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9월 6일(연중 제23주일) 마르 7,31-37 ‘자뻑’이 장애라고?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청각 장애인 한 사람을 고친 이야기였습니다.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더듬는 사람 하나를 사람들이 예수님께 데려왔습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의 두 귀에 당신 손가락을 넣었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시대 청각 장애인을 치유할 때, 사람들이 흔히 하던 동작입니다. 기름, 술 혹은 침과 같은 액체는 치유의 효력을 지녔다고 믿던 시대였습니다. 손가락을 환부에 대는 것은 기를 넣는 행위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는 것은 하늘에서 기의 힘이 내려오도록 하는 동작입니다. 오늘 복음이 그 시대 치유하는 사람들과 같은 동작을 예수님이 했다고 말하는 것은 예수님이 그 장애인을 치유하였다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사야 예언서(35,5)를 인용하여 사람들이 한 말이라고 전합니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예수님은 예언서가 예고한 구원적인 일을 행하신 분이라는 말입니다. 초기 신앙공동체가 예수님에 대해 믿던 바를 예언서의 언어를 빌려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삶의 운동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에 대한 신비스런 이론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힘을 빌려 기적을 행하겠다는 야망도 아닙니다. 죽음 뒤의 내세를 위한 안전대책도 아닙니다. 신앙은 오늘 우리의 삶 안에 하느님을 살아 계시게 합니다. 신앙은 율법을 지키고, 제물을 바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에 대해 깊이 깨닫고, 그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으로부터 배워 하느님이 우리의 삶 안에 살아 계시게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한 사람들이 그분의 죽음 뒤, 그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남겼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들을 복음, 곧 기쁜 소식이라 불렀습니다. 그분의 말씀과 실천 안에 그들이 해방과 구원을 체험했다는 말입니다. 그분과의 접촉에서 그들은 참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을 배웠습니다. 그들은 그분의 말씀과 실천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에 대해 체험했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기쁨이었습니다. 그들은 체험한 바를 기록으로 남겼고, 그것이 후에 복음서를 포함한 신약성서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자유로이 살 것을 원하십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무엇을 강요하거나 인간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하느님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자유롭게 살도록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그 자유를 소중히 생각하십니다. 인간은 텔레비전의 채널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가게에서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마음대로 선택해 사듯이, 각자 자기 소신대로 선택하며 자기의 인생을 삽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초기 신앙인들이 예수님에 대해 남긴 말들을 참조하여 자기 처지에 맞는 실천들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실천하며 신앙인으로 삽니다.
오늘 예수님이 청각 장애인 한 사람을 고친 이야기 안에는 우리의 장애도 고치는 예수님에 대한 초기 신앙인들의 믿음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장애인 한 사람을 치유한 이야기였지만, 초기 신앙인들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체험한 바를 그 이야기 안에 담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듣고 말하는 데에 장애를 지닐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면. 이웃의 말을 그대로 알아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이 많아서, 혹은 자기의 신분 서열이 높아서,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자기도취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자기도취는 이웃의 말이 들리지 않는 장애 현상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과시하는 말만 즐겨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는 하지 못합니다. 자기 안에 있는 한이나 미움을 배설하는 데에 급급한 사람도 이웃의 말을 듣지 못하는 장애인입니다. 그런 사람은 이웃에게 해방과 기쁨이 되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가진 장애들을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 극복하는 운동을 일으킨 분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살라고 사람들을 가르쳤습니다. 