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스펙평가/비교나 지식인 같은 내용만 올라오고 있어 몸소 떡밥이 되고자 이 글을 쓴다.
나는 올해 하반기 현대자동차 그룹 핵심계열사에 합격했다. 여기 취게 게시판지기인 선봉공대의 도움이 컸다.
작년에 나는 10대 대기업의 핵심계열사의 사원이었다. 뭐..신입때부터 존나 빡시게 시키는 중간층이 없는 회사의 단점을 알아채고 과감히 퇴사를 결정하였고, 배수진 치고 달려든 결과 꿀같은 합격을 맛볼 수 있었다.
서론이 길지만 전직장 얘기를 하자면 연봉도 괜찮고 주 2~3회 칼퇴하는 수도권 근무지의 회사였다.
내가 일하던 부서는 신입이 갈 수 없던, 뽑지 않던 부서였는데 처음으로 뽑아봤다고 한다. 애기를 어떻게 키울지 모르는 부서였다. 중간층이 없어 실무를 물어볼 수가 없고, 히스토리가 없어 실무를 해온 역사를 찾아볼 수 없고, 매뉴얼이 없어 실무를 할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비유를 하자면 중3학생이 2주 후까지 유체역학을 배워야 하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고, 유체역학 솔루션이 없고, 교재가 없는데 문제는 매일매일 쌓이는 형편이었다. 할 줄 모르니 쌓이는 것은 문제 뿐만 아니라 괴로움과 스트레스였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다른사람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보고 베끼는 거다. 나는 일을 그렇게 했다. 미적분도 모르는데 뭔 유체를 이해하고 풀 수 있을까? 그냥 찍는거다. 1번 답은 5
더 심각한건 중간층이 실무를 몰라서 답이 5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그냥 결재가 올라간다. 바빠서 그냥 클릭하는게 아니다. 중간층은 나를 불러서 왜 5가 나왔느냐고 물었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나름대로의 합리적 결과였음을 설명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결재를 눌러줬다. 어깨힘이 빠지고 황당했다. 나는 퇴근해도 스트레스 쌓이고 머리 쥐어뜯으며 고생한 결과인데 이사람은 2분설명을 듣고 결재를 눌러 스트레스를 해소시켰다. 그것보다 앞으로도 피드백을 기대할 수 없겠다는 절망이 앞을 가렸다.
더 심각한건 이제 어느정도 근사값을 갖출정도의 능력이 되었을때, 다른사람이 어떻게 하고 있나 보면, 그냥 막장이다. 5를 50이라하고 결재 후 1년뒤쯤 5로 수정한다. 작년대비 훨씬 정확한 값을 얻어냄! 이라고 궁색을 갖추고 이빨털면 팀내에서 유능한 인재가 된다. 어차피 중간층은 그런가보다 한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이새끼..작년에 나를 속였구만 이라고 개털어야 하지만 아는게 없으니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걸 보고 충격에 빠졌고 퇴사를 결심한다.
겉은 대기업이었으나 일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나 다름 없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25일까지 들어와야 하는 물건이 있다. 25일에 제품조립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협력업체에 전화를 걸어 25일까지 되겟냐고 물어봤더니 30일 이후에나 가능하단다. 나는 또 머리를 쥐어뜯으며 며칠을 그렇게 싸웠다. 윽박도 질러보고 구슬려 보기도 하고 직접 찾아가서 문제가 뭔지 실사도 하고...사실 협력업체가 배째고 안해주면 나로서도 방법이 없지만 이정도까지 정성을 보이면 코피쏟으며 야근을 해서라도 만들어 주는게 보통이다.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개스트레스 받으며 25일까지 납기를 단축시켜 한시름 놓았다 하고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데, 다른 부서에서 물건을 못대서 25일 조립 안하고 31일에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씨발소리가 턱밑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그 부서는 무슨 책임을 지느냐? 아무 책임이 없다. 흐지부지 된다....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내가 고생한건 상관없지만 25일까지 해보겠다고 나한테 괜히 욕먹고 코피쏟으며 야근하고 집에가서 애 자는거밖에 못보던 그 회사 직원들은 심정이 어땠을까.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다보니 그 후로는 내말도 안믿는다. 나조차도 회사의 계획을 안믿는데?
여하튼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이 회사는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전혀 없어 일을 배우기 참 힘들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덧붙여 회사의 인맥은 정말 중요하다. 그 부서말고 다른 유관부서 사람들과도 친해져야 일이 쉽다. 모르면 물어볼 사람도 더 많아지고 메일로 쓰기 쫌 뻘쭘한 내용들은 전화로 부탁하기도 훨 쉽고...
나같은 경우는 멍청하지만 인맥관리는 정말 잘 해놔서 4개월전 퇴사를 했지만 연말 팀회식때도 초대를 받았다.
남들처럼 비밀리에 이직을 준비한 것도 아니며 대놓고 "아 관둬야지 퇴사해야지 대리님 현대차 경력사원 20일까지 접수래요~" 라고 떠들 수 있을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심지어 내가 가고 싶어하던 회사의 설명회 일정, 최신 뉴스 같은 것들도 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이 사람들을 두고 가는 것은 참 마음이 아팠고 힘든 결정이었다.
지금도 회사선택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훌리들을 위해 썼다. 앵간하면 큰 회사 가라.
첫댓글 큰기업에서 그런일겪었는데 큰기업가라고?
전직장에 정도 들어서 까놓고 말할 순 없고- 20년 이상된 대기업가라구
왠지 엠코를 말하느것같군..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ㅇㅇ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현직은 까고 말하면 걍 현차다 전직은 말 못해주겠다 다른애들이 부정적이미지 가지게 될까바
체계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좋지 ㅅㅂ 병신같은 중소기업 다니느냐 좆나 짱난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ㅇ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난 지금 외국계 들어가려고 하는데 내가 지원한 직무 나 1명임 들어가면 내 윗선배가 나보다 10살정도 많다고 하는데 ... 이거 괜찮을까? 차라리 그냥 많이 뽑는 큰 대기업 들어가는게 나아?
외국계 어딘지 모르겠지만, 외국계의 특징이 존나 체계적이라는 거야. 거의 모든게 매뉴얼에 있다고 하고 귀책문제도 깔끔하대.(자기책임만 일하면 됨) 전직장 경력사원들이 GM대우에서 넘어온사람들이 많았는데 외국계는 체계나 프로세스는 확실하다고 하더군. 그냥 너 말로는 외국계 어딘지도 모르겠고 대기업 어딘지도 모르겠어서 뭐라 말을 못하겠다.
정확히 말할게 내가 가려는곳은 바스프고 직무는 엔지니어임 그리고 다른 대기업은 포스코건설이고 플랜트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