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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집]조슈아 폰 아르님(Josua von Arnim)-챕터2.Wobbler
조슈아 : …막시민.
막시민 : 엥?
밀라 : 뭐야, 아는 사이인가봐?
막시민 : …너…
조슈아 : 응?
막시민 : 너 누구냐?
조슈아 : …날 기억 못하는 거야?
막시민 : 흠….
모르겠는데?
막시민 : (이 녀석, 그러고 보니....
그나저나 지금 난 잊혀진 사람일텐데, 날 어떻게 알아 보는 거지?)
막시민 : …넌 날 어떻게 아는 건데?
조슈아 : 정말 기억 못 하는 거야?
막시민 : 네가 설령 나와 아는 사이었다고 치더라도, 지금은 넌 날 모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그런데 네가 날 어떻게 알 수가 있겠어?
조슈아 : …뭐?
저기, 그게 무슨 말이야?
막시민 : 아무튼, 네가 날 알아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매우 수상하다는 말이다!
시벨린 : 무슨 상황이지… 이건.
밀라 : 그러고 보니, 정말 어떻게 막시민을 알고 있는 걸까.
조슈아 : …난!
랑켄 : …치익…! 실험체들은 술집이라는 장소에 있는 건가…? 치익…!
시벨린 : 랑켄 씨?
랑켄 : 응? 실험체군?
밀라 : 랑켄 씨가 여기로 오라고 했으면서!!
도대체 지금 어디야?
랑켄 : 아…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나.
나도 그 쪽으로 막 가려고 하였으나, 갑자기 과학적 영감이 떠올라… 떠오른 영감을 무시한다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사명을 다 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밀라 : 됐고, 그래서 어딘데?
랑켄 : 이 곳은… 이 곳이 어디지?
밀라 : 그걸 댁이 알지, 누가 알아?
랑켄 : 음… 그러고 보니, 여기… 어디인고 하니… 음…. 붉은 드레스를 입은 부인이 살고 있는 집 아랫 쪽에 위치한 집이라네.
흠…. 그렇게 오면 될 거네.
시벨린 : 붉은… 드레스?
밀라 : 흠?
여기서 드레스 씩이나 입을 건 저쪽 큰 저택 부인 정도일테니 그쪽으로 가 보면 되겠네.
밀라 : 그럼 가 보기로 하…
어, 어라? 이봐~ 막시민?
조슈아 : 앗, 잠깐!
[엘티보]
막시민 : …어이 너.
조슈아 : 왜?
막시민 : 왜냐고?
너 왜 자꾸 졸졸 따라 오는 건데? 너 나한테 떼인 돈이라도 있냐?
조슈아 : 아니.
막시민 : 그럼 너 대체 뭐야?
조슈아 : 정말 기억 안 나?
…친구였는데….
막시민 : 뭐? 너랑 나랑 친구?
밀라 : 친구였었나봐?
시벨린 : 그런가봐요.
밀라 : 아니 저 사람이 막시민 기억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막시민은 왜 기억 못하는거야?
그것도 신기한데?
시벨린 : 뭐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은데요.
그냥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 더 신기하달까….
막시민 : 어이 거기 아줌마 아저씨…. 다 들리거든?
조슈아 : 8년 전, 내가 10살이고 네가 9살이었을때 그 때 우린 처음 만났어.
조슈아 : 난 네가 잔소리 안하고 생존 방식을 배운다고 땅바닥에 서약서도 썼었지…. 고기를 잡지 못한다고
하니까 넌 나한테 멍청하다고 했잖아. 내게 멍청하다고 한 건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멍청한 꼬마'라고 했었지. 그리고 그 때는 네가 나보다 한 뼘 정도 키가 컸었고, 넌 나를 '조'라고
부르기도 했었어. 그리고 우리는 '여우놀이'도…
막시민 : 그, 그만!!!
막시민 : (그래…. 나도 어렴풋이 기억은 하고 있다고.
하지만 뭐 이제와서 귀찮게 친구니 뭐니….)
막시민 : 아, 난 기억 안 난다니까?
네 말이 사실이다 치더라도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기억하고 잇다니, 너 어딘가 이상한 녀석 아니냐?
막시민 : 암튼 뭐 그래. 네기 날 기억하고 있다면 그건 좀 연구해 볼 만한 일이기도 하지.
그래도 너!
조슈아 : 응?
막시민 : 자꾸 이렇게 졸졸 따라 붙지는 말라구.
짜증나니까.
밀라 : 뭐야, 저 막시민. 저 저 냉정한 녀석.
시벨린 : 흠, 기억이 안 나서 답답한 마음은 이해할 순 있지만….
그게 기억 못 하는 자기 탓도 있는데, 저렇게 상대방에게 화만 내는 것이 과연 막시민 답군요.
밀라 : 에휴… 힘내요, 막시민 친구분!
막시민 : 시끄럽거든?
밀라 : 뭐… 일단 가자.
시벨린 : 그러죠.
조슈아 : …친구였는데….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선생님, 지금 하신 말씀은 이웨리드 에타의 여섯 번째 권을 찾는 작업을 중단하라는 것인지요?
남자 :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건 빨리 포기하는 게 신상에 좋지.
안 그런가? 효율이 떨어진단 말일세.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가능성….
애초에 종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중단한 수는 없습니다.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무엇보다, 우리들에게는 그 힘을 손에 넣거나 아니면 적어도 소재와 실체를 파악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남자 : 아, 그 힘에 관해 알아보는 걸 중단하라는 소리가 아니야.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아직은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군요.
지금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웨리드 에타의 잃어버린 여섯 번째 권에 관해 자료를 모아 봤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불완전한 편린 밖에는 얻지 못했습니다.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제각기 정확한 사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 근거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면 다른 모든 건 헛된 그림자에 불과한 법이지요.
남자 : 물론, 진짜를 손에 넣지 않는 한 진위를 판단할 방법이 없으니까.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여섯 번째 에타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남자 : 후후후… 이웨리드 에타의 여섯 번째 권은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에타의 여섯 번째 권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이 말이야.
남자 : 우리 조언자께서는 머리가 좋으니까 입 아프게 오래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해를 하실 테지?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이웨리드 에타란 에타라는 고대 예언을 적합한 언어로 옮긴, 이른바 번역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번역서가 아니라 원서를 추적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남자 : 원서라… 글쎄, 원래 에타는 석판에 쓰여 있다는 말도 있지.
이웨리드가 번역본과 함께 석판을 내밀었다고.
남자 : 하지만 그 석판이 원서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거 아닌가?
남자 : 말하자면 애초에 책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책이 반드시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잇으리라는 건 착각이지. 안 그런가?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 : 낱장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걸세.
한 장씩… 한 장씩… 아주 깊숙히 말일세.
남자 : 아름다운 여성이 품은 악의처럼.
인자한 미소 뒤에 숨은 칼날처럼… 비밀스럽게.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그래서 엘티보까지 온 건 좋았는데….
지나치게 서두른 건 아닐까. 일을 급히 진행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시간은 아주 많으니까….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그렇다고 연회 전의 유희를 즐기듯 적당히 일할 생각은 아니지만.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자, 그럼… 만나러 가 볼까…?
환영할 리가 없는 사람을.
[랑켄의 연구소(?)]
랑켄 : 오오~!!! 잊어버렸던 발명을 재발견하게 해 준 소중한 실험체들이 왔군!
이 천재 과학자 랑켄과의 재상봉을 간절히도 바라왔던 나의 실험체들이군!!!
랑켄 : 응?
... 새로운 실험체가 등장했군.
막시민 : 엥? 넌 또 왜…
랑켄 : 이 천재 과학자 랑켄과의 재상봉을 오매불망 바라왔던 나의 실험체 제군들!
밀라 : 아니 누가 뭘 그렇게 바라왔다고 그래.
랑켄 : 사실 자네들이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위대한 발명 중 하나인 원거리 통신 장비를 재발견하게
해 준 소중한 실험체들이니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며, 이것은 어쩌면 인간의 무한한
무의식의 영역을 건너 내게 온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대사건으로 생각하여도 무리가 없음을 천명….
시벨린 : 아니, 저….
밀라 : 역시나 기억을 못 하는 게 맞는 건가….
시벨린 : 정말 랑켄 씨는 그래도 다를까 했었는데, 아니었군요.
막시민 : 저 아저씨라고 뭐 다를 게 있겠어?
모두가 우리를 잊어 버렸다고.
조슈아 : …난 기억 한다니까.
막시민 : 누가 너한테 물어 봤냐?
조슈아 : …아니 그냥 나는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야.
랑켄 : 재발견한 원거리 통신 장비를 통해 나의 이론을 좀 더 면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으니, 예상치 못했던
단계로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유추할 수 있으므로….
밀라 : 후웅…. 지금도 공간 이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랑켄 : 주황머리 과격한 실험체는 생각보다 영민하군!
나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연구 주제를 파악한 모양이군.
랑켄 : 공간 왜곡 현상에 관해 심각한 난제로 규정한 아노마라드 왕실 과학자 협회에서는, 일련의 괴사건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 판단하였으며…. 그리하여 이 천재 과학자 랑켄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이 세계에 닥친 이상 현상을 반드시 과학적인 명제를 통해 증명해 보고자 끝없는 노력을
경주하였던 것이니….
밀라 : 또 뭐라는 거야…?
하아….
조슈아 : (…공간 왜곡 현상…?
왕실 과학자 협회라면… 왕립 학술원을 이야기하는 건가?)
조슈아 : (왕립 학술원이 먼 곳까지 학자를 파견해서 활개치고 다니게 둘 만큼 풍족한 자금원을 가진 줄은
미처 몰랐군.
…이상한데.)
랑켄 : 아, 그러고 보니 내 지금 그와 관련하여 어프 장치에 관해 다시 연구하고 있는데 실험체 여러분이
재료를 구해오게.
위대한 과학사의 한 장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지 않은가? 하하!
막시민 : 아니, 이 아저씨가 또 당연한 듯이 심부름을 시키네?
막시민 : 얼마 줄 거야?
랑켄 :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르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정해진 이치이기도 하지.
그에 따른 보수는 준비되어 있으니, 어서 가서 재료를 구해 오도록 하게나.
밀라 : 후…. 이번엔 또 뭘까.
랑켄 : 혹한의 이끼라네.
시벨린 : 그건 어떻게 구하는 건데요?
랑켄 : 그건!!!
랑켄 : …나도 모르지.
밀라 : 천재 과학자라면서 그것도 모르고 심부름을 시키는 거야?
랑켄 : 그러나! 내가 엘티보 거리의 다른 실험체들에게 이미 부탁을 해 놓았다네.
사실 누구에게 부탁했는지도 잊어 버렸지만, 흠.
시벨린 : 그렇다면 혹시… 거리의 사람들 중 혹시 구해 온 사람이 있는지 찾아서 받아 오라는 말씀이신가요?
랑켄 : 그렇지!!! 예의 바른 실험체가 바로 맞췄다네!
구해 온 사람을 찾게 되면, 이 나의 위대한 친필 사인이 담겨 있는 어음과 혹한의 이끼를 바꿔
가져 오도록 하게나!
밀라 : 뭐야, "천재 과학자 랑켄 랑켄 만세" …? 이게 사인이야?
…황당하지만 한 번 해 보지 뭐.
막시민 : 에라, 모르겠다.
뭐 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상당히 비싸다는 것만 알아 두라구.
조슈아 : 저는요?
랑켄 : … 실험체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실험체는 평등하다네!
조슈아 : 네, 그럼.
랑켄 : 지나치게 똑똑한 실험체가 추가된 건가?
롱소드 : 아는 얼굴이면 인사라도 하지 그랬어요?
랑켄 : 응? 친구는 역시 깜짝 등장에 재능이 있군.
그런데 아는 얼굴이면 반드시 인사를 해야 하는 건가?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데….
롱소드 : 아아~ 그냥 귀찮았던 거군요?
아무튼, 앞으로 실험이 정말 더 흥미진진해지겠는데요? 후후….
시벨린 : 뭐 해? 잃어 버린 거라도 있나?
막시민 : 아, 아니 뭐 그냥….
막시민 : 주변 둘러 보는 것도 못 하냐? 앙?
시벨린 : 그, 그래 실컷 둘러 봐….
밀라 : 왜 또 저렇게 심통이야, 나 원 참.
막시민 : (젠장, 고양이 같은 녀석. 어디로 가 버린 거지?
뭐 없어져서 편해졌긴 한데….)
시벨린 : 랑켄씨가 누구 누구에게 부탁을 했는지, 또 그들 중 누가 혹한의 이끼를 구해서 지금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
밀라 : 맞아.
빨리 해치우는 게 좋을 것 같으니, 흩어져서 알아 보자.
밀라 : 그리고 다시 랑켄이 있는 곳에서 만나자.
시벨린 : 네, 그러는 게 좋겠네요.
시벨린 : …막시민?
막시민 : 으, 응?
막시민 : 그래. 뭐 그렇게 하자고.
그럼 난 간다.
진저맨 : 훌쩍… 나… 이렇게… 맛있는데….
…녹아 버린다… 훌쩍훌쩍….
조슈아 : 저기….
진저맨 :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힘이 없다… 훌쩍… 다 녹아 버릴 거다… 훌쩍….
이렇게 맛있는데… 눅눅해지고… 훌쩍.
조슈아 : 많이 불편하신 것 같아 여쭤 보는 것도 좀 죄송하지만, 혹시 혹한의 이끼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제가 지금 그걸 구하고 있거든요.
진저맨 : 누가 도와줬다…. 간신히 살았다….
하지만 아직… 맛 없다…. 눅눅하다… 훌쩍.
진저맨 : 아이스 젤리 크림 50개, 바람의 사탕 15개… 필요하다….
전처럼 나… 맛있어질 수 있다…. 단단해 질 수 있다….
조슈아 : 음…. 역시 많이 불편하시군요.
아무래도 혹한의 이끼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것 같네요. 그럼….
진저맨 : 잠깐!!!
조슈아 : 네?
진저맨 : 아이스 젤리 크림 50개, 바람의 사탕 15개… 필요하다….
그럼… 둘 다 행복해져… 행복해 질 거다….
아이스 젤리 크림... 하얀 숲(1)에 지금 가서 구해 온 신선한 것이어야만 해….
조슈아 : 아…. 그렇다면 그 말씀하신 재료를 갖다 드리면 제게 혹한의 이끼를 주실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조슈아 : 과자 선생님의 몸은 원하시는 대로 단단한 과자로 돌아가고요.
진저맨 : 나… 열심히 노력해서 더 맛있어 진다….
단단하고 맛있어져서… 행복해 진다….
흑…. 눅눅해지고 부서지면 맛 없다… 슬프다….
조슈아 : 알았습니다.
그럼 재료들을 구해 오도록 하죠.
조슈아 : (아이스 젤리 크림 50개는 하얀 숲(1)에서 구할 수 있고, 바람의 사탕 15개는 좀 멀지만
죽림의 오솔길에서 구할 수 있겠구나.)
막시민 : 그러고 보니 나도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지 모르겠네.
그 망할 아이스 젤리 크림이나 빨리 구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막시민 : 아이스 젤리삐 놈들은 어디 있는 거야….
막시민 : …음?
막시민 : 흠, 이상하다….
막시민 : 어디서 빚쟁이가 날 쳐다 보기라도 하는 건가?
왜 이렇게 뒷통수가 간지럽지…?
조슈아 : …빚쟁이?
막시민 : 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건. 이 느낌은 확실히.
막시민 : 나와.
막시민 : 나오라고!!
이 도둑 고양이 같은 녀석아.
조슈아 : …나 말야?
막시민 : 뭐?
막시민 : 너 이 자식, 너 뭐야!
날 미행이라도 하는 거야?
조슈아 : 전에 네가 도둑 고양이, 회색 고양이… 이렇게 부른 적도 있었는데.
그게 기억 났던 것이 아니었어?
막시민 : 이 자식이 실컷 남 미행해 놓고서는 속 편하게 고양이 타령을 하고 있네?
예전에 누가 널 고양이로 불렀던 말던 그게 지금이랑 뭔 상관이야?
막시민 : 너 왜 나 자꾸 따라 오는 거냐? 응?
아니 난 너 기억 안 난다니까? 자꾸 따라 붙어도 소용 없다고!
조슈아 : …아닌데.
막시민 : 뭐? 아니긴 뭐가 아냐.
조슈아 : 미행한 거 아냐.
난 내 갈 길을 갔던 것뿐이라고.
막시민 : 네 갈 길을 갔던 것 뿐이라고?
이 허허벌판에서 무슨 볼 일이 있길래?
조슈아 : 아이스 젤리 크림을 구해야 해.
보아하니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던데.
조슈아 : 여기서 이렇게 열 내는 것 보다는 서로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지 않을까?
막시민 : 너…!
막시민 : 으이구~ 관두자, 관둬.
나도 바쁜 사람이니까.
막시민 : 넌 그럼 가던 길이나 계속 가라.
조슈아 : 어라…. 대체 왜 안 믿는 거지?
조슈아 : 정말 미행한 거 아닌데….
진저맨 : 내 몸… 더 단단하고 맛있게…
가지고 왔구나….
조슈아 : 혹한의 이끼도 받을 수 있을까요?
진저맨 : 나… 좀 더 단단해져서… 오래 오래 맛있을 수 있다….
둘 다… 행복해 져야지….
조슈아 :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 가지고 랑켄씨에게서 보상을 받으세요.
진저맨 : …이건 …뭐지?
조슈아 : 랑켄 씨가 부탁하신 혹한의 이끼를 구해 주셨으니, 보상을 받으셔야 할텐데요.
제가 직접 보상을 하기는 어렵고 이걸 가지고 랑켄 씨께 보여 드리면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진저맨 : …천재 과학자… 랑켄 랑켄… 만세…?
진저맨 : 정말 이상한 사람…. 믿음이 안 가지만… 그래도 날 도와 줬으니…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다….
조슈아 : 네….
조슈아 :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과자니까. 또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조슈아 : (흠.
다시 랑켄 씨에게 돌아가 볼까.)
조슈아 :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도 확인해 볼겸.)
랑켄 : 오오, 지나치게 똑똑한 실험체가 역시 제일 먼저인 건가?
랑켄 : 내가 말한 재료는 당연히 갖고 왔겠지?
매우 중요한 표본이 될 재료니까 틀림없이 준비가 되어야 한다네.