하느님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같이 사랑하고 배려하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그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우리도 배워 실천하자고 가르쳤습니다. 우리 자신만을 소중히 생각하면, 우리는 이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 이웃의 말을 듣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이웃에게 기쁨이 되는 말을 하지도 못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분의 사랑과 배려를 실천할 때,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은 그 실천으로 인류 역사 안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합니다. 우리 자신에게 이로운 말만 듣고, 이웃을 배려하지 못하고, 우리의 말만 하는 장애를 넘어서 하느님의 자녀로 자유롭게 살자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 운동입니다. 그것은 인류역사 안에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님이 청각장애인 한 사람을 고친 이야기를 하면서, 예수님으로부터 비롯된 그리스도 신앙은 우리를 새로이 듣게 하고, 또 새로이 말하게 한다고 알립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에 도취되어 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소서”(마르 14,36)라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자녀된 사람의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시대 유대교 사회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유대교가 외면하던 죄인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에게 해방과 기쁨이 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죄인들도 포함하여, 모든 이의 하느님이십니다. 그 하느님의 생명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불렀습니다. 예수님은 “섬기는 사람이 되라.... 모든 이의 종이 되라”(마르 10,43-44)고 제자들에게 간곡히 말씀하셨습니다. 섬기는 사람은 자기 말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듣습니다. 섬기는 사람은 상대가 기뻐할 일을 찾아서 행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상으로 하는 것은 자기의 말을 남이 듣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높은 사람,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어찌 보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는 장애의 상태를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세상의 일을 버리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겠다고 나선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은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마르 7,37)라고 말합니다. 이웃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게, 또 이웃에게 기쁨과 구원이 되는 말을 할 수 있게 하시는 예수님이고 하느님이라는 뜻입니다. [생활 속의 복음] 최고의 선물인 대화 교우 여러분 건강하게 여름을 지내셨습니까? -박재식 신부님(토마스) [아! 어쩌나] 309. 착한 청년이 왜 살인했을까요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11. 제2장 - 3 우주의 신비 인간 중심주의 극복하고 모든 피조물을 가족으로 봐야 III. 우주의 신비(76-83항)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성찰할 수 있다. -박동호 신부님 [군사목 현장을 가다] 신임 군종사관, 화랑본당 주임 윤성민 신부의 하루 “매주 100km길 달리며 병사들에게 ‘위로’ 전합니다” 군종병과 함께 본당 운영하며 평일엔 부대 곳곳 찾아가 위문 신자보다 비신자 더 자주 만나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모습 ‘보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5일 오전 10시30분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군종교구 화랑본당. 본당 주임 윤성민 신부와 군종병 심재경(시몬) 상병이 차에 시원한 캔커피와 간식을 싣고 있었다. 이날 오후까지 이어질 부대 방문 일정과 행정처리 결과 확인은 필수사항. 오전에는 자대배치를 앞두고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대기 중인 보충병들에게 인성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영창 징계자를 위문하는 날이다. ■ 신임 군종신부가 사는 법 군종장교로 임관해 일선 군부대에서 갓 사목을 시작한 군종신부를 떠올리면 갖가지 궁금증이 일어난다. 출신교구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생활하다 군종교구에서 첫 주임신부를 맡게 됐을 때의 소감과 사무장도 식복사도 없이 본당을 운영하는 방식 등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화랑본당에는 사무장이 없는 대신 ‘멀티 플레이어’인 군종병이 있어서 본당 운영에 큰 불편함은 못 느낍니다. 