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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입니다.
이렇게 달력이 한 장 남으면 우리는 흘려 보낸 시간이나 새롭게 다가올 시간 등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사실 시간이란 달력과 시계로 나타낼 수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떤 일을 겪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따라
늘 다른 속도와 다른 의미로 다가 오는 게 시간일테니까요.
지난 11월 29일 우리 27기 동창회를 했습니다.
제가 좀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이틀 전의 화재 후유증으로 머리가 많이 아팠고 게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쫌이라도 예쁘게 보일 욕심으로 평소에 안 신는 뾰죽구두에 조금 튀는 색깔의 털옷까지
걸쳤던 터라 지하철을 타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싶어 남편이 태우러 올 때까지 기다리다 늦었죠.-
"권기사 운전해. 어서~"
"권기사 이러다 늦겠어. 빨리 운전해 어서~"
이렇게 재촉했지만 강남길 장난 아니게 막힙디다. ㅎㅎㅎ
동창회 시간이 순식간에 휙휙 지나가 버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저에게는 이번 동창회 역시
무척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게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그 시간을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교실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교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예회 정경을 바라 보는 것과
교실 안에서 자신이 직접 춤추고 노래하고 환호하고 또는 필요한 소품을 전해 주기도 하며
학예회의 일원이 되는 것과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리창 밖에서 보면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재미있는 동작도 소리 죽인 TV화면의 느린 그림처럼 지루해 보일겁니다.
겨울날 유리창 밖은 조금 춥기도 하겠죠?
저는 그날 동창회장 안에 있었으면서도
유리창 밖에서 지켜 보는 기분이 들었던 친구가 한 명도 없었으리라 믿으며
그날 각자의 사정으로 동창회에 동참하지 못 했지만, 마음만은 교실 안에 와 있었을 친구들을 위해
교실 안 학예회 풍경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동창회는 1부와 2부로 진행 되었는데 1부는 부회장 김원향의 사회로 개식사와 케잌컷팅
그리고 뷔페로 차려진 푸짐한 식사를 했구요.
2부는 초청사회자의 진행으로 여흥시간을 가졌답니다.
-조별 대항 게임-
조는 반별로 나누었는데 인원이 적은 반은 통합하여 모두 8조로 나누어서 진행.
첫번 째 대결은 조장들의 막춤
조장 주재희, 이한우, 김성애, 박진숙, 손인실, 최은희,김경림, 김순희 등이 나름대로 막 추었는데
절대지존 손인실
다음은 왈왈게임-옆으로 고개를 돌려 왈!왈!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게임으로 박자를 놓치면 짐-
지난 2월 동창회 때도 이 게임을 했었는데
그 때의 강력파워 김원향이 이번에는 견제세력에 의해 집중공략을 당해 의외의 탈락~
사회자가 인정한 다크호스 김혜란도 얼떨결에 탈락~
남은 다섯 명이 목소리 길게 뽑기로 승부를 가림.
최은희, 신혜경, 손명희,남현자,박혜영이 자신의 이름 끝자를 길게 뽑은 결과 남현자 승!
번외로 도전한 이한우가 남현자의 기록을 깼답니다.
다음 게임은 천원짜리 지폐의 끝자리 번호를 0에서 9까지 일련번호대로 맞춰 오는 게임이었는데
감동 장면 소개합니다.
김영미는 자기 조 완성하고도 다른 조까지 맞춰 주느라 천원짜리를 한 움큼 쥐고 와선
바닥에 엎드려 결국 완성시켜 주는 따뜻한 대결을 펼쳤답니다. 짝짝짝~.
?조는 결국 포기하고 다른 조는 다 맞춰서 그렇게 모아진 70장의 천원짜리 지폐 7만원은
우승팀에게 주기로 했는데 7만원이라서 였을까요? 7조가 그 귀한 상금을 탔답니다.-나 7조 히히-
다음은 조별로 돌아 가며 노래와 댄스 대결을 했는데
통합점수를 분석해 본 결과 노래 실력으로 점수를 매기지 않고,
조원들의 단합심과 준비하고 노력한 흔적을 참고해서 점수를 준 것 같았습니다.