조슈아 : 재료는 준비해 왔어요.
조슈아 : 그걸 드리기 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요.
랑켄 : 응? 뭔가?
어떤 위대한 발견이라도, 처음은 사소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을 하는 거라네.
조슈아 : 랑켄 님은 지금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 건가요?
랑켄 : 지나치게 똑똑한 실험체가 보는 대로, 이 세계에 일어난 괴상한 현상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지.
공간 왜곡 현상 말이네.
조슈아 : 그렇군요. 그런 연구를 하려면 상당히 자금도 많이 필요할 텐데….
랑켄 님이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어도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아무 연구도 할 수 없잖아요.
랑켄 :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지나치게 똑똑한 실험체여.
랑켄 : 천재 랑켄님의 비범함은 어디서든 눈에 띌 수 밖에 없지. 지나치게 똑똑한 자네처럼 말이야.
이 랑켄의 천재성을 알아 본 사람이 도움을 주고 있다네.
조슈아 : 폰티나 공작가?
랑켄 : 그렇지. 폰티나 가에서 나의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
조슈아 : 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비공식적인 지원인가 보죠?
폰티나 공작께서?
랑켄 : 흠, 흠….
조슈아 : 랑켄 님은 왕립 학술원에 소속된 분 아니신가요?
본디 그럴 경우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연구를 하는 게 정석이지요.
조슈아 : 아마 제가 알기로 이런 식의 연구는 지원은 부적절할 겁니다.
랑켄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랑켄 : 흠, 그런가?
일단 난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위대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므로….
조슈아 : 정작 본인은 이 사안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시는 군요.
그렇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네요.
랑켄 : 흠….
조슈아 : 폰티나 가에서 공간 왜곡 현상에 대해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정말 궁금하군요.
랑켄 : 그야 이 세계의….
막시민 : 역시 또 너냐?
조슈아 : 나도 부탁을 받고…
밀라 : 아아, 다들 와 있었네?
시벨린 : 내가 제일 늦은 건가.
랑켄 : 오오!!! 나의 실험체군들이 모두 모였군!
랑켄 : 천재 랑켄 님의 매우 중요한 연구의 필수 요소인 혹한의 이끼는 구해 왔겠지?
무릇 좋은 연구에는 좋은 실험 재료 및 샘플이 바탕이 되는 거라…
밀라 : 그냥 빨리 재료를 전달해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았어….
막시민 : 하긴, 그래야 저 입을 잠시라도 막지.
흠, 생각보다 보상이 더 괜찮은데?
랑켄 : 모두들 제대로 재료를 구해 왔군.
상당히 믿음직스러운 실험체 들이야.
그래, 그럼 이걸로…
밀라 : 저기, 지금 뭘 연구하는 지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연구고 뭐고, 일단 우리랑 얘기부터 하고….
랑켄 : 흠…. 그래 이걸 그럼 여기다가….
시벨린 : 그렇습니다. 저, 랑켄 씨. 통신기 관련해서는 더 말씀하실 게 없나요?
그리고 정말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는 겁니까? 저희들은…. 저, 랑켄 씨…? 듣고 계세요?
랑켄 : 아, 그것보다는 아직 이 부분이 부족하니 여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막시민 : 어이! 이봐, 빨강머리! 우린 지금 사막 한 복판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라는 대로 재료도 구해 왔으니, 이제 뭐라도 얘기를 해야 된다는 생각 안 들어?
랑켄 : 아아…. 이건 이렇게 하면 되겠군, 그래….
조슈아 : 음, 아무래도 랑켄 씨는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연구에 도취되신 모양이네요.
밀라 : 푹 빠진 것 같아.
에이,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여기서 나가 있자. 괜히 있어 봤자 답답하기만 하지 뭐.
시벨린 : 그러죠. 일단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밀라 : 하여간 저 양반은 예측이 안 된다니까.
시벨린 : 나… 레이 만났어.
밀라 : 정말? 레이도 여기 있단 말이야?
어떻게 된 거야???
시벨린 : 그게… 별로 얘길 많이 나누진 못했어.
같이 오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레이가 가 버렸어.
막시민 : 흠…. 모처럼 만났는데 이 무슨 시덥잖은 결과냐?
시벨린 : 나도 잘 모르겠어. 레이는 뭔가…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았어.
아, 그리고 보리스를 만난 것 같긴 했어.
밀라 : 그래도 혼자는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구나.
시벨린 : 내가 만났을 때는 혼자였는데, 지금쯤은 보리스랑 같이 있겠지….
밀라 : 다른 애들은 어디 있는 걸까? 만난다면 좋겠는데….
…무사하겠지?
시벨린 : 모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되네요.
시벨린 : …이스핀은 잘 지내고 있겠지?
막시민 : 쳇, 약해 빠진 녀석들은 아니니 어디선가 잘 살아 있겠지 뭐.
밀라 : 그래도 페어였으니, 너도 이스핀이 걱정되긴 하나 보구나.
막시민 : 뭐… 뭐? 내가 언제 그 녀석을 걱정했다고 그래?
그쪽 마법소녀나 걱정하시라고!
밀라 : 훗, 부끄러워 하기는.
막시민 : 뭐야?!!!
밀라 : 티치엘은 보기 보다 씩씩하고 강하다고.
누구랑 달라서 어디에 가든 사랑 받을 만한 애니까 괜찮을 거야.
밀라 : 그건 그렇고… 막시민 친구 분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가요?
막시민 : 친구는 무슨!
조슈아 :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인사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네요.
조슈아 : 저는 막시민의 친구 조슈아 라고 합니다.
막시민 : 아악!!!
시벨린 : 막시민이 친구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쩌다가 저런 녀석… 아니. 막시민의 친구가 되었는지 이야기 해 줄 수 있을까요?
막시민 : 다들 작정을 했구만!
차라리 랑켄의 정신 나간 얘기를 듣는게 낫겠어.
밀라 : 흐응, 속 좁은 녀석.
조슈아 : 어차피 랑켄 씨 얘기를 들어 보기는 해야 하니 이만 들어가 볼까요? 지금쯤은 대화가 가능할 지도 몰라요.
시벨린 : 그러죠. 그럼 들어 갑시다.
랑켄 : 흐음….
막시민 : 오, 좀 조용해진 것 같군.
막시민 : 이봐, 이제 좀 정상적인 대화도 나눠 보자구.
그 고생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서야 본론을 얘기하자니 좀 우습지만 말이야.
밀라 : 맞아.
소득은 없을 지 몰라도… 얘기는 해 봐야 할 것 같아.
랑켄 : 그 본란이라 함은 이 천재 과학자 랑켄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
시벨린 : 글쎄요.
어쨌든 우리가 이 곳까지 오게 된 것은 랑켄 씨 때문이었으니까요.
막시민 : 일단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말 해 주지.
사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큰 도움은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야.
시벨린 :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닌 천재 과학자 랑켄 씨니까, 분명 저희들의 지극히 소박한 의문에
크나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핫.
랑켄 : 그렇지, 과연 예의 바른 실험체로군.
정확한 현실판단에 의거한 발언. 지극히 정당하네. 그 말대로 될 걸세.
막시민 : 우린 아까도 말했지만, 사막 한 가운데… 그러니까 필멸의 땅에서 왔어.
막시민 : 아저씨, 탄생석 기억 나셔?
랑켄 : 탄생석?
막시민 : 그래 뭐 기억 안 날 줄 알았어.
암튼 그것 때문에 더럽게 엮어서 그 사막까지 갔었지.
막시민 : 그 곳에서 높은 탑 안에 들어갔고 그 최상층에서… 알 수 없는 빛과 함께 정신을 잃었어.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모두 제 각각 전혀 연관성이 없는 먼 지역으로 이동한 상태였지.
막시민 : 그 뒤 어찌 어찌 해서 예전에 들렀었던 마을을 찾아 갔는데, 모두가 우리를 몰라 보는 거야.
막시민 : 그러던 와중에 그 놈의 통신기가 갑자기 작동이 되었지.
우린 랑켄이라면 혹시 우리를 기억하고, 또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지. 그래서 여기까지 온거야.
막시민 : 워낙에 특이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리를 기억할 줄 알았더니, 마찬가지로구만.
랑켄 : ….
밀라 : 어때?
랑켄 씨, 우리 이야기 어떻게 생각해요?
랑켄 : 이 세계의 구성원 전원이 실험체 군들에 대해 휘발성 기억을 갖고 있었다는 건가? 그것이 일순간에 증발 되었고?
매우 흥미롭지만, 기억이 안 나기 때문에… 천재 과학자인 나조차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이야기가 아닐수 없구만.
밀라 : 하긴….
시벨린 : 통신기는 어때요?
관련해서 뭘 좀 알아 내셨나요?
랑켄 : 글쎄…. 다른 연구들이 밀려서 아직 거기까지는 미처 살펴 보지 못했네.
한 가지 의문이 풀리기 전에 다른 의문에 쉽사리 손을 댔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니 말일세.
막시민 : 아니, 대체 요즘 뭘 연구하고 있는거야?
당장이라도 통신기를 연구해 볼 것처럼 굴더니만.
밀라 : 예의 그 공간 왜곡에 대한 연구인가 보죠?
랑켄 : …친애하는 실험체 여러분의 소박한 의문에 답하지 않을 수 없으니 관대하게 털어 놓겠네.
실은. 갑자기 마나 방출 검출기에 상당히 높은 수치가 기록되었다네.
이러한 결과로부터 원인을 분석해 보자면 이 근방에서 분명 누가 워프 장치를 사용한 것이라고
사료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일세.
랑켄 : 이런 파형이라면 왕실에서나 사용하는 워프 장치… 아니 그와 같은 방식으로 약식으로 만든
워프 장치인 것 같군.
오늘날 왕실에서 사용하는 가장 진보된 워프 장치를 개발한 사람이 다름아닌 이 천재 과학자 랑켄이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막시민 : 엥? 갑자기 웬 엉뚱한 소리야.
랑켄 : 평상시와 다른 강한 마나 파동이라…. 원래 그런 건 짐승들이 제일 잘 느낄 수 있는 법이지.
천재지변이 일어나기 전. 인간들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는 순간에도 짐승들은 모두 이를 예감하여
미리 대피를 한다고 하지 않나? 그와 같은 원리인 걸세.
시벨린 : 아니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건지…?
랑켄 : 그래, 아무튼 실험체 군들의 이야기는 잘 들었네.
그럼 우선 술집에 가서 펭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 좋겠네. 일에는 순사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야!
막시민 : 뭐라고? 내 순서가 펭귄보다 뒤란 말이야?
내가 제일 먼저라고!!!
시벨린 : …하… 하! 하! 하…!
설마 우리더러 술집에 가서 펭귄과 얘기를 해 보라는 말씀이신가요?
랑켄 : 바로 맞췄네! 예의바른 실험체 군!
자!! 그럼 어서 술집으로 가 보세나!!!
[엘티보 술집]
시벨린 : 정말 펭귄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신가요?
랑켄 : 그렇다네. 예의 바른 실험체군.
과학도 마음을 배제할 수는 없는 거라네. 어떻게든 통하게 되어 있지.
막시민 : 퍽이나.
조슈아 : 마음 만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요.
…하아….
랑켄 : 흐음, 그럼 일단… 그래, 저 분이 좋겠군.
날개 색이 검고 진하고, 반들반들한 것이 어쩐지 얘기가 통할 것 같구만.
막시민 : 저 아저씨 머리 색이 토마토처럼 빨갛고, 푸석푸석한 것이 어쩐지 얘기가 안 통하는 거 같다.
랑켄 : 부리 달린 실험체 군, 이 근처에서 가밪기 마나 방출 검출기에 상당히 높은 수치가 기록되었어.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접대펭귄 장남 : 펭펭???!!!
랑켄 : 음,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주지.
이런 파형이라면 왕실에서 사용하는 워프 장치를 본 뜬 약식 워프 장치를 누군가가 사용한 것이
틀림 없다네!!
랑켄 : 실험체 여러분. 혹시 평상시와 다른 강한 마나 파동을 느낀 적이 없나?
밀라 : 제발…. 정상적인 대화를 하자….
적어도 인간하고 대화해 달라고….
시벨린 : 저런 식이라면 인간과도 대화가 안 통할 것 같은데요….
랑켄 : 음. 아직은 무리인가.
조슈아 : …풉.
아하하하하하.
막시민 : 으이구, 어이없어서 웃음도 안 나온다.
조슈아 : 아하하하하… 이제 어쩌죠? 랑켄 씨?
의사 소통의 장벽을 뚫기가 매우 힘들어 보이는데요… 하하. 아, 배 아파….
랑켄 : 그렇지! 내가 맞는 정의를 선언해 놓고는 오류를 범해 버렸군.
의사 소통의 장벽을 뚫기 위해서는 마음이 통했어야 했던 건데 그 노력이 아직 부족했던 거야.
랑켄 : 역시 지나치게 똑똑한 실험체는 다르군.
막시민 :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한 거야? 이런 사람한테.
조슈아 : 랑켄 씨 전 아무 말도….
랑켄 : 펭귄이 좋아하는 살찐 물고기 3마리와 화려한 물고기 3마리가 필요해. 그걸 제공하여 펭귄과
마음이 통하게 되는 거지.
그 뒤 펭귄의 언어를 패턴화하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일세!!!
랑켄 : 살찐 물고기 3마리와 화려한 물고기 3마리를 구해 오게나!!! 난 여기서 계속 대화를 시도하며
패턴을 분석해 볼 테니!!!
조슈아 : 논리의 비약이 상상을 초월하는 분이시군요….
밀라 : 뭐, 이제 나도 모르겠다.
이런 게 일상이다 보니.
시벨린 : 저도 그냥 포기했다고 할까요.
포기하면 편해요.
밀라 : …가자구.
막시민 : 보수는?
랑켄 : 물론 수고한 만큼 과학적으로 책정된 보수가 지급될 거라네, 안경 쓴 실험체 군.
막시민 : 후, 내가 어쩌다가 펭귄 간식거리나 구하러 다니게 된 거지.
[엘티보 거리]
막시민 : 펭귄…펭귄이라….
막시민 리프크네. 인생 정말 기구하구만.
시벨린 : 어차피 너나 나나 용병 신세였잖아.
용병이란 돈을 내면 펭귄이라도 상전으로 모시는 사람들 아니었어? 하핫. 좋게좋게 생각하라구.
시벨린 : 펭귄 먹이를 구해다 주는 걸 일이라고 생각해 봐.
아마 길드에서 이런 일을 맡겼다면 넌 편하게 돈 벌게 됐다며 기뻐했을걸.
밀라 : 시벨린 씨 말이 맞아.
투덜거려봤자 입만 아프다고.
막시민 : 그쪽은 이제 갈 길 가시지 그래?
빚쟁이도 아니면서 졸졸 따라다니지 말라고.
조슈아 : 또 빚쟁이 소리….
밀라 : 네 옛 친구라고 주장해 주는 애한테 너무 그러지 마, 막시민.
솔직히 네 인생에 친구라고 말해 주는 사람은 전무후무할 거 같은데.
막시민 :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막시민 : 아무튼, 친군지 뭔지 그런 걸 어떻게 믿냐?
아줌마하고 시벨린은 그렇다 치고, 누가 날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고.
막시민 : 일마…아니, 아무튼, 내 여동생 녀석도 날 까맣게 잊었는데 저런 녀석이 나를 기억한다는 게
말이나 돼?
조슈아 : …하지만 기억하고 있는데.
난 거짓말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솔직히 널 속여서 내가 뭘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조슈아 : 정말 기억 안 나는 거야?
네가 닭서리를 하러 가는 데 따라 갔을 때 내가 달걀을 밟아 버렸던 거라든가. 개울에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대놓고 남의 그물에서 슬쩍해 왔던 거라든가, 그리고….
막시민 : 으악! 언제까지 헛소리를 구구절절하게 늘어 놓을 거야?
듣기 싫으니까 적당히 해 둬라, 너.
막시민 : 이건 뭐 빚쟁이보다 끈질기잖아?
조슈아 : 또, 또, 빚쟁이 소리.
너, 오늘 내가 들은 빚쟁이 소리만 몇 번인지 알아?
조슈아 : 그렇게 빚, 빚, 해대니까 빚이 너한테 붙어서 안 떨어지는 거야.
틀림없어.
막시민 : 으이구, 말을 말자.
차라리 그 빨강머리 과학자한테 펭귄 먹잇감이나 구해다 주는 게 덜 짜증나겠어.
조슈아 : …하아.
밀라 : 거 되게 틱틱거리네.
시벨린 : 하긴. 막시민은 애인 이름보다 빚쟁이 이름을 더 많이 부르면서 살 거 같긴 하군요.
밀라 : 휴우….
빚쟁이한테라도 저것보다는 다정할 거 같은데 말야, 저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야.
밀라 : 자, 힘 내요.
조슈아 씨.
조슈아 : 아… 아하하.
시벨린 : 그럼 랑켄 씨가 부탁한 대료 살찐 물고기 3마리와 화려한 물고기 3마리를 구하러 가 보죠.
얼른 낚아서 펭귄 삼형제로 돌아와야 하니까요.
[???]
병사 :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오를란느 공녀의 서약서라고 했네.
그게 사실이라면 죽은 줄 알았던 공녀가 그때까지는 살아 있었다는 게 되지.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제길.
칼츠 상단이 그때 나르비크에 있었다는 건 미처 몰랐군. 젠장… 어떻게 된 거지?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거기다 오를란느 공녀의 서약서를 손에 넣었다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군 그래.
병사 : 아무튼 조언자에게 알리는게 좋겠네.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그래야지.
이건 틀림없이 가치 있는 정보야.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오를란느 쪽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리고 자네 말대로라면 칼츠 상단은 당장은 그 서약서를 공개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병사 : 내가 들은 바로는 그렇네.
결정적인 이득이 보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아.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흠. 카디프를 틀어 쥐고 있는 자의 서약서라면 꽤나 큰 물건인데, 왜 곧장 움직이지 않는 거지?
병사 : 뭐, 말하자면 크게 한 방을 노리는 거겠지.
대상인 드메린 칼츠의 속마음까지 전부 읽을 수 있을 거 같으면 내가 여기서 이 꼬락서니를
하고 있겠나? 큭큭.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딴은 그렇군.
