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저녁 먹을까?” 친구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주저 없이 “오케이!”를 외쳤다. 대리기사 서비스를 이용할 작정으로 칭따오 맥주를 곁들여 매콤한 마라샹궈를 먹었다. 대리기사님께 운전석을 내어드렸다. 나는 뒷좌석으로 들어가다 말고 조수석을 앞으로 조금 당겼다. 등받이도 좀 세우려고 각도조절 레버를 당겼는데 너무 세게 당긴 탓에 등받이를 아예 앞으로 접어버렸다. 얼른 뒷좌석에 올라타야 하는 상황이라 다시세우지 않고 뒷좌석에 앉았다. 그 순간, 잊고 있던 레이의 특별함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수석 등받이를 완전히 접으니 뒷좌석에서도 전방 시야가 시원하게 열렸다. 기사님은 다소 터프하게 운전했지만, 탁 트인 개방감 덕에 토하지 않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안전상 예의상 접은 앞 시트 위에 다리를 올리진 않았지만, 자꾸 올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리무진이 부럽지 않았다. 레이 조수석 등받이는 평평하게 접힌다. 테이블로 써도 충분할 정도다. 그 위에 무엇이든 안심하고 얹을 수 있도록 트레이도 마련했다. 가만 보면 자연스럽게 ‘이 위에 무엇을 올려두면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발상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정차 시 아기의 기저귀 교환대로 사용해도 좋겠다. 아니면 잠시 걸터앉을 수도 있겠다. 미니식탁으로 활용하는 건 물론이다. 그냥 아무것도 올려두지 않고 뒷좌석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 탁 트인 시야를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듯하다. 뒷좌석과 조수석을 모두 접고 기다란 짐을 실어도 좋다.
굳이 조수석 등받이를 접지 않더라도, 레이 2열에 앉아 본 사람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공간이 넓어도 너무 넓다는 식이다. 발 공간, 무릎 공간, 머리 공간 전부 넉넉하다. 경차에 기대하기 힘든 쾌적한 감각이다. 건장한 성인이 앉아도 버겁지 않아 미소가 절로 나오는 공간이다. 언제든 누구든 뒷좌석에 자신 있게 태울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