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6일 연중 34주간 금요일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29-33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29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30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31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32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33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눈팔지 말고 내게로 오렴
나는 성당에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도 하고, 많은 사람을 참 좋아하였습니다. 그중에서 내가 참으로 좋아한 선배님이 있었는데 그는 고등학교 때 얼마나 수학을 잘하였는지 수학선생님이 손을 들 지경이었습니다. 나중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방사선과의 가장 권위자가 되었고, 대학의 교수로서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암이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수없이 치료해주는 명의가 되었습니다. 그의 천성은 밝고 명랑하고 활달해서 모든 사람들은 그 분과 아주 쉽게 친해졌고, 교수나 의학박사의 권위를 버리고 천진스럽고 재미있게 사신 분입니다.
그는 꾸르실료 봉사임원으로, 평신도사도직 협의회 일로 모든 사람들에게 봉사하기를 좋아하신 분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돕다가 그만 큰 타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모든 것을 잊고 부지런히 일하였는데 그가 갑자기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는 것입니다. 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그의 영정 앞에서 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고 울면서 얼마나 욕을 하였는지 모릅니다. “바보 같은 사람, 수많은 사람들의 폐암을 진단하고 진찰해 주더니 자신의 폐암이 깊은 줄도 모르고 그렇게 갑자기 죽으면서 무슨 명의냐?”고 욕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는 나를 보고 언제나 이러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곧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혈압도 높고 심장도 좋지 않고, 그리고 감정도 격해서 갑자기 발병하면 죽을 위험이 있다고, 섭섭한 것도 풀어버리고, 몸에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따뜻하게 충고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으로 자신의 증상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증상에만 신경을 썼던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욕을 먹어도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나를 보고 죽음을 예측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욕을 해도 가슴이 시원치 않고 마음이 아픈 것은 그분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누구든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뻔히 알면서도 언제, 어디서 죽을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 있겠습니까?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설령 예측해서 경고를 받았다고 하여도 그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증상을 보고 정확히 예측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매일 증상을 느끼면서도 아무런 예측을 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 인생이 답답하고 마음 아플 뿐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주님이 말씀하시는데 감도 잡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우리들에게 주시는 증상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증상들을 무시하고 살아가기에 급급하고 그런 증상들을 일부러 회피하거나 도외시하면서 하찮은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인생사 모든 것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오히려 사소한 것을 가지고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충고합니다. 옛날 북방 요새가 가까운 곳에 한 영감이 살았는데 그는 점을 잘 쳤다고 하는데 어느 날 그의 말이 도망하여 오랑캐의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하자 그 영감은 ‘이 일이 좋은 일을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을 하지 않더랍니다. 몇 달이 지나자 도망친 말은 준마를 많이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이웃 사람들이 축하하자 그 영감은 ‘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답니다.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던 중 말에서 떨어져 다리의 뼈가 부러졌습니다. 또 이웃사람이 걱정하자 ‘이것은 복이 된다.’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1년이 지나자 오랑캐들이 요새로 공격해 들어와서 모든 장정들이 전쟁에 나갔으나 노인의 아들은 불구의 몸이었기 때문에 생명을 보전하고 좋은 규수를 얻어 결혼하고 잘 살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복이 재앙이 되고 재앙이 복이 될 수 있으니 일희일우(一喜一憂)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라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증상과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새옹지마와 같이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인생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일이며, 하느님 나라의 일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진리입니다. 그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다가 온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기분에 따라서 하느님 나라에 가거나 가지 않거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절대 절명의 일인 것처럼 우리가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 것과 같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잠시의 인간사에 길흉화복과 같이 머물다 또 흩어지는 것이 아닌 영구불변의 하느님 나라는 이미 와 있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도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우리는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하며, 그 나라의 백성으로 선택하는 것도 하느님의 몫입니다. 우리는 그분에게 매달려 있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증상을 잘 살펴보고, 눈치를 잽싸게 보고, 어영부영 하지 말고 그분께 쩍 달라붙어야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매사를 통해서 당신 나라의 증상을 계시하시는 주님, 저희가 당신께서 주시는 수많은 증상을 보고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면서 저희의 안락함으로 살았나이다. 저희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셔서 당신의 눈에 드는 자식이 되게 하시고, 당신의 나라에서 주님 사랑을 받으며 살게 하소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마다 허송세월하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정신을 차리도록 불러주시고 야단쳐 주소서. “얘야, 너 어디로 가고 있느냐? 나는 여기 있다. 한눈팔지 말고 내게로 오렴, 자, 어서 내게로 오렴.” 하소서. 자비의 주님!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났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7,2ㄴ-14
나 다니엘이 2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불어오는 네 바람이 큰 바다를 휘저었다.