-우승해서 상금 탄 7조는 머리에 냅킨을 쓰기도 했고, 촛불세레모니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우리들은 친구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탁자를 요리조리 피하며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했지요.
기차놀이를 하면서 얼마나 크게 웃었던지요.
동심으로 돌아간 듯 얼마나 즐거웠던지요.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두 기차의 기관사는 인실이와 미정이였는데
등대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미정이가 이겨
결국 우리의 기차는 하나가 되었지요.
그리고 사회자가 회장 영득이의 노래에 이어 부회장 신혜경에게 노래를 청하자
혜경 왈: "저는 절대 노래 못 해요. 이 자리에 노래하러 나온 게 아니라
동창회 상황보고하러 나왔어요. 저희들 열심히 준비했는데 여러분도 이렇게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남'할게요."
노래 절대 못 해요, '만남'할게요. ㅋㅋㅋ
끝날 시간도 아니었는데 혜경이가 만남을 부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 하나의 원을 만들기 시작해 사회자가 당황하는 사태 발생
ㅎㅎㅎ 언제라도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답니다.
'사랑을 위하여'라는 노래였나요? '사랑으로'라는 노래였나요?
모두 사랑 노래를 합창하며 우리는 옆에 있는 친구들을 껴안았습니다.
시간 관계상 보고 싶었던 친구들 모두 다 한 번씩 껴안아 주지도 못 하고,
얼굴 아는 친구들 이름도 다 불러 주지 못 하고,
처음 보는 친구들 이름도 묻지 못 한 채 노래가 끝나더군요.
다음 동창회 때는 게임을 한 가지 줄이더라도
비잉 둘러 서서 한 명씩 돌아가며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고
그리고 한 번씩 뜨겁게 껴안아 주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단단하게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경품행사-
이번 동창회 때는 기증상품이 많아서 무척 풍성했습니다.
우연히 두 개 이상 상품을 받은 친구들은 같은 조 친구들과 서로 서로 나누어 갖기도 했지요.
-나누면 기쁨이 커지잖아요^^-
10만원 상품권을 받은 구옥모,
에비타표 받은 박인숙,
돈주앙표 받은 박미경,
발렌타인 17년산 받은 김경복 -집에다 3년 묵혔다 20년산이라고 우기지 않을 친구 ㅎㅎ-
토종꿀단지 받은 이한우
5만원 상품권 받은 전영숙
달맞이종자유 받은 김정숙,
써큐란 받은 백정임,
맘마미아 받은 이옥란,
'배려'라는 책과 시모음집 받은 김정혜
또 경품 받은 친구들 있으면 자진납세 리플 달아 주세요.
이 외에도 상품으로 천연비누와 푸파 화장품 그리고 보석공예로 만든 멋진 악세사리 등이 제공되어
푸짐했답니다.
모두 좋은 책 한 권 씩과 좋은 화장품은 기본으로 받았구요.
-기증자 명단은 알림방에 있어서 생략함-
또 한 가지 까페에서 준 선물도 있었답니다.
기억하십니까? 까페에서 돌발퀴즈를 내어 정답 맞추면 동창회 때 주희가 만든 보석공예 셋트를 주기로 했는데 혜영, 순희, 은경이 정답을 맞췄고 인실은 오답.
그래서 그날 참석한 혜영, 순희가 멋진 선물을 받고-사진방에서 보세요. 순희가 즉석 착용했답니다-퀴즈에 참여한 인실이도 선물을 받았답니다.
-시낭송-
'우리 하나의 물길로'
지난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 무렵
우리는 그 단풍보다 더 붉은 마음을 안고 다시 만났습니다.
30년 동안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또 다른 '나'를 만났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벅찬 가슴으로 서로를 껴안았는지,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목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었는지
지금도 기억하고 있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 하나의 물길을 이루어
오늘 여기까지 흘러 왔습니다.
쉬엄쉬엄 손 잡고 흘러 오며
우리들 마음에 연분홍 추억의 꽃물을 들이고
아롱아롱 번지는 추억의 무늬도 새겨 넣었습니다.
그 고운 추억의 무늬는 우리들 가슴에 별처럼 박혀
이렇게 우리들을 소녀처럼 활짝 웃게 해 줍니다.
