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를 향한 아름다운 당신 2
전홍구
봄비가 햇빛 찬란한 들녘을 걸어가며
나는 풀잎의 귀를 빌려 당신 이름을 불렀다
젖은 흙냄새 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오르자
내 가슴도 그 새를 따라 북쪽으로 흔들렸다
강물은 연둣빛 치맛자락처럼 바람에 젖어 있었고
나는 돌다리 위에 앉아 오래 신발 끝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에게 가는 길은 지도보다 먼저 꽃이 알고 있어
민들레 씨앗들이 먼저 길 위로 몸을 던졌다
햇살은 나무의 어깨에 기대어 졸고 있었고
나는 숲속의 숨소리를 천천히 주머니에 담았다
참나무 잎 하나가 내 손등 위에 떨어질 때마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내 안에서 다시 푸르러졌다
열하로 가는 바람은 이상하게도 따뜻하여
나는 자꾸 뒤돌아보며 오래된 슬픔을 벗어놓았다
강가의 버드나무들이 머리카락을 풀어 흔들자
내 외로움도 물고기처럼 물속으로 숨어버렸다
낮게 흐르는 구름 아래서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한 개의 강을 키운다고
그 강 끝에 아름다운 당신 한 사람 살아 있어
나는 평생 그 물결을 건너는 뱃사공 같다고
산벚꽃이 허공에서 환하게 무너지던 저녁
나는 문득 내가 꽃잎 속을 걷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은 자꾸 늙어가는데도 봄은 늙지 않아서
당신 생각만 하면 아직도 나무마다 새순이 났다
밤이 오자 개울물은 은빛 짐승처럼 울었고
풀벌레들은 작은 촛불 같은 울음을 켜기 시작했다
나는 모닥불 곁에 앉아 당신의 그림자를 말렸고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오래된 그리움이 새가 되었다
열하는 멀리 있었지만, 마음은 늘 먼저 도착하여
새벽마다 안개 속에서 당신 창문을 두드렸고
나는 이 세상 모든 길이 결국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걸
꽃 피는 강변의 자갈들을 밟으며 천천히 배워갔다
오늘도 나는 봄의 마른강을 다시 건너간다
풀잎들은 서로의 어깨를 밀며 연둣빛 파도를 만들고
그 파도 끝에서 당신이 환하게 돌아보는 순간
나는 비로소 한 사람의 봄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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