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헤어지자고 했어.
내가? 아니, 아니야. 그 애가.
더 이상은 힘들다고 이제는 못 해 먹겠대.
정말 웃기지도 않지?
흔든 건 그 앤데, 끝내는 것도 그 애야.
아아… 넌 잘 모르겠다. 그래, 그래… 이제부터 자세히 얘기해줄게.
그 애와 나. 동아리에서 만났어.
우린 둘다 대학 풋내기였는데, 마침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사진부에,
들어가게 된거야.
거기서 나 말고 유일한 1학년은 그 애 뿐이더라고.
묘한 동질감. 그런거 넌 아니?
그 앤, 무척이나 무뚝뚝했어.
까맣게 식은 눈동자가 다가오지 말라고 파랗게 날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았지.
다들 멋있다고 뒤에선 수군대도 절대로 그 애에게 다가가진 않았어.
그래도 좋더라. 그래, 난 그 애의 식은 검은 눈동자가 좋더라.
그애는 키도 크고, 머리도 좋았지.
적당히 탄 피부에 몸도 모델체형이라 같이 다니면 내가 더 뿌듯했어.
그 애는 참 많은 걸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정말 빌어먹게도 너무나 예쁜, 여자친구도 가지고 있었지.
난 정말 몰랐어.
그 애한테,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애지중지하면서 사겨 온 여자친구가 있단 거.
그 애의 여자친구가 그랬나봐.
다른 여자랑 말도 하지 말라고.
물론 장난이었겠지. 하지만 그 애는 여자친구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줬어.
그래서 언제나 그렇게 날을 세우고 다녔나봐.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 애와 친해졌어.
그 애가 날 단순한 친구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하루는 '같이 밥이나 먹을래?' 했는데 그 애가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야한대.
그 애의 어깨너머로 본 여자친구.
정말 예쁘더라. 나 같은 건 보이지도 않을만큼 예쁜 여자였어.
하지만 그녀가 부러웠던 건 그 예쁜 외모때문이 아니었어.
유독 잘 웃지 않는 그 애가 그렇게 크게 웃는 건 정말 처음이었거든.
사람이란게 그렇더라.
그렇게 웃는 그 애의 미소가 탐이 나, 겨우겨우 웃게했더니,
또 그 애의 목소리가 탐이 나고,
그 애의 큰 손이 탐이 나고,
그 애의 마음이 탐이 나고.
다, 모두 다 온전히 그녀의 것인 그 애의 모든게, 그냥 다 탐이 나고.
어떻게 됐냐. 그 애랑 나, 어떻게 됐냐.
그냥 확 가로채버렸어.
그 애가 그녀와 싸우고 술에 잔뜩 취한 날,
아무것도 아니고, 그 흔하디 흔한 키스 하나와 '나랑 사귈래?' 그걸로.
그 애는 그냥 '응' 이라고 앓는 소리를 낸 것 뿐인데,
그냥 나 혼자 들떠서, 다음 날 모든 걸 잊어버린 그 애에게 '우리 사귀기로 했잖아' 그 하나로.
그 앤 정말 착해.
몇 번을 생각해봐도 그 애보다 착한 앤 없는 것 같아.
나? 난, 난 말이지. 정말로 세상에서 제일 나쁜애야.
항상 멋대로에, 맘대로.
그래서 미안해. 그 애에게, 나한테 모진 소리 한 번 하지 못한 그애에게 너무 미안해.
그 애는 그냥, 웃더라.
그리고 시작했어. 우리 둘 말야.
책임감이 유독 강했던 그 애는 친한 친구였던 내가 멀어지는 걸 볼 수 없었던 거지.
나도 알아. 알고 있어. 그 애의 그런 점 이용한게 나빴단 거, 아주 잘 알아.
그앤 똑같았어. 구지 날 떼어놓으려 하지도 않았고,
언제나처럼 간간히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어보이곤 했지.
