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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실버타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에서 실버타운 사업이라고 하는 것들은 마치 한국 사람이 일본 옷을 입고, 입으로는 영어를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우리사회 다른 분야도 이런 현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처음 해보는 이 ‘실버타운 사업’이란 것을 하면서 벌어진 기현상이다.
이는 마치 한국 사람이...
일본 옷을 입고...
(일본 노인복지법을 그대로 베낀 노인복지법, 법체계는 독일, 일본식)
입으로는 어린쥐~ 어린쥐~ 하는 것과 같다.
(이 땅에서 미국식 실버타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다)
미국식 실버타운(Retirement Community), 과연 우리 현실과 맞을까?
마이애미에는 장기 임대호텔이 즐비하다. 미국의 연금 생활자들은 전 재산을 투자해 그곳에 입주하고 꿈에 그리던 안락한 노후를 즐긴다. 따뜻한 햇살의 삶은 그러나 썩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욕망의 통조림 공장에서 은퇴한다는 것은 쓸모없는 빈 깡통 같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으며 임종 침대의 옆에는 가족이 없을 수도 있다. 우아한 쓰레기 처리장의 끔찍하고 괴기스러움. 미국식 실버타운의 모습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아직 ‘그림에 떡’같은 얘기지만.
여기 사회민주당원이 있다. 그는 패전국 독일에서 성장해 1975년 브레멘 시의회에 진출했고 교육장관과 법무장관을 지냈다. 1995년 브레멘 시장에 당선됐고 2005년 전격적으로 시장에서 물러난다. 헤닝 쉐르프는 은퇴 뒤 독일에서 이름 높은 주거공동체를 만들어 아름다운 노후생활의 모범을 실천해가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날로 심각해지는 오늘날, 노인과 젊은 세대가 서로 윈윈하는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서 이웃과 가족처럼 지내는 주거공동체를 주장한다. 그는 주거공동체를 직접 실현하면서 주거공동체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엘리베이터가 갖춰진 빌라를 공동으로 구입한다. 다섯 세대씩 묶어 공동주방과 공동도서실을 만든다. 매주 토요일에는 각 세대가 번갈아가며 모든 사람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가정부나 간호사에 대한 비용은 공동으로 지불한다. 자녀나 손자들이 찾아오면 이 집 저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뿐 아니라, 이곳 친구들 모두의 손자 손녀가 된 여섯 아이들만 따로 지내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성찰에 더해, 죽음에 대한 독일인다운 진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존엄하게 죽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절망과 두려움을 이겨낸 노후, 은발은 아름답다.
(한겨레신문 2007.6.1 손준현 기자)
헤닝 쉐르프, 독일의 전 법무부 장관이자 브레멘시 시장을 역임한 이 통찰력 있는 독일인의 눈에 비친 미국식 실버타운(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은 한편으로는 우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와 떨어져 노인들만 따로 모여 사는 모습이 괴기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외국의 제도를 들여올 때는 우리현실과 맞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일이다. 필요한 것은 통찰력이다.
미국식 실버타운(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의 홍보용 홈페이지
미국식 실버타운(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의 특징은 일부 특정인을 위한 폐쇄형 주거단지라는 데 있다.
이러한 미국식 실버타운(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은 1990년대까지는 나름 번창했으나 2000년대 들어와서 사정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 태생적인 한계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폐쇄형의 대규모 집단시설이라는 한계이다.
존 로빈스. 백세 혁명(healthy At 100). p. 364
특정인들(부유층)만을 위한 폐쇄형 주거단지 사업은 200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데, 여기에는 유엔의 권고이기도 한 마드리드 플랜(2002년)의 역할 또한 컸다고 볼 수 있다. 마드리드 플랜의 핵심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이다. 루스 베네딕트와 존 로빈스의 통찰력을 통해 살펴보면, 미국식 실버타운이라는 것은 폐쇄형의 집단주거단지로서 지극히 미국적인 특수한 케이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지시설부지(보존녹지 등 주택을 절대 지을 수 없는 곳)에 지은 후 "미국식 실버타운"이라고 광고하고 분양하는 한국의 유료노인복지주택(노유자시설) - 미국으로부터 알맹이 아닌, 껍데기만 들여 온 것은 아닐까?