…우려는 되지만 어쨌거나 알아 두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한테 도움이 될 것 같군.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매번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줘서 고맙네.
우리 조언자가 돌아오는 대로 전하도록 하겠네.
병사 :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그 잘난 조언잔지 뭔지 나도 한 번 볼 수는 없는 건가?
이거 원…. 동지들 중에서도 얼굴 봤다는 사람이 드무니….
병사 : 혹시 자네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밤고양이라도 앉혀 놓고 조언자 직함을 준 건 아닌가?
실존 인물이긴 한 거야?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큭큭. 실존 인물이냐니, 그거 재미있는 가설이군.
밤고양이가 보고 싶으면 하나 잡아다 만나게 해 주겠네.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일단 조언자에게 말을 전하겠지만,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위험하다는 것. 그는….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자, 어쨌든 슬슬 돌아가도록 하겠네.
자네도 얼른 상단으로 돌아가야지. 적당히 둘러대고 자릴 비워 놓고 이렇게 오랫동안
노닥거렸다간 의심을 받을 지도 몰라.
병사 : 빚쟁이를 만나고 온다니까 다들 어찌나 동정 어른 눈으로 버던지 말야. 큭큭큭.
자~ 그럼!!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오를란느 공녀와 카디프 수장의 서약서라…?
흥미진진한 건지 모골이 송연한 건지 나도 내 감각을 모르겠군.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흐음….
동방무역권에 눈독 들이고 있는 귀족 놈팽이들 귀에 이 정보가 들어가면 눈이
시뻘개서 달려들테지. 언제까지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을까…?
랑켄 : 음….
접대펭귄 장남 : 펭펭???!!!
접대펭귄 장남 : 펭펭~ 펭펭펭~ 펭펭!!
막시민 : 으이구.
이런다고 펭귄 말을 알아 들ㅇ르 수 잇으면 조련사들은 굶어 죽었지.
랑켄 : …아닐세, 말 많은 실험체군.
실험체 여러분이 물고기를 구하러 간 사이 이 랑켄 님이 만든 세계는모두하나과학사에길이길이
랑켄랑켄멋진랑켄 782호로 일부지만 펭귄의 의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네.
밀라 : 뭐어어어?
그,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이에요?
막시민 : 그놈의 랑켄 어쩌고는 뭐가 벌써 700호가 넘는단 말야…?
시벨린 : 랑켄 씨, 정말 펭귄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는 겁니까?
랑켄 : 그렇다네.
물론 100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허용 가능한 오차범위 이내의 오류라고 보네. 즉. 대체적인
의사의 방향성은 판단 가능하다는 의미일세.
랑켄 : 예를들어 이 날개 부분의 떨림과 파닥거림의 횟수를 평균내면, 정확히….
막시민 : 이럴 시간에 차라리 다른 사람들한테 묻고 다니는 게 더 빠르겠다.
도대체가 상식이라는 게 안 통한다니까. 저 빨강머리.
밀라 : 그치만 마나 파동인지 뭔지 하는 거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조슈아 : …펭귄이 알고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긴 마찬가지죠.
고트프리드 : 호오~ 그걸 몰랐구만.
거긴 원래 등대였는데 지금은 안써서 그냥 비어 있다네.
앙드레 : 그래서…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오.
앙드레 : 나도 항구에 자주 나가 서 있지만 그 등대에서 사람이 나오는 건 별로 못 봤기 때문이오.
어린 아이들이 놀이 공간으로 쓰는지 들락날락 할 때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아무도 오가지
않았으니 말이오.
랑켄 : 잠깐!!
방금 했던 이야기를 내 앞에서 다시 논리적으로 전개해 주길 바라네, 실험체 여러분.
밀라 : 댁은 또 왜 남의 이야기에 끼어들고 난리야?
온 세상 일에 참견 다 하네.
랑켄 : 방금 등대라고 했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등대라니, 현상이 발발하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라고 아니할 수 없네.
랑켄 : 틀림없네!! 바로 거기야!!
앙드레 : 무슨 말씀이신진 모르겠소만….
조금 전에 이 몸이 했던 이야기를 귀하에게 말씀 드리면 되는 것인지…?
앙드레 : 잘 모르시겠지만 이 몸은 자주 항구 쪽에 나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향을 생각하곤 하는데,
등대로 사료되는 장소에서 낯선 사람이 나오는 걸 목격한 바요.
여기 계신 고트프리드 씨에게 들으니 그 등대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 비어 있다고 하오.
고트프리드 : 눈에 띄는 외모였던 모양이오?
그 낯선 여행자 말이오. 앙드레 씨는 거의 매일 나가 있어서 항구를 통해 드나드는 여행자를
많이 봐 왔을텐데….
앙드레 : 이 몸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자연스럽게 행동하기에….
사실 그 때도 자리를 비웠다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갑자기 나간 거였는데 먼 발치에서
얼핏 봤을 뿐이라오.
앙드레 : 하지만 인상적인 사람이기는 했소.
랑켄 : 분명 거기일 걸세.
자, 실험체 여러분. 서둘러 등대라는 곳으로 가야겠네.
막시민 : 그럴 거면 펭귄한테는 왜 물어보겠다고 난리를 피운 거야?
시벨린 : 저어… 랑켄 씨.
상당히 근거가 부족하고 충동적인 결론 같습니다만….
밀라 : 내키는 대로 부려먹는 건 그만 두라고!!
랑켄 : 아, 실험체 여러분.
고생 많았네. 이건 물고기를 잡아온 데 대한 보수니까 받아 두게나.
밀라 : 흐음… 돈이면 다 되는 게 아니라고.
막시민 : 하여간 손이 크긴 하단 말야?
뭐, 나야 좋지만.
랑켄 : 자~ 어서 등대 쪽으로 가세나~!!
조슈아 : 앙드레 씨. 등대는 어느 쪽에 있습니까?
앙드레 씨가 자주 서 계신다는 항구 근처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건가요?
앙드레 : 아, 뭐 어렵지 않을 거라오.
이 몸이 자주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위치이니 말이오.
막시민 : 등대인지 뭔지… 하여튼 펭귄 좋은 일만 시켰군.
쯧.
[버려진 등대]
밀라 : 흠… 뭐야?
그냥 퀴퀴한 냄새가 나는 창고 같아 보이는데.
막시민 : 아무나 드나들면서 적당히 살림도 차리고 그랬던 모양인데?
춥긴 해도 날씨만 풀리면 그럭저럭 사람 몇은 살아도 괜찮겠어. 흐흠.
랑켄 : 분명 여기가 맞을 터인데… 워프 장치 같은 건 보이지 않는군.
다른 곳으로 이동했거나 아님 감춰 둔 것인가?
시벨린 : 여기 뭔가 있는데요?
…그냥 돌인가?
밀라 : 그냥 돌 같은데요?
모양을 보니 인위적으로 누가 손을 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신구나 뭐 그런 걸로는
안보이고요.
랑켄 : 호오?
이걸 여기에서 볼 줄은 몰랐군 그래.
시벨린 : 아는 물건인가요?
조슈아 : …이건 엘카난(Elkanahn)… 이군요.
의외네.
밀라 : 엘카난?
시벨린 : 아, 엘카난이라면 아주 비싼 마석이죠.
마법사들이 주로 쓰는 거라던데…?
조슈아 : 흔히 그렇게 알려져 있지요.
마법사들만 사용하는 건 아니고, 동력 기관이나 결계를 만드는 데도 요즘은 조금씩 사용되는 것 같던데요.
랑켄 : 고위 마법사들 중에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이모페인(Cymophane)이나 엘리아코톤(Eliahcoton)
같은 걸 주로 재료 삼아서, 자연 상태의 마나를 응축시켜 마석으로 정제하는 것만 평생하는 사람도 있지.
그렇게 만들어진 마석을 엘카난이라고 한다네.
밀라 : 그럼 정말 여기로 누가 워프를 사용해서 왔던 게 맞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때 사용한 마석이 여기 떨어진 것일 수도 있잖아요?
랑켄 : 이 랑켄의 결론도 동일하다네.
똑똑한 실험체로군!
조슈아 : (…랑켄 씨는 이렇게 고급 엘카난은 흔치 않다는 걸 모르시는 모양이네.
적어도, 이런 곳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닐 리가 없는데….)
조슈아 : (그리고 이런 고급 엘카난을 사용해서 워프 장치를 동작시킬 수 있는 신분의 사람이 있다 해도,
대개 개인적 용무로 이동하는 경우엔 거창하게 이런 것까지 소모해 가며 이동하지 않을 테고.)
조슈아 : (엘카난 씩이나 사용해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건가?
…어라? 여기 있는 건… 분명….)
조슈아 : 저기….
밀라 : 응?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세요?
조슈아 씨.
조슈아 : 아… 그게….
랑켄 : 왜 그러나?
뭔가 실험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만한 힌트라면 언제든 환영일세.
조슈아 : 실은… 이 엘카난, 이쪽 부분을 정제해 놓았지만 자세히 보면 본디 문장이 새겨져 있었던게
어렴풋이 보여서요.
랑켄 씨는 혹시 이 문장 보신 적 없으세요?
조슈아 : 이런 모양이었던 거 같은데….
랑켄 : 오호~ 회색 실험체군은 참으로 눈이 좋군.
자네 말대로일세. 과연 여기 문장이 새겨져 있었군 그래. 오오~ 아는 문장이고말고.
랑켄 : 이거 그리운 문장이로구만!
이국만리에서 이렇게나 그리운 문장을 다시 만날 줄이야. 오호~ 천재 과학자 랑켄,
흐르는 눈물을 참을 길이 없네.
막시민 : 무슨 문장인데 그래?
빨강머리 양반이 단골로 사용하는 상표라도 되나?
시벨린 : 흠? 왠지 나도 굉장히 낯익다는 느낌이 드는데….
랑켄 : 아, 실험체 여러분은 모르는 건가?
이건 아노마라드 왕실 문장이라네. 왕족의 사유물에 사용하는 건 아니고 대개 왕실 비품이나
반입품에 새기는 종류일세.
랑켄 : 오오~ 그리워라.
밀라 : 왕….
시벨린 : 왕실 문장?!
막시민 : 자… 자… 잠깐!!
지금 엄청나게 귀찮고 기분 나쁘고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들린 거 같은데… 내가 잘못 들은 거라고 말해줘!!
조슈아 : (…하아.)
랑켄 : 아노마라드 왕실 문장이라고 했네만.
그게 뭐 이상한가? 아마도 왕실 학술원이나 마법원에서 실험용으로 사용하려고 반입했던 것 같네.
하하하.
막시민 : 하하하?
이, 이봐!! 하하하가 아니잖아, 하하하가!!
밀라 : 아이고 머리야.
아무리 현실감각이 없어도 그렇지. 지금 웃음이 나와요? 랑켄 씨!!
밀라 : 왕실 물건이 이런 데 굴러다니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거예요?
그것도 문장을 지워버린 채로 말이예요.
랑켄 : 음…?
그게 왜?
조슈아 : 누군가 왕실로 유입되는 물건을 빼돌리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 관계자가 이곳에 왔거나, 적어도 왔던 적이 있다는 거죠.
랑켄 : 그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엘카난에 따로 주인이 있는 건 아닐세. 누구든 엘카난을 구해서 고귀한 실험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일세.
랑켄 : 그게 잠시 왕실에 들어갔던 것이기로서니 그렇게 큰 문제가 된단 말인가?
이 랑켄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그래. 흠.
막시민 : …현실감각만 없는 게 아니야, 이 사람.
당신… 그러다 잘못하면 호되게 경 치는 수가 있어. 입 조심 좀 하고 살라고!!
밀라 : 막시민한테 입 조심 하라는 소리를 듣다니 랑켄 씨도 참 큰일이군.
에휴. 어쨌거나 그 돌,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시벨린 : 하지만 여기 남겨 두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누군가 그 문장을 아는 사람이 여기에 오게 된다면….
막시민 : 별로 그럴 리는 없을 거 같은데.
그런 사람이 온다 해도 그 돌하고 우리들이 연관지어질 리도 없고, 위험한 건 손에 붙들고
있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막시민 : 괜히 멋모르고 이상한 걸 슬쩍했다가 안 해도 될 고생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
막시민 : (…예를들어 미스트랄 블레이드 같은 쓸데없는 물건 말이지.
젠장…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그 검 때문에 꼬인 거라니까.)
랑켄 : 이 엘카난을 가지고 돌아가서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되겠네.
그럼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 걸세. 하하하하. 예상하지 못한 소득을 얻어 아주 기분이 좋구만.
핫핫.
밀라 : 퍽도 기분이 좋으시겠네요….
하아….
막시민 : 왕실이니 뭐니 그런 거랑 관계된 물건, 한 시도 가까이 있고 싶지 않은데 말야.
아~ 모르겠다. 내 알 바 아니라고~!!
시벨린 : 그럼 다시 랑켄 씨의 임시 거처로 돌아가기로 하죠.
[랑켄의 임시 거처]
랑켄 : 흐음… 정말 사용한지 얼마 안된 마석인 것 같군.
마나 반응이 사라진 지 오래 지나지 않은 걸로 사료되네.
랑켄 : 마침 이 랑켄 님이 가지고있는 것 중에도 같은 퀄리티의 엘카난이 있으니, 비슷한 조건에서
실험을 재연해 볼 수 있네.
자, 준비하게 실험체 여러분.
막시민 : 엉? 뭘 준비하라는 거야?
랑켄 : 이 마석을 이용해 공간 이동에 성공한 자는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랑켄 : 그래서! 이 랑켄 님이 연구 중이던 워프 장치로 자네들을 통해 실험을 진행해 보기로 한 걸세!
아,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과학사의 한 페이지가 되겠는가? 자네들도 그렇게 감격해 할 거 없네.
밀라 : 감격해 하긴 누가!
랑켄 씨… 이야기가 갑자기 왜 그렇게 되는 건데요!
막시민 : 어디로 날아갈 줄 알고 그걸 타?
댁이 만든 그 워프 장치인지 뭔지를 믿었다가 예전에도 고생을 톡톡히 했다고.
밀라 : 그래요, 랑켄 씨.
다시 그 위험천만한 워프 장치를 탈 생각은 없다구요. 지난 번엔 워낙 상황이 그랬으니
어쩔수 없었던 거고 말이죠!!
랑켄 : 그러나!!
실험체 여러분은 눈 앞에 당면한 이 위대한 발견의 순간을 이렇게 흘려 보낼 생각이란 말인가?!
막시민 : 눈 앞에 당면한 위험의 순간이겠지.
기꺼이 흘려 보내 주겠어.
시벨린 : 랑켄 씨의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저도 위험한 확률에 몸을 맡기기는 조금….
랑켄 : 이 랑켄의 가설에 따르면 이번에는 틀림 없네.
분명히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해 줄 것이니 믿어 보게나!! 위대한 과학자는 실험체를 소중히
여기는 법이네.
막시민 : 아, 그런 소리 해 봤자….
랑켄 : 보수 역시 두둑히 줄 것인데 거부한다니, 시간이 없지만 어디 다른 실험체를 찾아 봐야 겠군.
아쉽게 되었네.
조슈아 : 돈이면 다 되는 건 아니니까요.
밀라&막시민 : 보수!!
…두둑히?
밀라 : 그거 정말이지 랑켄 씨!
막시민 : 이 빨강머리 과학자가 금전 감각도 조~금 떨어지는 게 난 참 마음에 들더라니까.
뭐어~ 우릴 그렇게 원한다면야….
조슈아 : (…결국 돈이면 다 되는 건가….)
랑켄 : 오오~ 나의 불타는 과학혼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 했네.
자, 그럼 남아 있는 엘카난을 써서 지금 당장 시도해 보세.
밀라 :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따윈 안 주는 거로군요….
랑켄 : 음음~ 아직 엘카난이 꽤 남아 있으니, 실험체 여러분의 무사 귀한이 불가능해질 확률은
삼십오만분의 일에 가깝네.
지금 계산해 봣으니 정확할 거야.
막시민 : 그런 일은 안 일어나야 하니까 그냥 애초에 계산을 하지 말라고.
랑켄 : 자~ 그럼~
실험체 여러분의 보고를 기대해 보기로 할까?
[샴족 마을]
파파 : 샴샴~
침입자샴!!
키키 : 침입자가 나타났으샴!!
포포, 루우! 이쪽으로 피하샴!!
루우 : 포포, 위험하샴!!
포포 : 너희들은 누구샴!!
조슈아 : …고양이?
밀라 : 아, 그렇지 조슈아 씨는 모르는구나.
휴우…아니 대체 왜 여기로 워프 된거야?
막시민 : 아이고, 정신사나워.
좀 얌전히 있어 봐, 이 털뭉치들아!
포포 : 침입자들!! 어디로 들어온 거샴?
꼼짝마샴!
초코 : 우웅~ 초코가 너무 예뻐서 언젠가는 이런 날이 와 버릴 줄 알았샴.
하아~ 나한테 반했샴?
랑켄 : 아~아~ 실험체 여러분!
그곳 날씨는 어떠신가?
시벨린 : 랑켄 씨. 여기는 케이레스 사막입니다.
…이렇게 멀리까지 오는 게 맞는 건가요?
랑켄 : 엥? 케이레… 케이레스?
거기까지 갔나? 이상하네….
밀라 : 이, 이상하네?
랑켄 씨!! 이상하네가 아니잖아요!!
막시민 : 됐으니까 빨리 돌려보내 달라고.
그 거리인지 뭔지, 당신 말대로라면 등대로 워프한 사람이 사막에서 왔다는 거 아냐?
랑켄 : 아니, 아닐세. 케이레스 사막에서 엘티보라니 그렇게 장거리는 좀….
랑켄 : 아하, 그렇군. 실험체 여러분들 자신이 매개가 되는 데다 변수로 작용하는 탄생석이라는
물질이 실험의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로군.
랑켄 : 아~ 과연 이 랑켄 님은 천재란 말씀이야?
그 누구의 힌트도 없이 즉시 해답을 알아내는….
막시민 : 통신기로 잘난 척 듣고 싶지 않으니까. 얼른 워프 시켜 달라고!
포포 : 파파!! 저 침입자들이 이상한 걸로 대화하고 있으샴!!
루우 : 불쌍하게도… 미친 거 같으샴.
시벨린 : 아…아하하….
랑켄 : 아아~ 그러니까 이 부분을 변수를 감안해 축소하고… 음….
