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급
그동안 딱딱거리는 딱총식 전쟁장면과 때깔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화면빨로 무장한 한국 전쟁영화에 불신을 가지고 있었던 자덜 관람가
영화관에서 눈물 징하게 쏟아내고픈 순정형 관객, 손수건 1장정도 지참 후 관람가
6.25를 다루고 있으면서 여타의 전쟁영화와는 별다른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 관람불가
어디서 본 듯한 헐리웃 작품의 짜집기 냄새가 나는 영화는 보기싫다는 자 역시 관람불가
<실미도>에 이어, 당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아주 난리다.
그리고 역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행차가 언제나 그랬듯 당 영화 역시도 '개봉관수 최다 신기록', '첫 주말 역대 최다관객동원'과 같은 유아기적 일등놀이 숫자놀음을 좌청룡에 거니르고 호평일색의 기사를 우청룡에 포진시킨 폼새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 거칠 것이 없어 보이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당 영화의 정체가 몹시도 궁금해진다. 완성도도 거칠 것이 없는지 말이다.
개봉이 일주일이나 된지라 기사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전부터 누가 뭐라 하든 영화관에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영화가 되었으니 좀 늦게 올리면 어때. 미안타만 하해와 같은 마음을 소유하고 있는 니덜이 조금만 참아주시기 바라며, 그럼 당 영화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린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해'라는 카피가 말해주듯 당 영화는 본의 아니게 6.25 전장에 뛰어들게된 주인공 형제인 진태(장동건 분)와 진석(원빈 분), 李씨 부라더의 눈물엄씨 볼 수 없는 비극적인 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비극은 초개와 같은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끔찍이도 아끼는 아우를 제대시키기 위해 무모하게 적진을 향해 뛰어드는 진태와 이를 못마땅히 여기는 진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기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 영화는 6.25 발발시점부터 전쟁의 경과를 따라가며 진태가 진석에게 쏟는 과도한 가족애가 살육의 현장을 거치며 어떻게 살인의 광기로 변모해 가는지 보여주는 한편 이로 인해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 李씨 부라더의 어긋나는 관계를 통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에 대해 강제규 감독 왈, 당 영화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아픔을 드러내고 싶었고 또한 우리가 소중하게 느꼈던 부분을 어떻게 송두리째 잃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하니, 한마디로 전쟁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얘기다.
그런 전차로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을 만족시켜주는 부분이라 추정되는 것은 전투 장면인데 당 영화는 이 같은 6.25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블랙 호크 다운>에서 익히 보아 온 사실적인 전투 묘사에 공을 들인다.
각종 무기와 의상에 대한 철저한 고증은 말할 필요도 없고, 세트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폐허의 현장 안에서 펼쳐지는, 총알이 '피융, 피융' 귀때기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현장감이 살아있는 사운드하며 포탄이 터지는 순간 분수처럼 치솟는 흙더미 속에 '퍽'하고 떨어져나가는 팔, 다리 이하 절딴난 몸뚱이를 보여주는 잔인한 장면까지. 당 영화 속의 전투는 과도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로 잡아낸 촬영 속에서 마치 내가 포연 자욱한 아수라장 안에 몸담고 있는 것처럼 사실감 있게 느껴질 정도다.
모, 전투 장면만 등장할라치면 말 그대로 과도하게 그리고 줄창 카메라 흔들어 대서 관객을 어지럼의 도탄으로 빠뜨리는 촬영이 문제이긴하지만 정말이지 당 영화의 전투연출은 매번 등장할 때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미국산 전쟁영화에 견주어도 크게 꿀리지 않을 때깔을 과시하고 있음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대박을 꿈꾸는 영화덜이 필수적으로다가 구비하고 있는 최루탄 설정에 있어서도 <태극기 휘날리며>는 진부하긴 하지만 절묘한 인물설정을 통해 적어도 세 번 정도는 감동 만빵으로 안 먹으면 관계자한테 뚜들겨 맞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로 슬프디 슬픈 이야기를 보유하고 있다. 것도 레골라스 계열의 꽃미남 장동건과 원빈이 쏘아대는 최루탄이니 보는 관객덜 특히 뇨성들 이거 울지 않고 베기겠냐.
