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어제 미쳐 못 적은것을 적습니다.
어제 수요일이었습니다. 꽃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타이밍 좋게 데이트하고 헤어질 때 할까 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거리는 너무 생소했고 왠지 꽃집 못 찾을까봐 타이밍 무시하고 와이프(?)에게 꽃집 앞에 내려 달라 했습니다. 그리고 손짓발짓 토막 영어 쓰면서 가게 주인분에게 럭키나인 아홉장미와 프레지아를 달라고 했습니다. 럭키 나인은 베트남에서 행운의 숫자입니다.
하지만 와이프(?)님께서 오셔서 통역하는 바람에 그나마 생각했던 몰래 선물은 실패했습니다. 베트남 주인분들이 웃으면서 잘되라고 축복도 해주고 어느 분은 손흥민 닮았다고 말하더군요. 전 손사래치면서 손흥민은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유명하지 않다 나는 손흥민이 아니라고 짧은 영어로 말했습니다. 혹시 우리흥 팬들 계시면... 용서해주세요. 나도 베트남 가면 손흥민입니다. 참 베트남분들 너무 착한거 같아요. 그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와이프(?)님에게 꽃말을 설명해 줬습니다.
"프레지아의 꽃말은 영원한 우정이고 빨간 장미는 불타는 뜨거운 사랑이란 의미에요. 이건 내마음이고 나는 우리 만남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고 00씨가 잘 선택해주면 좋겠어요"
그분의 반응은 저도 정신이 없어서 기억 못히는데 아마 쑥쓰러워 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데 장대비가 내리더군요. 그분이 영화 클래식도 알고 조인성과 손예진의 장대비씬을 알더군요. 그래서 설명해줬죠.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연인들은 옷을 함께 뒤집어 쓰고 영화 클래식을 찍어요. 그런데 이 정도 비는 한국에선 홍수나고 긴급 문자 메세지 올 정도로 위험해요."
농담이 아니라 수시로 비가 억수로 쏟아지더군요. 그래서 클래식은 못 찍었어요. 아 물론 전 이미 영화 찍은 경험이 있.;... 그분께 말 안했어요.
대신 다른걸 했어요. 비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우리가 마침 비오는 날 수요일에 빨간 장미와 함께 카페에 있네요."
그리고 구글 번역으로 가사 보여주고 음악도 틀어줬죠.
그분은 공감하면서도 노래가 참 슬프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분의 말로 인해 집으로 돌아와서 여러가지로 상심해 있는데, 주선자님의 카리스마로 상견례가 갑자기 잡혔습니다. 순간 다른것보다 그분에게 미안하더군요. 내가 말한걸 지키지 못하고 상견례 자리까지 오게 했다는 생각에요. 물론 큰돈 들이고 멀리서 왔으니 내가 더 아쉽지만 다른 것보다 그분 의사가 중요하거든요. 지금 글쓰는 순간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상견례 자리에서도 미안하다 했어요. 그분은 왜 미안해요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주선자님 말씀으로는
"여자분이 저렇게 좋아하는 건 처음봤다. 오토바이 백허그? 그 여자분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저의 마지막 슬픈 모습이 마음이 맘에 걸렸고, 또 강요하지 않고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답니다. 그래서 주선자님의 말을 듣고 다시 마음을 잡고 오늘 상견례 자리에 왔습니다. 모든게 정신없이 이루어졌구요. 그 과정에서 여자분의 배려심이 돋보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오기전에 공부했던 바로는 베트남 여성은 사치와 허영과 질투가 심했는데 그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른 어려워 할 줄 알고 호텔경영학과 나오고 호텔리어로 일했어서 그런지 옷도 잘입고 약혼반지 고를 때 눈썰미도 있어서 비싼건 절대 안고르고 싼쪽으로 사려고 고집하더군요. 아버진 예비 며느리가 예뻐서 더 좋은걸 주고 싶은데 한사코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잠깐 불러서 얘기했어요.
"아버지가 ㅇㅇ씨가 예쁘고 고마워서 비싼걸 주고 싶어하셔요. 그러니 그냥 감사함으로 받으면 되요. 한국에서는 어른이 주는걸 너무 거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에요. 어른들이 서운해 하시거든요."
그래도 계속 미안해하길래 주선자님이 직접 나서서 결국 비싼 걸로 골랐습니다. 한국 돈으로 25만원 베트남 동으로 50만동 이었을 겁니다. 베트남에서 돈 가치는 진짜 종이 조각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껴봐도 제게 맞는 반지는 없어서 한국에서 늘리기로 하고 새끼손가락에 끼고 양가 부모님들 앞에서 사진 찍었습니다. 살 빼야지.... 약혼사진 찍는 순간 아버지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나도 울고 지금 글쓰는 중에도 울고 너무 고맙고 기적적이어서요.
여자분이 또 예의가 있어서 내가 든짐도 들어주고 길갈때 어른들 뒤쳐질까봐 보폭 맞춰주고 택시 탈고 내릴때 문 잡아주고 예의가 몸에 베여있더군요. 참 제게는 아까운 분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분이 무리했는지 택시 타고 멀미하더군요.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서 치를 타면 멀미한다더군요. 그래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아마 정신없이 일이 처리되서 그런것도 있을 거에요. 장인 장모님도 시골에서 무리해서 차타고 오셨는데 저보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홍삼과 인삼세트를 선물로 드렸죠.
그리고 여자분이 너무 무리해서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집으로 보냈어요.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그분의 건강이 먼저죠. 내일 1시 비행기로 한국 가는데 가기전에 3,4시간 정도 시간 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과연 3,4시간으로 뭘할수 있을지 고민이고 참 아쉽습니다. 반지가 약혼 증표로 있으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거든요. 주선자님은 세시간이면 성을 쌓는다 하시는데 저는 선을 아직 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연인의 다음 단계인 이마키스는 괜....찮을까요?
주선자님은 일을 빠르게 진행시킨다고 6,8개월 걸릴 필요없이 2,3개월 안에 다시 베트남 와서 결혼하고 결혼비자 나오면 한국 와서 결혼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베트남에 신혼부부 아파트와 제가 일하고 먹고 살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냥 주선자님 믿고 따라가면 될거 같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돌아갑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어떻게 그녀를 떼어놓고 한국 갈수 있을까요. 아쉽지만 우리가 헤어지는건 잠시겠죠. 금방 만나겠죠?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첫댓글 와.... 진짜 정말 멋지군요! 응원합니다. 약혼 축하드리구요 ㅎㅎㅎㅎ 행복한 나날이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뚠뚠이 방송은 계속 오실꺼죠? +_+
네 당연하죠.
축하드립니다! 이제 유부남 아조씨가되신거죵?ㅋㅋㅋ
농담이고 많이 긴장하셨을텐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요새 주변에 결혼하신 분들을 보면 헬조선을 살아가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보기 죠습니다. 또하나 축하드릴 일이라면... 뚠뚠이 결혼사냥에서 벗어낫...읍읍!! 암무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하핫.
축하드립니다~~ 혹자들은 인생의 무덤이라고도 하지만 행복의 시작이 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분 만나신것 같네요
약혼 축하드리고 결혼생활도 무탈히 잘 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우왓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