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아실 이/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 같이 아실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시 읽기8>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저 혼자 타오르는 마음이다. 불에 덴 듯 아프지만 그 고통은 달콤하기도 할 것이다. 스물 너머 한 사람을 연모하며 사랑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았다. 앉으나 서나 마음에 둔 한 사람을 잊을 수 없었다. 공연히 설레고, 공연히 슬퍼했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속구무책이다. 제 마음을 어쩌지 못하니, 마음은 제멋대로 나대며 춤을 추는 것이다.
「내 마음을 아실 이」는 사랑에 빠진 이의 마음을 정조준한다. 사랑에 빠진 마음이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타오른다고 노래한다. 누군가를 혼자 사랑하는 마음은 저 깊은 산골짝 오지 같이 외로울 테다. 응달진 곳에도 봄볕이 누리를 데우면 꽃들이 피었다가 진다. 봄꽃은 저 멀리 있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다. 아, 어딘가에는 내 마음을 아실 이도 있을까? 그 마음을 당신은 꿈에나 아득히 바라볼까?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아실 이는 기어코 나를 사랑한 사람이다. 지금이 세상 어딘가에 내 마음 아실 이가 있을까.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