3 그러자 서로 모양이 다른 거대한 짐승 네 마리가 바다에서 올라왔다.
4 첫 번째 것은 사자 같은데 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그것은 날개가 뽑히더니
땅에서 들어 올려져 사람처럼 두 발로 일으켜 세워진 다음, 그것에게 사람의 마음이 주어졌다.
5 그리고 다른 두 번째 짐승은 곰처럼 생겼다. 한쪽으로만 일으켜져 있던 이 짐승은 입속 이빨 사이에 갈비 세 개를 물고 있었는데, 그것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하였다. “일어나 고기를 많이 먹어라.”
6 그 뒤에 내가 다시 보니 표범처럼 생긴 또 다른 짐승이 나왔다.
그 짐승은 등에 새의 날개가 네 개 달려 있고 머리도 네 개였는데, 그것에게 통치권이 주어졌다.
7 그 뒤에 내가 계속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었는데,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이 나왔다.
커다란 쇠 이빨을 가진 그 짐승은 먹이를 먹고 으스러뜨리며 남은 것은 발로 짓밟았다.
그것은 또 앞의 모든 짐승과 다르게 생겼으며 뿔을 열 개나 달고 있었다.
8 내가 그 뿔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것들 사이에서 또 다른 자그마한 뿔이 올라왔다.
그리고 먼저 나온 뿔 가운데에서 세 개가 그것 앞에서 뽑혀 나갔다. 그 자그마한 뿔은 사람의 눈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입도 있어서 거만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9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다. 그분의 옥좌는 불꽃 같고 옥좌의 바퀴들은 타오르는 불 같았다.
10 불길이 강물처럼 뿜어 나왔다. 그분 앞에서 터져 나왔다.
그분을 시중드는 이가 백만이요 그분을 모시고 선 이가 억만이었다. 법정이 열리고 책들이 펴졌다.
11 그 뒤에 그 뿔이 떠들어 대는 거만한 말소리 때문에 나는 그쪽을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그 짐승이 살해되고 몸은 부서져 타는 불에 던져졌다.
12 그리고 나머지 짐승들은 통치권을 빼앗겼으나 생명은 얼마 동안 연장되었다.
13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14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축일11월 26일 성 레오나르도 (Leonard)
신분 : 신부, 증거자, 저술가
활동 지역 : 포르토 마우리치오(Porto Maurizio)
활동 연도 : 1676-1751년
같은 이름 : 레너드, 레오나드, 레오나르두스, 레오나르드
이탈리아의 포르토 마우리치오에서 도메니코 카사노바(Domenico Casanova)라는 선장의 아들로 태어난 성 레오나르두스(Leonardus, 또는 레오나르도)는 파올로 지롤라모 카사노바(Paolo Girolamo Casanova)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는 13세 때 로마에 있는 예수회 대학에 들어갔다. 함께 생활하던 아고스티노(Agostino) 삼촌은 성실한 학생이었던 그가 의사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하였다. 그러나 그는 삼촌의 기대와는 달리 1697년에 폰티첼리(Ponticelli)에서 작은 형제회에 입회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삼촌과는 의절하고 말았다. 수도명으로 레오나르두스를 선택한 그는 로마의 성 보나벤투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1703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1709년에 피렌체(Firenze)의 산 프란체스코 델 몬테 수도원으로 갔고, 그때부터 토스카나(Toscana) 전역을 다니며 설교를 하여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산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다가 인콘트로(Incontro) 근교에 수도자를 위한 은둔소를 지었으며, 로마 지역의 선교단을 지휘하면서 6년을 생활하였다. 1736년 그는 산 보나벤투라(San Bonaventura)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지만, 다음 해에 그 직책을 사임하고 다시 선교 길에 올라 열정적인 설교로 거대한 청중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십자가의 길에 대한 열렬한 신심가이자 전파자였다. 또한 성체와 성심 그리고 마리아 신심은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잠시 영국 왕위의 주창자인 제임스 3세 국왕의 아내 마리아 클레멘티나 소비에스카(Maria Clementina Sobieska)의 영적 지도자로 일하다가, 교황 베네딕투스 14세(Benedictus XIV)의 명을 받고 코르시카(Corsica)로 가서 설교하고 평화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런데 코르시카인들이 그를 선교사로 보기보다는 섬을 통치했던 제노바(Genova) 사람들의 정치적 도구로 보았기 때문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1751년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로마의 산 보나벤투라 수도원으로 돌아왔는데, 도착하던 날 밤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신은 수도원 성당 중앙제대에 모셔졌다. 43년 동안 열렬한 선교사로 활동했던 그는 1796년 6월 19일 교황 비오 6세(Pius VI)에 의해 시복되었고, 1867년 6월 29일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그는 본당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오늘 축일을 맞은 레오나르도 (Leonard)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