그 애가 좋았던건, 그 식은 눈동자가 내 마음에 박혔던 건,
아마도 그 미소와 조심스럽게 내 손을 감싸던 그 애의 따뜻한 손 때문이었을거야.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 사람에게 질려간다는데,
나는 하루가 가면 갈 수록 정말로 심장이 터져버릴 듯이 그 애가 좋은거야.
그 애와 난 제대로 데이트 한 적이 거의 없어.
그 애는 그녀를 지켜줘야 했으니까.
정말로, 사랑하는 그녀를 지켜줘야 했으니까.
지쳐가더라.
환장하고 목을 매던 내가, 점점 지쳐가.
사람이란게 꽤나 약한 동물이라서 자꾸만 날 보지 않는 그 애가 원망스러워 지는거야.
하지만, 난 그 애를 또 놓을 수가 없었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그 애의 미소였는데,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을때도 생각나는 게 그 검은 눈동자였는데,
잠이 들기 전에도 손에는 그 애의 온기가 감싸오는데,
놓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 애가 아닌 그녀에게,
그 애의 그녀에게 전화를 했지.
드라마에 나오는 악녀들의 전형적인 수법 아니니?
착한 주인공한테 전활 걸어 둘이 만나고, 맘 약한 주인공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악녀의 독설을 받아내고, 몰래 울고.
딱 드라마속 악녀가 된 기분이었어.
가까이서 본 그녀는 멀리서 봤던 것 보다 훨씬 예뻐서 주눅이 드는거야.
그래서 더 드세게, 얘길 했지.
그 애와 만나고 있다고.
그녀는 꽤나 충격을 받았나봐.
그렇다고해서 그 애에게 말하지도 않았어.
만약 그 애에게 말해서 그 애가 날 선택하면 뒤따르게 될 괴로움을 감당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녀는 그렇게 여리고 착했어.
그래도 그녀는 참 바보같지. 그 애는 분명 그녀 밖에 없다고 말했을 텐데.
나는 항상 그리기만하는 그 애의 품에 안겨서.
하지만 아무리 착해도 사람은 사람이잖아.
그녀는 그녀의 친구를 불러서 술을 마셨나봐.
그러다 얼떨결에 내 이름까지 나왔고.
그런데 그녀의 친구는 꽤나 터프해서 그 날로 나를 찾아온거야.
쫓아와서 말리는 그녀를 뿌리치고.
왜 그 애에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냐고.
그 애가 사랑하는 건 그년데, 왜 쓸데없는 짓 하냐구.
어차피 욕 먹는 건 나고, 결국 끝도 지독하게 아플텐데 왜 바보 짓하냐구.
그냥 웃었어.
'아하하' 그냥 그렇게 크게 웃었어.
알고 있어. 알고 있어요. 그런데, 놓을 수가 없는데, 어떡하라구.
결국 그 애가 먼저 말을 하더라.
그만하자고.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아차암… 이건 아까도 말했지…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서 날 빤히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가 너무 슬퍼보이는거야.
내 눈이 흐려져서 그래서 그 검은 눈동자마저 흐려져 보였나봐.
근데 그 순간, 그 애가 헤어지자고 하는 순간, 모든 긴장이 '탁' 풀리는 거 있지.
그러면서 그냥 가벼워져 버렸어.
그 애의 뒷모습을 빤히 보면서 그냥 가벼워져 버렸어.
괜찮아, 괜찮다니까.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보지마.
내일 또 학교로 가면 또 내 뒤에서 수군대는 소릴 들어야겠지.
아마 모두들 손가락질을 할거야.
예전 같았으면 못 견뎠을 일인데, 요즘은 괜찮아.
마음이 아파서, 가벼운 마음에 깊게 박힌 그 애의 눈동자가 아파서
아직 빼내지 못한 그 애의 눈동자가 아파서,
모두의 손가락질 보다 아직은 그 눈동자가 아파서,
그래서 괜찮아.
어떻게 살아야하지.
