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규 방송보다 , 장외 방송이 인기다, 이벤트성 사회관심 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표현, 젊은 사람들의 억압받고 있는 무엇인가의 분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로운 문화와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화되고, 촛점을 맞춰나가면서 주장을 내세우고 그 의사를 실현해 보려는 사회실현의 한 방법, 제도권밖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단순하고 고정된것에서 다양하고, 서로존중되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그 분야도 다양하게 예술, 문학,음악, 시,연예, 방송 그리고 정치까지도 가벼우면서도 무겁지않게 소화해내는 다양성의 세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억압으로부터 아웃사이더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사람답게 살아보려는 사람들의 모임!
벌써 십오 년이 지난 이야기다. 그때 나는 선배들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선배들 얘기 듣기 좋아하던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그때 나는, 무뚝뚝한 아버지와 수다스럽지 않은 엄마 사이에서 자라서인지,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혹은 순대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을 앞에 놓고, 내게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친절하게, 알기 쉽게 해줬던 선배들을 참 좋아했다. 그건 선배들의 개개인의 성향에서 오는 친절함일 수도 있겠고, 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오는 다정함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야 어쨌든 나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선배들은 내게 미팅과 연애와 학점보다는 민중을 이야기했고, 사회를 이야기했고, 국가를 이야기 했다. 한 선배는 내게 민중건축과 민족건축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고, 한 선배는 내게 삼성자동차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를 얘기해 주었고, 한 선배는 내게 김대중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얘기해주었다.
그러나 내 삶의 풍랑이 너무나 가팔랐던 20대 후반, 나는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골방으로 기어들어갔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장수의 비결이라고 밝혔다는 '과격한 희로애락이 없는 삶'을 나는 꿈꾸었다. 그러길 몇 년 후 나는, 소설가 정미경씨의 말을 빌리자면, "삶이 어찌나 단순하고 평온한지 일조량 부족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제야 내가 우물 안에서 개굴개굴 거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책을 들었다. 우물 안에서 생명연장만 바라고 있는 내게 위기의식이 든 것이다.
15년 전 선배들처럼 '이야깃거리'를 들고 온 그들
▲ 2011년 10월 13일 오후,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반값 포장마차' 행사에서 김미화씨가 대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소셜테이너> 책 표지를 봤을 때, 나는 내 선배들을 떠올렸다. 나를 작은 우물 안에서 꺼내주었던 그들, 그들의 얼굴이 소셜테이너 19명의 얼굴에 오버랩되었다. 내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던 선배들처럼, 19명의 소셜테이너들도 내게 들려줄 이야깃거리를 가득 준비한 채 내가 어서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제 지식의 근원은 책입니다. 여러 미디어가 있지만 책만큼 정보량이 많은 매체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활자매체가 갖는 정보 전달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요즘도 한 주에 한두 권의 책을 읽어요."(프로레슬러 김남훈)
'소셜테이너'는 대중문화예술인 19명의 인터뷰 기사를 묶은 책이다. '소셜테이너(Social +entertainer)'는 우리말로 하자면 '사회참여 연예인' 정도로 바꿀 수 있는데 자신의 직업인 가수나, 배우나, 영화감독을 본업으로 하면서도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 삶을 권하는 <공책>이란 책을 낸 배우 공효진, 재일조선학교를 돕는 사회단체 '몽당연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 무공해 비누를 만들어 팬들에게 선물하고, 손수건, 포크 겸용 숟가락, 머그잔까지 챙겨서 들고 다닌다는 배우 박진희 등, 그들을 우리는 소셜테이너라고 부른다.
그들의 '엔터테이너' 대상은 대중이지만, 그들의 '소셜' 부분은 환경이기도 하고, 독도 문제이기도 하고, 제주 해군기지이기도 하고 그 범위는 아마 우리 삶 전체라고 해도 되겠다.
나는 소셜테이너들의 얘기를 편하게 들었지만,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소셜테이너로 알려진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방송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퇴출되다 보니 조심스럽게 사양하는 연예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방송에서 퇴출되는 것은 그들에게는 실직을 의미할 테고, 실직의 두려움은 생존의 문제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본능적인 두려움이기도 하니, 그들을 탓할 수도 없을 테다. 먹고살아야 하는 1차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대중연예인들은 이편이나 저편이 아니라 다 우리 편이어야 해요. 무슨 소리냐 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야 가장 좋은 거라는 말이예요. 그런데 제가 그 사건 때문에 날마다 딱딱한 이미지로 티비 앞에 섰으니 사실 엄청난 손해죠."(방송인 김미화)
그들은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이미지를 파는 사람들이다. 그 이미지는 그들의 실체와 일치할 수도 있지만 대중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는 그들의 실체에 덧입혀진 가상의 이미지일 때가 더 많다(물론 이 가상의 이미지도 그들의 노력과 재능에 의해서 구축된다고 할 수 있겠고 김미화씨가 말한 딱딱한 이미지 또한 가상의 이미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들의 이미지를 대중은 소비하게 되는데, 만약 그들의 사회 참여 활동으로 그들의 이미지가 절반의 사람들에게만 소비되게 된다면 그들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들은 그리하여 특정한 포지션 위에서 발언하게 되는, 특정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 이유와 지지 이유가 형성되는 정치인들이랑은 또 다른 것이다.