막시민 : 어이~!!
파파 : 다들 진정하샴!! 저 침입자들을 힘을 합해 몰아내야 하는 거샴!!
조슈아 : 갑자기 들이닥쳐서 놀라시는 건 이해합니다만, 조금만 진정해 주세요.
저희들도 고의로 무례를 범한 건 아니니까요.
밀라 : 뭘 또 샴족 상대로 설명하고 있는 거예요?!
랑켄 : 아~ 실험체 여러분!
그럼 지금 이동 하겠네~!
포포 : 도망치는 것이샴?!
거기 서샴!!
포포 : 이 포포 님을 보고 겁먹은 거샴!!
헷헷. 도망쳐 버렸샴!! 루우 누나. 나. 대단하지 않샴?
루우 : …어딘가에서 본 거 같샴….
이상하샴….
[루모리 손님방(?)]
기묘한 여행자 : …!!
막시민 : 켁…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빨강머리 과학자!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리나 싶었다고!!
밀라 : 하아~ 여긴 또 어디야?
응?
시벨린 : 음… 루모리 같은데요.
밀라 : 랑켄 씨, 랑켄 씨?
…통신은 왜 또 안되는 거야?
조슈아 :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셨죠? 죄송합니다만, 여기가 어딘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기묘한 여행자 : 자… 자네들 내가 보이는 겐가?!
오오~ 이럴 수가!!
막시민 : 무슨 소리야? 그럼 거기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안 보이나?
참 내…. 여기저기 헛소리하는 사람들 뿐이로군.
기묘한 여행자 : 오오~ 이렇게 기쁠 데가!
나를 볼 수 있는 인간은 이 루모리에도 거의 없는 판국이거늘… 그야말로 하늘의 도우심이라고
아니할 수 없네 그래.
밀라 : 네…? 저기, 아저씨. 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기묘한 여행자 : 말 그대로라네.
나는 인간들의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어서 평범한 인간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네.
기묘한 여행자 : 이러한 때 내게 와 준 자네들은 그야말로 인연의 끌림이라고 아니할 수 없지.
오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오오~
막시민 : 그 놈의 오오~는 좀 그만 할 수 없어?
시벨린 : 밀라 씨. 랑켄 씨와의 통신은 아직인가요.
밀라 : 전혀 연락이 안 되네요.
계속 치직치직 이상한 소리만 나고….
황천 : 내 이름은 황천….
이래봬도 공무원일세.
황천 : 사정이 있어서 이 루모리에 머문 지도 긴 세월이 흘렀군… 아아….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라 아니할 수 없네….
밀라 : 랑켄 씨, 랑켄 씨~?
…에잇, 정말?!
막시민 : 에라, 이 통신기인지 뭔지 확 부숴 버릴까 보다.
시벨린 : 막시민. 그건 참아.
아직 보수도 못 받았는데 그러면 곤란하다고. 거기다 엘티보까지 돌아가지도 못했고….
조슈아 : 저… 죄송합니다.
저희도 경황이 없는 와중인지라….
황천 : 거기!! 거기 좀 들어 보게나!!
이봐!
밀라 : …?
황천 : 모처럼 자네들이 내게 와 준것은, 필시 내 곤란함을 알고 하늘이 내린 기회인 걸세.
그러니 내 부탁을 좀 들어 주시게나.
막시민 :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우릴더러 여기까지 와서 댁 심부름을 하란 말야?
조슈아 : 어떤 부탁인데요?
막시민 : 어이….
황천 : 이 동네에 잡화점이 하나 있는데, 거기 주인장 꼬맹이가 박하차를 몇 잔 구해 왔다는 소문을 들었다네.
라이디아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 것이라던데….
황천 : 그걸 꼭 좀 먹어 보고 싶어서 말일세.
돈은 있지만 꼬맹이를 찾아갈 수도 없고, 간다 한들 만날 수 없으니… 이거 참 딱한 신세가 아닌가?
황천 : 미안하지만 가서 박하차를 얻어다 주게.
보상은 할 테니 말일세.
막시민 : 자기 입으로 인간도 아니라고 해 놓고선 왜 쓸데 없이 식탐은 있어 가지고….
어이가 없네. 정말.
밀라 : 너무 그렇게 구박하지마.
먹고 싶은 걸 뭐 어쩌겠어?
시벨린 : 그래. 어차피 랑켄 씨와 연락이 될 때까지는 여기 있어야 할 거 같고, 보상도 준다니까
의뢰 받은 셈 치자고.
조슈아 : 음… 그럼 잡화점으로 가면 구입할 수 있는 건가요?
그렇게 특별히 구해 온 물건이라면 일반 손님에게는 내 놓지 않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황천 : 으음… 아마도 계속 다른 소리만 하겠지만….
호감도가 어느 정도 높은 상태에서 말을 걸면 못 이긴 척 내 놓을 거라고 생각하네.
밀라 : 호감도를 올려야 한단 말이지…?
밀라 : …일단 한번 가 보기로 하자.
막시민 : 랑켄, 이 빨강머리는 어떻게 된 거야?
젠장….
[루모리 잡화점]
웬리 : …흐음.
하아아~ 알았어요! 내가 졌어요. 졌어!
조슈아 : …?
웬리 : 제가 졌다고요.
휴~ 박하차가 필요하신 거죠? 손님은 어수룩한 이방인 같아서 여차하면 비싸게 받고 팔 생각이었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겠지요?
웬리 : 한 번쯤은 나도 어린이답게 남에게 호의를 베풀어 보기로 할게요.
헤헷, 고맙게 생각하라구요!! 손님은 아주 운이 좋았던 거니까요.
웬리 :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어 주면 나도 기쁘겠어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길 빌게요. 가능하다면 엄청 특이한 물건이랑 돈주머니도 두둑하게
가지고 와 주면 더 좋겠지만… 헤헷.
웬리 : 손님은 인상이 좋아서 꼭 좋은 일이 있을 거 같거든요?
…단순한 내 착각일 지도 모르겠지만요. 헤헤헷.
조슈아 : (이제 황천에게 돌아가자.)
[루모리 손님방(?)]
밀라 : 다녀왔습니다~
박하차를 가져 왔어요.
황천 : 오오! 과연, 과연 자네들은 하늘이 내린 인물들이로군!
이 황천이 박하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도 울었던 것이겠지. 하하!
막시민 : …뭐라는 거야….
시벨린 : 꽤 까도롭더군요.
통 박하차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해서….
황천 : 오오~ 이 향긋한 내음….
과연 명물이로군, 명물이야. 우리 루모리의 차도 천하일품이지만 가끔은 이국적인 냄새를 맡는것도
위안이 되는군.
황천 : 여기, 약속한 보상일세.
막시민 : 듣던 중 반가운 말씀.
랑켄 : 아, 아~ 실험체 여러분?
시벨린 : 랑켄 씨?
랑켄 : 왜 안 돌아오는 건가 한참 고민한 끝에 답을 찾았다네.
실험체 여러분은 참 변수가 많은 존재로구만.
막시민 : 이제 멀미가 난다, 멀미가 나.
자기가 제대로 이론인지 뭔지 못 세워 놓고 왜 우릴 탓하는 거야?
랑켄 : 아무튼 지금 다시 워프를 시도 하겠네.
밀라 : ….
시벨린 : 연락이 끊어졌네….
밀라 : 에잇, 정말?!
진짜 자기 멋대로잖아?
밀라 : 어제까지 사람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릴 생각이야?!
으이구~ 이 빨강머리는 어쩌면 이렇게 자기 생각 밖에 못한담?
황천 : 오호라, 이거 신기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새로 나온 마법인가?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참 빠르단 말씀이야?
조슈아 : 아… 갑자기 사라져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럼, 안녕히….
황천 : 잘 가게나.
만나서 반가웠네~
황천 : 흠. 내가 저승사자 노릇을 하던 시절에는 나도 저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이곤 했지….
아아~ 언제까지 아 방에 갇혀 있어야 한단 말인가?
황천 : 분명 뭔가를 잃어버렸던 거 같은데, 대체 그게 뭐였지…?
흐음….
[켈티카 왕성가]
밀라 : 엉? 뭐야?
낯선 곳인데…?
막시민 : 여긴 또 어디야?
…하여튼 랑켄~!!
막시민 :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야?!
시벨린 : 하아….
조슈아 : (어라…?
여긴….)
랑켄 : 실험체 여러분~!!
잘 도착 했는가?
밀라 : 잘은 무슨 놈의 잘!!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랑켄 씨!! 우린 이제 지쳤으니까 어서 돌려보내 달라구요!
막시민 : 으이구~ 당신을 믿은 내가 바보다.
돈 몇 푼에 이러기야?
랑켄 : 핫핫. 이 랑켄의 계산에 따르면 지금이 가장 근접한 값을 노출해 냈을 것 같은데 말일세.
조슈아 : (…근접?
흐음… 그 말은 곧, 랑켄 씨의 계산으로는 그 엘카난의 사용자가 이곳에서 출발 했을 거라는
이야긴가.)
랑켄 : 지금 바로 엘티보로 워프 시킬테니 이만 돌아오게나~
실험은 아주 성공적이었네.
막시민 : 그러니까~ 어디가 성공적이라는 건데?
밀라 : 내 말이 그 말이다.
랑켄 : 그럼, 출발하겠네~!!
시벨린 : 네에, 네에….
하아아~
[시노프 던전]
밀라 : 하아….
시벨린 : 여전히 안 됩니까?
밀라 씨.
밀라 : 안 되네요.
하여튼, 필요할 때는 전혀 연락이 안 된다니까….
막시민 : 으이구! 언제까지 빨강머리 연락만 목 빼고 기다릴 거야?
일단 여기에서 나가자구.
막시민 : 정말이지 보수 넉넉하게 안 주기만 해 봐라.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돈을 받아낼테… 엉?
시벨린 : 왜 그래?
막시민 : 저거… 전에 본 적 있는 영감 아냐?
밀라 : 어, 그러네?
바하리 할아버지 아냐?
조슈아 : …아까부터 쭉 생각한 건데, 정말 방방곡에 아는 사람도 많구나. 막시민….
바하리 : 끄응….
이런 데서 사람을 만나다니 천우신조로구만. 하늘이 도왔어.
밀라 : 오늘 그 소리 자주 듣네요.
바하리 : 아무튼 잘 됐네. 몬스터들이 너무 많아서 고립 돼 있었어.
흑흑. 저 놈의 몬스터들은 애미애비도 없나? 힘 없는 노인네를 사정없이 후려 친다니까?
막시민 : 어이, 영감. 다치기 싫으면 이런 데 혼자 기어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하여튼 어이가 없어.
밀라 : 휴. 우리도 여기 계속 있을 순 없으니까 우선 속삭임의 해안 입구 (1) 쪽으로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시벨린 : 다른 몬스터들이 몰려오기 전에 서두르죠.
바하리 : 버리고 가지마~ 나는 힘없는 늙은이라고~
아이고, 허리야….
[속삭임의 해안 입구]
바하리 : 휴우~ 덕분에 살았네.
난 바하리라고 하네. 용병이지.
밀라 : 용병?
할아버지, 언제 전직한 거예요?
바하리 : 엉? 날 알아?
이거이거~ 그새 또 바하리가 유명해 졌구만. 잘난 사람은 어쩔 수 없다니까.
바하리 : 뭘 하든 두각을 나타내니 이거 원….
막시민 : 헛소리 하는 것도 여전하네.
뭐, 기억 못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난 예전에 영감한테 뭘 좀 산 적이 있거든.
바하리 : 그렇군. 역시 난 장사꾼이 체질에 맞는 건가?
으음… 나의 숨겨졌던 재능을 다시 이끌어 내 주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네.
막시민 : …얘기가 왜 또 그렇게 되는 건데.
시벨린 : 갑자기 왜 용병이 되신 겁니까?
바하리 : 요즘 어디 가나 불경기여서 먹고 살기가 여간 힘들어야 말이지. 그래서 장사 걷어 치우고 용병으로
전업을 해 볼까 하고 말이야.
의뢰를 받아서 사냥을 나왔는데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서 갇혔지 뭔가.
바하리 : 몬스터들이 아주 위아래도 없고 후레자식들이야.
앞뒤 안 가리고 막 공격하는데 어떻게 그걸 잡는단 말인가? 휴우~ 나이 먹은 노인네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예의가 있으면 순순히 잡혀 줄 일이지….
밀라 : 거기까지 뻔뻔한 것도 재주네요.
바하리 : 아무튼 난 이제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그냥 다시 장사나 해야 되겠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자네들이 내 대신 의뢰를 좀 수행해 주게나.
바하리 : 해 준다고? 아이고~ 이거 참 굳이 하고 싶다니 어쩔 수 없지.
수고 하게?
막시민 : 자… 자, 잠깐!!
무, 무,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영감이?!
시벨린 : 저기… 의뢰라니 그 무슨 말씀입니까?
바하리 : 용병 관두고 다시 장사를 하려고 말야.
그런데 의뢰 받은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다리고 있을 테고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바하리 : 그러니 자네들이 적임자라고.
자, 꾸물거리지 말고 가서 미풍의 곰털 30개를 모아 분이라는 처자한테 전해 주게나.
바하리 : 힘 내라고.
분이라는 처자는 루모리에 사는 모양이니, 꽤 먼길이 될 테니까. 허허.
밀라 : …멋대로 맡기지 말아 줄래요?
우린 한다고 말한 적 없다구요.
바하리 : 사양 할 줄도 알고… 괜찮아, 괜찮아.
어른이 선물 하는 거니까 고맙게 받으라고. 그렇게 미안하게 생각할 거 없네.
바하리 : 그럼 나는 이만….
막시민 : 뭐가 이렇게 빨라?
허리가 아프니~ 다리가 아프니~ 막 떠들더니 전부 허풍이구만?
밀라 : 덤터기 쓴 기분이니만 해야지 뭐.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돈이나 번다 치자구. 어차피 그 황천인가 하는 사람 의뢰도 들어 줬고….
시벨린 : 일 복 터졌군요. 하하….
막시민 : 재수 옴 붙었지… 젠장.
얼른얼른 가자구. 그럼. 미풍의 곰털 30개를 모아서 분이한테 가는 거였지?
조슈아 : 아, 저기….
막시민 : 네 녀석은 또 뭐?
신경 건드리지 말라고, 좀.
조슈아 : 어…?
조슈아 : 하아… 나도 모르겠다.
바하리 : 허허~ 착수금을 받아 버렸지만, 이건 의뢰를 소개해 준 대가라고 생각하라고~ 젊은이들.
허허허. 이거 기분이 좋군~ 낄낄.
[루모리 분이]
분이 : 어머?
누구… 세요…?
막시민 : 기분 안 좋으니까 얼른얼른 받아.
대체 이런 곰털은 어디다 쓰려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막시민 : 이거 잡느라고 시노프 던전을 다 뒤지고 다녔다고!!
분이 : 어… 어머, 감사합니다.
하지만요~ 제가 의뢰를 드린 건 할아버지였는데요.
분이 : 혹, 혹시… 혹시 이걸 구하다가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라도 한 건가요?
훌쩍훌쩍. 어쩌면 좋아~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흑흑.
밀라 :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요?
팔팔하게… 아니 건강하게 살아 계시니까 걱정마세요. 달리기 대회 같은 게 있으면 우승할
정도로 아주아주 건강 하시니까.
밀라 : 그렇죠? 시벨린 씨.
시벨린 : 그… 그럼요.
아주아주아주 건강 하셨죠… 아, 아하하….
조슈아 : 그 분께 사정이 생겨서, 저희가 의뢰를 넘겨 받았습니다.
아가씨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이해해 주세요. 저희가 와서 실망하셨나요?
분이 : 아, 아, 아뇨! 실… 실망이라뇨!
당치도 않아요. 헤… 에헤헤.
분이 : 아이, 절 위해서 그렇게 고생 하셨다니 너무너무 죄송하네요.
막시민 : 죄송한 줄 알면 얼른 돈이나 내 놔.
분이 : 네~ 여기.
착수금은 먼저 드렸으니까, 남은 보상은 이게 맞죠? 세어 보세요.
막시민 : 뭣? 차… 착수금?!
밀라 :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라니~ 이 할아버지가 사람을 속여?
어디 두고 보자.
시벨린 : 하아….
밀라 : 별 수 없지.
휴~ 그럼 우린 이만 갈게요.
막시민 : 아~ 짜증나~!
분이 : 저기… 저, 저기요…. 혹시 여러가지 다른 일거리라든가… 필요하시면 꼭 다시 들러 주세요.
어, 없는 일이라도 어떻게든 맡길테니까요!
조슈아 : …네?
조슈아 : 에…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시벨린 : 조슈아 씨는 레이디들에게 꽤 인기가 좋은 것 같군요.
조슈아 : 어… 그, 렇지는 않아요.
랑켄 : 아~ 실험체 여러분?
밀라 : 랑켄 씨?
랑켄 : 실험체 여러분, 왜 오지 않은건가?
막시민 : 그걸 댁이 알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랑켄 : 아무튼 이거 낭패일세.
엘카난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이제 워프 장치를 작동시키는 건 무릴세.
랑켄 : 이 랑켄, 언제나 마석을 가지고 다녔지만… 드디어 다 떨어지고 만 것이라네.
랑켄 : 이 무슨 비극인지….
아아~ 시련일세! 과학의 시련인 것일세!
밀라 : …지금 정말 큰 시련에 처한 건 우리들이거든요…?
랑켄 : 뭐, 시련에 처했다니 건투를 비네.
어쨌든 실험체 여러분, 워프 기계는 이제 마석을 더 구해오기 전엔 불가능할 거 같네.
시벨린 : 그럼 어서 더 구하시죠.
랑켄 : 당장은 무리라네.
그러니 어서 엘티보로 와 주게나.
조슈아 : …저, 죄송하지만 어떻게 오라는 말씀이신지요?
혹, 랑켄 씨는 저희들 보고 알아서 오라는 건가요?
랑켄 : 바로 그거라네~ 자립심을 길러야지.
자, 힘 내게나! 실험체 여러분!!
랑켄 : 과학을 향한 불타는 열정으로 시련을 극복하리라고 믿네.
그럼, 이 랑켄은 임시 거처에서 열심히 연구를 하며 기다리겠네.
랑켄 : 이상!
조슈아 : …라는 군요.