친구들이 있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정말 외롭지 않고
짐짓 행복하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정말 행복합니다.
언제나 마음 속에 향기로운 백합 한 송이 품고 사는
멋진 친구들이여!
동글동글 둥근 조약돌 같은 마음으로 시름을 나눠 갖고
포근포근 함박눈 같은 마음으로 기쁨을 나눠 주며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서로서로 사랑을 나누며
언제나 하나 되어
더 힘찬 물길로 흘러 흘러 갑시다.
-교가 제창-
교가를 적은 인쇄물을 보며 우리는 열심히 교가를 불렀습니다.
교가가 끝난 후 누군가 한 마디
"얘 우리가 교가를 되게 잘 부르네."
그러자 원향이의 일침!
"착각하지 마~ 우리가 잘 부른게 아니고 녹음을 무지 잘해 온 거지.
아까 노래 나온 거 니들 목소리 아니야. 녹음기에서 나온 노래를 지들이 부른 걸로 착각하고 있네."
ㅋㅋ "어찌 됐든 간만에 교가 따라 불러 보니 한결 젊어진 기분인데 우리 꿈 깨지 말아 주세요~ "
여러분 7조가 일등상 타고 조장인 제가 했던 수상소감 기억하고 있나요?
" -생략- ...정말 아름다운 밤이예요~"
호호호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 될 수 있었기에 '아름다운 밤'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밤 ' 이 될 수 있었을 거예요.
여기서 한 가지 건의해도 될까요?
그날 행사장에 보니 그랜드 피아노가 있더라구요.
다음엔 그 피아노를 그냥 놀리지 말고 은주 또 누구 있지? 피아노 전공자들이 우리를 위해 멋진 연주 한 번 들려 주면 좋겠어요.-부탁하면 은주가 들어 주겠지?..-
그리고 그날 명주도 왔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하얀 얼굴의 가녀린 명주가-지금도 별 차이 없더군요- 바이얼린 연주하는 걸 추억하며 들을 수 있게 바이얼린 연주도 한 번 들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흥겹게 춤추며 조금 망가지는 듯이 노는 시간 필요합니다.
-그런 거 절대 못 하던 저도 그 맛 알고 보니 괜찮던 걸요-
여흥 1부에서는 그렇게 신나게 나를 던지며 놀다가
여흥 2부에서 친구들 격조있는 음악 들으며 '나'를 되찾고 차분히 명연주에 젖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동창회에 참여해 보렵니다.
그리고 정말로 즐겁고 따뜻한 마음으로 웃어 보렵니다.
모모가 호라박사와 힘을 합해 회색신사들에게 빼앗겼던, 사람들의 시간을 되찾아 주자
모두 행복해 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바치고, 새들의 노래를 듣고
창가의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우리 동창회가 잊고 살았던 우리들의, '추억의 시간'을 되찾아 주어
우리 모두가 친구의 이름을 불러 주고, 친구와 함께 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마주 보고 웃는,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대하며 모두 안녕~
조오치~~ 나두 껴줘~ㅇ
그랴, 뭉치자, 이 몸은 화요일하고 금 저녁 빼고는 지금으로서는 프리라오. 술 한잔 좋지^^
수요일 저녁, 강남 지역 어딘가에 번개가 '번쩍'할 것 같네요......*^^*
은주, 경림만큼이나 요즘 에너제틱~바쁘셔요~ㅋㅋ,
ㅋㅋ바람이 마구 마구 느껴지지?
애들아, 다음주 수요일 저녁쯤 어때? 나가 강남에 있긴 하지만 강남 어디에 우리가 모일만한 곳이 있는 지 잘 모르는데... 꼭 강남 아니라도 어디가 좋은 지 추천좀 해봐.
그럼 날은 담 수욜, 장소는? 하긴 복잡하기만한 강남에서 모여야 할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건 결코 아니니 누구 어디든지 좋은 곳 제시해 보오. 더 붙을 친구들 없남?
우찌 아직 암 연락도 없네, 수욜 만남...
나도가고싶은데 속초 검찰청에 일이 3시 약속이라 가면 끝나겠다..늦게까지 있다면 생각 해 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