사진은 노인복지시설인 성남 더 헤리티지 유료노인복지주택
여기에 숨어있는 또 다른 측면은 자율성의 차이이다. 미국식 실버타운이라 할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Retirement Community)나 우리나라의 유료노인복지주택 같은 경우 사업주의 사업성을 위해 대규모의 시설이 되기 싶고, 시설 위주의 운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운영회사(운영주체) 주도의 운영이라는 조건에서는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사실상 주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바로 운영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이고, 자기결정권의 문제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와 입주자와는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계약의 이행과 관련한 수많은 소송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유층의 노인들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한계는 결국 수요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공동체를 벗어나 따로 폐쇄형으로 시설을 만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바람직하지도 않고,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동안의 결과를 놓고 봐도 이는 너무나 명백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부 부유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란 것들은 이미 그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 상류층을 위한 고급시설일수록 입소율이 오히려 낮은 편이다. 이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곳은(김제 노인전용아파트와 부산 흰돌실버타운, 안성 유무상통마을 등 중산층 위주의 시설) 노인들의 호응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필요 최소한의 시설이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추세는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양로원 같은 시설보다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코하우징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코하우징(Cohousing)은 북유럽에서 시작된 주거 공동체 운동으로 따로 운영회사가 없는, 자율적인 주거 공동체를 말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그 사업들이 시작되었다.
서울시 마포구의 성미산마을, 충남 서천군의 산너울마을, 그리고 전남의 강빛마을 등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주거공동체 운동(코하우징)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 중 노인을 위한 코하우징(Senior Cohousing)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영리단체 혹은 제3섹터 운동의 육성 및 활성화
대규모 주거단지로서의 실버타운 사업이라는 것은 고비용, 고위험의 사업이다. 그래서 시니어 코하우징은 소규모로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코하우징의 경우 관리 및 유지비용이 높을 수 있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규모 시니어코하우징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가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 또한 이런 식으로 그 사회적 비용을 줄여 나가고 있다.(미국의 코하우징 지원 비영리단체 www.cohousing.org )
앞으로는 이러한 시니어 코하우징에 거주하는 노인들 뿐 아니라 일반주택에 거주하는 단독노인세대 또한 그 대상으로 포함하여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미국식 실버타운은 일부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자율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너무나 명확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템도 일정 부분 필요한 일일 것이다. 모든 노인이 다 자율적인 환경을 선호한다고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시설을 무작정 보편적인 복지시설과 같은 범주에 넣어 각종 특혜(복지시설 부지 등에 마구 짓는 등의 입지제한의 완화)를 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많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부유층이라 하더라도 복지혜택을 꼭 줘야한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 곧 정상 운영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양을 하지 않아야 한다. 삼성 노블카운티나 교원공제조합의 서드에이지 같은 시설의 경우가 그렇다. 그들은 분양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다.
복지정책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은 무분별한 특혜를 남발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는 최선 혹은 차선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다.
구 분 |
미국식 실버타운 (Retirement Community) |
시니어 코하우징 (Senior Cohousing) |
규 모 | 대규모 (200세대 ~1,500세대) | 소규모 (보통 20세대~50세대) |
운 영 방 법 | 시설 위주의 타율적 운영 | 주택법을 기반으로 자율적 운영 |
대 상 | 일부 특정인(부유층) | 보편적 노인 |
우리나라의 예 |
더 헤리티지, 더 클래식500, 삼성 노블카운티 외 |
강빛 마을(전남 곡성), 산너울 마을(충남 서천) |
첫댓글 윗 글은 우리나라에서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현상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실버타운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며,
세계 어디에서 이 말(실버타운)을 쓰는 곳은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고급타운하우스뿐 아니라 임대아파트 등 노인용 '주거'는 다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