상황이 이런 전차이다보니 감독의 말대로 당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었다는 전쟁의 참혹함은 사실적인 전투장면에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소중함의 부분은 주인공들의 어긋난 관계에서 비롯된 아픈 상처에 눈물을 참지 못하는 관객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달성 된 듯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당 영화는 진석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되어 자신이 겪었던 전쟁 당시를 회상하는 시점에서 출발하여 마지막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전개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거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구조다. 맞다,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게다가 당 영화는 전쟁장면 연출에 있어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상당부분 참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씬 레드 라인>, <블랙 호크 다운>,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전쟁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과도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이 발견되고 있음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
어허, 오해는 마시라. 본 우원이 이를 가지고 표절 운운하는 게 아니라는 건 니덜이 더 잘 알꺼다. 당 영화는 위에 언급한 영화들을 교재 삼아 이들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실적인 스펙타클에 근접하고 있고, 이야기에 있어서도 우리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비극성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 영화가 이들 작품들에서 미처 참고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일례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극 사실적인 전투묘사로 전쟁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블랙 호크 다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더 사실적인 전투장면을 첨부터 끝까정 걍 리얼하게만 묘사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화두를 관객에게 던져놓는다. 다시 말해 전쟁영화라고 단순히 전투를 묘사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거기서 한 똥꼬 더 나아가는 거다.
6.25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당 영화에도 한 똥꼬 나아갈 만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140억이 투입된 <태극기 휘날리며>는 우리만의 특수한 역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더 나아갈 생각이 없다. 전쟁의 표피만을 보여주기 바쁘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먼저 당 영화가 풀어놓고 있는 이야기를 함 보자.
전투 터진다 - 진태 혈혈단신 적진에 뛰어들어 맹활약한다 - 이 와중에 친한 사람이 죽어나간다 - 진석은 그런 형을 향해 미쳤다고 나무란다 - 또 전투 터진다 - 또 진태 혈혈단신 적진에 뛰어든다 - 또 이 와중에 사람 죽는다 - 또 진석은 그런 형에게 화낸다
당 영화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2시간 20분이라는 런닝타임내내 되풀이한다. 이렇게 도식적인 진행 속에서 인물의 행동은 있되, 심리는 들어갈 자리가 없다. 동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양보하는 마음씨 착한 진태가 함께 구두닦이를 하던 동생을 북한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사살을 해도, 진석의 죽음에 꼭지가 돌아 인민군의 영웅이 되어도 그의 내면갈등 따위는 당 영화 별 관심이 없다. 대신 영화는 이야기 중간중간 스펙타클한 전투장면을 낑구고 볼거리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당 영화는 허리를 졸라매 오는 것처럼 굉장히 타이트한 느낌을 준다. 관객이 이를 받아들일 땐 머리로 이해해야지 가슴으로 느껴서는 안 된다. 진태와 진석의 사연을 급하게 따라가기만 할 뿐 이야기에 끼어들 틈이 없는 거다. 고로 6.25라는 역사를 반추해보기는커녕 숨 쉴 틈이 없는 이야기, 일방통행적 전개, 명령식 감정전달에 전쟁은 참혹하고 비극이었다는 아주 당근빠따적인 사실만을 주입 받을 뿐이다.
근데 전쟁이 참혹하다는 거 우리는 많은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당 영화는 전쟁에 대한 동어반복만을 하고 있는 거다. 다만 그 영화들과 다르다면 한국의 자본이, 기술력이, 인원이 투입되었다는 사실 뿐. 그러다보니 당 영화의 배경인 6.25는 단순히 소재로만 전락하지 우리의 역사적 사실만이 갖는 어떤 의미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당 영화는 애초부터 6.25에 대해 다룰 생각은 없고 일반적인 전쟁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대량의 인원과 물량이 투입된 전투장면과 신파에 기댄 진부한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소리다.
