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2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요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운 분들이 마구 쏟아내는 거침없는 망언과 막말 앞에 청소년 교육자로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단어들만 계속 접해도 부족한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그런 아이들 앞에 틈만 나면 끔찍한 극단적인 말들을 여과없이 토해내니, 참으로 큰 걱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에 길이 남을 망언들, 요즘은 쉽게 지우지도 못하는데, 영원한 가문의 수치로 남을텐데,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반면에 수백,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한 인간 존재가 남긴 감동적인 생애나 불멸의 어록들이 생생히 살아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60)가 그랬습니다.
그녀는 우리보다 1700여년 앞서 사셨던 분입니다.
동시대를 살다간 다른 존재들의 이름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완전히 잊혀졌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참 신앙인으로서의 본보기는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던지, 그녀의 이름과 찬란한 생애는 아직도 교회 역사 안에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체칠리아의 생애에 대한 신빙성 있는 역사적 문헌이나 사료는 현재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5세기 중엽에 기록된 그녀의 순교록이 필사본으로 남아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체칠리아는 로마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면서, 평생을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로 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강력한 원의에 따라 이교도였던 발레리아누스와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식이 끝난 후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았는데, 놀랍게도 남편은 흔쾌히 그녀의 계획에 협조하게 됩니다.
체칠리아의 인품과 신앙에 크게 감화를 받은 발레리아누스는 그의 형제 티부르티우스와 함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박해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히 복음을 선포하다가 당국의 미움을 사게 됩니다.
로마 신전에서 제사를 바치라는 요구에 당당히 맞서다가 마침내 영광스런 순교의 월계관을 쓰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부터 천상의 삶을 살았던, 그래서 더 이상의 세상의 박해가 두렵지 않았던 체칠리아의 굳건한 신앙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진정한 삶은 이 세상의 삶이 아닙니다.
영원한 삶을 누리도록 허락된 우리들에게 이 세상에서 보내는 몇 년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원히 살기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서의 몇 년은 잃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합니다.”
“제 육신은 눈처럼 희고 제 입술은 백합처럼 순결합니다.
제 주변은 위협적인 불길로 둘러쌓여있지만 저는 그 불 속에서도 타지 않을 것입니다.
오, 하느님! 제 심장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당신을 찬미할 것입니다.”
부당한 권력의 앞잡이요 시녀로 전락한 거대 공영 방송과 그리고 동시에 병마와 싸우느라 무척이나 수척해진 이용마 기자가 최근 보다 나은 세상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자신의 열살짜리 쌍둥이 아들들을 위해 쓴 유언과도 같은 글들을 모아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그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이런 글을 썼습니다.
“나의 꿈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온 몸을 다 바친 이용마 기자를 바라보며, 그야말로 이 시대, 우리나라와 민초들을 위한 거룩한 순교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