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의 해무
다인/ 성자현
해는 이미 중천인데
동해 신암 앞바다 해안도로는
오리무중입니다.
밤새 물 위를 걸어나온 한 떼의 구름
미궁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옛이야기가
길목을 지나 마을의 지붕에 피어납니다.
막 천지창조를 끝낸 듯
김이 오르는 개운포의 설화
한 무리의 해무가 걷히고 나면
처용이 춤을 추며 나타날 것도 같은데
하늘과 바다가 혼돈 되어
너도 없고 나도 없는 안개의 바다에
스스로 제물이 되어
맨발로 눈감고 걸어 들어가
오랜 전설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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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헌강왕이 개운포(開雲浦: 지금의 울산)에서 놀다가
돌아가는길에 물가에서 쉬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여 길을 잃었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신하들에게 까닭을 물으니,
일관(日官)이 이는 동해 용의 조화이오니 마땅히 좋은 일을 행하여
풀어야 합니다. 라고 하였다.
이에 왕이 용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지으라고 명령을 내리자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
그래서 이곳을 "개운포"라 하였다.
동해의 용이 기뻐하여 아들 일곱을 거느리고 왕 앞에 나타나
덕을 찬양하여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 가운데 한 아들이 왕을 따라 서울로 가서 왕의 정사를 도왔다.
그리고 이름을 처용이라 하였다.
첫댓글 사진이 울산 황성동 춘도/맞나요? 처용 앞바다 찾으니 역시 안개가 춤을 추고 있데요/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사진은 진하 앞바다랍니다. 신암에서 못찍은 사진을 돌아오면서 진하에서 찍었지요^^
님의 시를 보니, 어쩌면 곧 새로운 처용이 나타날지도 알 수 없는 일. 나는 기다려야지.^^
처용설화가 재현되는 듯 합니다..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역시 깊이있는 시....잘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