막시민 : 다 들었거든…?
젠장.
밀라 : 너무 큰 정서적 충격 때문에 잠시나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여기서 엘티보까지 오라고? 진심이야?! 랑켄 씨?!
시벨린 : 진심일 거 같다는 점이 더 무섭군요.
막시민 : 안 가!! 난 안 가겠다고!
에라이~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이 빨강머리 바보가!
조슈아 : 하지만 안 가면 보수를 받을 수 없는데, 괜찮은 거야?
막시민 : ….
밀라 : …잊고 있었다, 보수….
시벨린 :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하아~ 엘티보까지 어떻게든 가서, 랑켄 씨에게 보수를 받는 수밖에는….
밀라 : 으으~ 어디 두고 보자, 랑켄 씨!!
이렇게 된 거, 반드시 보수를 두둑하게 받아내고 말겠어!!
[랑켄의 임시 거처]
랑켄 : …그런 연유로, 이 넘치는 과학에의 열정을 거리로 제곱해서 얻을 수 있는 값에 뒤지지 않는….
밀라 : 헛소리는 됐고, 우리가 이런 체력 낭비를 해서 뭐 소득이 있었던 거예요?
랑켄 씨.
막시민 : 결론이고 뭐고!!
준다고 했던 보상이나 어서 내 놓으라고!!
막시민 : 젠장, 그깟 돈 몇 푼에 코 꿰어서 한다고 했던 내가 잘못이지! 쳇.
두둑하게 챙겨 준다고 했던 말, 기억하고 있으시겠지? 기억력 좋은 과학자 님이니까 말야.
랑켄 : 아, 그야 물론….
랑켄 : ….
밀라 : 무슨 일이야? 뭐야?
랑켄 : 음….
랑켄 : …자금이 없네.
막시민 : 뭐… 뭐라고?!
돈이 없어?
밀라 :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랑켄 씨, 분명히 우리한테 일을 시키면서 보상을 주겠다고 큰 소리 쳤었잖아요!!
랑켄 : 그랬지. 아, 실험체 여러분.
분명 이 랑켄은 천재적인 두뇌를 바탕으로 수많은 과학적 난제들을 실험을 통해 해결해 왔네.
랑켄 : 하지만 그 일련의 실험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연적으로 소요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이 임시 실험실을
빌리는 데 들어간 금액이 79372SEED, 내부 수리비가 47291SEED, 그리고 비커와 플라스크를 각각 200SEED씩
주고 구입해 56세트 구비했다가 모두 파손되는 바람에….
랑켄 : 또한 실험체 여러분과 더불어 최후의 워프 실험을 하는데 들어간 마석의 구입비와 제련비로 8000만 SEED….
막시민 : 뭐… 뭐?! 팔… 팔천만 시드?!
겨우 그딴 짓 벌이는 데 그 돈을 썼단 말야? 이 정신 나간 빨강머리!!
시벨린 :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틀림없이 바가지 썼던 거 같은데 말이죠….
하아….
밀라 : 어쨌든 결론은 돈이 없다는 거구만.
뭐 화수분 주머니라도 차고 있지 않은 한, 그런 식으로 돈을 마구 써대는데 자금이 남아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휴우.
막시민 : 아, 몰라!!
젠장… 그런 정신 나간 실험 따위에 끌려다닐 때부터 이럴 줄 알았다!
막시민 : 쳇!!
조슈아 : 저, 저기… 막시민?
밀라 : …정말 졸졸 잘도 따라 가네.
막시민 녀석이 홧김에 멱살이라도 잡으면 곤란하니까 따라 나가 봐야겠군.
랑켄 : 온다고 했던 지원금은 왜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나를 이토록 곤혹스러운 난관에 봉착하게 한단말인가?
지원금을 소지한 사람의 이동 속도를 X라 하고 켈티카에서 엘티보까지의 거리를 Y라고 했을 때,
이동 수단에 따른 변수 a의 변환폭은 최대 근사치로….
[엘티보 거리]
밀라 :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야?
우리들도 빈털털이라구.
막시민 : 어떡하긴 뭘 어떡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돈을 받아 내야지!!
막시민 : 두고 보자, 빨강머리!
이 막시민 님이 손 털고 순순히 물러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시벨린 : 아, 아하하….
뭐, 악착같… 아니, 적극적인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조슈아 : (…정말 하나도 안 변했네.
막시민은.)
밀라 : 나도 물론 공짜로 그 고생을 해 줄 생각은 없었지만서도….
처음부터 돈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고. 이제와서 뭐 어쩌겠어?
밀라 : 다 큰 어른을 엎어놓고 1SEED에 한 대씩 두들겨 팰 수도 없는 노릇이고.
랑켄 : 오오~ 실험체 여러분!
결합한 곰팡이처럼 여기 모여 있었구만! 하하하!
조슈아 : 곰팡이…?
랑켄 : 자, 자, 여기서 우왕좌왕하지 말고 어서 가세나!!
힌데미트 가(家)로 말일세!!
막시민 :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등장해서 졸지에 사람을 곰팡이 취급하더니 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힌데미트? 그런 델 갑자기 왜 가?
랑켄 : 지원금이 바닥났다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지금!
위대한 이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국적불문, 남녀불문,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지원 받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안 그런가, 실험체 여러분?
밀라 : …밑도 끝도 없는 논리네.
해적 생활로 잔뼈가 굵은 나지만, 해적 중에서도 그렇게 막무가내의 논리를 들이대는 녀석은
흔치 않은데 말이지. 하아….
시벨린 : 어떤 의미로는 진정 존경스럽군요.
막시민 :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다니 그것도 재주다, 재주야.
밀라 : 어머, 막시민.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 않아?
막시민 : 거, 시비 걸지 맙시다?
랑켄 : 고귀한 일에는 귀천이 없는 법!
힌데미트 가에는 이 랑켄 님에게 자금을 지원해 줄 의무가 있다는 말씀이네!
랑켄 : 자, 그럼 어서 가세나.
실험체 여러분.
밀라 : 어… 어이…?
막시민 : …?
막시민 : 뭐하냐?
조슈아 : 응?
막시민 : 네 녀석도 고생 했으니까 돈은 받아야 할 거 아냐?
조슈아 : 아… 응!
랑켄 : …인 것일세!!
이 랑켄 님의 감동 가득한 설명으로 잘 알아 들었겠지? 잘 차려입은 실험체군!!
미레일르 : 아… 머리가 아파.
도대체 내가 왜 저런 시정잡배까지 일일이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카를 : 이 몸은 카를 폰 힌데미트! 너희들은 무슨 일인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드나드는 거냐?
이 힌데미트 가문은 일찍이 세운 무공을 인정받아 영광스럽게도 자작위를 하사받은 곳.
너희같은 천민들이 멋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코제트 : ….
랑켄: 이 천재 과학자 랑켄 님의 실험과 고귀한 조사 작업을 마저 수행하기 위해서는, 귀댁의 지원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일세.
과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머리 숙여 부탁 드리는 바이니 이 영광스러운 과업을
외면하지 말라고 부탁 드리고 싶군. 하하하.
미레일르 : 언제까지 그 정신 나간 소리를 들어 주어야 하는가?
이 미레일르는 그렇게까지 자비롭지 않으니 호된 맛을 보기 전에 썩 물러가!
조슈아 : …?
코제트 : ….
조슈아 :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꼬마 아가씨.
코제트 : 아… 저기….
미레일르 : …물론, 당신에게 빈집을 구해주는 데 도움을 주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알지도 못하는
당신의 실험인지 뭔지에 투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호의를 이런 식으로 갚다니, 불쾌하군.
밀라 : 흠. 아무래도 랑켄 씨가 그 임시 실험실로 쓸 집을 얻을 때 이 댁에 신세를 졌던 모양인데.
시벨린 : 그런 것 같군요.
…저렇게 의심스러운 사람에게 집을 빌려 주다니 꽤 대담하군요. 하하….
막시민 : 대담이고 뭐고, 돈을 그렇게 많이 줬는데 안 빌려 주는 쪽이 이상하지.
그런 헛간 같은 집을 79372SEED나 주고 빌리는 건 저 바보 과학자 뿐일 거다!!
밀라 : 그건 그렇지만….
랑켄 : 정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실험체로군.
정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자, 이 랑켄 님이 어음을 써 줄테니 돈을 빌려주시게나!!
밀라 : 그… 설마 그 어음을 주는 건…!!
미레일르 : 랑켄 랑켄 멋진 랑켄 만세…?
이걸 어음이라고 준 게 맞는 건가?
미레일르 : 하아… 정말 제정신이 아니로군.
상대하고 있었던 내가 한심할 지경이네.
랑켄 : 그러므로, 그렇기 때문에!
이 천재 과학자의 실험 일정에 관해 다시 첨언하건대… 에….
시벨린 : 저…랑켄 씨.
아무래도 힌데미트 부인께서 피곤하신 모양이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고… 저기, 랑켄 씨…?
시벨린 : 듣고 계십니까?
랑켄 씨…?
미레일르 :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다면 이 척박한 동토(冬土)로 올 까닭도 없었을 것을.
돌아가고 싶어… 그저 로렌(Lorraine) 아가씨로 행복했던 내 고향으로….
조슈아 : (…어라, 로렌…?
헤에… 그럼 혹시 저 분이 바로 그…?)
카를 : 어, 어머님…!!
어머님. 이 카를이 저 불청객들을 모두 쫓아내겠습니다!! 어머님!
밀라 : 얼레?
저기, 괜찮으세요? 이봐, 꼬마야. 네 어머님 많이 편찮으신 거니?
밀라 : 시중드는 사람은 없어?
의사는…?
카를 : 그… 그런 사람은 필요 없다!!
이 힌데미트 가문에는 고귀하지 않은 신분은 한 발도 들이지 못한다!!
코제트 : 어머님께서 모두 쫓아내셨어, 유모랑 하인들이랑 마부까지 전부….
어머님이 병원에 가실 때에는 먼 데에 사는 힐러 님께서 마부를 붙여 마차를 보내 주시니까 괜찮지만.
막시민 : 뭐야? 자작가 씩이나 되면서 왜 하인 하나 안 두고 사는 거야?
파산이라도 했나?
조슈아 : 꼬마 아가씨, 뭔가 중요한 이야기라도 있는 거죠?
코제트 : 응… 있지만….
그렇지만…
조슈아 : 저라도 괜찮다면, 이야기를 들어 줄게요.
카를 : 이제 곧 어머님이 힐러 님을 뵈러 가실테니까 모두들 어서 나가!!
이 카를 폰 힌데미트 님은 더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에헴!
코제트 : ….
미레일르 : …아아, 머리가 아파…
이 추위, 정말 지긋지긋해….
시벨린 : 밀라 씨, 일단 랑켄 씨를 데리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러다 힌데미트 부인이 쓰러지기라도 하시면….
밀라 : 애들만 두고 나가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뭐, 저도 시벨린 씨 말에 찬성이에요.
게오르그 : 오늘은 손님이 많네예?
아무튼, 모시러 왔습니데이~ 자작 부인.
밀라 : 아, 저 병사 분이 하인들을 대신해서 부인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모양이네요.
맞죠?
게오르그 : 네, 네.
그렇습니데이.
게오르그 : 당분간 저택의 하인들을 전원 휴가 보냈으니 잘 부탁한다고, 자작님께 직접 말씀 들었거든예.
오늘은 제 담당입니데이. 서둘러야지 해 지기 전에 도착할 거 같으네예.
게오르그 : 아가씨하고 도련님도 집에 얌전히 계시고예~
자, 마님. 가십시더.
미레일르 : 아…오늘따라 머리가 더 아픈 것 같네.
코제트, 카를. 돌아올 떄까지 얌전히 있어야 해.
미레일르 : 그리고 당신들도, 이제 어서 나가 주시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공기가 더 나빠지는 것 같으니까. 흠.
조슈아 : 실례했습니다.
시벨린 : 그럼, 랑켄 씨를 모시고 어서 나가기로 하죠.
[엘티보 거리]
밀라 : 그건 그렇고, 실험은 어떻게 된 거예요?
랑켄 씨.
조슈아 : 저도 조금 궁금한데요.
엘티보로 왔다는 그 누군가의 소재는 알아낸 겁니까?
랑켄 : 그건….
막시민 : 도대체 그 엄청난 돈을 허비해 가면서 한 게 뭐야? 한 게?!
차라리 그 돈으로 따뜻한 밥에 술이나 한 잔 했으면 배나 부르지!!
시벨린 : 하지만 워프는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텔레포트 서비스에서 거리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텐데… 어째서
저희들은 그렇게 먼 곳으로 이동이 되었던 겁니까?
시벨린 : 거기다 무작위로요.
조슈아 : …일반적인 워프 장치를 이용해서 국가를 넘나드는 장거리를 이동했다는 보고는, 저도 별로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왕실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대량의 마석이 필요한 걸로 알고 있는데….
랑켄 : 그야 자네들 자신이 매개체가 되기 때문일세.
자네들의 말에 따르면 그… 탄생석? 아무튼 그것을 매개로 활용해서 먼 거리의 워프에 성공한 적이 있는 모양이고….
랑켄 : 그게 어느 정도의 변수로 작용하는지 정확한 측정치가 없기 때문에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경우로
계산해 테스트 했기 때문에 그렇게 오차가 발생했던 거라네.
추정치와 실측에는 반드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니 이상한 일이 아니지. 음음.
랑켄 :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먼 거리의 이동은 불가능해.
실험체 여러분의 이동 거리와 일반적인 워프 장치의 성능을 고려할 때… 이것 역시 추정이지만… 음….
랑켄 : 켈티카가 최대치가 아닐까 예상한다네.
시벨린 : 켈티카?
막시민 : 켁. 정말 어마어마하게 멀군.
그 거리에서 단숨에 날아온단 말야?
조슈아 : …켈티카…?
…그럼 켈티카에서 누군가 온 걸까요?
랑켄 : 그거야 모를 일이네. 회색 실험체 군.
조슈아 : 회… 회색 실험체….
시벨린 : 어라. 이거… 힌데미트 아가씨 아닌가?
귀여운 레이디.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코제트 : 저… 저….
밀라 : 시벨린 씨, 아무래도 꼬마가 겁먹은 거 같은데요?
후후.
조슈아 : 꼬마 아가씨, 무언가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듣고 싶은데요.
이렇게 추운데, 괜찮겠어요? 감기 걸릴 것 같은데.
코제트 : 하고 싶은말, 있지만….
콜록.
밀라 : 아유. 어린애가 빨갛게 얼어 가지고…. 이러다 감기 걸리겠네.
시벨린 : 그럼 랑켄 씨의 임시 거처 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들을까요?
바로 저기니까.
코제트 : ….
코제트 : 어머님께서 숙녀는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는 거라고 하셨어.
시벨린 : 하… 하하하.
이 멋진 오빠가 그렇게 의심스럽게 보이세요? 어린 레이디.
막시민 : 그 느끼한 말투만 들어도 충분히 의심스럽다.
넌 여동생도 없냐?
조슈아 : 괜찮으면, 잠깐 같이 가 줄래요?
꼬마 아가씨.
조슈아 : 아가씨가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 되어서 그러는 거예요.
물론, 꼬마 아가씨가 우리들을 믿지 못한다고 해도 탓할 수는 없지만요.
코제트 : 어… 어머님께서 낯선 사람은 따라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치만 당신은 착한 기사님처럼 보이니까, 괜찮을 거 같아.
밀라 : 풉….
밀라 : 아, 아무튼 랑켄의 임시 거처로 가야겠네.
킥킥…. 저기, 시벨린 씨. 너무 의기소침 하지 말아요. 후훗.
시벨린 : 아… 아하하하하….
하하…. 어, 어린 레이디들은 변덕이 심하니까요…. 하… 하하하….
[랑켄의 임시 거처]
시벨린 : 그럼 귀여운 레이디께서 뭐가 그렇게 걱정이셨는지, 한 번 들어 볼까요?
코제트 : 정말… 이야기 해도 되는 걸까 모르겠지만….
이야기 할 데가 없어서….
밀라 : 안심하고 이야기해 봐.
자꾸 들락날락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거 같아서 나도 신경이 쓰였던 참이거든.
코제트 : 저기… 있잖아, 나는 인형을 많이 많이 가지고 있거든?
인형들은 혼자 두면 가엾으니까, 모두모두 같이 있을 수 있게 내 방에 계속 모으고 있어.
코제트 : 난… 난 집에서 나갈 수 없는데, 가끔 이렇게 몰래 나와.
그런데 지난 번, 눈이 많이 오던 날에 이 버려진 등대 앞에서 그 인형을 만났어…. 아주 가 엾은 아이였지.
시벨린 : 만나…?
코제트 : 응. 만났어.
눈 때문에 푹 젖어서, 꼭 울고 있는 거 같았는걸. 그래서 내가 안아 줬어.
코제트 : …가엾은 애였어. 그 토끼….
밀라 : 토끼?
조슈아 : 토끼 인형…?
코제트 : 응. 토끼 인형.
그런데 마법사 아저씨가 와서, 그 애를 보고는 가져가 버렸어.
코제트 : 어머님은 마법사 아저씨가 그 애를 데리고 가는데도 아무 말씀도 안하셨어….
다시는 그 애에 관해 말하지 말라고만 하시고…. 가엾게도, 그 애는 또 버려진 거야.
코제트 : 외톨이가 된 거야.
가엾게도…. 또 눈 속에 파묻혀서 혼자 울고 있을 것만 같아….
조슈아 : 마법사 아저씨…?
막시민 : 어이구~ 세상 천지에 참 가엾은 것도 많다.
밀라 : 막시민!!
시벨린 : 저런… 많이 속상했겠군요.
귀여운 레이디.
막시민 : 한 사람은 이 상황에서도 레이디 소릴 하고 있고….
간지러워서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네.
코제트 : 저… 계속 이야기 해도 돼?
시벨린 : 저런 녀석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이야기 해 보세요.
코제트 : 사실은….
코제트 : 사실은 마법사 아저씨가 그 날 밤에 토끼 인형이랑 같이 몰래 하얀 숲 쪽으로 가는걸 봤어.
그래서 나, 몰래 뒤를 따라 갔었어.
밀라 : 뒤를… 따라 갔다고?
조슈아 : 어디로 가셨는지 봤나요?
코제트 : 웅… 너무 어둡고 추워서, 잘 못봤어.