그 결과, 전쟁의 실체를 보여주겠다던 감독의 말과 달리 당 영화에는 전쟁은 없고 전투의 실체만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물론 영화는 중간중간 진석의 제대를 빌미로 한 진태의 무모한 충성을 장려하는 군 윗대갈덜의 국가주의를 드러내기도 하고 방첩대 우익들의 빨갱이 사냥을 희미하게 비추어주며 동족상잔이라는 6.25 전쟁만이 갖는 의미에서의 접근을 시도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진태와 진석의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한 배경정도의 수준에만 그칠 뿐 그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6.25 전쟁을 다루고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렇게 많은 전투장면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면 남는 건,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빛을 발하는 검댕칠한 장동건, 원빈의 얼굴과 두 형제의 비극을 빙자한 어느 전쟁영화에서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관습화된 전투의 참혹함이다.
당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의 짜집기라는 의심을 강하게 풍기고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일테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참고하는 것도 그렇고 당 영화는 보다보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설정 및 장면들이 마구 오버랩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감독의 전작 <쉬리> 때도 그랬지만 당 영화가 헐리웃 영화와 진배없는 모냥새에 접근하기 위해 취한 전략임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음이다. 게다가 한국 최초로 월드프리미어를 개최 한 것으로 보아 그 기저에는 한국시장을 넘어 세계 그것도 영화의 중심인 미국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포부도 들어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본 우원에게 있어 당 영화가 보여준 만듦새는 헐리웃과 비스무리하긴 했지만 이를 넘어서거나 차별화 되어지는 건 없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류라는 느낌만 강하게 들었음이다. 그래서 얼굴에 싸대기 맞은 듯 씨쥐티 팍팍 나는 전투기 추락씬을 보면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블랙 호크 다운>에 익숙한 그네들을 과연 무슨 수로 충족시켜 주려는 건지,라는 쓸따리 없는 생각까정 들었더랬다.
정말로 당 영화가 한국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거라면 그것은 헐리웃 영화 비슷하게 끌어올리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되려 앞썰에서도 말했지만 헐리웃화 된 화면빨보다 우리 역사, 소재가 갖는 특수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 여러모에서 200배는 더 현명할 것이라 본다. 우리 관객이 원하는 것 역시도 그렇고.
이렇게 썰 풀고 보니까 우째 <태극기 휘날리며>가 절라게 형편없는 영화인 것처럼 설명이 됐는데 당 영화 비교적 볼만한 작품이다.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이야기하며 특히 당 영화의 전투장면을 두고 미국의 한 영화사는 고작(?) 1,300만불의 제작비로 이런 스펙타클을 만들어냈다며 놀라워하기도 했단다. 또한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태극기 휘날리며>의 판권을 구입하기 위해 많은 영화사들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하니 한국영화 기술력의 눈부신 발전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기술력도 우선 이야기라는 기본틀과 이를 다루는 연출력이 뒷받침 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는 건 이전까지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실패가 말하고 있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닌가.
그래서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당 영화가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6.25만이 갖는 특수성을 깊이있게 파헤치지 몬하고 짝퉁 헐리웃 영화와 진배없는 작품이 되어 한국영화 발전의 한 지표가 된 건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을 남긴다.
6.25를 체험한 세대나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 이 전쟁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비극이고 아픔이고 끔찍했다는 사실만은 아닐 터. 게다가 민족사 최대의 비극이 갖는 참혹함이 단순히 눈물 찔찔거리는 신파로만 다가오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게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태극기 휘날리며>가 6.25를 바라보는 시선은 굉장히 아쉬웠다는 말을 남기며 이 글을 마친다. 그럼 이상!
첫댓글 뭐라 주께는지 모를 말도 쫌 있기는 하지만 맞는말인거 같아서.. 나두 어제 봤는데 다른 전쟁영화를 보고 느꼇던 감동외에... 6.25라는 우리역사를 크게 느낄수 없었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