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멸의 여름/ 최형심
나의 노래는 은색 휘양을 두른 유월의 바다 위에서 왔다. 모래무치를 묻은 발아래는 적란운……, 외가지에 드리운 실잠자리 주검에 뒷머리를 앓는 아이가 물 위를 떠갔다.
해루질에 지친 몽상가의 아이들과 등롱을 걸고 할미울에서 물그림자를 길어 올렸다. 도르래를 타고 곡식들이 키를 늘이면 주화 속 첨탑으로 걸어 들어가 저녁종을 칠거야.
고래와 구름 사이로 신들이 내려와 늘 푸른 생선이 소녀들처럼 나이를 먹었다. 뭍사람들은 폐허가 벗어 놓은 햇살 쪽으로 가서 눈이 멀었다.
가벼운 신을 신은 전령사들이 수림(樹林)에 청무를 심을 때면 쉬이 해거름 오고 일곱 국경 너머 숨비소리 들려왔다.
농막에 어린잎들이 엎드려 잠들었다고 평발의 물고기좌에선 외뿔을 가진 점자들이 점점이 섬을 이루었다.
푸른 촉에 물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천정(天井)에서 밤마다 별빛 이삭을 주웠다. 별을 남의 식솔들처럼 헤아리며 나그네새는 꽃밥을 비웠다.
몽고지를 저어 닿지 못하는 나라……, 그리운 어족들과 바다풀 집을 짓고 싶었으나 부레를 잃은 애벌레로 청보리밭에서 눈을 떴다.
심해어들과 나란히 누워 부조리극에 초대된 시인처럼 함부로 살았다. 여름이 가자 나의 빈 껍질 속으로 크고 작은 문장들이 들어와 오래 머물다 갔다.
— 격월간《시사사》2017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