하얀 숲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너무너무 무서웠거든.
코제트 : 우리 집 앞에 있는 수레 봤어? 그거, 우리 집 문장이 붙어 있는 건데,
하얀숲 여기저기에는 그런 수레가 아주 많이 버려져 있어.
그렇게 버려진 수레들은, 잘은 모르지만 무슨 마법을 거는 데 쓰인대. 잔뜩잔뜩 걸어서 몬 스터들이 엘티보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거래.
코제트 : 그래서… 한참 걸어가니까, 거기에도 부서진 울타리 뒤에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있었어.
거긴 몬스터들이 많이 있었는데… 마법사 아저씨 덕분인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어.
코제트 : 그 수레는 왼쪽 아래 방향으로 막 달려나갈 것처럼 보였지….
수레 뒤는 막혀 있었는데, 수레가 만약 그대로 달려온다면 바로 옆의 돌에 걸려 넘어질 것 같았어.
그것 밖에는 기억이 안 나.
코제트 : 그 다음엔, 한참동안… 추워서 손 끝이 얼어 버릴 때까지 걸었어.
마법사 아저씨는 아주 걸음이 빨랐기 때문에 난 한눈을 팔 수 없었어.
코제트 : 그 다음엔… 경계를 하나 넘은 거 같은데… 음, 아마 하얀 숲(2)로 진입한 다음일 거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코제트 : 역시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서 있었어. 눈 앞에 얼어붙은 강이 있었던 거 같아….
수레는 문이 내 쪽으로 열려 있어서, 올라타면 곧장 달려갈 것만 같았지.
코제트 : 수레 뒤에는 울타리가 있고, 나무가 두 그루 있었어. 한 그루는 밤인데도 눈 때문에 새하얗 게 빛났지만
다른 한 그루는 시커멓게 보였어.
조슈아 : 그럼 그 마법사 아저씨는 하얀숲(1)을 거쳐 하얀숲(2)로 가셨던 것 같군요.
밀라 : 코제트, 정말 용감하구나?
하얀 숲에는 몬스터가 아주 많았을텐데, 무섭지 않았니?
시벨린 : 그러게요. 잘못하면 다칠텐데….
코제트 : 괜찮았어.
그 다음엔… 그 다음엔 한참한참 걸어 가니까, 몬스터가 없는 곳이 나왔거든.
코제트 : 거긴 조용했어. 강을 따라서 걸어갔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너무 어두웠거든. 그 날은 아주아주 깜깜했어.
코제트 : 그리고 그 강변에, 눈사람이 셋이나 있었어. 꼭 가족 같았는데… 눈사람이 참 슬퍼 보였어.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 눈사람 혼자 두 아이들과 울상 짓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그렇게 보였어.
코제트 : 그 다음에 다시 몬스터들이 많은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수레를 봤어.
수레는 어디든지 있으니까….
코제트 : 그 수레는, 문이 열려 있었지만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해.
버려졌기 때문이지. 이젠 다시는 달릴 수 없을 거야.
코제트 : 앞을 가로막은 울타리도 없고 가는 길을 방해할 돌멩이도 없는데…. 그런데도…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코제트 : 뒤와 옆은 막혀 있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마법사 아저씨를 놓쳐 버렸어.
밀라 :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르니?
코제트 : 응, 몰라.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어.
코제트 : 너무 무서워서 막 울었어. 계속 울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하게 생긴 토끼가 나타났어.
밀라 : 토끼…?
물론 하얀 숲에는 스노피카가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몬스터니까 공격 했을 텐데…?
시벨린 : 다치지 않았나요? 귀여운 레이디.
코제트 : 응, 공격 안 했어.
착한 토끼였는걸.
코제트 : 난 토끼를 따라 갔어.
그 토끼들은 날 인형이 있는 곳까지 안내 하려는 거 같았거든.
코제트 : 거기서부터는 잘 모르는 곳이어서 혹시 돌아오지 못할까봐 주머니에 들어 있던 과자 조각을 조금씩 뿌려 놓았어.
결국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지만….
코제트 : 그 다음에 토끼들이 아주아주 많은 곳을 지날 때에는 정말 무서웠어.
착한 토끼도 있지만 나쁜 토끼도 있잖아? 혹시 날 공격하면 어떡하나… 하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어.
조슈아 : 그래서, 만나고 싶었던 인형은 만났나요?
코제트 : 아니….
못 만났어. 한참 더 가야 하는 거 같았는데… 토끼들도 거기까진 못 가는지 머뭇거렸어.
코제트 : 그리고는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기만 했어. 내가 울고 있었더니 날 집에 데려다 줬지.
정말 착한 토끼들이었어.
밀라 : 안 다치고 돌아와서 다행이다.
코제트 : 응… 그치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카를 오빠는 내가 꿈을 꾼 것뿐이래.
헛소리라고 비웃으면서 들어 주지 않았어. 흑….
코제트 : 진짠데….
난 너무 슬프고 속상해.
코제트 : 나 대신 토끼 인형을 만나러 가 줘.
혼자 다시 가는 건 무리야. 몬스터가 너무 많고…
어머님이 돌아오셔서 내가 집을 비운 걸 아시면 화 내실 테니까.
조슈아 : 그럼, 코제트 양.
저희가 코제트 양 대신 그 인형을 만나고 오면 되는 건가요?
막시민 :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토끼 인형 같은 걸 찾으러 어딜 가겠다고? 다들 제 정신이야?
밀라 : 너는 동정심이라는 것도 없냐?
꼬마를 위해선데, 조금 찾아보면 또 어때서? 인형이 달려드는 것도 아니고.
막시민 : 달려들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 버리라고. 아줌마.
밀라 : 이 녀석이 또?!
너야말로, 날 도발해도 언제까지나 용서 받을 거라는 그 생각을 버리라고.
조슈아 : …하아.
조슈아 : 아무튼 코제트 양, 정말 저희가 인형을 만나고 오면, 코제트 양의 마음이 편해질까요?
코제트 : 나… 잘 모르겠어. 나도, 사실 토끼 인형을 당신들이 꼭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냐.
나도 내가 세상 모든 인형을 구해줄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하니까.
코제트 : 다만… 끝까지 찾아 보고 싶은 것 뿐이야.
부탁할게. 그 애가 만약, 내게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그러면 꼭 내게 데리고 와 줘.
코제트 : 나는 그 애를 버리고 싶지 않았어. 버린 게 아니야.
실은,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 뿐인걸….
밀라 : 그래.
그걸로 네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우리가 대신 하얀 숲으로 가서 토끼 인형을 찾아 볼게.
시벨린 : 일단 하얀 숲(1)로 가 보도록 하죠.
[하얀 숲(1)]
막시민 : 다들, 그 꼬마 이야기를 믿는 거야?
이건 뭐, 동화책 읽고 어린애가 꾼 꿈도 아니고….
밀라 : 막시민 말대로 코제트가 인형을 잃어버린 후 상심한 나머지 꿈을 꾼 걸지도 모르지.
게다가 그 마법사 아저씨라는 사람이 왜 꼬마의 인형을 뺏는단 말야?
밀라 : 마법사라는 게 그렇게까지 한가한 족속이란 이야긴 들어본 적도 없어.
조슈아 : 네… 좀 정신 나간 사람들인 건 확실하지만요.
어린 아가씨의 인형을 뺏지는 않죠.
밀라 : 응?
시벨린 : 어쨌든~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말이죠, 밀라씨.
그래도 코제트 양 이야기대로 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시벨린 : 일단 밑져야 본전이고, 코제트 양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야할 명확한 이유도 없으니까요.
만에 하나라도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던 거라면….
막시민 : 하긴. 세상엔 별 이상한 일도 엄청나게 일어나는 법이긴 하지.
당장 우리들부터 이게 무슨 신세야? 젠장…. 저녁거리도 없이 이런 설원에 팽개쳐질 줄을 누가 알았겠어?
밀라 : 그 힌데미트 가문이라는 데는 얼핏 듣기로 자작가라는 거 같던데, 자작이면 엄청 귀족 아냐?
저기 어디 변경으로 가면 영지까지 가진 당당한 귀족들이 자작이니 남작이니 한단 말야.
조슈아 : ….
조슈아 : 저… 힌데미트 자작이라면, 지금쯤은 켈티카에 계실 것 같은데요.
그저 제 생각이지만….
시벨린 : 엉?
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막시민 군의 친구라고 주장하시는 분?
조슈아 : 아, 그냥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긴 하지만요.
정황으로 봤을 때는 그럴 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에.
조슈아 : 자작 부인께서 꽤나 우울해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건,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라기 보다는
좀 더 가정 외적인 문제 때문일 것 같거든요.
시벨린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힌데미트 자작부인에 관해 전부터 알고 있었다든지….
조슈아 : 그런 건 아니고요.
랑켄 씨와 함께 들렀을 때, 자작부인께서 로렌 아가씨로 돌아가고 싶다고 얼핏 말씀 하시기 에.
밀라 : 그게 왜?
조슈아 : 카랑탕(Carentan) 경(卿), 비제 소바주 드 로렌(Bizet Sauvage de Lorraine) 남작이라면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로렌 남작가의 영애께서 오를란느와 렘므의 친교를 위해 오래 전 렘므의 귀족과 혼인한 이 야기도.
조슈아 : 오를란느 출신에, 로렌이라는 성(姓)까지.
아마도 카랑탕 출신의 그분이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슈아 : 로렌 가문이라면, 변경의 남작이라고는 하나 번듯한 영지를 가지고 있는 전통 있는 명문가 입니다.
이름 정도는, 저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정말로 이름 정도입니다만….
조슈아 : 어쨌거나 그런 가문의 영애께서 타국, 그것도 영지조차 받지 못한
일대귀족(一代貴族)과 혼약을 맺었다면 과히 범상한 일이 아니지요.
아마도 나라를 위해 반쯤은 희생하는 마음으로 혼약을 허락했을 겁니다.
시벨린 : 그야… 그렇겠죠.
오를란느 레이디들의 자존심은 유명하니까.
조슈아 : 긍지 높은 여성이라고 들었는데, 혼인함으로써 국가 간의 친선에 보탬이 된다고 여겨 자부 심이 굉장했을 겁니다.
어차피 정략결혼을 할 거라면, 국가를 위해서 시집을 가기로 하자…
뭐 그런 생각을 하셨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시벨린 : 오를란느 국내 사정이 별로여서, 한참이나 외교적으로도 좋지 않았던 때니까요.
미레일르 부인이 시집을 올 즈음이면… 아마 한참 시끄러웠던 무렵일 겁니다.
조슈아 : 아, 그렇죠.
그 무렵 오를란느 대공위 계승자가 실종되는 바람에 흉흉했으니까.
요 근래엔 공녀가 실종 됐다는 소문도 있던데, 오를란느 대공가(家)도 묘하죠….
막시민 : ….
밀라 : 아무튼, 조슈아 씨 말은 결국 힌데미트 부인은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국가간의 관계에 더 초점 을 맞추고
살아온 분 이니까 그런 부분의 문제 때문에 저렇게 무너져 버렸을 거라는 거죠?
조슈아 : 네. 책임감을 가지고 혼인한 귀족 여성이 그토록 우울해하시는 걸 보면 그 긍지의 근원에 상처가
생겼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힌데미트 자작이 켈티카에 가 계시지 않을까… 하고 유추할 수 있지요.
막시민 : 나한텐 여전히 엄~청 비약으로 들리는데.
뭐야? 자작이 정말 켈티카에 있다고 치자, 그럼 렘므와 아노마라드의 관계가 좀 부드러워질 지도
모른다는 거 아니겠어?
막시민 :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경계하고 싸워댔으니 이제 좀 화해할 때도 됐지 뭘 그래.
…어차피 신왕가가 선 후로는 전처럼 으르렁대지도 않았다고.
조슈아 : 아… 그게 말야, 오를란느 입장에서는 렘므와 아노마라드가 계속 대립 관계에 있어 주는 게
차라리 편하다고 볼 수 있거든.
오를라느는 공국이지만, 현재 대공은 아노마라드의 현 국왕에게 정식으로 대공으로서
인정 받은 적이 없고 해서, 상당히 미묘한 상황이라….
시벨린 : 그 두 나라의 사이가 좋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로든 렘므와 아노마라드의 균형이 깨진다는 뜻이 되니까.
오를란느는 우방이라고 믿었던 렘므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아노마라드를 상대하 는 일도 더 버거워지겠지.
시벨린 : …아노마라드는 오를란느를 공국으로 두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식민령으로 만들고 싶 은 모양이라서.
후후…. 소국의 설움이란 다 그런거야.
조슈아 : 와, 잘 알고 계시네요.
조슈아 : (시벨린 씨는 아느마라드 출신이 아닌 모양이네.
논조가 좀, 아노마라드에 삐딱한 뉘앙스인 것 같으니까….)
밀라 : 조슈아 씨야말로, 굉장히 잘 아네.
난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휴….
밀라 : 정치 상황 같은 건 어느 정도 파악해 둬야 편한 게 사실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그게 그거라서 정말 짜증만 난다니까.
뭘 그렇게 싸워 대고, 뭘 그렇게 경계해 대는 건지 말야.
막시민 : ….
막시민 : 오를란느고 아노마라드고, 알게 뭐야? 쳇. 결국 귀족 마나님이 고상한 우울증이라는 거 아냐?
막시민 : 하여간 별 이상한 걸로 우울증이니 뭐니… 이해가 안 된다니까? 지금 당장 집안이 망하기라도 했나?
뭐 그런 걸로 애들을 팽개치고 혼자 찡그린 얼굴인지… 젠장.
조슈아 : 저기, 우울증은 별 이상한 거가 아닌데….
밀라 : 힌데미트 부인의 우울증을 우리가 뭐 어쩔 수는 없고, 지금은 코제트 일에 집중하자.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한 건 코제트니까.
시벨린 : 어쨌든 우린 코제트 양의 말대로 단서를 찾아 보는 수밖에 없겠지요.
만약 코제트 양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던 게 틀림 없을 테니 까요.
막시민 :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꼬마 말대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는 거지, 뭐.
밀라 : 코제트가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음….
뭐라고 했더라…? 조슈아 씨, 기억하고 있어요?
조슈아 : 아, 네….
부서진 울타리 뒤에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있었어. 거긴 몬스터들이 많이 있었는데…
마법사 아저씨 덕분인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어. …였죠.
조슈아 : 그리고….
그 수레는 왼쪽 아래 방향으로 막 달려나갈 것처럼 보였지….
수레 뒤는 막혀 있었는데, 수레가 만약 그대로 달려온다면 바로 옆의 돌에 걸려 넘어질 것 같았어.
그것 밖에는 기억이 안 나.…라고.
조슈아 : 그렇게 이야기한 부분이 아마도 하얀 숲(1)에 있는 어딘가의 정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라 : 흠. 잘 기억하고 있군요.
그럼, 코제트가 말한 정황이 무척 상세하니까, 그 말에 맞는 지역을 이 하얀 숲(1)에서 찾아 봐야 되겠네요.
시벨린 : 수레가 있는 곳의 주변 환경을 잘 비교해 보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죠.
막시민 : 어이구, 시끄러워.
뭐 그렇게들 할 말이 많은지….
막시민 : 여기 맞지?
시벨린 : 코제트 말대로….
정말 똑같네….
밀라 : 그럼 이 다음에는… 하얀 숲(2)로 가야겠지?
밀라 : 코제트가 했던 말을 기억해 보면….
막시민 : 역시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서 있었어. 눈 앞에 얼어붙은 강이 있었던 거 같아….
수레는 문이 내 쪽으로 열려 있어서, 올라타면 곧장 달려갈 것만 같았지.… 라고 했어.
막시민 : 수레 뒤에는 울타리가 있고, 나무가 두 그루 있었어. 한 그루는 밤인데도 눈 때문에 새하얗게
빛났지만 다른 한 그루는 시커멓게 보였어. … 이게 끝이야.
밀라 : 그럼, 출발하자!
[하얀 숲(2)]
밀라 : …이번에도 잘 찾은 것 같다.
코제트는 기억력이 좋구나….
밀라 : 이 다음에는 만년설 산장 쪽이 아닐까? 몬스터가 없는 곳은 그곳 뿐이니까.
밀라 : 얼음이 깨져 있는 강 곁에, 눈사람이 셋 있었다고 했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막시민 : 좋아, 가자.
[만년설 산장]
밀라 : 정말로 가족 같다.
코제트 눈에는 이게 자기 가족처럼 보였을 지도 몰라.
밀라 : 어쨌든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이 다음에는….
막시민 : 코제트가 했던 말은… 그 수레는, 문이 열려 있었지만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해.
버려졌기 때문이지. 이젠 다시는 달릴 수 없을 거야.
막시민 : 앞을 가로막은 울타리도 없고 가는 길을 방해할 돌멩이도 없는데…. 그런데도…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밀라 : 뒤와 옆이 막혀 있었다고도 했지.
…하얀 숲(3)을 잘 뒤져 보면 코제트가 말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밀라 : 가자.
[폰티나 가(家)]
폰티나 공작 : 앨베리크 쥬스피앙…. 워낙 알려진 바가 없는 분이셨는데, 설마 엘티보에 계셨을 줄이 야….
어찌 되었던 아쉽게 되었군요.
힌데미트 자작 : …어차피 놓쳐버린 이상, 신뢰 받지 못해도 항변할 말은 없습니다.
폰티나 공작 : 아, 아닙니다.
렘므의, 오랜 악연을 끊고 우의를 다지고자 하는 마음은 알고 있으니까요.
폰티나 공작 : 앨베리크 쥬스피앙이 있든 없든, 그건 외교에서 중요한 문제가 못 되지요.
폰티나 공작 : 렘므의 외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우방인 오를란느와는 어떻습니까?
여전히 오를란느는 어수선한 것 같던데….
힌데미트 자작 : 렘므는 현재 전쟁중입니다.
애써 국경의 사소한 다툼으로 돌려버리기엔 유명한 이야기니 터놓고 말해 그렇습니다.
폰티나 공작 : 호오. 여걸이신 지나파 공주께서 출정하셔서 엘티보의 아름다운 왕성에는 벌써 몇 년 째
돌아오지 않고 계시니, 머지 않아 평정하시지 않겠습니까?
듣자 하니 야만인들에게도 포외 받을 만큼 지략과 무예를 겸비한 분이라던데요.