아직 비워내지 못한 그 애의 모든 것들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지.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만 보던 세컨드들 알지?
정말로 세컨드가 되면 퍼스트들과의 차이점이 뼈에 하나하나 새겨지는 기분이야.
그 애에게 그녀와의 추억은 있지만 나와의 추억은 없어.
그 애는 그녀를 놓을 수 없지만 나는 그럴 수 있지.
그 애는 그녀에게 언제나 웃어주지만 나에겐 그 애의 미소를 보는날이 행운의 날이 되는거야.
가장 큰 차이. 가장 큰 차이는.
그녀는 그 애의 마음을 가졌지만 나한텐 아무것도 없어.
그 애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외치는 듯한 이 터질듯한 심장과,
지독하게 가난한 나만의 추억과,
여전히 아릿하게 남아있는 그 애의 미소뿐이야.
그 애에게 남긴 건 아무것도 없는데, 바보같이 나 혼자만 이렇게 가지고 있는거야.
아아… 자꾸 발음이 꼬이네… 너무 마셨나봐.
그냥, 하나만. 따악- 하나만 더 말할게.
절대로 누군가의 세컨드는 되지마.
… 그건 짝사랑보다 더 숨이 막히는 거거든.
호와.
정말로 겨우 다썼어요ㅠㅠ
음- 쓰고나니까 어쩐지 지루해…-_-
그래도 혹시나 재밌게 보셨다면 코멘 꼭 남겨주세요ㅠㅠ
저 소심한 A형에다가
처음으로 올리는 거거든용ㅠㅠ?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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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키키:) 와, 저한텐 무척이나 영광스럽게도 첫 코멘-_-* 어찌보면 악녀의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또 어찌보면 평범하게 가슴앓이하는 여자의 얘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두근반 세근반 거리면서 올렸는데, 좋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용♡
처..처음이세요?! 와- 진짜잘쓰셨어요!!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ㅋㅋㅋ
눈물조각:) 네, 처..처음이에용ㅠ; 중간중간 미숙한 부분이 눈에 띄지만 잘 썼다고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지네용-_-* 이 외에 다른 소설 올릴때도 꼭 봐주셔용♡
저도 A형이라서 엄청 소심한데 ㅜ 그리고 진짜 소설 자 쓰셨네요ㅜ 저는 소설 읽는건 좋아하는데 쓰는데는 소질이 없어요 ^ ^ 다음 소설 기대해도 돼죠
너떠난후♡:) 저는 A형인데도 O형 기질이 많아요. 아빠가 O형이시거든요. 그래서 사실 소심하기보단 활발한 편인데 남들 모르게 뒤에서 왕따짓, 막 요래요ㅋㅋ 소설을 읽는거랑 쓰는거는 또 다른 기분이드라구요ㅎㅎ 다른 소설 올려도 봐주세요!!
잘읽다갑니다.짝사랑보다더슬픈한사람의세컨드라..슬퍼요.^^;;
초콜렛처럼:) 사실 이건 노래 듣다가 갑자기 필이 꽂히는 바람에ㅋㅋ 근데 정말 전 저 상황이라면 못 견딜 것 같아요. 남자도 참, 착한게 아니라 우유부단한 것 같은... 딱 하나로 정해야죠!! <- 지가 써놓고 승질..