"저는 소셜테이너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 2011년 11월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열린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출판 기념-문정현 신부와 함께 하는 '강정평화 유랑공연'에서 배우 맹봉학씨가 "자신의 공연을 통해 모은 성금을 강정마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소셜테이너'라는 규정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인다.
"YB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그룹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희를 간혹 '정치적 밴드'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는데 그보다는 '사회적 밴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저는 그런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이 사람은 소셜테이너', '저 사람은 폴리테이너'하는 식으로 규정하는 게 싫거든요."(가수 윤도현)
어떤 규정이나 해석은 스스로의 행동을 한계 짓게 하는 단점을 가진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규정들은 자유롭게 행동하길 바라는 대중문화인들에게는 부담스런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규정들이 그들의 생각을 구속하고 행동을 스스로 검열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셜테이너'라고 불러주면 저야 고맙죠.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물론 그래서 사회적 활동을 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걸 떠나 무릎 한 번 구부리면 누구와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나눔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시간, 재력이 있다면 돈, 건강하면 헌혈이라도 하라는 겁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예인이 그렇게 산다면 그게 소셜테이너 아닐까요?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저 역시 소셜테이너죠." (배우 맹봉학)
그러나 어차피 소셜테이너란 단어 자체가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이다 보니, 단어 자체엔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중요한 건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닌 실천이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보호단체 대표를 맡는다는 건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어요. 그럼에도 결정을 하게 된 데는 달라이라마 법회에서 들은 말씀이 큰 힘이 됐죠. "모든 깨달음이나 지혜는 실천으로 완성된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걸 생각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지혜의 완성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씀이셨는데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어요."(영화감독 임순례)
그렇다면 왜 그들은 자신에게 덧씌워질 이미지를 각오하고서라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다는 게 저는 너무 행복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살 수 있도록 해준 대중에게 뭔가 보답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감사하니까요. 받았으니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음악을 통해서 뭔가 할 게 있고 도울 만한 것이 있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그래서 행사에 많이 서게 됐습니다.(윤도현)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가 생긴다는 거예요. 저는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촛불집회 참여 경험은 저를 성숙하게 해줬습니다."(맹봉학)
그러나, 그 행동의 결과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기엔 참 유치하기 그지없다. 윤도현씨는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의 데이트>에서 하차하게 되고, 맹봉학 씨의 경우는 드라마 섭외가 들어오지 않고, 김미화씨는 'KBS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고소를 당했다(이후 KBS는 고소를 취하했다).
소셜테이너가 목소리 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며
▲ 프로레슬러 김남훈 <뉴스타파> 후원계좌 요구하며 난동(?) 프로레슬러 김남훈씨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해직언론인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의 목을 조르며 <뉴스타파> 후원계좌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소셜테이너로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미화씨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꼽사리다>에서 '여왕벌 누님'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고, 맹봉학씨는 '희망뚜벅이' 응원단장으로 촬영 스케줄이 없으면 뚜벅이와 함께 걷고 먹고 잔다고 한다. 김남훈씨는 해직 언론인들이 만드는 뉴스인 <뉴스타파> 사무실에 돈가방을 들고 납입(?)했다고 한다. 후원계좌를 만들라고 하면서.
그와 인터뷰를 한 뒤 사나흘 지났을 무렵 또 문자가 왔다. "까오, 홍대사태 해결됐다고 합니다!ㅋㅋ" 무엇이든 되는 방향으로 밀어가는 긍정의 힘이 작용한 것일까.(김남훈 편)
그들을 약자 편에 서게 하고, 불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하고, 무대에 서게 만드는 힘은 영화감독 류승완의 말처럼 좀 더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제일 윗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이루어 질 거라는 긍정의 힘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최고 권력의 자리에는 반드시 시민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갖는 영향력을 인정하지만 솔직히 언론도 발목 잡히는 순간 있지 않나요? 언론이 최고라고 생각하진 않아요."(류승완)
우리는 어찌 보면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월 8일자 신문 기사를 보니 이효리 씨가 1억 원을 빈곤 어르신들을 위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고 한다.
"연예인으로 활동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저로서 '내가 조금이나마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때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금이나마 영향력이 있는 그들이 부담을 느끼면서도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이 감수하는 것에 비해서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
"당부하고 싶은 건, 소신 발언을 하는 배우나 예술인들을 너무 한 색깔로 규정지어 폄훼하거나 편파적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 배우는 전쟁을 아주 싫어하는구나' 그냥 그 정도로 기억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거기에다가 또 여러 억측들을 덧대어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말입니다."(배우 박철민)
"얼마 전 아이티에 가서 구호 활동을 한 배우 숀 펜과 안젤리나 졸리에 대한 기사를 봤어요.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부금도 훨씬 많이 모이고 활동의 파급력도 크죠. 미국 사회가 존경심을 갖고 그들을 바라봅니다.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해요. 우리도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활동에 대해 색안경 끼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활동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임순례)
<나는 꼼수다>가 올해 대선까지 방송을 하겠다고 하고,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들이 좋은 세상이 오면 방송을 그만 한다고들 하는데, 아마 소셜테이너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본업에 충실하여 그 본업으로 이름을 남기기를 바라면서.
선배들이 내게 긴 얘기를 들려주고, 내 손을 잡고 거리로 나갔듯, 19명의 소셜테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젠 그들의 손을 잡아야겠다.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같이 '파이팅'을 외쳐보아야겠다.
글 | <소셜테이너> 장윤선 씀, 오마이북 펴냄, 2012년 1월, 375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