즘은 한 조당 스무 명 정도”라거나 “처음 3개월은 시급 2500원이고 이후엔 3700원 이상, 선거철엔 보너스 지급” 등 구체적인 운영 상황도 밝혔다. “여러분은 지금 여론 선동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쓴 글이라 했다.
진주시갑 김동철 후보 “내가 테무진”
이처럼 댓글 달기 등을 통해 특정 정당을 위한 사이버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일 또는 그 주체를 ‘댓글 알바’라고 한다. 물론 돈 받고 동원되는 이들을 통칭하기도 한다. 정치권의 점잖은 용어로는 ‘사이버팀’ 또는 ‘사이버 대책반’이다. 알바는 선거 때면 늘 온라인에 등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프라인에 나타났다.
3월28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한나라당 여론조작팀장이 총선 출마합니다!(증거有)”라는 제목의 글이 떴다. 글을 올린 아이디 ‘데빌루스’는 “선거법 위반을 감수하고 올리는 글”이라 했다. ‘테무진’이라는 아이디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맹렬히 ‘친이명박’ 게시물을 올리던 이가 출마했다는 내용이다. ‘테무진’은 ‘명박연합’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전략과 전술을 논의하며 다음 아고라를 집중 공략했다고 한다.
‘데빌루스’가 올린 명박연합의 게시판 내용을 보면 테무진은 “아고라는 우리가 점령하는 일만 남았다” “우리 전사들을 믿는다” 등의 글을 올렸다. 지목된 총선 후보는 진주시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동철(44·학원 원장) 후보였다.
김동철 후보는 <한겨레2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뜻 “내가 아고라의 ‘테무진’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후보자 명부의 경력란에도 ‘(전)2007선진국민연대TFT 사이버본부 총괄팀장’이라고 적혀 있는데, 선진국민연대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한나라당 외곽조직이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명함을 주기에 받았을 뿐”이라며 “이명박 팬클럽인 명박연합에서 온라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데, 당에서 불러 직책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때라 ‘마지막 피치’를 올려보라’는 뜻에서 직책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돈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돈 받고 움직이는 알바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같은 단체 소속으로 서로 전화통화를 하며 활동했던 다음 아이디 ‘장국영’ ‘하늘노을’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알바들은 딱 티가 난다”고 잘라 말했다. 내용이 없이 같은 글을 반복적으로 올려 무성의하게 건수만 채운다는 것이다. “그런 알바들에게 일당을 줬다면 나 같은 사람은 한 1억원은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하면 정치적 활동에 도움을 받을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같은 지역구에서 선배가 공천을 신청하는 바람에 한나라당 공천을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나섰다. 꿈은 날아갔다. “하다못해 대통령 취임식 초정장도 안 오더라”고 했다.
김 후보는 “대선 때까지 전문적으로 글 잘 올리는 이들을 상대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예 인터넷을 안 본다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고라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무보수로 일하던, 자발적인 ‘알바’이자 지휘자였던 셈이다.
한겨레21 최성진 기자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803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