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풍(狂風)요? 이곳에선 딴 세상 얘기예요. 수년 째 시세 변동도 없고 거래도 거의 없어요.”
최근 한두 달새 서울ㆍ수도권 전역이 부동산 투자 열풍에 휩싸였지만 유독 ‘광풍’이 비껴간 곳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서울 성북구 성북2동이다.
삼청터널을 지나 삼선교로 이어지는 성북동 언덕배기에는 고급 주택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삼선교로 빠지는 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무엇보다 공기가 좋다. 주거 환경을 얘기할 경우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다. 이곳에는 주로 재벌 총수 및 중견 기업인과 전직 고위 관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단독주택 시세 몇 년째 제자리
그런데도 이곳 집값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이후 강남권을 물론이고 ‘집값 소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강북ㆍ노원ㆍ도봉구 등 강북권에서도 아파트 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는 데도 이곳 집값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성북동 오리엔트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크게 오르는 법이 없다 보니 반대로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낸다’는 부자들만 산다는 성북2동 단독주택 시세는 대략 평당 900만~1100만원 선이다. 2~3년 전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조용하고 외진 곳일수록 비싸 평당 13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가격은 서울 시내 웬만한 산동네 구옥 시세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이곳은 전통의 부촌답게 성북동 고급주택 가격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5월 공시한 개별주택 가격에 따르면 전국 10위권에 성북동이 4곳이나 올랐다. 대지 면적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성북동 S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는 알기 어렵다”며 “다만 고급단독주택의 경우 대지 면적이 보통 500평이 넘는 등 워낙 땅이 커 집값이 비싼 것이지 평당가로 치면 서울의 웬만한 곳보다 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북동 집값이 싼 이유는 개발 제한 때문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성북동 삼웅부동산 관계자는 “성북동은 풍치지구로 묶여 있는 데다 고도 제한 규정도 받아 용적률을 높일 수 없는 데다 층고도 최고 3층 이상으로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많지 않다는 것도 가격 약세의 한 원인이다. 성북동 유성공인 관계자는 “팔려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사려는 수요가 더 적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제한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광풍은 딴 나라 얘기”
그렇다고 매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돈이 궁하지 않은 재벌 1세대 및 중견 기업인들이 눌러 사는 곳이라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성북동 한 공인중개사는 “성북동 부촌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대책이나 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매수 희망자는 가끔 있지만 매물이 없어 1년에 고작 1~2건 정도 거래된다”고 말했다.
강남권 등 다른 인기지역에서 성행하는 호가 올리기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오리엔트공인 관계자는 “이곳 거주자들은 돈이 궁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집값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담합행위나 호가 부풀리기 등은 이곳에서는 먼나라 얘기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매매 때 가격 흥정도 없다고 한다. 삼웅공인 관계자는 “어쩌다 거래가 이뤄질 경우 매도자가 제시하는 가격을 매수자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부자들끼리 성사되는 거래이다보니 가격 흥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6.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