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족보에 관련된 얘기들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어떤 집안에서는 자기들 위쪽 줄기로 붙어 있는 선조들을 자세히
따져보니 가까운 줄기들과 비교해 보면 도무지 세대가 맞지 않아서
잘못 끼어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딱한 점은
그런 주장이 누가 봐도 사실이라는 것을 판단하고 느낄 수 있을 때에도
실상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개 그 끼어들어온 줄기의
자손들이 오랜 세월을 그 계통으로 믿고 살아왔을 터인데,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요. 아예 족보에서 '파내버리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저는 부친을 통해 어떤 집안들이 내력이 뚜렷하게 전해오지 않았는지,
혹은 누가 순간 무슨 착오를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족보에 올린
자신들의 대수가 명백히 하나 내려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동일한 항렬인 이들이 제 아들뻘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앞의 경우도 정말 잘못 끼어들어온 것일 수도 있지만 혹시 누군가가
조상 하나를 더 있다고 생각하고 기록해 넣은 것일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무슨 잘못을 찾아낸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혹시 선산 같은 재산 문제가 걸쳐있다면 더 복잡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많은 경우 당사자들만의 이전투구가 됩니다. 저는
족보가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되려면, "조선왕조실록"이 최대한의
객관성을 위해 장치를 마련하고 비평도 과감하게 수록해 놓은 것처럼,
족보에 어떤 잘못된 점이나 불명확한 면이 있는 경우 그것을 과감하게
명시해 놓는 풍토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미화하고 아무런 오류도 없는 듯이 기록해 놓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문화류씨 세계도(世系圖)에 보면 1세(시조 대승공)에서부터 7세
문간공(文簡公)까지 독자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딸들도 하나도 없이 독자로만 내려온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곧 옛날에 비석을 세워줄만한 비중이
있는 누군가가 죽으면 시조를 밝히고 조부, 증조, 고조 정도까지
남자 직계만 밝히고 부모를 밝히고 아들들과 사위들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습니다. (비석도 여러 종류고 해서
예외는 많습니다.) 따라서 문간공 혹은 그 후손이 출세하고 죽어
비석을 기록할 때 그 직계 몇 대만 기록했고, 나중에 가승(家乘)과
족보가 만들어질 때 겨우 그런 기록만을 이용한 결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장 넓게 생각하면 한 줄로 이어져 내려온 계보는
대승공과 문간공의 사이를 한 줄로 이어주는 것일 뿐이며, 그 중간에
어떤 가지(枝)가 형 쪽으로나 동생 쪽으로 나 있지 않았거나 여자
후손도 전혀 없었음을 확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위 예는 꼭 그렇다는 소리는 아니고 다만 만에 하나 그럴 수도
있음을 지적하여, 단적으로 족보라는 것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가를 말하기 위해 언급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족보는 예나
지금이나 완벽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됩니다. 기록의 역사에
흔적을 남긴 분들은 그래도 그 분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족보에 태어난 해도 죽은 해도, 그리고 무덤도 기록되지
못하고 이름만으로 남아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옆에는 무슨
잘 알아볼 수 없는 이름의 벼슬 같은 것만 달랑 기록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후손이 대략 채워 넣은 것이라
말해도, 결국 족보만 남아 있는 것이기에, 가타부타 논란거리가
될 재료도 없는 상황이 됩니다. 같은 성씨 내에서도 세력이 있어
족보를 만들 여유가 있는 파(A)도 있고 그렇지 못한 파(B)가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족보에 들어가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B에 속한
후손이 자신들의 몇 대 위까지의 조상들을 A에 적절히 이어 붙여
A파에 들어가는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조상들의 명단을
확실하게 갖고 있지 못하다면 적절히 이름을 만들어 넣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더 심한 일들도 상상해 볼 수 있는데, 성씨의 역사,
족보의 역사, 반상(班常)의 역사 등등을 생각해 보면 대개 이런
일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인 얘기를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족보에 어떤 오류가 있을
때 그것을 방치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문제가 있을 때 바로잡아
놓지 않으면 몇 대만 내려가도 관계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관계의 정도가 그들의 뿌리에 관한 것이라서 무척 크기에,
바로잡기가 거의 불가능해지며, 자칫 뭐가 진실인지도 알기
어려워집니다. 저는 계통을 잃은 가문들은 밝힐 수 있는 데까지
밝힌 채로 그대로 족보에 등재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족보란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 혹은 발전해야 하는가는
끊임없는 숙제일 것입니다.
첫댓글 현실적인 해석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