힌데미트 자작 : 그야 지나파 공주님께서는 명장이십니다만.
힌데미트 자작 : 허나 엘베에서도 한갓 야만인 한명 때문에 고전하지 않았습니까? 장수의 자질 문제가 아닙니다.
변경의 소요는 이미 장기화 국면에 접어 든 것입니 다. 이대로라면 몇 년의 세월이 더 필요할지….
힌데미트 자작 : 간헐적으로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고, 덕분에 군을 완전히 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입 니다.
…이러한 때 오를란느 문제까지 저희가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폰티나 공작 : 오를란느…. 좋은 곳이지요.
아름다운 시와 음악, 뛰어난 마법력을 자랑하던 곳인데 아무래도 대공의 후계자 자리가
불안정하니 염려가 되는 군요.
힌데미트 자작 : 대공제(大公弟)였던 크라레트 경은 실종된 공녀를 사망한 것으로 기정사실화 하려는 모양입니다만….
현 오를란느 대공께서는 근 십년이 다 되도록 아노마라드의 공식 서한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압니다.
힌데미트 자작 : 그러나 아노마라드로서는… 아무래도 크라레트 경이 대공이 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 아닙니까?
그는 명분 없는 계승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오를란느의 왕국 복권을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니까요.
폰티나 공작 : 핫핫. 이거 참…. 힌데미트 자작, 위험한 말씀입니다.
크라레트 경이 대공위를 받는 것도, 혹은 다른 누군가가 후계자가 되는 것도,
외국에서 관여할 바가 아니지요.
아노마라드가 외국의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폰티나 공작 : 그보다 다시 앨베리크 쥬스피앙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폰티나 공작 : 자작 부인께서는 오를란느 출신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부인께서는 자작께서 오를란느를 회의적으로 여기는 걸 아시면 서운해 하시지 않겠습 니까? 하하.
힌데미트 자작 : 아아….
…글쎄요.
힌데미트 자작 : 저는 사적인 문제에 얽매여 대의를 그르칠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건 어디의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요.
하녀 : 공작님, 약속하신 시간이 되었습니다.
힌데미트 자작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폰티나 공작 : 아닙니다.
그럼 자리를 옮겨서 다음 약속은….
[하얀 숲(3)]
밀라 : 코제트가 말했던 데가 여기 맞지?
…정말 수레가 많은 곳이네. 여기.
시벨린 : 그러게요.
한참 헤맸는데도 거기가 거기 같아서….
막시민 : 도대체가 가는 곳마다 수레가 있으니 여기가 맞는지 저기가 맞는지…. 내 참.
이래선 제대로 찾았어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라고.
조슈아 : 이 수레들, 그냥 평범한 수레 같지만 문장이랑 금속 부분에 마석을 섞어 사용했네요.
어차피 값싼 마석이라서 고급 마법에 사용할 만한 건 아닌 모양이지만… 그래도 대단하지 않아요?
밀라 :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런 거.
밀라 : 흐음… 보통 수레 같은데 아니구나.
신기하네.
막시민 : 어차피 다른 마을도 다 결계 정돈 있잖아.
신기할 게 뭐 있어? 여긴 나름대로 왕성도 가깝고 하니까 신경이 쓰여서 보완장치 삼아서 그런 수레를 둔 거겠지.
막시민 : 아~ 알게 뭐야?
그런 걸 놓는다고 몬스터를 막는 데 도움이 될지 어떨지.
조슈아 : 아… 저기, 막군.
막시민 : 그따위로 부르지 말라고 했…
얼레? 저게 뭐야?
시벨린 : 왜 그래?
…엉?
밀라 : 정… 정말 토끼잖아? 우릴 보고 있어. 아무래도 몬스터가 아닌 거 같지?
시벨린 : 코제트 양의 이야기가 정말이었군요.
밀라 : 어딘가로 가는데? 따라가 보자!
막시민 : 뭣? 이제 하다하다 토끼 뒤까지 따라다녀야 한단 말야?
…농담이겠지? 응?
조슈아 : 음… 코제트가 말했던 대로라면,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 과자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겠지…?
조슈아 : 일단 발판을 밟아서 소리가 나는 곳을 기억해 놨다가, 다시 그 곳만 밟고 지나가야 되겠다.
조슈아 : 토끼 모습으로 지나간다면 쉽게 반대편으로 갈 수 있겠지…?
조슈아 : 떨어져 있는 과자 중에서 토끼로 변신하게 해주는 과자를 찾아 봐야겠다.
그러려면 하나씩 먹어 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밀라 : 휴우~ 십년 감수했네.
코제트 이야기가 꽤 상세해서 도움이 됐지만, 그 꼬맹이는 여기까지 대체 어떻게 왔던 거지?
시벨린 : 코제트 양이 무사히 돌아가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여기, 보기에는 귀여은 것 투성이지만 의외로 위험요소가 많아서.
막시민 : …여긴 또 뭐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뭐가 좁어터져 가지고… 젠장.
조슈아 : 저게 코제트 양이 이야기한 토끼 인형인 모양인데요.
인형… 이라기엔 지나치게 커서 꼬마 아가씨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밀라 : 조슈아… 씨라고 했죠?
왜 굳이 이런 위험한 일에 끼어드는 거에요?
밀라 : 막시민 녀석하고 친구라고 하는 말도, 정말 믿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고요.
일단 막시민하고 친구라니 정말 안 어울리는 단어거든요. 나란히 놓는 것만으로도 위화감이 느껴져.
막시민 : 거기 아줌마!!
다 들리거든요?
조슈아 : 아… 아하하.
네, 친구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호관계에 의해 성립되는 거니까요.
조슈아 : 한쪽이 아니라고 하면 다른 한쪽이 뭐라고 해도 엄밀히 말하면 친구 같은 게 아닐 지도 모 르죠.
하지만 지금 여기에 제가 있어서 폐가 되지는 않지요?
시벨린 : 물론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되죠.
특히, 막시민처럼 비협조적인 녀석보다는 당신처럼 여러모로 성실해 보이는 사람 쪽이 말이 죠.
막시민 : 비협조적이어서 그거 참 미안하군.
밀라 : ….
밀라 : 아무튼, 나도 당신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에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확실히 말해 둘게요.
조슈아 : 네.
막시민 : 거기서 노닥거릴 때가 아니잖아, 지금!!
저기 토끼 인형인지 뭔지는 우리들한테 별로 호의적인 것 같지 않거든? 자기 목숨은 알아서 들 챙기라고!!
막시민 : 난 계속 비협조적일 예정이니까.
조슈아 : …아무래도 길을 만들어 가면서 저쪽에 있는 토끼 인형에게 닿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길은… 역시 과자로 내야 하는 건가…?
조슈아 : 토끼들을 잡아서 아이템을 얻어, 길을 만들면 저편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해보도록 할까…?
인형 : 고독…버려진 것….
…흉하다 하며 그대들은 내던졌지…. 먼곳에… 유폐….
밀라 : …버렸… 다고…?
인형 : …유폐….
유폐…유…폐….
시벨린 : 어… 없어졌어!!
밀라 :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왜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고,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알 수가 없고….
막시민 : 애초에 토끼 주제에 말을 한다는 거 부터가 문제라고!!
아니… 애당초 그 꼬마 녀석이 잃어버렸다는 건 토끼 인형이었잖아! 인형!!
저런 커다랗고 과격 한 게 어디가 인형이냐?
막시민 : 아까 그건 어느모로 보나 흉기고, 잘 봐줘야 몬스터라고!!
조슈아 : 아…?
밀라 : 어라? 그건…?
막시민 : 얼레? 이거, 지난 번하고 똑같은 책장이잖아? 이렇게 되면, 그 책장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야 되는 건가?
조슈아 : 책장…?
밀라 : 흥? 그럼 탄생석 때문에 생명체가 변이를 일으켰던 것처럼, 책장 때문에 토끼 인형이
몬스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시벨린 : 정황을 놓고 보면 그렇게 설명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지금 현재로서는요.
지난 번 유령 선장도 그렇고 토끼 인형도 그렇고….
자연 상태에 이유 없이 이런 괴현상이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막시민 : 탄생석이란 놈은 적어도 살아 있는 생명에만 영향을 끼쳤잖아.
하지만 저번에 고래 뱃속에서 날뛰던 아저씨도 그렇고 토끼 인형인지 토끼 몬스턴지도 그렇고,
양쪽 다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고.
시벨린 : 어쨌든 몬스터로 만든다는 건 동일하잖아.
막시민 : 그래도 그깟 종이조각 때문에 살아 있지도 않은 게 불쑥불쑥 몬스터가 된다는 게 말이나 돼?
어디 무서워서 살겠냐고.
밀라 : 자세한 내막을 우리가 한 번 본다고 알 거 같으면 고민도 안 하지.
아무튼 이 종이 조각은 가지고 있는게 좋겠다. 지난번 거랑 같이.
조슈아 : 저… 다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책장 탓으로 돌리는 건 적절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만.
막시민 : 넌 좀 조용히 하고.
조슈아 : 그게 아니라….
어떤 이유든, 코제트 양이 말했던 마법사 아저씨라는 사람이 인형을 가져갔던 건
그게 그렇게 변이되리라는 사실을 미리 짐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막시민 : 그걸 알았다면 왜 인형을 아예 없애버리지 않고 이런 데 처박아 놨단 말야?
막시민 : …하여튼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알 수가 없다니까.
선량한 사람들의 상식을 어지럽히는 혹세무민의 무리들 같으니라구. 쳇….
밀라 : 혼자 어디 가려구?
막시민 : 당연히 돌아가야지.
그럼 여기에서 천년만년 토끼들하고 살 거야?
시벨린 : 아아. 랑켄 씨가 있던 그 임시 연구실로 가야 겠군요.
서두르죠. 다시 토끼들이 나타나기 전에.
[랑켄의 임시거처]
코제트 : …그렇구나.
코제트 : 그렇구나.
결국 토끼는 되찾을 수 없는 거구나….
조슈아 : 미안해요, 꼬마 아가씨.
꼬마 아가씨의 토끼 인형을 되찾아 주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실패 하고 말았습니다.
막시민 : 말은 바로 해야지. 실패 하고 말았습니다~ 가 아니라, 우리까지 죽을 뻔 했다구!!
인형이 아니라 괴물이 다 됐더라니까. 우리가 살아 돌아온 걸 다행으로 여겨라.
밀라 : 막시민. 애가 상처 받잖아.
인형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닐 거라고.
막시민 : 인형은 가엾고 우린 안 가엾냐? 지금 상처 받은 건 그 애도 아니고 인형도 아니고 우리들이라고.
막시민 : 저 빨강 머리한테는 죽을 만큼 노동해 주고 돈도 못 받았지, 한 푼 나올 것도 아닌데
맹랑 한 꼬마 말 듣고 토끼 굴로 기어 들어 갔다가 다시는 빛을 못 볼뻔 했지….
막시민 : 내 인생의 상처는 누가 보상해 줄 거냐고.
시벨린 : 어린 레이디.
저런 아저씨 말은 듣지 말고…. 아무튼 토끼 인형을 데리고 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코제트 : …아냐. 사실은 되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마법사 아저씨가 토끼를 데리고 갈 때, 어쩐지 이걸로 영영 안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코제트 : 카를 오빠가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아서 우울했을 뿐이니까.
조슈아 : ….
코제트 : 당신들은 내 말을 믿어 주고, 토끼를 되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해 줬어.
정말 고마워….
밀라 : 그래도 서운하지?
코제트 : 서운해.
토끼 인형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제 만날 수 없어서 서운해.
코제트 : 서운하지만… 어머님이 항상 말씀 하셨어.
진정한 숙녀는 울지 않는다. 무언가를 잃었다고 해서 남들 앞에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
아무리 괴로워도 참아야한다…
조슈아 : 꼬마 아가씨.
진짜 숙녀의 눈물은 보석 같은 거니까,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조슈아 : 고귀하기 때문에 꼭꼭 숨겨 놓는 것 뿐이랍니다.
그러니까… 깊이 사랑하던 친구를 떠나 보낼 때는 울어도 괜찮은 거에요.
코제트 : 그런… 걸까….
울어도… 숙녀가 될 수 있는 걸까… 훌쩍.
코제트 : 그럼… 난 이만 갈게.
도와줘서 고마웠어. 안녕.
랑켄 : 실험체 여러분, 그러고보니 여러분의 탄생석이라는 마석을 이용해
이 랑켄이 워프 장치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고 했지?
그때는 어느 거리까지 이동이 성공했는가?
밀라 : 뭐, 이번하고 비슷해.
케이라스 사막까지 갔었으니까.
밀라 : 통곡의 탑에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그때는 케이라스 사막에 도착….
랑켄 : 통곡의 탑?!
탑이라고?
밀라 : 아이고 깜짝이야.
왜 그렇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래? 뭘 잘했다고, 이 양반아!
랑켄 : 통곡의 탑… 통곡의 탑….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네. 실험체 여러분… 이 랑켄이 어디에서 그 이름을 들었을까?
막시민 : 그걸 댁이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아?
랑켄 : 한번 다시 가볼 수 있겠나? 실험체 여러분.
막시민 : 뭐?
남의 일이라고 쉬워 보이는 모양인데, 당신!!
거… 거기가 어디라고 가겠다는 거야?!
시벨린 : 잠깐만, 막시민.
확실히… 통곡의 탑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졌던 것만은 틀림 없어.
시벨린 :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가보는 게 우리들에게도 나쁜 일은 아닐 거야.
어쩌면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기이한 일에 대한 힌트라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막시민 : 헹. 이런 경우, 대개 우리가 천신만고 끝에 거기 도착해서 볼 것은 허탈하게 휑한 공간 뿐 일 거다.
힌트라는 게 아무데나 널려 있을 거 같아? 인생이란게 그렇게 쉽게 풀리는 물건이 아니라 고.
랑켄 : 한 번 만들었던 거라면 어렵지 않게 다시 만들 수 있는 법이지.
실험이란 정확한 절차에 의해 실행되면 똑 같은 상황을 반복해 재현할 수 있는 법이니 말일 세.
흐음~ 부족한 건 마석인데….
랑켄 : 급한대로 마석을 좀 더 모아 보면 재현 가능할 것 같네. 자, 그럼 실험체 여러분….
막시민 : 헛소리 작작 하셔.
땡전 한푼 없으면서 이 상황에서도 우릴 부려 먹겠다는 거야?
막시민 : 그리고 이런 데서 그 마석인지 뭔지를 어떻게 구한단 말야?
그런게 뭐 메리베리 나무에 열매 열리듯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막시민 : 사이모페인 같은 것만 봐도 그래. 오죽하면 클라드 같은 곳은 사이모페인 광산 하나 가지고 먹고 살 정도 아냐?
기본적으로 마석이란건 귀하고, 귀하기 때문에 비싼 거라고.
조슈아 : 한 번 사용한 마석이나 급이 떨어지는 마석은 큰 가치가 없기 때문에
무기점이나 마법상점 에서도 흔히 쓰이니까, 그걸로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랑켄 씨의 워프 장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탄생석 쪽이지 마석이 아닌 것 같으니까.
밀라 : 그… 그런 건가?
정말 그 체계라는 걸 난 모르겠다니까….
막시민 : 아무튼 그렇다면… 무기점 같은 곳에서 남는 마석을 얻어 볼 수는 있겠군요.
랑켄 : 오호!! 바로 그거라네!!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라고 하겠지만 랑켄 님은 그 잡석에서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거라네!
막시민 : …왜 또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랑켄 : 자, 자! 그럼 실험체 여러분!
어서 무기점으로 가서 마석을 얻어 오게나!
밀라 : 흐음~ 할 수 있는 데까진 해 봐야 후회가 없는 거니까 막시민 너도 그만 투덜거리고 움직이라구~!
이왕 할 거면 웃으면서 가는게 좋잖아.
밀라 : …아무래도 웃음은 안 나오지만….
시벨린 : 그럼, 가죠.
[엘티보 무기점]
군터 : 하하하하하하!! 이거 참 재미있는 제군들이로군!! 군터 : 그래, 우리 지나파 공주님과 렘므의 자랑스러운 군대를 위한 이몸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다니 고무적인 현상이로군. 군터 : 이미 사용해버린 마석을 조금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가능한 한 많이 달라니 그런 건 곤란하네. 제군도 알겠지만 나도 눈코 뜰 새 없이 풀무질을 해야 하는, 이 렘므의 일꾼이 아닌가? 군터 : 그러니 많은 양이 필요하거든 만년설 산장에 있는 하트윈 제군에게 가 보게나. 사냥꾼이지만 하트윈 제군에게 요 얼마전 방믄해 보니 제법 많은 마석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네. 군터 : 엘티보 근방 필드에서 몬스터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쓰고 남은 마석들을 사용한 수레를 배치하고 있지 않은가? 하트윈 제군 역시 그런 일에 일조하기 위한 애국심으로 사용한 마석을 수집하고 있음에 틀림 없네!! 군터 : 하하하하하하!! 우리 렘므의 일꾼들은 하나같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으니 말일세!! 하하하하하! 군터 : 그럼, 하트윈 제군에게 가 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 군터 님은 무기의 날을 다듬으러 가봐야 되겠네. 잘 가게나. 조슈아 : 흠… 만년설 산장이라….
