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산을 하도 많이 다니다보니까 밟지 않은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먹고 뒤지면 나타난다.
어제 북한산 산행이 그런 경우였다.
길동역에서 130번 버스를 타고 우이동으로 가다가 10시 25분 수유역에서 하차했다.
아카데미하우스 입구로 이동하다가 도중에 생각을 바꿔 국립재활병원 방향으로 직진했다.
10시 45분 국립재활원 앞을 지나면서 또 마음이 변해 본원정사 쪽으로 진행했다.
바로 전까지 수유영어마을과 붙어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려 했는데.
갑자기 본원정사를 통과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10시 53분 본원정사 입구에 이르자 절을 울타리가 에워싸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측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생각대로 철책이 본원정사를 둘러싸고 있었고, 길은 사찰과 북한산 철책 사이로 이어졌다.
그 길은 냉골 우측 상단을 거쳐 영락기도원 입구에서 끊어졌다.
11시 02분 ‘영락문’을 사진으로 남긴 후 좌측 냉골을 버리고 우측 대동문 방향으로 붙었다.
11시 13분 조병옥 박사 묘지 앞에서 또 우측으로 접어들었다.
좌측으로 조 박사 묘지를 끼고 가면 능선, 또는 냉골을 경유해 칼바위능선으로 오를 수 있다.
조 박사 묘지 오른쪽 능선 우측은 급경사였는데, 그 아래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했다.
그 지점부터 칼바위능선까지는 난생 처음 밟아본 길이다.
등산로 상태를 보니 사람들 발길이 비교적 적은 것 같았다.
11시 20분 마당바위, 11시 42분 옹달샘을 지나 11시 48분 칼바위능선 위에 올라섰다.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정릉(좌)과 아카데미하우스(우, 폐쇄)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정목에 이 네 갈래 길과 더불어 ‘우회로’ 표지가 붙어있었다.
호기심이 발동돼 좌측 사면으로 나 있는 우회로로 들어갔다.
북한산성에서 서경대로 이어지는 칼바위능선, 그동안 수없이 많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여태 능선 이외 다른 길은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지나쳤다.
관심,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고 하지 않니?
거기서부터 북한산성까지도 초행길이다.
12시 32분 북한산성에 올랐고, 12시 58분에 대성문 바닥에 놓인 통나무에 앉았다.
13시 18분 그곳을 떠날 때까지 거기서 옥수수 빵과 토마토 각 한 개로 점심을 대신했다.
14시 04분 형제봉 위에 섰고, 14시 28분 인디안 바위 입구를 지나갔다.
14시 41분 여래사 일주문 앞에 이르렀고, 14시 53분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 도착했다.
여래사 일주문에서부터 국민대 쪽으로 접어드는 차도 직전 세 갈래 지점까지도 처음 걸었다.
국민대 정문 건너편 버스정류장을 이용하지 않고 국민대 맞은편 동네로 내려갔다.
그 동네 역시 처음 가봤다.
어제 처음 밟았던 길을 걸으면서 한 가지를 생각했고, 또 다른 한 가지가 떠올랐다.
예전에도 두 차례 가봤던 조병옥 박사 묘지, 왜 그렇게 호화로운지?
국립 현충원에 잠들어 계시는 대통령님들 묘역과 비교하면 그렇단다.
북한산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치돼 있는 여러 독립운동가 분들 묘지와 비교해도 그렇고.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도시락 장사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여름방학 출석수업에 참석하는 방송통신대생들을 대상으로 점심도시락을 팔았다.
당시 출석수업을 진행하는 대학들 주변 환경을 분석한 후 국민대를 선택했다.
강의실과 주변 동네를 연결하는 길은 경사가 졌고, 상권 역시 형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그 동네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별로라고 생각했다.
어제 그 지역을 살펴보니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했다.
그 동네를 통과한 후 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정문 건너편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다.
거기서 경동시장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종암경찰서 앞에서 130번 버스로 환승했다.
그리고 새밭교회 정류장에서 내려 할머니께서 계시는 워커힐실버타운으로 올라갔다.
어제는 그제와는 달리 상당히 빠른 시각에 정립회관에 들어섰다.
후문을 이용해 정립회관 캠퍼스로 들어가 체육관 실내를 둘러본 후 다시 정문으로 나왔다.
체육관에 매점이 없어 정문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푸드 트럭에서 와플을 사먹기 위해서였다.
국민대 건너편 마을길을 걸으면서 소보로 빵 하나를 먹었는데도 배가 너무나 고팠다.
시장기를 달랜 후 할머니께 들르니 16시 38분이 됐다.
체위를 좌우로 바꿔가면서 구겨진 옷을 바로잡고 침대도 정리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그 후 저녁식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 작은아빠와 큰고모가 들어왔다.
큰고모가 가져온 시원한 바나나(大) 두 개를 먹으니 배가 불렀다.
고모는 수0이 누나 와 태0이 형 딸들이 노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할머니께 보여드렸다.
시간이 좀 지난 후 고모가 할머니께 “수0이 딸 예쁘지?”하고 물었다.
할머니께서는 고개를 흔드셨다.
이에 고모는 “수0이가 더 예뻐?”라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고모는 “손녀딸보다 외손녀가 더 예쁜 모양이지?”라고 하면서 “한 다리 건너니까”라고 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우리 가족 중에서 할머니께서 가장 사랑하는 후손은 아들이란다.
아들도 알고 있지?
대한민국 모든 장병들과 함께하는 태풍부대 육군28사단 상병 김0, 오늘도 화이팅!!!
첫댓글 에릭님
멋진 글 과 사진 고맙습니다.
어머님은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지셨나요.
고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태입니다.
57세(만) 아주 예쁜 아줌마가 치매로 들어오셨더군요.
그분 따님께 물었더니 현재까지 가족들은 알아보신다고 했습니다.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최연소 입소자입니다.
3층에서 최고령자는 101세(만)고요.
사진으로 등산을 한것 같습니다ㅎ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산과 삶의 동행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산이 너무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