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동 '회초장 포장마차'
깊어가는 한여름밤 추억
부산 수영구 민락동 수변공원 옆,어민활어직판장 입구.
두 곳의 입구와 이어진 골목에,포장마차들이 줄줄이 도열하듯 자리 잡고 있다.
바로 '회 초장 포장마차'들이다.
작은 백열등 알전구를 주렁주렁 밝혀놓아,포구의 어느 선술집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포장마차라 변변한 간판도 없다.
각 집마다 작은 현수막을 걸어놓고 가게를 구별하고 있다.
두 골목에 걸쳐 모두 25여 집.
한 때는 40~50집이 성황을 이루던 곳이기도 하다
이 곳 포장마차는 손님들이 '어민활어직판장'에서 직접 가져 온 해물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끔 장만해 주고 조리해 주는 곳이다.
일반 '초장집'을 포장마차에 옮겨왔다고 보면 무리가 없겠다.
어민들이 직접 잡아 판매하는 '어민활어직판장'의 해물은,이 곳 포장마차에서 모두 다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두 곳은 서민들에게 잘 어울리는 공생관계의 이웃이다.
이 곳에서는 먹는 해물에 따라 각각 그 비용이 달라진다.
붕장어 구이나 조개구이 등 불이 필요할 경우 1인당 4천원을 받는다.
그러면 화로와 석쇠,숯불을 제공하고,각종 야채와 양념 등을 먹을 만큼 내준다.
불이 필요 없는 회 종류는 1인당 3천원의 '초장값'을 받고,각종 양념 소스와 야채를 제공한다.
구이와 회를 같이 먹어도 가격은 4천원을 받는다.
골목을 한바퀴 휘~ 둘러본다.
온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여 생기가 돈다.
각종 해물을 펼쳐놓고 맛있게들 먹는 사람들 사이로,뜨거운 불기운에 '붕장어 구이'가 지글지글 익어간다.
구수한 '조개구이' 냄새와 해물 굽는 매캐한 연기가 포장마차를 넘어 골목을 뒤덮는다.
곳곳에서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캬~"하는 소리가 연이어진다.
상추쌈에 회를 듬뿍 얹어 한 입 가득 먹는 사람들의 얼굴에는,더할 나위 없는 만족과 행복이 가득하다.
보는 사람마저 맛있는 포만감이 든다.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주 계층이 없다.
가족,연인,친구,그리고 단체나 모임의 회식 자리 등 각계각층,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 곳의 분위기가 격의 없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화에 거리낌도 없고 의사소통도 원활하다.
한마디로 이 곳에서는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곳은 늘 시끌벅적 하다.
사람 사는 동리 같다.
한 마디 우스갯소리에도 까르르 자지러지는 과년한 처녀들.
불콰한 얼굴로 호기롭게 껄껄껄 넘치게 웃는 청년들.
오순도순 둘러앉은 가족과 속닥속닥 사랑을 주고받는 연인들까지,사연도 많고 사랑도 많다.
이들을 위한 양념거리 이벤트도 심심찮다.
여장 각설이의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색기(色氣)'는 주흥을 더 돋우고,
우스꽝스런 광대짓에는 온 사람들이 배를 잡고 넘어간다.
주류 회사에서 권하는 한 잔 술도 좋고,광안리 백사장에서 들려오는 어느 가수의 낯익은 노래 소리도 좋다.
추억의 "아이스께끼~"를 외치는 아이스케이크 장수와
대나무 따발총을 "따르르~"거리며 '망개떡'을 파는 망개떡 할아버지도,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보너스 메뉴다.
이 골목은 이렇게,즐겁고도 아련한 추억의 여름밤으로 깊어만 가는 것이다.
말복이 지났지만 아직도 무더운 날씨다.
더운 여름밤 시원한 바람이 있는 민락동 수변공원으로 마실 한 번 가보시라.
그리고 '회 초장 포차'에서 맛있는 해물로 마지막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워보시라.
운 좋으면 가을 냄새 한 자락쯤 맡으실 수 있을게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