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787
신심명-015
동봉
제3칙
제1장 지도至道
제2절
만에하나 털끝만치 차이를두면
하늘땅이 다르듯이 벌어지는법
두눈앞에 드러나길 진정바라면
따르거나 거슬림을 버릴지어다
호리유차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懸隔
욕득현전欲得現前
막존순역莫存順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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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16년에 열 달에 걸쳐
천자문 강의를 했는데
탈고한 지 37개월이 가까워 오도록
책으로 묶어 내지 못하니
많은 이들이 무척 궁금해한다
하여 천자문 첫머리에 실린
하늘 천天과 따 지地 자만을 가져와
신심명 하늘과 땅 강의에 갈음한다
그날 글에서 가믈 현玄자 와 함께
누를 항黃 자를 생략한 절반의 양이다
경어체 그대로 가져와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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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하늘 천天
수평선/지평선 위로 보이는
드넓은 공간이 곧 '하늘'입니다
'하느님'을 달리 이르는 말이며
천신, 천사, 천인을 부르는 말입니다
기독교 영향을 받아들여
하나님이 머무시는 곳
티없이 깨끗한 낙원의 세계
하늘나라 곧 천국을 일컫습니다
영어 표현도 다양합니다
스카이Sky
디 에어the Air
더 헤븐스the Heavens
헤븐Heaven
파라다이스Paradise
갇God 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늘'을 대표하는 한자는
천자문 첫 글자 하늘 천天이고
이 밖에 새김訓이 같고
발음이 같거나 다른 경우가 있지요
한번 낱낱이 더듬어보겠습니다
하늘 천天/祆/靝/靔/兲/䒶
하늘 건/마를 간乾/乹/漧
하늘 민旻/旼
하늘 호/높을 호昊/㚏
하늘 공/빌 공/헛될 공/산소 공空
하늘 궁穹/宆
하늘 소/닮을 초霄/㲵/䨭
하늘 륭㝫
하늘에 예 지낼 륭㚅
하늘 뜻 어길 와迗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
하늘은 높은 곳 저 위一에 있고
땅은 낮은 곳 이 아래一에 있으며
사람人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삼재三才라 하지요
이는 관상에서 말하는
이마와 코와 턱이 아니라
하늘과 대지와 사람을 일컫습니다
하늘天과 사람人이 다른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결코 다른 세계가 아닙니다
한문에서는 같은 세계로 봅니다
하늘 천天 자를 보면서
화가며 수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다시 말해 인체 비례도의
소묘 작품을 떠올리곤 합니다
두 팔 두 다리를 벌리고 선 사람을
정면에서 그린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사람 인人자를 보면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해가는
인류 진화 계통도를 대한 듯 느껴집니다
걸어가는 사람의 옆모습이지요
중국인은 하늘을 표현할 때
공간으로서의 하늘이 아니라
존재자로서의 하늘이었고
존재자는 천인天人이었습니다
천인은 하늘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모습을 닮은 신인 동시에
가믈한 하늘에 사는 하늘 사람입니다
미국에 사는 사람에게
나라 이름을 접두어로 붙여
'미국인' '미국 사람'이라 부르지요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사는 사람이기에
'천인' '하늘 사람'이라 합니다
이는 환경을 존재에 곁들인 호칭이고
직업과 신분을 부여하여
부르는 예입니다
이름 외에 아버님, 어머님, 작가님
시인, 목사, 군인, 국민 하듯 말입니다
군인軍人은 군軍도 사람이고
나아가 인人도 사람입니다
.민간인民間人에서 民間도 사람이고
인人도 분명 사람의 지칭입니다
그처럼 하늘天이 사람人이고
사람이 곧 하늘입니다
동학 교주 손병희 선생이
동학을 천도교로 재편하면서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내세운 게
하마 115년 전 이야기입니다
인내천은 '사람이 곧 하늘'입니다
하늘이 공간 개념이 아니라
하늘의 주재자 하느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 아들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입니다
하느님은 가족계획에 앞선 분으로서
예수님 딱 한 분을 두었을 뿐
따님은 두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누님이나 여동생도
나아가 하느님의 따님 얘기도
지금까지 나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불교에서처럼
모두 불자佛子라는 보편적 개념은
기독교의 성자 예수님에게는
도저히 붙일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지닌 특수성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자
곧 그분의 대리자인 까닭이지요
법화경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불교경전에는 천인天人이란 말이
뜻 밖에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천인天人을 '하늘'과 '사람'으로
나누어 푸는 학자도 있지만
나는 '하늘 사람'으로
묶어서 풀이합니다
하늘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매우 중요한 이름씨니까요
하늘, 땅, 해, 달, 별들과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 대해
모두 다 얘기하려면
지면을 더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0002 따 지地
땅과 관련된 한자들도 볼까요?