보좌로 있을 때와는 달리 주임신부는 본당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데서 책임감을 느끼죠. 음식은 잘하지는 못하지만 간단히 직접 해서 먹습니다.” 군종사관 제73기로 6월 26일 임관해 7월 1일 화랑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윤 신부가 군종신부가 된 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신자보다 비신자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는 사실. 윤 신부가 사목을 책임지는 화랑본당은 육군 제11사단을 중심으로 제3기갑여단과 제1야전수송교육단까지 넓은 범위를 관할한다. 군종신부는 교구와 본당에서는 사제이면서 소속 부대에서는 지휘관을 보필하는 군종참모로 현역군인이라는 이중직함을 지닌다. 화랑본당 관할 부대 병력 중 천주교 신자가 아닌 90%의 장병들도 윤 신부에게는 똑같은 사목 대상이다. 그 가운데는 불교나 개신교 신자까지 포함된다. 민간교구 사목자와 가장 뚜렷이 구분되는 부분이다. 토요일과 주일에는 민간본당 사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신부는 화랑본당과 대건·사자·양업공소에서 총 4대의 주일 미사를 봉헌한다. 주말에는 신자 장병들이 성당이나 공소로 윤 신부를 찾아온다. 하지만 평일에는 반대로 부대 월간계획표에 따라 윤 신부가 부대 곳곳으로 장병들을 찾아가 위문이나 교육을 담당한다. “평일에는 주로 비신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매주 운전해서 이동하는 거리가 최소 100km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 ▲ 군종교구 화랑본당 주임 윤성민 신부(왼쪽)가 8월 5일 오전 육군 제11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자대배치를 앞둔 보충병들에게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 같은 ‘군인’으로 제11사단 신병교육대 ‘화랑 아카데미’. 윤 신부가 들어서자 일순간 보충병 30여 명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5주 동안의 신병교육을 수료하고 군복무하게 될 자대 배치를 기다리는 5일 정도의 기간은 보충병들에게는 긴장의 연속이다. 윤 신부는 “덥지?”라는 말부터 꺼냈다. “예, 그렇습니다!” 우렁찬 대답이 작은 강의실을 진동시켰다. “저는 11사단 군종부 윤성민 신부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윤 신부는 칠판에 이름과 ‘대위’라고 계급을 적은 후 천주교, 불교, 개신교 신자 수를 먼저 파악했다. 보충병들은 쑥스러운 듯 좀처럼 손을 들지 않았다. “듣고 싶은 곡 신청할 사람 있어?” 윤 신부는 의외로 스마트폰에 최신 가요 음원파일과 미니 스피커를 준비해와 음악으로 인성교육을 시작했다. 한 보충병이 최신 유행곡 걸스데이의 ‘링마벨’을 신청했다.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굳어 있던 보충병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따라 부르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발장단을 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윤 신부는 10년 전인 2005년 1월 최전방 강원도 고성에 입대해 추위에 고생하던 이야기와 해안 GOP에서 밤샘 경계근무를 하던 추억을 들려줬다. 교육 중간중간 ‘해피 띵스’, ‘양화대교’ 같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여러분은 570일 남았지만 나는 1400일 남았습니다.” 이제 군생활을 시작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윤 신부는 자신의 남은 군생활이 훨씬 더 길다는 말로 보충병들을 ‘확실하게’ 위로했다. ■ “병사들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해주고 싶습니다” 신병교육대를 나와 점심을 해결한 윤 신부가 잠시 쉬지도 못하고 오후 2시경 향한 곳은 제11사단 헌병대 영창. 군대가 외부와 단절된 세계지만 영창은 군대 안에서도 단절된 곳이다. 윤 신부는 징계 입창자를 위문하러 이동하면서도 군종병과 간식으로 구입할 햄버거 종류와 가격, 병사들의 선호도를 꼼꼼히 따졌다. 영창에서 징계 받고 있는 병사는 10여 명. 영창 내 다목적실에서 징계 입창자와 얼굴을 마주한 윤 신부는 “밥 먹었지? 그래도 배고프지?”라며 햄버거와 음료수를 나눠주면서 역시 노래로 병사들의 긴장을 풀었다. 인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영창을 방문했지만 윤 신부는 친형이나 친한 친구처럼 영창에 들어온 사연과 출신 지역, 전역 후 계획 등을 놓고 한 사람 한 사람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경계근무 중 순간적인 실수로 징계를 받고 있던 한 병사는 “이곳에서는 외부인과 대화할 기회가 전혀 없는데 성직자가 찾아와 주셔서 바깥 소식을 들려주시니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사는 “답답한 제 마음을 신부님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제가 오늘 만난 병사들은 여러 교육을 이미 받고 있습니다. 저는 병사들에게 ‘쉬는 시간’을 주고 싶어요. 병사들이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윤 신부가 말한 ‘쉬는 시간’, 병사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가톨릭 신문에서 발췌(2015-08-16) [그림으로 보는 복음묵상]담 ![]() ‘열려라’ 하고 말씀하시는 그분 나는 왜 ‘열어라’ 하고 들리는 걸까요? 마음의 담이 쌓여 있어 그럴까요?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마르 7,34) -임의준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