[???]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어떻게 됐나? 왕립 학술원 쪽에서 구해 주기로 한 물건. 이번에도 성공?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일단 성공.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일단…?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갑자기 왕실 감찰이 강화된다는 소릴 들었어. 반출 목록, 사용 현황까지 전부 기록해서 내 놓으라는 말이 떨어져서 그쪽도 난리가 난 모양이야. 젠장…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웬일로 학술원 자재에 신경을 쓰고 난리람? 귀족 놈들 중에서 그런 거에 관심 가지는 놈이 몇이나 된다구?! 쳇!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그래서 물량도 줄었군? 이거 곤란하겠는데?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아~ 난 이제 몰라!!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하라고 해!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난 내 연구도 뒷전으로 미루고 이런 첩자 짓인 해 주고 있는데, 누군 한가하게 엘티보 관광을 가? 도대체 요즘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그 녀석!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그 녀석이 돌아오면 보고할 게 잔뜩 있으니까 짜증을 부릴 거면 나 다음에 해 줘.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보고할 거? 그 쪽에 보고할 일씩이나 있대? 별 일이네.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천상 조용하더니.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내 말이. 좀 큰 정보를 하나 물어다 주고 의기양양해, 그 쪽.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그 녀석을 만나게 해 달라는군.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누굴 변장 시켜서 적당히 만나게 해 줄까?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아, 그것보다, 정보란 건 뭔데?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서약서야.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이번에 드메린 칼츠가 친히 움직여서 손에 넣은 보물.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서약서?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오를란느 공녀가 무려 카디프의 수장과 담판을 지으면서 내 놓은 물건이 라는군. 사실이라면 여러 가지 의미로 무서운 일이지.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나라 몇 개가 들썩일 만큼 무서운 일….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나, 지금 어떤 부분에서 놀라야 하는 거야?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실종 됐다던 공녀가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점? 멀고 먼 카디프까지 몸소 납셔서 뭔가 모를 거래를 했다는 점?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아니면… 그걸 드메린 칼츠가 손에 넣었다는 점인가?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전부 놀라면 돼.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그 녀석이 오자마자 얼른 이야기 해 주자. 곤란해 하는 얼굴을 구경해 줘야지.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글쎄, 조언자 녀석… 아니, 조언자 님이 우리 이야기에 놀라거나 곤란해 한 적이 있었나? 여동생 이야기 빼고. 영리한 빨강머리 아가씨 : 아~ 몰라~ 짜증나~! 왜 이렇게 안 와~?! [만년설 산장]
하트윈 : 어서들 오시오. 호오… 낯익은 손님도 있군 그래. 하트윈 : 무슨 일로 찾아 왔는가? 조슈아 : 실은…. 하트윈 : …. 하트윈 : 흠… 쓰고 남은 마석이라면 저쪽 자루에 잔뜩 있긴 하네만 갑자기 내 달라니 당황스럽군. 물론 가지고 있어 봤자 별로 쓸모도 없으니… 어디다 쓸 것인가는 묻지 않겠네. 하트윈 : 대신 내 부탁을 하나 들어 주게나. 조슈아 : 어떤…? 하트윈 : 흑정석 10개와 화혈석 20개 정도만 부탁하겠소. 대신 마석을 자루 가득 담아 드리도록 할테니 부탁하오. 하트윈 : 오, 조금 무리한 부탁을 드렸다고 생각했는데… 고맙소. 하트윈 : 그럼,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그래. 잘 가시오. 조슈아 : 음… 이제 랑켄의 임시거처로 돌아갈까…. [만년설 산장 외부]
조슈아 : …. 조슈아 : 저기…. 막시민 : 또 왜!! 조슈아 : …또? 막시민 : 뭔가 굉장히 귀찮은 이야기가 나올 거 같아서 기분이 나빠져서 그런다. 밀라 : 녀석, 왜 이렇게 잔뜩 곤두서 있는지 모르겠네. 친구든 친구가 아니든, 네 그 태도는 굉장히 무례하다는거 알고 있냐? 시벨린 : 내버려 두세요, 밀라 씨. 막시민은 언제나 무례한 녀석이었잖아요. 막시민 : 시끄럽거든? 조슈아 : 그러니까…. 방금 하트윈 씨에게 받아 온 마석 말인데…. 막시민 : 마석이 왜? 조슈아 : 몇 개 정도는 사용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아. 그리고 몇 개는,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는 쓸 수 없지만 본디는 대단히 질이 좋은 엘카난이야. 막시민 : 그래서? 그게 원래 엘카난이었다고 해서 뭐 어떻단 말야? 조슈아 : 하아. 조슈아 : 그러니까… 전에 그 빈 등대에서 본 마석하고 같은 거라고. 출처 또한 같다… 라는 말이야. 막시민 : …젠장. 그 놈의 왕실인지 뭔지에 들어간다는, 그거란 말야? 그 왕실이란 덴 물건 관리 안 하나? 뭐 이렇게 장물이 막 돌아다녀? 밀라 : 무슨… 의미죠? 조슈아 씨. 밀라 : 그렇다면, 하트윈 씨가 빈 등대 쪽으로 워프를 시도한 바로 그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시벨린 : 아니면 그의 관련자일 거라는 이야긴가?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요. 조슈아 : 관련된 사람일 수는 있겠지만 본인일 것 같지는 않네요. 랑켄 씨는 켈티카에서 누군가 엘티보로 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 비약일 지도 모르지만, 전 그 켈티카에서 온 사람이나 그와 관련된 사람이 하트윈 씨에게 마석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막시민 : 그렇다 해도 다짜고짜 하트윈이라는 사람한테 그런 걸 따져 물을 수는 없어. 저쪽에서 보면 우리가 더 의심스러울 테니까. 막시민 : 사용하고 난 마석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량으로 구하는데 아무 것도 안 묻는다는 건, 피차 켕기는 데가 있으니까 적당히 넘어가자는 의미이기도 한 거라고. 시벨린 : 하지만 그 마석은…. 막시민 : 자, 자. 그만! 출처가 어디든, 그 사람도 우리도 생각하지 않는 게 서로 오래 목숨 부지하는 길이야. 막시민 : 출처가 이상하다 싶은 건 모르는 척 해야 오래오래 산다고. 괜한 호기심 부려 봤자, 점점 더 이상한 일에 말려들기 십상이지. 밀라 : 나도, 일단 지금은 막시민 말에 찬성. 어차피 우리 손에 들어온 이상, 이걸 가지고 돌아가서 하트윈 씨에게 수상한 소릴해서 이득이 될 건 없어. 조슈아 : 그렇지만…. 막시민 : 그것 참. 이 녀석, 왜 그렇게 쓰고 남은 마석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네? 이봐. 신경 쓰이거든 혼자서 알아보라고. 우리까지 보나마나 귀찮은 데다 소득도 없을 게 뻔한 일에 끌어 들이지 말라고. 조슈아 : …. 시벨린 : 자, 자. 아무튼 눈 앞의 일부터 해 나가는 게 좋지 않겠어? 싸우지들 말라고. 막시민 : 누가 싸운다는 거야? 나 참. 밀라 : 자~ 얼른 랑켄 씨한테 돌아가기로 하자. [랑켄의 임시거처]
랑켄 : 오오, 돌아왔는가~ 실험체 여러분! 매개가 부재한 상태에서 실험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한 시간이 아닐수 없었네. 실험재료가 하나도 없어서 완벽한 이론을 세워 놓고도 실험에 착수할 수 없다 니 그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밀라 : 아무튼 부탁대로 가지고 왔으니까 받으라구~! 막시민 : 고생은 고생대로 죽어라 시켜 놓고, 돈 한 푼 안 준다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 답답해서 원. 랑켄 : 그… 그건…. 막시민 : 빨강머리 당신 입으로 두둑하게 보상해 준다고 큰소리 탕탕 쳐 놓고 말야. 과학자는 거짓말 해도 되나? 랑켄 : 으… 으음…. 그… 것은…. 밀라 : 막시민. 가엾으니까 그쯤 해 둬. 구박한다고 없던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랑켄 : 그러나 자네들은 위대한 과학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하는 걸세!!! 하찮은 금전적 이익과는 바꿀 수 없는 위업이란 말일세!! 밀라 : …아, 하나도 안 가엾군. 막시민 : 과학자고 위업이고 전부 가지시고 그 하찮은 금전적 이익이란 걸 어서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과학자 나리. 시벨린 : 됐으니까 어서 워프 장치를 보완해 보세요, 랑켄 씨. 그 마석으로 부족하다면 다른 곳에서 더 구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조슈아 : …켈티카에서 쓰는 워프 장치도 랑켄 씨가 만드셨다지요? 조슈아 : 그런데 이런 약식으로, 그것도 원거리 이동을 위한 워프 장치를 제작하신다니 대단하네요. 이 것도 그… 시공간 왜곡현상에 대한 조사 연구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 랑켄 : 어떤 의미로는 그렇다네. 조슈아 : 상당한 진척이 있으셨던 모양이군요. 그럼, 학술회에 보고서를 올리고 있는 건가요? 랑켄 : 그야 당연히 정기적인 보고서를 상부에 올리고 연구비를 지원 받고 있다네. 조슈아 : 흐…음. 밀라 : 그런 걸 왜 묻는 거에요? 조슈아 씨. 막시민 : 아무려면 어때? 그나저나 재주는 곰… 아니 서민들이 넘고 돈은 귀족 놈들이 챙기는 건가? 실험체 소리 들어 가면서 가져다 바쳐 놓으면 그 결과물은 윗대가리들이 편안한 소파에 앉아 손에 넣는 거겠지. 조슈아 : …. 조슈아 : (학술회에 정기적인 보고를 하고 있다면 폰티나 공작이 연구 자금을 지원해 줄리 없을 텐데. 사재(私財)를 털어 이런 자에게 끝도 없이 돈을 대 준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터.) 조슈아 : (아무래도 정황상 그 연구 논문… 이라는 것은 학술회 대신 폰티나 가의 서재에서 잠자고 계시겠군.) 조슈아 :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올리면 그 주소로 돈을 보내 오는 방식인 모양인데…. 그러면 켈티카에서 왔을 거라는 그 워프 장치의 사용자가 혹시 폰티나 가문의 전령인 걸까?) 밀라 : 랑켄 씨, 그거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거 맞아요? 영 미덥지가 못하네…. 시벨린 : 시행착오가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다 제대로 작동해 왔으니까 이번에도 믿어 보죠. …어? 그런데 아까부터 누가 온 거 같은데. 밀라 : 노크 소리는 못 들었는데. 조슈아 : (…이런.) 세티리아 : 실례. 시벨린 : 호오~ 이거,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레이디께서 누추한 곳을 찾아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랑켄 : 못 보던 얼굴인데, 녹색머리 실험체군은 누구인가? 세티리아 : 갑작스러운 무례, 용서 하십시오. 용무가 없으시다면, 다른 분들께서는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지 않겠습니까? 시벨린 : 아… 이런, 레이디께 배려가 부족했군요. 저희는 그럼 잠시 나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막시민 : 추워 죽겠는데… 가지가지 하는군. 쳇. 밀라 : 그럼 우린 펭귄 삼형제로 가서 술이라도 사 올까나. [엘티보 술집]
밀라 : 그 여자, 켈티카에서 온 거 같지 않아? 그 왜, 랑켄 씨가 지원금이 올 때가 됐다고 했었으니까. 그걸 가지고 온 전령 아닐까요? 막시민 : 흠.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시벨린 : 켈티카라…? 과연 켈티카 레이디들은 아름다운 모양이군요. 막시민 : 사실 나이 어린 여자애 같은데 그럴듯한 검을 차고 있어서 마음에 걸렸거든. 귀찮은 일에라도 휘말리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지. 막시민 : 하지만 돈주머니를 싸짊어지고 온 거라면 그렇게 검을 차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안심이야. 밀라 : 어느 쪽에 안심이라는 거야?막시민 : 어느 쪽이든. 막시민 : 그래도 어딘지 몰라도 껄끄러웠는데… 그 여자. 굉장히 위화감이 느껴졌단 말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벨린 : 검을 차고 있었기 때문에 과민반응하는 거 아닐까? 평범한 레이디치고는 제법 기품있고 당당한 게 멋지던데. 막시민 : 헤엥? 시벨린 네 녀석한테 안 멋진 여자도 있었냐? 막시민 : …아무튼 불안해. 빨강머리 녀석의 목숨 같은 걸 노릴 사람은 없을 것 같겠지만, 돈 받기 전에 죽어 버리면 곤란하다고. 당장 생활비도 별로 없는데 말야. 밀라 : 불안의 포인트가 틀린 거 같지만…. 조슈아 : (…폰티나 공작이 대체 뭘 알아낼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랑켄 씨의 연구가 그들의 궁금증을 모두 풀어줄 만큼 진행된 것 같지는 않았어. 그러니 섣불리 랑켄 씨에게 손을 댈 리가 없지.) 조슈아 : (오히려 마음에 걸리는 건…. …분명 세티리아… 라는 이름이었지? 그 여자.) 조슈아 : (폰티나 가에 속해 있기야 하겠지만 세티리아 양은 폰티나 공작 영애의 직속일 텐데. 왜 세티리아 양이 여기에 온 거지? 연구비를 전달하는 일이라면 틀림없이 다른 담당자가 있을텐데…?) 조슈아 : (이것 참. 점점 미궁 속이로군….) 시벨린 : 난 레이디를 의심하지 않지만, 뭐 막시민 네가 정 의심스럽다면 돌아가 볼까? 지금쯤이면 용건도 끝났겠지. 조슈아 : (…얼굴을 마주치면 분명히 알아볼 것 같은데…. 이거 곤란하군…. 돌아간 후라면 좋겠는데.) 막시민 : …? 막시민 : 빚쟁이라도 본 거 같은 표정으로 얼빠져서 서 있긴. 뭘 하는 거야? 저 녀석. [랑켄의 임시 거처]
랑켄 : …이 랑켄은 과학자일 뿐이네. 그런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네. 세티리아 : 이렇게 해도…? 막시민 : 으악! 도대체 껄끄러운 예감은 왜 이렇게 잘 들어 맞는 거야?! 대체 왜!! 세티리아 : …. 세티리아 : 방해는 용서하지 않겠다. 주인의 명으로, 이 자에게 얻어야 할 답이 있다. 시벨린 : 귀여운 레이디가 과격하시군요. 그런 거친 방법을 쓰지 않아도, 부드럽게 질문하면 틀림없이 상대도 상냥하게 답해줄텐데 말이지요. 시벨린 : 미인과 위협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자아~ 그 검을 내려 놓으시지요. 조슈아 : (아아… 이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지독한 상황인데. 폰티나 아가씨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폰티나 가(家)]
왕비 : …. 왕비 : 에타라면 이웨리드 에타를 말하는 건가? 폰티나 공작 : 이웨리드가 세상을 떠난 후, 장손 카흐린(Kahuline)이 에타 석판과 이웨리드가 번역했다는 엘트(ELT)로 옮긴 책을 당시 국왕에게 헌상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아시리라 생각 합니다. 폰티나 공작 : 하지만 워낙 암시적인 문장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다 세월이 흐르는 사이 대부분 유실 되고 말아서, 어딘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찾아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폰티나 공작 : 거기다, 예전부터 이웨리드 에타 중 6번째 문서는 사라진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었잖습니까? 이웨리드가 6번째 에타 석판은 애초에 해석하지 않았다는 가설이죠. 여왕 : 묻는 말에만 답하면 되네. 폰티나 경.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이곳까지 나를 불러 들였단 말인가? 여왕 : 더 이상 나는 자네의 누이, 안리체 다 폰티나가 아니네. 나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친정 나들이 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 폰티나 공작 : 물론입니다. 제가 왕비 전하께 사뢰려는 건, 우선 에타가 실재하는 지식으로서 아노마라드에 도움 이되리라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폰티나 공작 : 그러니까… 에타하면 흔히 이웨리드 에타를 떠올립니다만, 어디까지나 그건 번역서에 불과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시엔(xien)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을 수 없다고는 해도 아무튼 에타는 에타인것이지 요. 폰티나 공작 : 그간 많은 사람이 이웨리드 에타의 6번째 권을 찾아 헤맸습니다만… 만약 그 가설이 진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말로 이웨리드 드 롤란드가 6번째 석판은 해석한 적이 없다면 말입니다. 여왕 : …그래서 뭘 말하려는 건가? 만약 폰티나 경의 말대로 여섯 번째 이웨리드 에타가 없다면 탐색을 중단해야겠지. 여왕 : 막대한 자금을 탕진하는 꼴이 될테니 말이네. 폰티나 공작 : 대신. 여왕 : 대신? 폰티나 공작 : 대신 바로 그 여섯 번째 에타의 원본 일부가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여왕 : …. 여왕 : 그거 흥미롭군. 하지만 해석할 수 없는 석판이야. 찾는다고 해서 쉽사리 손에 들어올 리도 없거니와 손에 넣어도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할 테지. 폰티나 공작 : 그걸 쓴 사람이 있었으니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시엔(Xien) 전승자는 맥이 끊겼다고들 말하지만, 그것도 누가 확인한 적이 있던가요? 누가 알겠습니까? 실은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폰티나 공작 : 게다가 요즘은 각지에서 기이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몬스터가 출몰해 마을마다 결계를 쳐야할 만큼 불안정한 시기 아닙니까. 이런 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겠지요. 여왕 : 경이 사재(私財)를 털어 지원하고 있다는 그 연구는 어떤가?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가? 폰티나 공작 : 랑켄 멜카르트의 연구로 몬스터 출몰 현상과, 가나폴리의 유실된 마법에 관해 알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그것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만약 에타 원본이… 다른 누군가의 손 에 들어간다면…? 폰티나 공작 : 대공 작위를 놓고 긍지마저 진흙탕에 묻어 버린 저 오를란느, 야만족과의 분쟁이 끊이 지 않는 렘므…. 어느 쪽이든 말입니다. 폰티나 공작 : 혹은 당장이라도 천 갈래 만 갈래의 파벌로 동강나도 이상하지 않은 트라바체스는 어 떨까요? 바보 같은 선제후와 의원들, 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도 보나마나 별것 아닌 사욕을 위해 기꺼이 모험을 감행할 것입니다. 폰티나 공작 : 아니면 저 바닷가에 줄줄이 늘어선 연방? 각자 자국의 발언력이 약해진다며 신경을 곤두세운 채 도토리 키재기나 하고 있는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여왕 : …. 여왕 : 그것이, 정녕 가나폴리의 위협적인 힘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힘을 손에 넣지 않는 한 적을 사방에 두고 있는 우리들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겠지. 여왕 : 그것이 어느 국가, 어느 개인, 어느 집단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재앙이 되고 말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까. 여왕 : 그러니 반드시 그 힘의 실체를 확인해야만 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의 눈으로…. 반드시…. 멘붕당한 저를 위해 대신 대사집을 써주신 산위의공주 언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ㅠㅠㅠㅠ
첫댓글 캐릭터 대사 굵기 수정중 입니다-
굵기 수정이 안되네요........ㅠㅠㅠㅠㅠ
10시간 가까이 날리셨음에도 기꺼이 올려주시는 멋진 마므모 지기님께 박수 좀 쳐주세요 +ㅂ+♡
와 진심으로 대단해요 2시간걸쳐서 다봣어요 이건 정말 대단 굳ㄴ!!