진짜 슬퍼요 ㅜㅜ
ㆍashleyㆍ :) 아이쿠야, 슬프다니요. 정말 북흐럽게-_-* 저 여자가 불쌍하긴 하죠. 하지만 만약 시점을 '그녀' 로 바꿔 놓고 썼다면, 정말 제대로 욕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 갑니다, 그려, 후헤헤
에헤 , 이거 내예기랑 비슷해요 - 0- 저도 좋아하는남자얘가있는데 , 걔는 여자친구있대요 ,.,이히히, 공감가는글이였음 , 무튼 , 잘쓰셨어요 , 번외 아시죠 ㅇ_ㅇ
미유냥a:) 엄머- 그런 일이… 하지만 전 그래도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나요, 라고 생각해요ㅋㅋ 번외는- 쓸까말까 고민중이랍니다♡ 칭찬 감사해요ㅠㅠ
앗!!! 저도 소심한 A형!!ㅜ_ㅜ.. 항상 소심하다죠.ㅠㅠ 그래서 소설 올리는 것도 많이 힘들답니다..< 최악의 A형?;;ㅋㅋ 아무튼 너무너무 잘봤어요! 와우,,ㅠㅠ.. 정말 슬픕니다..ㅠㅠㅠㅠㅠㅠ..................
린하유:) ㅋㅋ 저는 그래도 O형끼가 섞여있어요. 그래서 사실 막 안 친한 사람한테도 친한 척 잘 하고, 활발한 편이라 애들이 O형 같다고 하는데, 그래도 A형은 A형인지라 소심끼는 버릴 수가 없다니깐용ㅋㅋ
저는 A형인데도.... 전혀 소심하지 않,... <- 이봐, 죽고 싶어 잘 보고가요 ㅠ 여주가 불쌍하네요,
나르세크:) 아, 저도 비슷해요. 근데 A형 기질은 정말 어디 안 가요. 암만 생각해도 전 O형이 제일 좋은듯ㅋㅋ 아- 다시 피 뽑으면 O형이 나왔으면 좋겠다니깐요.
잘읽었어요 ㅎㅎㅎ ! ^^ A형 소심 하지 않아엿 ㅜㅜ! ㅋㅋㅋㅋ 저두 A형 ㅋㅋㅋ 약간 소심끼가 잇는??? ㅎㅎ 소설 재미읽게 보고 가네욧 ! 번외는 꼭꼭 .!!!! 안써주시면 미워할꺼임 ,ㅡㅡ................................;;;;;;;;;;;;;;;;;;;;;;
간지삘sz:) 아, 근데 A형은 정말 약간은 소심끼가 있어요. 아이구나. 번외 정말 꼭 써야겠네요. 미움 받긴 싫어요ㅠㅠㅋㅋ 그 때도 댓글 남겨 주실꺼죠?
우왓, 정말 잘쓰셨어요, 번외 꼭 써주세요, 얼른 읽고싶어요! ㅎㅎ
얼른 써야 할텐데-_-… 걱정이에요ㅠㅠ 아무생각이 안나;; 칭찬 감사히 받을게요^ㅁ^!!
너무너무 좋아요> <너무 재밌어용
슬퍼지자-:)엄훠-_-* 북흐럽게, 님도 참♡ 얼른 번외 써서 올릴게용!!
피곤심심:) 아이, 재밌다고 하시니 감사해요-_-* 근데, 번외가 어려워요ㅠㅠ 글의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하지만 열심히 써서 꼭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우와 너무너무 잘쓰셨어요!! 너무 슬픈 ..ㅠㅠㅠ흑
나조은돌:) 아니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죠>_< 후딱, 타자 칠게용!!
멋져요 증말 멋집니당 오랜만에 이런소설 잘읽엇어여
음흉해:) 너무 좋은말을 해주셔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흐흐. 지금 아주 날아갈 것 갔답니다~
정말,재밌게,읽었습니다,>_<,,
신데랠라♡:) 어므나, 느낌표가 세개나 되네요-_-* 전 저 느낌표를 사랑해요♡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감사니다~
짱이십니다><
까만마녀:) 생애 최초로 짱이라는 말도 들어보네요>_<* 감사해요~
짱이에요/ㅅ/★
ㅈIㅋIㅁI-_-v:) 님이 더 짱이에요/ㅅ/★
으에에엥ㅜㅜ너므잘쓰셨어염♡♡♡오나전 재밌네용 ㅜㅜ
하유뽕:D:) 아이참/ㅅ/ 감사해요ㅋㅋ 전 님의 코멘이 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