燕山爆政貞顯憂...연산폭정정현우中宗反政始棄恙...중종반정시기양虛翁王冠逐紅裳...허옹왕관축홍상成宗遺骸剖棺陽...성종유해부관양 연산임금의 폭정정현왕후 즉 자순대비의 근심진성대군 중종의 반정비로소 시름을 놓았네 허수아비 임금의 왕관녹의홍상만을 쫓았네성종 임금의 유해관을 쪼개서 햇볕을 쬐였다네...
구정동아 구정동아
고정희
예수께서 재림한 날이 다소 가까워지자 구정동에 가시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에 앞서 사람을 보내셨다 그들은 먼길을 떠나 구정동에 당도하자 예수가 머물 거처를 수소문하였으나 구정동 주민들은 그런 수상한 자를 차고에서라도 재울 수 없다며 집안에 맞아들이기를 단연 거절하였다 또 이 지역을 순회하던 방범대원은 주민등록마저 없는 자가 어찌 언감생심 구정동 금파트에서 이슬 가릴 생각을 하느냐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를 본 제자 김교신과 함석헌이 주님, 씨알 없는 땅에서 미련을 거둘까요, 하고 물었으니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고 나서 구정동 사랑가를 부르시며 목놓아 우셨다
아직도 내가 너를 짝사랑하는구나
구정동아, 구정동아,
아직도 내가 너를 짝사랑하는구나
내 속에 네가 있고 네 땅에 내 백성이 거하지 않는구나
암탉이 병아리를 품어안 듯
내 너를 안으려 얼마나 애썼더냐
네 얼굴을 마주 대하고 말할 날을 간절히 기다렸으나
그 때마저 너는 거절하였다
이제 나는 너를 어쩌란 말이냐
이 땅에서 가장 고독한 백성아
오늘 너와 내가 이별이란 말이냐?
몸 푸는 여자처럼 내 아픔이 크구나
내가 너를 다시 찾는 날은 없으리라
너와 나 사이에 이별이 있다면
네 땅에서 내가 내쫓기는 이별이요
내 나라에서 네가 버림받는 이별이다
일찍이 두로와 시돈이 너와 같지 않았더냐
구정동아, 구정동아, 구정동아
시대의 재난이 강물처럼 흐르는 시대에
너는 망령보다 고약스런 거드름을 피우며
가난한 백성과는 상종조차 멀리하고
축재를 뽐내는 특권층이 되려느냐?
탐욕의 피라미드에 금테를 덧입히고
피묻은 바벨탑에 장식을 매달면서
교만의 기운이 문전마다 꽉 찼구나
네 몸에서 나는 썩은 냄새가
밤마다 내 침상을 둘러싸는구나
향유를 말로 부어도 소용없다
내 미련이 이리 큰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너를 태어나게 하지 말 것을
너희에게 내린 물질의 기적을
판자촌과 동두천에 내렸더라면
네 타락이 그리 깊지 않았을 것을
그 날에 포주와 살인범이
너보다 다행스럽다 말하게 되었구나
강남아, 가파르나움아
가혹하고 고통스런 환란의 시대에
내 백성의 피땀으로 호화스럼을 누린 자는 다
무서운 폐허에 떨어질 것이다!
정녕 나는 너를 어쩌란 말이냐
내 속에 네가 있고 네 땅에 내 백성이 거하지 않는구나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이정하 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