따 곤坤/堃
따 지/막을 방埅
따 지坔/墬/嶳/埊
땅 이름 반/차례 번/날랠 파番
땅 이름 합/좁을 합/좁을 협陜
따 침埐 자가 있습니다
'땅'의 옛말은 '따'이기도 하나
받침 탈락 법칙에 따라
하늘ㅡ하느님
아들ㅡ아드님
딸ㅡ따님이라 하듯
우리말에는 경칭을 붙일 경우
앞 이름씨의 받침을 생략하고
뒤에 님을 붙입니다
땅이 '따'로 발음된 것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조선 시대에 이르러 남존여비로
남편은 하늘처럼 받드는데
아내는 땅이라며 하대했습니다
낭군님 서방님은 있으나
아내님 집사람님은 없었지요
'마누라님'은 요즘 붙인 말입니다
조카님 아우님도 있지만
남자 아우가 아니고
남자 조카가 아니라면
뒤에 '님'자를 붙이지 않습니다
하늘이 신격화되어
이른바 '하느님'이 생기면서
땅에 대한 가이아 이론이 등장합니다
물론 정식 가이아 이론의 시작은
1970년대 초 서양 학자
제임스 러브룩에 의해서입니다
아무튼 땅에 대해서도
신격화된 칭호를 붙입니다
그것이 따님이었는데
남의 딸을 따님이라 부르게 된 것은
이처럼 땅을 신격화하면서
어부지리로 얻어지게 된 존칭입니다
땅 지, 땅 곤, 땅 침 등이 아니고
따 지, 따 곤, 따 침 따위로
발음하여 읽는 것은
남의 딸을 따님이라 부르듯
고어가 아닌 현대어 높임말입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하늘 땅에만 국한된 게 아니어서
비가 내리는 것을
'빗님이 오신다'고 하고
산, 하천, 불을 신격화하여
산신, 용왕, 조왕님으로 부릅니다
토템Totem에서
토테미즘Totemism이 생깁니다
성황당 숭배도 그렇거니와
땅을 신격화하여
지신, 터줏대감이 되고
마을 한가운데는
마을을 지키는 신목이 생겼지요
이들을 빌미로 하여
남의 귀한 딸에게
따님이 가능해졌습니다
땅은 하늘로 더불어
가장 큰 의지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도
"넌 엄마 아빠를 얼만큼 사랑해?"
라고 물으면 아이의 표현은
양팔을 벌리며 자연스레 답합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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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데서 덮은 하늘天과
낮은 데서 받친 땅地은
그처럼 눈에 띄懸게
사이가 떨어隔진 세계로 알고 있다
하나 이처럼 포근히 감싼 하늘과
하늘로써 옷을 삼은 대지는
한 치도 떨어질 수 없는
매우 가까운 관계다
따라서 천지현격天地懸隔은
알고 보면 하늘과 땅처럼
별다른 세계가 아니라
마치 옷과 피부처럼
피부와 속살처럼
속살과 뼈처럼
뼈와 골수처럼
맞닿은 소중한 관계다
멀리 떨어진 사이가 아니라
시공간에서 늘 함께 하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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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백범김구기념관 일붕문학상 수상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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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019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